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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ROH 님의 서재입니다.

찰즈강 살인사건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DANROH
작품등록일 :
2018.04.09 12:23
최근연재일 :
2018.06.06 14:45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6,155
추천수 :
425
글자수 :
176,294

작성
18.04.30 11:10
조회
542
추천
11
글자
7쪽

제18화 - 스시 레스토랑

DUMMY

경찰학교 동기생의 조언대로 포트 리의 한 호텔에 체크인하며 커널리는 고교시절의 역사수업을 떠 올린다. 미국의 독립전쟁 중, 영국군에 대항하여 뉴욕을 수호하는 전쟁을 이끌었다는 장군 챨즈 리. 그의 군대가 요새를 만들어 주둔했던 곳이 지금의 포트 리(Fort Lee)이다.


하지만 동기생이 포트 리를 권한 이유는 그런 역사적 연유가 아니다. 미국에 이민 온 한국인과 일본인들이 공동체를 만들어 사는 특이한 곳이 바로 이 포트 리라는 것이다. 뉴워크항에서 일하는 일본인이라면 이 포트 리에 관련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스시 맛있는 데 어디 있어요?”

체크인을 하며 커널리가 호텔 직원에게 묻자, 그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너무 많아서 추천할 수가 없어요. 일본계 음식점, 한국계 음식점.. 등등”

“그렇게 많아요?”

“여긴 미국이 아니에요. 동아시아계가 접수한 식민지이지..”

호텔 직원의 발언에 무언가 대꾸하려는 커널리를 같이 온 구엔이 그만 하라는 듯이 팔꿈치를 툭친다.


호텔을 나서며 구엔이 설명을 한다. 포트 리가 한국계와 일본계가 같이 사는 곳이라면, 서쪽의 팰리세이드 파크라는 동네에 한국계, 남쪽의 클리프사이드 파크라는 동네에 일본계가 많다는 것이다.


“아.. 그러고보니 팰리세이드 파크라는 곳에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기념비를 한국계 사람들이 세웠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나네.”

“맞아요. 따라서 제대로 된 일본음식을 먹으려면 클리프사이드로 가는 게 낫다는 것.”

“오케이.”


* * *


“이랏샤이마세!”


Mount Fuji라는 음식점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남녀직원들이 합창하듯이 내 지르는 소리에 커널리는 움칠한다.

“저 사람들 나한테 왜 소리 지르는데..?”

“소리지는 게 아니라 환영한다는 거에요.”


음식점은 퓨전이어서 일본식 스시 바가 한켠에 있고 나머지 넒은 공간에는 테이블들이 늘어져 있다. 스시 바에는 흰 옷에 흰 캡을 쓴 일본인으로 보이는 요리사가 두 명이 있다.


“저 나이 많은 남자가 있는 곳으로 가자구.”

높은 의자에 좁은 카운터. 자세가 불편하다.


60세는 족히 되어 보이는 남자가 메뉴와 함께 뜨거운 물수건을 건넨다.

커널리가 며칠 세수도 못한 양 물수건으로 얼굴을 씻는 것을 못마땅하게 본다.


“애니 도링쿠?”

남자가 말하는 도링쿠를 드링크로 캣치한 커널리는 거침없이 내뱉는다.

“Yeah, Sapporo Beer!”

이 말에 남자의 얼굴이 환해진다.


“삿포로 비어를 좋아해요?”

“그럼요. 삿포로 비어는 혹카이도 물을 쓰지요. 나도 추운 곳에서 왔거든요.”

“추운 곳이라면 어디..?”

“보스턴이요.”


“오 보스턴!”

흰 상의에 곤색으로 Saito라고 이름이 수 놓여져 있는 것이 커널리의 눈에 들어온다.


“사이토상은 보스턴에 무슨 인연이라도..?”

자신의 이름이 불려지자 요리사의 얼굴이 더 환해진다.

“내가 일본 교토 출신인데 보스턴은 미국의 교토지요.”

“맞아요!”

“내가 거기 가서 공부를 했어햐 하는데..”

“사이토상은 공부를 좋아했던 모양이지요.”

“곧잘 했는데.. 아버지가 노름으로 쫄딱 망하는 바람에..”


별거 아닌 걸로 요리사와 너스레를 떠는 커널리를 보며 구엔경사는 그저 실실 웃을 뿐이다. 컴비네이션 스시를 내밀면서 요리사는 남자에게 특별히 좋은 장어 스시를 두 점 서비스했다고 강조한다.


“아리가토. 그리고 나는 미소 수프를 무지하게 좋아해요.”

이 말에 요리사의 기분은 한층 고조된다. 일본인들은 미소 시루를 일본 음식의 꽃으로 생각하는 터이다.


“카! 죽인다.”

요리사가 내민 미소 시루를 한모금 크게 들이킨 커널리가 내뱉은 감탄사이다. 요리사는 입을 헤벌죽 벌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다.

“내가 일본요리를 기회만 되면 먹으려고 노력하는데.. 이렇게 시원하고 구수한 미소 수프를 마셔 본 기억이 별로 없네요. 무슨 비결이라도?”


“비결은 별로 없어요.”

“아니 그래도.. 재료인 된장이 좋다거나.. 물이 좋다거나.. 아니면 숙성하는 시간이라거나..”

“흠.. 손님은 직업이 무엇인지.. 일본 음식에 조예가 있군요.”

“아.. 보스턴 타임즈 기자에요. 사회부에 있지만 친한 동료가 가끔 음식 평론을 쓰는데.. 거기서 좀 귀동냥을 했지요.”


“구태여 말하자면 우리 가게 미소.. 아. 미소가 된장이에요.. 여기서 직접 담근다는 거지요.”

“여기라면 이 가게?”

“아니요. 이 동네에요. 몇몇 큰 레스토랑의 요리사들이 공동으로 미소를 빚어 숙성은 각자 따로 시키는 거지요. 미소는 숙성 시간에 따라 맛이 다르고 용도도 달라요.”


“그럼 재료가 되는 콩은요?”

“그건 일본에서 가지고 옵니다. 따라서 우리가 제공하는 미소는 완제품과 달리, 우리가 신선한 재료를 가지고 직접 만든다는 장점이 있는 거지요.”


“와! 대단하네요.”

구엔경사가 진짜로 탄복했다는 듯이 보탠다.

“그지..! 그런데 재료가 되는 콩은 누가 보내 주나요?”


“몇년 전부터 일을 맡기는 수입상이 있어요. 그 곳에서 콩을 수입해서 우리와 같은 음식점은 물론이고 미국의 동부에 있는 많은 일본계 수퍼마켓에 콩을 공급하지요.”

“대단하네요. 그 수입상은 어떤 회사인가요?”

“Tanaka Trading이라는 회사에요.”


“이 근처에 있는 모양이지요.”

“아니에요. 사무실이 아마 뉴욕의 플러싱이라는 곳에 있을 거에요.”

“플러싱..?”

“플러싱이라면 한국계와 중국계가 많은 곳인데..”

“맞아요. 아마 사장인 다나카씨가 한국계 일본인일 거에요.”


이 말에 두 형사는 은밀히 눈빛을 교환한다.


* * *


레스토랑 Mount Fuji를 나온 커널리는 긴 하루를 보낸 피로감에 싸여 걷기가 힘들 정도이다.


“구엔, 저 친구 말이 진짜인지.. 다른 음식점 몇 군데 가봐 줄 수 있어. 나는 내일이라도 플러싱이라는 곳에 가 볼 생각이니까.”

“알았어요. 그리고 그 곳에 가면 내 친구가 하는 부동산 소개소가 있으니 한번 들러 봐요. 그 곳에서 10년 이상 일해서 잘 알 거에요.”

구엔은 메모지를 꺼내 이름과 주소를 적어 준다.


Trang Mary Fan


구엔을 보내고 에리카에게 전화를 넣자 금방 응대한다.

“와! 대단한 진전을 이루었네요.”

커널리의 설명을 들은 에리카의 칭찬. 커널리는 가슴이 뭉클해지는 어색함을 느낀다.


“뉴욕 플러싱에 근거를 두고 영업을 한다는 Tanaka Trading이라는 회사를 조사해 봐. 그리고 거기에 갈 때는 Double E가 동행해야 겠어. 나는 지금 휴가 중인 형사잖아.”

“그 놈의Double E! 알았어요. 내가 뉴욕으로 올라갈게.”

“I will miss you.”

“웬 엉뚱한 소리..?”

fuj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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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제37화 – 두 명의 장군 18.05.17 493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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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제31화 – 정략결혼 18.05.13 478 7 7쪽
30 제30화 - 불법체류자들 18.05.12 488 8 7쪽
29 제29화 -반도금융그룹 회장 +1 18.05.10 532 7 8쪽
28 제28화 – 곤도 후미에 죽음 +1 18.05.09 514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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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제26화 - 한국계 다나카 히로시 18.05.07 518 9 7쪽
25 제25화 - 잔인한 달의 카 섹스 18.05.05 518 9 8쪽
24 제24화 - 곱슬머리 사사키 18.05.05 517 1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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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22화 - Mr. S. 18.05.03 535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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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8화 - 스시 레스토랑 18.04.30 543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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