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DANROH 님의 서재입니다.

찰즈강 살인사건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DANROH
작품등록일 :
2018.04.09 12:23
최근연재일 :
2018.06.06 14:45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6,161
추천수 :
425
글자수 :
176,294

작성
18.05.16 16:38
조회
478
추천
7
글자
12쪽

제36화 – 사사키의 변신

DUMMY

교수가 공원에 도착했을 때, 옅은 구름이 하늘을 덮어 마치 커다란 천막 안에 들어 있는 느낌이다. 세 사람은 긴 소파에 나란히 앉는다.


“내가 소영이의 아버지라는 사람을 만난 것은 딱 한 번이예요. 그가 보스턴대학에 500만 달러를 기부한다고 하여 그 기부식에 참석하게 되었어요.


나는 사실 그런 자리가 싫지만.. 소영이가 내 과목을 듣고.. 또 하나는 소영이의 추천으로 그 기부금 운영위원회에 내가 들어가게 된 거예요.


그때 대학의 총장이 주최하는 점심이 있었는데.. 바로 그가 내 옆 자리에 앉았어요. 그저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하나 기억하는 건.. 소영이를 잘 부탁한다고.. 자신이 소영이에게 잘못한 것이 많다고..”


“좀 특이하군요. 미국의 학부모라면 그런 내용의 대화를 교수와 하지 않지요.”

커널리가 받는다.

“하지만.. 나는 아시아계 부모의 그런 말을 이해할 수는 있어요.”

에리카가 덧붙인다. 자신의 아버지를 생각하며.


“뭐 그 말을 하자고 두 사람을 만나자고 한 건 아니고요. 그 날 저녁에 남편과 커민이 소영이의 아버지와 따로 저녁을 했다고 나중에 들었어요. 당시만 해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무슨 연유에서었는지..”


“제가 일본에서 조사를 하며 알게 되었는데.. 김성구 씨는 중국의 금융시장에 진출하는 것에 큰 야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중에서도 중국의 대화은행과 제휴를 맺는 것을 추진해 왔다고..”


“대화은행이라고요..? 거기는 남편이 석좌교수를 따 내려고 노력하던 곳인데.. 게다가 커민이 근무하던 은행이고..”

“이걸 우연의 일치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에리카가 하늘을 보며 독백하듯이 말한다.


“절대로 우연이 아니지요. 계산과 욕망이 얽힌 관계예요.

커널리가 단언한다.

“나도 커널리 경감과 생각이 같아요.”


“그런데 그런 흔히 볼 수 있는 계산적인 야합과 살인을 어떻게 같이 놓고 생각할 수 있어요? 살인을 할 만한 강렬한 동기라는 게 안보이지 않아요?”


세 사람은 한동안 각자의 생각에 잠겨있다.


“그런 표면의 아래에 또 다른 흐름이 있었는지 몰라요.”

교수의 말이다.

“어떤..?”


“나는 세 사람을 모두 보았어요. 나이나 직업이나 국적 등 모두 다르지만 더 다른 것은 그들의 감성체계가 너무 다르다는 거예요. 벤자민은 철저한 출세주의자예요. 그는 출세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할 거예요. 다만 마음이 약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못할 뿐이예요. 타산적이지만 동시에 소심한 인물.


한편, 내가 관찰한 커민이라는 사람은 감정이 메마른 사람이예요. 사는 목적이 무언지 남이 봐도 모르겠는.. 그런 유형의 사람이랄까? 출세를 해도 좋고 안 해도 좋고.. 다만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중국인이라는 것에 대한 자부심. 자신이 중국이라는 거대한 문명을 구성하는 한 부분이라는 것에 대하여 일종의 과대망상을 가진 사람으로 보였어요.


그런데, 소영이는 어찌 보면 커민의 정반대 인간이예요. 감정이 풍부하고 그래서 상처가 많고.. 그리고 성장과정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자기 자신을 억압하는.. 커민의 정반대에 있는 과소 망상, 즉 나는 없다는 망상을 가지고 있다고 봐요.”


“그렇군요. 그 말씀에서 공감되는 바가 많아요. 혹시 김성구가 김소영의 의붓아버지라는 걸 아시나요?”


“뭐라고요? 그게 사실이예요?”


“네.”

“그렇군요. 그렇다면 그게 많은 것을 설명해요. 소영이의 가장 큰 문제는 애착이 없다는 거예요. 사람은 누군가에 애착을 가져야 바로 크거든요. 그게 대개는 엄마죠. 그리고 그 다음에 아빠..”


“제가 일본에서 알아 본 바로는 김소영은 의붓아버지 김성구를 극도로 회피하고, 친모에 대해서는 애정이 없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모친이 재혼으로 일본에 시집을 가니까 따라갔지만, 3년 만에 서울로 돌아가서 할아버지 아래에서 고교를 마치고 미국으로 온 것이지요.”


“할아버지..!”

“네.”

“그래서 걔가..”

“무슨 일이 있나요?”


“소영이는 전형적인 여성적 미인인데.. 하고 다니는 건 군인같이 입고 다녀요. 가방에 매달려 있는 장식도 지프차라거나 탱크..”

“그렇군요. 제가 한번 만났을 때에도 그런 인상을 받았어요. 소위 말하는 톰 보이 타이프..”


“그 원인이 할아버지였다는 거지요.”

커널리가 대화에 끼어든다.


“네. 우리 집에서 저녁을 같이 한 적 있었는데.. 그때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General Kwon이라고 하더군요.”

“General Kwon이라면 외할아버지 권인호를 말하는 거예요.”

“할아버지가 한국전쟁의 영웅 중 한 사람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걸 본 기억이 나요. 그 아이로서는 보기 드물게 얼굴이 환해져서..”


“잠깐만요..”

에리카가 소리를 지르며 갑자기 말을 끊으니 두 사람이 놀란다.


“커민이 죽은 후 그의 친구들을 내가 접촉해 보았는데.. 루 하이얀이라는 중국 여학생을 만났어요. 그녀가 커민의 물건을 사물함에 보관해 줄 정도로 친했던 것 같아요.. 그때 하이얀이 가지고 있던 것이 오래된 중국어 책이었는데.. 그 내용이 한국전쟁에 중국군이 참전한 이야기라고 해요. 그러면서 커민의 할아버지가 중국군의 장군으로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고..”


“그래요..?”

교수와 커널리가 동시에 놀란다.

“그렇다면 커민의 할아버지와 소영의 외할아버지가 한국전쟁에서 적군의 장군이었다는 거 아닌가요?”

커널리가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두 여자를 쳐다본다.


“이것도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드문 이야기네요.”

교수 부인도 혀를 찬다.

“이건 내가 다시 한번 살펴봐야겠어요.”

에리카는 힘주어 말한다.


“그런 그렇고 소영은 지금 어떤 상태에 있나요?”

“행방을 몰라요. 사라진 거지요.”

“혹시 한국으로 갔을까요?”

커널리가 묻는다. FBI는 아직 국경수비 쪽에 연락을 못한 상태이다.


“나는 아니라고 봐요. 소영이는 한국에.. 더 정확히는 가족에 큰 애착이 없었어요. 미국에서 여행하고 있다고 봐요.”

“혹시 짚이는 데는..?”

이 질문에 교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에리카를 보고 묻는다.


“일본에서 들은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그리고 소영이가 골프채로 커민의 뒤통수를 때렸다면.. 사태를 파악하고 그 처리를 해 달라고 사사키라는 사람에게 소영이가 연락을 했을까요? 나는 아무래도 그 점이..”


“저도 교수님과 같은 생각이예요. 김소영이 사사키에게 전화를 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싫으나 좋으나 엄청난 사태에 직면해서.. 할 수 없이 김성구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을까요?”

“맞아요.”


커널리가 동조한다.

“동의하는 이유는.. 김소영이 커민의 죽음 이후에 며칠 동안 보스턴에 있었다는 거지요. 그래서 에리카가 가서 만난 것이고. 이는 완벽하게 처리했으니 의심을 살 행동을 하지 말고 평소대로 있으라는 김성구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어요.”

“그렇군요.”

교수가 허리를 펴며 벤치에서 일어난다.


“교수님, 김소영이 어떤 자동차를 타는지 기억나세요.”

“아.. 그건.. 파란색 혼다 어코드예요. 색깔이 고와서 우리 집에 왔을 때 배웅하며 그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정확히는 아쿠아색이라고 하며..”

“네.. 그녀에게 무슨 습관 같은 것은..?”

“그 정도까지를 알 관계는 아니예요.”


세 사람이 헤어질 무렵 구름은 걷혀 있었다. 파란 하늘이 호수에 드려져 푸른 물색이다. 바로 aqua color.


* * *


“뭘 원해요?”


뉴욕 센트럴 파크 인근의 미용실 겸 문신 가게. 도박장 매니저에게 소개받은 주인은 듣던 대로 거구의 흑인 여자였다. 저 여자에게 안기면 호흡이 안 되겠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사사키는 대답을 한다.


“완전하게 달리 보이는 거..”

“뭐야. 여자 버리고 도망가는 거..?”

“비슷해.”


“따라오슈..”

여자가 앞장서 걷는데 윗 팔에 붙은 살덩이가 몸이 움직일 때마다 물결처럼 흔들린다. 저런 여자가 작업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사사키의 마음을 읽었는지 여자가 한 섹션의 휘장을 걷더니 말을 뱉는다.

“걱정 말고 누우슈. 다 벗고.”

“완전히?”

“Yes!”


흰 시트가 깔린 침대에 옷을 다 벗고 누워 있으니 여자가 젊은 여자를 데리고 들어온다. 급히 사타구니를 손으로 가리는 사사키를 보고 여자는 무성의하게 내뱉는다.

“그런 시시한 물건에 관심 없으니 릴랙스하고 누워요.”


자존심이 상한 사사키가 여자의 얼굴에 펀치를 날리고 싶은 충동을 누르고 눈을 감는다. 젊은 여자는 노트패드로 사진을 찍는다.


“완전히 달라진다는 건 얼굴만 달라진다는 게 아니지요. 당신을 아는 사람이 당신의 벗은 상반신을 보거나 하반신을 보거나 하는 모든 경우에 과거의 당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걸 의미해요.


또 하나 당신은 다시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어요?”


“음.. 아마도.”

“얼마나 후에?”

“한 반년?”


“좋아요. 그럼 이렇게 합시다.


첫째, 반년 정도 지탱할 정도로 전신을 탠으로 바꾼다.

둘째, 눈꺼풀 라인에 살짝 먹을 넣어 인상을 바꾼다.

셋째, 이마의 머리칼을 반 인치 정도의 폭으로 뽑아 이마를 넓게 한다.

넷째, 오른쪽 광대뼈 위쪽에 직경 1인치 정도의 넓은 점을 넣는다. 이것은 일 년 정도 갈 수 있음

다섯째, 가슴 가운데에 문신을 넣어 셔츠 사이로 보이게 만든다.

어때요?”


“글쎄..”

이때 옆에 있는 젊은 여자가 노트패드를 내민다. 거기에는 지금 흑인 여자가 말한 것이 구현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이 들어 있었다. 자신이 봐도 이 놈은 사사키가 아니다.


“좋아, 좋아. 얼마?”

“사천 달러.”

“좋아.. 오천 달러 줄 테니 예술작품 하나 만들어봐.”


이때부터 다섯 시간 동안 두 여자는 나체의 사사키를 요리한다.

그 다섯 시간 동안 사사키는 행동계획을 구상한다.


이 상태로 간다면 세 개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가능성의 순서로 본다면 첫째는 김소영이 FBI에 잡히는 것. 둘째, 자신이 잡히는 것. 셋째, 노리오가 한국과 미국의 사법공조에 걸려드는 것.


사사키 자신이 잡히는 가능성을 배제하고 본다면, 그가 급히 서둘러야 할 일은 두가지이다. 첫째, 김소영이 FBI에 잡혀 자신이 한 일에 대하여 자세히 자백을 하는 상황을 막는 것. 둘째, 노리오가 손을 쓰기 전에 케이먼 군도에 건너가 돈을 찾아 옮기는 것.


과거 5년간 위탁해 놓은 돈이 얼추 계산해도 1억 달러에 가깝다. 그중의 반 정도는 사사키가 노리오의 사인이 없어도 자력으로 찾을 수 있다. 어카운트 매니저 페인이라는 놈에게 한 10% 떼어 주면 일사천리로 처리해 줄 것이다.


기분 같아서는 당장 날아가 우선 돈을 찾고 싶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리스크를 먼저 없애야 한다. 냉정을 유지하는 게 생명과 돈을 지키는 길이다.


그렇다면 우선 해야 할 일은 김소영을 찾아 제거하는 것이다. 그 어린년은 사사키에게나 노리오에게나 처음부터 애물이었다. 진작 고베 바닷물 속에 넣었어야 할 년이다.


* * *


문신 팔러를 나왔을 때는 저녁 여덟 시. 거울에 비추어진 사내는 자신도 알아보기 힘들다. 헬로! 사사키는 씩 웃으며 길거리 유리창 속의 사내에게 미소를 짓는다.


맨해튼 5번가에 있는 버그도프 백화점에서 은은한 선글라스와 평범하고 중후한 양복을 사서 갈아입었을 때, 그가 거울에서 목격하는 것은 무슨 광고회사의 사장이거나 보험회사의 간부의 모습. 일단 성공이다. 감이 좋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차를 하나 렌트하여 보스턴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면허증은 에나츠 사토시 것을 쓰기로 한다.


보스턴. 이 어린년 때문에 두 번째 내려가는 것이다.

찾아 없애야 한다.

USA-NYC-Bergdorf_Goodman.jp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찰즈강 살인사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7 마지막 화 – 남기고 간 말들 +5 18.06.06 500 8 3쪽
46 제46화 – 롱펠로우 브리지 18.06.06 434 6 9쪽
45 제45화 – 마지막 사과 18.06.06 409 7 6쪽
44 제44화 – 김소영 살인 청부 18.06.04 437 5 9쪽
43 제43화 – 보스턴을 향하는 추격자들 +1 18.05.27 460 7 10쪽
42 제42화 - 모택동 주석께 드리는 서한 +2 18.05.25 495 6 11쪽
41 제41화 – 소영 제거 지시 18.05.22 469 7 10쪽
40 제40화 – 미국 하원 의원회관 18.05.18 483 7 12쪽
39 제39화 – 시카고 플레이보이 빌딩 18.05.18 521 8 12쪽
38 제38화 – 마지막 여행 +1 18.05.17 489 8 12쪽
37 제37화 – 두 명의 장군 18.05.17 494 7 11쪽
» 제36화 – 사사키의 변신 18.05.16 479 7 12쪽
35 제35화 – FBI 확대 수사회의 18.05.16 482 7 12쪽
34 제34화 – 공범들 18.05.15 479 7 10쪽
33 제33화 – 버려진 시체 18.05.15 489 7 11쪽
32 제32화 – 의붓아버지 18.05.14 500 7 8쪽
31 제31화 – 정략결혼 18.05.13 479 7 7쪽
30 제30화 - 불법체류자들 18.05.12 488 8 7쪽
29 제29화 -반도금융그룹 회장 +1 18.05.10 532 7 8쪽
28 제28화 – 곤도 후미에 죽음 +1 18.05.09 514 8 8쪽
27 제27화 – 고베항 부두 18.05.08 515 7 9쪽
26 제26화 - 한국계 다나카 히로시 18.05.07 518 9 7쪽
25 제25화 - 잔인한 달의 카 섹스 18.05.05 518 9 8쪽
24 제24화 - 곱슬머리 사사키 18.05.05 517 10 9쪽
23 제23화 - CIA 스페셜 에이전트 18.05.04 543 10 7쪽
22 제22화 - Mr. S. 18.05.03 536 9 7쪽
21 제21화 - 비원의 추억 18.05.03 531 10 7쪽
20 제20화 - 소돔과 고모라에서 18.05.02 531 13 8쪽
19 제19화 - 어틀랜틱 시티 18.05.02 524 15 9쪽
18 제18화 - 스시 레스토랑 18.04.30 543 11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