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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ROH 님의 서재입니다.

찰즈강 살인사건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DANROH
작품등록일 :
2018.04.09 12:23
최근연재일 :
2018.06.06 14:45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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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36
추천수 :
425
글자수 :
176,294

작성
18.05.15 10:38
조회
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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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1쪽

제33화 – 버려진 시체

DUMMY

오사카에서 밤 비행기로 보스턴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는 에리카는 그 사이에 못한 아침 조깅에 나선다. 리차드 정과 함께 가 본 부두를 천천히 뛰던 그녀의 발은 어느 새인가 다나카 창고에 다다른다. 가까이 다가간 에리카의 동공이 확장된다. 창고의 문이 열려 있는 게 아닌가?


가까이 가보니 십여 명의 인부들이 일을 하고 있다. 청소원들이다. 창고 안을 들여다 보니 농구장이 두 개는 들어갈 크기이다. 큰 물건이 없이 텅비어 있고, 자질구레한 쓰레기가 널려 있다.


입구에 나이든 아주머니가 열심히 빗자루질을 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여기 창고 사람들 이사 간 모양이지요?”


“낸들 어찌 아우. 그저 시키는 청소만 하는데..”

“아.. 섭섭하네요.”

“왜 여기를 잘 아우?”

“여기서 아르바이트 했거든요. 번역도 하구. 저기 내가 일하던 책상 있던 곳.. 들어가 봐도 돼요?”

“들어가슈. 누가 뭐래?”


청소하는 사람들이 신경을 쓰지 않는 덕분에 천천히 둘러 본다. 비교적 바닥이 깨끗한 구석이 지난 번에 창문으로 들여다 본 데스크가 있던 자리이다. 쓰다 남은 문방구며 종이 조각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그 때 에리카의 시선을 사로 잡은 명함. 영어로 되어 있어 유독 눈에 띈다.


Jim Payne

Fund Manager

Ocean Bridge Financials


명함을 슬쩍 주머니에 넣고 휘파람을 불며 구석으로 어슬렁 다가가는 데 에리카의 뒷 머리털이 곤두선다. 바로 그 자루!


찰즈강 가에서 닥터 일레븐이 건넨 그 대마 자루. 새 자루들이 수십 장 차곡차곡 쌓여있다. 하나를 집어 들고 아까 그 아주머니에게 다가간다.


“아주머니 이거 하나 가져도 될까요? 뒷 뜰의 잡동사니 넣기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하슈. 어차피 다 소각장으로 가는 거니.”


호텔로 돌아오는 에리카의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닥터 일레븐이 건넨 자류에 새겨진 神이라는 글자 하나 때문에 시작된 재 수사. 대통령이 중지시킨 경찰의 수사를 FBI가 재개하는 직접적인 계기는 그 자루였다. 그 원인을 제공한 에리카의 마음 속에는 중압감이 남아 있었던 터이다.


명함과 자루를 사진으로 찍어 스마트폰에서 보스턴에서 전송하고 호텔로 향하는 에리카의 조깅이 한결 가볍다.


* * *


“니콜라스 지금 몇 살야?”

“서른 일곱인데 그건 왜요?”

FBI 요원 제프의 물음에 렌트카 사장이 시답지 않다는 투로 대답한다.


“허.. 아직 젊은 데.. 이건 ‘만약에’라는 질문인데 말이야. Big If!”

“그래서 뭔데..”

“만약에 네가 빌려준 자동차들이 중국의 최고 권력자, 그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수시로 통화하는 중국 거물의 아들을 죽여서 그 시체를 운반하는 데 쓰여졌다면··· 어떻게 될까요?”

제프의 농담조 질문에 니콜라스의 얼굴이 검은 얼굴 빛이 썩은 고구마처럼 변한다. 뭔가 짚히는 게 있는 것이다.

“야, 우리 톡 까놓고 이야기 해보자. 저 일본 애들이야 감옥에 있다가 본국에 돌아가면 그만인데.. 너는 뭐야? 차 한번 빌려주고 감옥에 갔다고 멕시코로 돌아가 봐. 그야말로 개의 뭐 되는 거 아냐.”


니콜라스의 초점 흐린 눈이 더 멍청해진다.

“솔직히.. 미국에 사는 너한테 사사키가 무섭냐 FBI가 무섭냐?


손바닥의 금을 한참 보며 다시 때를 밀다가 하던 니콜라스가 묻는다.

“다 말하면 봐주는 겁니까?”

“완전히 다 까면 너는 문제 없어.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차를 렌트해 줬을 뿐이야.”

“믿어도 되요?”

“믿어. 내 이름을 걸 테니까.”

이 말을 하며 제프가 명함을 꺼내 책상 위로 밀어 준다.


니콜라스가 진술한 것은 요약이 되어 그대로 관계자들에게 메시지로 전송된다.


① 3월 6일 밤 10가 지난 시각에 사사키의 긴급 연락으로 크라이슬러 밴 두 대를 빌려 주었다.

② 대금은 차를 넘겨 줄 때 사사키로부터 100달러 지폐 30장을 받았다.

③ 네 사람이 두 대에 분승하였는데, 한 대에는 사사키와 젊은 여자, 그리고 또 한 대에는 박진우와 에나츠가 탔다.

④ 차량이 회사에 반납된 것은 3월 7일 오전 10시 경이었다.

⑤ 차량의 내, 외부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이와 동시에 박진우의 패스포트를 보관하고 있던 미스 김을 연행하고, 마이크 사사키의 신병 파악에 들어간다.


* * *


제프, 커널리, 구엔 세 수사관이 함께 들어와 앉자 박진우의 얼굴에는 체념의 빛이 감돌기 시작한다.


“에나츠라는 자가 왜 당신의 패스포트를 찾아 미스 김 집에 갔을까?”

이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박진우가 되 묻는다.

“미스 김은 지금 어디에 있지요?”

“걱정마. 여기 경찰서에서 잘 보호하고 있으니..?”

“왜? 미스 김 신변이 걱정이 되나?”

이 말에 박진우는 한숨을 내쉬며 천정을 본다.


“지난 3월 6일 밤에 캠브리지에 내려 갔잖아..?”

커널리의 질문에 박진우의 눈이 동그래진다.

“다 파악했으니까.. 우리 진 빼지 말고 쉽게 이야기하자구. 렌트 카 사장 한테 이야기 자세히 들었어.”

박진우가 조용히 눈을 감는다.


“원래 킥복서였다며..?”

자신의 과거 경력까지 파악된 것에 박진우는 다시금 놀란다.

“주인을 위하여 다리까지 다쳐서.. 하고 싶은 운동도 못하게 되고.. 허 참! 의리의 사나이인데..”


이때 제프가 끼어든다.

“당신 FBI가 뭔지 알지?”

박진우가 고개를 끄덕인다.

“어이 통역관, 이 친구한테 plea bargain이 뭔지 설명해 줘.”


한국어를 아는 여성 경찰이 플리 바겐의 뜻을 전달한다. 기소 단계에서 죄의 일정한 부분을 인정하고 그 대신에 다른 죄에 대하여 용서를 받는 다는 것.


이 설명을 들은 박진우는 눈을 껌벅인다. 마음의 동요가 있는 듯하다.

“당신이 협력하면 미스 김은 아무 문제가 없는 걸로 처리할 게. 그리고 둘이서 잘 살면 되지 않을까? 나쁜 놈은 이 사사키 놈이고 자네는 그저 희생당하는 거 아냐.”


물을 시켜 마시더니 박진우가 입을 연다.

“뭘 알고 싶어요?”

“그렇지! 잘 선택한거야. 우리 좀 편한 방으로 옮겨 이야기 하자구.”

커널리의 제안에 영상녹화가 가능한 방으로 옮긴다.


* * *


통역 경찰관을 포함한 네 수사관과 피의자 박진우의 인적사항을 밝힌 후, 제프가 심문을 시작한다.


Q: 지난 3월 6일 밤에, 피의자는 어틀랜틱 시티에서 캠브리지로 자동차로 이동했습니까?

A: 네.


Q: 몇 명이 갔습니까?

A: 네 명이었습니다.


Q: 누구 누구입니까?

A: 저, 마이크 사사키, 에나츠 사토시, 그리고 김양순이었습니다.


Q: 몇 대의 차에, 누가 탔습니까?

A: 한 대의 차에는 사사키와 김양순, 다른 차에는 에나츠와 내가 탔습니다.


Q: 차 종은 무엇입니까?

A: 크라이슬러 밴이었습니다.


Q: 캠브리지에 간 목적은 무었입니까?

A: 가서 무언가를 처리하는 것이었습니다.


Q: 그게 무엇입니까?

A: 사람입니다.


Q: 어떤 사람? 구체적으로 말하세요.

A: 회장님 따님의 아파트에 쓰러진 남자가 있는데 그것을 처리하는 것입니다.


Q: 그 지시는 누가 내렸습니까?

A: 사사키였습니다.


Q: 회장님이 누구입니까?

A: ..


Q: 대답하세요.

A: 김성구씨입니다.


Q: 김성구의 직업이 무엇입니까?

A: 반도금융그룹 회장입니다.


Q: 어디에 있는 회사입니까?

A: 한국 서울입니다.


Q: 회장의 딸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A: 김소영입니다.


Q: 직업이 무엇입니까?

A: 보스턴대학 대학원생입니다.


이 대목에서 심문하는 사람도, 심문을 받는 사람도 충격에 싸여 잠시 말을 잊는다. 심문 내용이 FBI 다른 오피스에 공유되도록 업링크 되는 것을 확인한 제프가 다시 말을 잇는다.


Q: 피의자는 김소영의 아파트에 갔습니까?

A: 네.


Q: 위치가 어디입니까?

A: 주소는 모르고.. 찰즈강 가에 있는 2층 짜리 집의 일층입니다.


Q: 그 안에 누가 들어갔습니까?

A: 차를 타고 내려간 네 사람이 모두 들어갔습니다.


Q: 그 시각이 몇시입니까?

A: 새벽 두시 반 정도로 기억합니다.


Q: 안에는 누가 있었습니까?

A: 침실에서 아가씨가 울고 있었고, 거실에는 젊은 남자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Q: 젊은 남자는 누구입니까?

A: 모릅니다.


Q: 젊은 남자는 어떤 상태였습니까?

A: 의식이 없었고, 뒤통수가 피로 젖어 있었습니다.


Q: 죽은 상태였습니까?

A: 모릅니다. 건드려도 아무런 반응은 없었습니다.


Q: 어떻게 처리했습니까?

A: 가지고 간 자루에 담아서 강에 버렸습니다.


제프는 여기서 질문은 멈춘다. 커널리와 구엔 두 형사를 본다. 그들도 암묵적으로 동감의 눈치를 보인다. 다음 질문의 형태에 따라 기소의 내용이 바뀔 수 있다.


Q: 그렇게 처리한 것은 누구의 결정이었습니까?

A: 대답하기 곤란합니다.


Q: 곤란하다는 의미는?

A: 우리는 사사키의 지휘로 그저 따라 간 겁니다. 그런데 남자의 시체를 자루에 담아, 그것을 실은 차는 에나츠와 내가 탄 차였습니다. 싣고 나서 사사키는 아무런 지시를 내리지 않고 다른 차로 어딘가로 이동했습니다.


Q: 무슨 목적이었습니까?

A: 거실에 있던 골프채를 누군가의 집에 갖다 놓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Q: 사람이 담긴 자루를 어떻게 처리하라는 지시는 없다는 것이었습니까?

A: 네. 없었습니다. 그도 급히 떠나야 한다고 했습니다.


Q: 자루를 강에 버렸다고 했는데.. 위치가 어디입니까?

A: 다리 위였습니다.


Q: 어느 다리입니까?

A: 이름은 모릅니다. 아가씨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Q: 몇 시쯤이었습니까?

A: 아가씨 집에 도착한 후 30분 정도 지나서.. 그러니까 새벽 3시 경입니다.


Q: 강에 던진 사람은 누구입니까?

A: 무거워서 에나츠와 둘이서 들어 던졌습니다.


Q: 강에 넣자고 결정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A: 아가씨 집에서 차를 출발시키고 조금 가다가.. 에나츠가 버리고 가자고 했습니다.


Q: 그가 왜 그런 결정을 했습니까?

A: 그 새끼는 그냥 겁쟁이에요. 차 안에 시체가 있는 게 못 견디겠다고..


이 때 커널리가 제프의 귀에 무언가 속삭인다.


Q: 자루를 강에 둘이서 던져서 넣었습니까?

A: 아니요. 에나츠가 힘을 못쓰고.. 나도 왼쪽 다리가 불편해서.. 일단 다리 난간에 올려 놓고 밀어 넣었습니다.


Q: 그 후에 사사키를 다시 만난 건 언제입니까?

A: 어틀랜틱 시티에 도착하는 대로 24시간 하는 맥도날드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도착한 것은 아침 8시 20분 경이었고, 사사키와 미스 김은 9시 경에 도착했습니다.


이 때 커널리가 끼어 들어 질문을 한다.


Q: 김소영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A: 모릅니다.


Q: 그 후로 김소영과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까?

A: 안 했습니다.


Q: 3월 7일 새벽에 만나기 전에 김소영을 만난 것은 언제입니까?

A: 아가씨가 일본에 와서 중학교를 다닐 때이니까 십년도 훨씬 넘은 때는 자주 보았고.. 그 후로는 회장님이 보스턴에 오셨을 때 인사 드리러 왔을 때 한번 만났습니다.


Q: 이상의 내용에 틀림이 없습니까?

A: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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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마지막 화 – 남기고 간 말들 +5 18.06.06 500 8 3쪽
46 제46화 – 롱펠로우 브리지 18.06.06 433 6 9쪽
45 제45화 – 마지막 사과 18.06.06 408 7 6쪽
44 제44화 – 김소영 살인 청부 18.06.04 436 5 9쪽
43 제43화 – 보스턴을 향하는 추격자들 +1 18.05.27 459 7 10쪽
42 제42화 - 모택동 주석께 드리는 서한 +2 18.05.25 494 6 11쪽
41 제41화 – 소영 제거 지시 18.05.22 468 7 10쪽
40 제40화 – 미국 하원 의원회관 18.05.18 482 7 12쪽
39 제39화 – 시카고 플레이보이 빌딩 18.05.18 520 8 12쪽
38 제38화 – 마지막 여행 +1 18.05.17 488 8 12쪽
37 제37화 – 두 명의 장군 18.05.17 493 7 11쪽
36 제36화 – 사사키의 변신 18.05.16 478 7 12쪽
35 제35화 – FBI 확대 수사회의 18.05.16 482 7 12쪽
34 제34화 – 공범들 18.05.15 478 7 10쪽
» 제33화 – 버려진 시체 18.05.15 489 7 11쪽
32 제32화 – 의붓아버지 18.05.14 500 7 8쪽
31 제31화 – 정략결혼 18.05.13 478 7 7쪽
30 제30화 - 불법체류자들 18.05.12 487 8 7쪽
29 제29화 -반도금융그룹 회장 +1 18.05.10 531 7 8쪽
28 제28화 – 곤도 후미에 죽음 +1 18.05.09 514 8 8쪽
27 제27화 – 고베항 부두 18.05.08 514 7 9쪽
26 제26화 - 한국계 다나카 히로시 18.05.07 517 9 7쪽
25 제25화 - 잔인한 달의 카 섹스 18.05.05 517 9 8쪽
24 제24화 - 곱슬머리 사사키 18.05.05 516 10 9쪽
23 제23화 - CIA 스페셜 에이전트 18.05.04 542 10 7쪽
22 제22화 - Mr. S. 18.05.03 535 9 7쪽
21 제21화 - 비원의 추억 18.05.03 531 10 7쪽
20 제20화 - 소돔과 고모라에서 18.05.02 530 13 8쪽
19 제19화 - 어틀랜틱 시티 18.05.02 523 15 9쪽
18 제18화 - 스시 레스토랑 18.04.30 542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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