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DANROH 님의 서재입니다.

찰즈강 살인사건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DANROH
작품등록일 :
2018.04.09 12:23
최근연재일 :
2018.06.06 14:45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6,143
추천수 :
425
글자수 :
176,294

작성
18.05.05 14:54
조회
517
추천
9
글자
8쪽

제25화 - 잔인한 달의 카 섹스

DUMMY

한편 구엔은 커널리가 같이 술을 마셨다는 주차장 관리자를 찾았다. 그러나 야외의 주차장에는 어두운 조명 속에 차가 몇 대 남아 있고 관리인의 작은 사무실은 잠겨 있다.


여기까지 왔으니.. 하는 마음으로 주차장을 조용히 둘러본다. 늦은 밤이어서 텅 빈 주차장에 남아 있는 차는 여섯대 정도이다. 희미한 조명 속에서도, 세 대의 벤츠는 특유의 마크를 뽐내고 있다.


딱히 할 일이 없지만, 기왕 왔으니 번호판의 사진이라도 찍어 가자는 마음으로 접근할 때, 한 대의 차가 미세하게 흔들림을 보인다. 차량은 Benz E-450.


구엔은 급히 몸을 낮추고 접근하며 소형 나이트 비전 카메라를 꺼낸다. 옆 자동차에 몸을 숨기고 촬영을 하며 모니터에 드러나는 모습에 실소를 짓는다.


낮에 만났던 미스 김이라는 여자. 차의 뒷창에 드러난 그녀의 얼굴이 차가 흔들리는 진동에 맞추어 상하로 움직인다. 카 섹스!


당혹스럽다. 정식 수사 안건이 아닌데 형사로서 몸을 숨기고 남의 은밀한 사생활을 지켜 보아야 하나? 하지만 진행 중인 건은 FBI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항이다. 게다가 엘리트 수사원이란 평을 가진 에리카의 특별한 부탁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닌가?


다리가 저려오는 것을 참으며 한 10분을 쪼그려 앉아 촬영을 하고 있는데 차의 움직임이 멈춘다. 그리고 얼마 후에 차문이 열린다. 구엔은 침을 삼키며 주목한다.


먼저 내린 것은 미스 김이다. 그 다음은? 곱슬머리는 아니었다. 구엔이 회사의 초인종을 눌렀을 때 나왔던 사내다. 다리를 절고.. 영어가 안되던. 두 사람은 아무 말없이 헤어져 각자 근처의 다른 차로 이동한다.


그들이 사라지고 녹음된 영상을 두 번 돌려 보았을 때, 에리카의 모습이 보인다. 두 사람은 주차장 근처의 벤치에 앉는다. 멀리 밤 바다에 하얀 파도가 밀려온다.


“무슨 성과가 있었어요.”

에리카의 질문에 구엔은 말없이 카메라를 건네준다.


“의미 심장한 동영상이네요.”

다 보고 난 에리카가 뱉은 말.

어색한 마음으로 앉아 있던 구엔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다.

“무슨 뜻이지요?”


“이 벤츠는 절름발이의 차는 아니겠지요? 미스 김 차도 아닐테고.”

“그렇게 봐야지요. 각자 다른 차를 타고 떠 났으니.”

“그렇다면 사사키의 차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일본의 제대로 된 야쿠자라면 보스의 차 안에서 여자와 성행위를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야쿠자들이 새끼 손가락 잘리는 두 이유를 아세요?”

"뭐에요?"

"하나는 오야붕의 돈을 훔치는 것, 또 하나는 오야붕의 여자를 건드리는 것."

“그렇다면 잠재적으로 보스를 무시하거나 반감을 가지고 있거나..”

“아무래도 이들이 무늬 만 야쿠자로 보여요.”


“좋은 분석이에요. 나도 지금까지 뉴욕에서 야쿠자들을 꽤 경험해 보았는데.. 뭔가 얘들은 분위기가 달라요.”

“게다가 미스 김이라는 여자.. 어린 여자라고 하던데.. 성격이 대담하거나.. 사사키에 대한 반감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죠?”

“아니면 절름발이와 뭔가 불가분의 관계, 또는 거부할 수 없는 관계..?”

“그것도 생각해 볼 말이에요.”


“그리고 절름발이.. 나도 그를 보았는데.. 심한 불구는 아니었어요. 그리고 그가 운전을 한다는 건..”

이 말을 하며 에리카는 구엔을 쳐다본다.

“오른 발은 멀쩡하다는 거..”


“아침에 일찍 보스턴으로 내려갈 생각이에요. 아마 회의 결과에 따라 내가 일본으로 파견될 거에요. 그래서 말인데.. 내가 이곳 FBI에게 필요하면 협조를 구하겠지만.. 구엔도 뉴워크나 어틀랜틱 시티에서 내가 알고 싶은 거.. 좀 도와 줄래요.”

“좋아요. 나도 무척 관심이 있어요.”


* * *


4월 들어 첫 화요일 오후에 FBI 보스턴 오피스에 열린 확대 수사회의는 워싱턴에 있는 FBI 본부, 샌프란시스코 오피스, 뉴워크 오피스, 어틀랜틱 시티 오피스가 모두 화상으로 연결된 대형 회의였다.


경찰에서는 보스턴 경찰서장, 해체된 수사본부의 캡틴, 그리고 커널리 경감이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있다.


에리카가 발표한 현황보고는 파워 포인트에 주요 안건이 리스트업 되어 있다.


① 커민의 여자 친구 김 소영에 관한 건

② 찰즈강에서 발견한 시체 자루건

③ 일본 고베항 – 동부 뉴워크항 사이의 컨테이너 화물 운송

④ 시체자루에 사용된 대두 자루 및 미국 동부에서의 대두 소비

⑤ 대두 수입업자가 종사하는 Tanaka Holdings 그룹

⑥ 동사의 어틀랜틱시티에서의 활동

⑦ Mike Sasaki라는 인물의 파악과 동향


총 7개의 항목으로 분류된 정보들을 에리카가 한시간 넘는 시간을 가지고 자세히 설명했을 때, 실내에서는 가벼운 박수와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회의실 안이나 온라인 통신의 침묵을 깬 사람은 보스턴 오피스의 브라운이었다.


“우선 큰 것부터 정합시다. 에리카 요원의 보고를 듣고 내려야 할 첫번 째 결정은 이 사건 수사의 재개 여부입니다. 지금까지의 상황전개로 보아, 재수사는 절대 명제입니다. 본부에서 이를 허가해 주기 바랍니다.”


워싱턴 본부의 상급자는 FBI 부국장. 일선의 요원들은 만날 기회가 없는 사람이다.


“좋아. 허락한다. 다만 국장과 백악관의 허가는 받아야 돼. 그건 내가 책임질께. 다만, 이 사건은 내가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철저한 엠바고. 만약 언론에 누설된다면 수사는 즉시 중지하고, 관련자는 처벌한다. 오케이?”


“경찰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보스턴 경찰서장의 질문이다.


“역할? 그런거 없지. 이 사건은 지금부터 완전히 FBI 비즈니스. 다만 경찰도 엠바고에 철저히 따라 주시오. 대통령에게 엠바고에 관하여도 미리 양해를 얻어 놓을 테니까.”


잠시 침묵이 흐르는 사이에 에리카가 손을 들고 발언을 한다.

“잊혀져 가던 이 대형 사건이 다시 살아나는 데에는 경찰 쪽에서 보스턴의 커널리 경감과 뉴워크의 구엔 경사의 도움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두 형사의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알았어. 그건 내 선에서 알아서 할게.”

브라운이 힘 주어 말한다.


“그러면 보스턴 오피스가 이 사건의 수사본부가 되고, 리드 수사원은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의 에가와 요원이 참가하는 것으로 하지요. 부국장님이나 샌프란시스코 오피스 동의하는 걸로 알겠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브라운, 코토우스키, 커널리와 함께 앉은 자리에서 에리카는 곧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 출장 준비를 하고 동경으로 떠나겠다는 생각을 밝힌다.


* * *


사무실 밖으로 나왔을 때는 이미 늦은 오후.

“에리카, 아직 조금 이르지만 전에 갔던 보스턴 하버 시푸드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라도 할까?”

“좋아요. 이번에는 FBI가 박봉에서 쏘는 걸로.”


캠브리지를 통하여 보스턴으로 넘어가는 길은 어차피 찰즈강을 끼고 가야 한다. 두 사람은 차 안에서 말이 없다. 창 밖으로 잊을 수 없는 장면들이 지나가고 있다.


하버드대학, 홈리스, 세븐 일레븐, 커민의 아파트, 그의 시체를 담았던 자루.. 그리고 두 사람이 차 안에서 나누었던 수 많은 대화들..


강을 보며 운전을 하는 커널리가 뜬금없이 묻는다.


“T.S. 엘리옷이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하며 뭐라고 그랬지?”

“갑자기 생각이 안나네.”

“기억들과 욕망들이 뒤섞이는 달”

“맞아, 기억 나. Memory and Desire, stirring.”

the-waste-land.jpg

waste land 2.jp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찰즈강 살인사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7 마지막 화 – 남기고 간 말들 +5 18.06.06 500 8 3쪽
46 제46화 – 롱펠로우 브리지 18.06.06 434 6 9쪽
45 제45화 – 마지막 사과 18.06.06 409 7 6쪽
44 제44화 – 김소영 살인 청부 18.06.04 436 5 9쪽
43 제43화 – 보스턴을 향하는 추격자들 +1 18.05.27 459 7 10쪽
42 제42화 - 모택동 주석께 드리는 서한 +2 18.05.25 494 6 11쪽
41 제41화 – 소영 제거 지시 18.05.22 469 7 10쪽
40 제40화 – 미국 하원 의원회관 18.05.18 483 7 12쪽
39 제39화 – 시카고 플레이보이 빌딩 18.05.18 521 8 12쪽
38 제38화 – 마지막 여행 +1 18.05.17 488 8 12쪽
37 제37화 – 두 명의 장군 18.05.17 493 7 11쪽
36 제36화 – 사사키의 변신 18.05.16 478 7 12쪽
35 제35화 – FBI 확대 수사회의 18.05.16 482 7 12쪽
34 제34화 – 공범들 18.05.15 478 7 10쪽
33 제33화 – 버려진 시체 18.05.15 489 7 11쪽
32 제32화 – 의붓아버지 18.05.14 500 7 8쪽
31 제31화 – 정략결혼 18.05.13 478 7 7쪽
30 제30화 - 불법체류자들 18.05.12 488 8 7쪽
29 제29화 -반도금융그룹 회장 +1 18.05.10 531 7 8쪽
28 제28화 – 곤도 후미에 죽음 +1 18.05.09 514 8 8쪽
27 제27화 – 고베항 부두 18.05.08 514 7 9쪽
26 제26화 - 한국계 다나카 히로시 18.05.07 517 9 7쪽
» 제25화 - 잔인한 달의 카 섹스 18.05.05 518 9 8쪽
24 제24화 - 곱슬머리 사사키 18.05.05 516 10 9쪽
23 제23화 - CIA 스페셜 에이전트 18.05.04 542 10 7쪽
22 제22화 - Mr. S. 18.05.03 535 9 7쪽
21 제21화 - 비원의 추억 18.05.03 531 10 7쪽
20 제20화 - 소돔과 고모라에서 18.05.02 530 13 8쪽
19 제19화 - 어틀랜틱 시티 18.05.02 523 15 9쪽
18 제18화 - 스시 레스토랑 18.04.30 542 11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