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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ROH 님의 서재입니다.

찰즈강 살인사건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DANROH
작품등록일 :
2018.04.09 12:23
최근연재일 :
2018.06.06 14:45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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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42
추천수 :
425
글자수 :
176,294

작성
18.05.1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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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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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40화 – 미국 하원 의원회관

DUMMY

미국 하원의 많은 사무실들과 회의실들은 세 개의 빌딩에 나뉘어져 있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레이번 (Rayburn), 롱워스(Longworth), 캐논(Cannon)의 세 빌딩이다.


소영과 테리는 레이번 빌딩 1층의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다.


“미국 국회의원들이 일하는 빌딩에 내가 들어가도 될까?”

소영의 얼굴은 잔뜩 긴장해 있다.


이틀 전에 그녀를 본 사람은 금발의 이 미녀를 전혀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금발로 염색한 머리는 어깨 아래로 펴져 있고 의복은 가장 여성적인 스타일을 구현하도록 노력한 것이다. 섬세한 꽃 무늬의 롱 스커트, 크림색의 블라우스, 그리고 다채로운 얼굴화장. 게다가 하이힐. 과거의 보이쉬한 모습은 완전히 사려졌다.


“걱정하지마. 의원회관의 입장은 의외로 간단해. 금속탐지기만 통과하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으니까.”

"하지만 밖에는 저렇게 특공 경찰들이 기관단총을 매고 있으니.."

"이게 오늘의 미국이야."


의원회관의 커피숍에서 만난 샌더슨 교수는 아직도 군인의 엄숙함이 얼굴에 남아 있는 신사였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싱글벙글이다.


커피를 주문하러 둘이서 카운터로 가면서 아들에게 묻는다.

“저 여자 괜찮다. 아주 마음에 들어. 걸프렌드냐?”

“아빠, 꿈 깨세요. 전혀 아니니까. 오늘 이야기에서 아예 그런 내색을 하면 안돼요. 그리고 엄마에게는 절대 비밀이에요.”

“왜 안돼. 도대체..”

세 사람이 커피를 놓고 자리에 앉자 소영이 인사를 하고 용건을 말한다.


“교수님. 갑자기 죄송하지만.. 제가 조금 급히 알아야 할 것이 있어서요. 학술적인 연구는 아니에요. 우선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공군의 간부로서 딩웨이민이라는 인물에 대하여 들어보셨는지요?”


“딩웨이민.. 내가 알기로는.. 군인으로서 출중한 인물은 아니에요. 물론 그도 고급장교로서 소장, 즉 투 스타로 예편했어요. 한국전쟁사를 연구하는 사람들 중에서 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지원군의 유일한 연락 무관이었다는 것. 즉, 그는 전투를 지휘한 것이 아니라, 중공군과 북한 인민군을 연락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었다는 거지요.


그는 특히, 중국공산당이 인민지원군을 결성해서 한국전쟁에 투입시켰던 1950년 10월부터 전쟁이 휴전이 될 때까지 전쟁의 모든 상황을 모택동에게 보고하는 것이 주임무였죠.”


“그럼 이 사람이 그 유명한 장진호 전투와는 관계가 없나요?”

테리가 묻는다.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없지. 어느 전선에서인가 있었을 테니. 장전호 전투는 중공의 개입이 시작되고 한달 후인 1950년 11월에 중공의 제9병단이 참전하여 미군과 17일간 치열한 전투를 벌인 것으로 유명하지.


이때 영하 37도의 엄청난 추위여서 미군에 큰 피해가 있었어. 그래서 나중에 The Coldest Winter라는 책이 나오기도 했지. 내가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는, 그 유명한 장전호 전투는 17일 간 벌었졌던 특정한 전투이고, 딩웨이민과 한국 내지는 한반도의 관계는 3년에 걸치는 커다란 관계라는 것이지.”


“그러면 딩웨이민이라는 장군은 결국 전쟁이 벌어졌던 기간 내내 한반도에 있었군요.”

소영의 질문이다.

“그렇지. 그 사람이 3년 동안 한반도에서 안 가본 곳이 없을 거에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이 번에는 샌더슨 교수가 묻는다.

“그런데 아름다운 아가씨가 이런 케케묵은 이야기를 왜 물을까?”


이 질문에 대답을 않고 고개를 숙인 소영의 눈에서 사정 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샌더슨 부자도 아무 말을 못하고 보고 있고 테이블엔 침묵이 흐른다. 의회의 어떤 회기가 시작되었는지 주위에 사람도 별로 없다.


눈물을 닦고 고개를 든 소영이 샌더슨 교수를 정시한다.

“교수님. 놀라지 마세요. 제가 사람을 죽였어요. 경찰에 자수하기 전에 꼭 알아야 할 것이 있어 이렇게 왔어요. 너무나 무리하고 어처구니 없는 걸 잘 알지만.. 이해하고 도와 주시기 바랍니다.”


샌더슨 교수는 한동안 눈을 감고 호흡을 고른다.

“내가 이 테리를 믿어요. 그 연장선에서 그대도 신뢰할 게요. 그러니 아주 간단하게 누구를 왜 죽였는지 말해 봐요. 비밀은 지킬게요.”


“딩웨이민의 손자가 되는 딩커민이라는 사람이에요. 그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다니고 있었고, 저는 보스턴대학 대학원생이에요. 양 부모의 소개로 일년 이상 사귀었는데.. 만날 때마다 제 외조부를 모욕하는 발언을 하는데.. 제가 분노 조절을 못하고 우발적으로..”


“아가씨의 외조부가 누굽니까?”

“권인호씨라고..”

“아니, 뭐라구? 권 대사님. 내가 일본에 근무할 때 만나 뵙기도 했는데.. 정말 훌륭한 군인이자 신사지요.. 지금은 어떻게 지내세요?”

“3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유감이군요.”

“제 의문은 군대를 가보지도 못한 커민이 자신의 할아버지에게서 무슨 말을 들었기에 그토록 한국과 한국인에 대하여 형편없는 말을 하는지..”


“일단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그가 할아버지로부터 무언가 일반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지. 상상으로 다른 나라 사람을 모욕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 결국 이것은 중국 엘리트층이 한국에 대하여 가진 인식의 문제인데.. 한 가지 짚이는 것은 있어요.”

“그게 무엇이죠?”


“딩웨이민은 소장으로 예편한 후.. 한동안 중국 공산당 당교에서 가르쳤어요. 당교(黨校)란 문자 그대로 party school이지. 중국을 지배하는 공산당의 간부들을 교육시키는 학교에요. 그가 이 곳에서 가르치며.. 밖에서 들을 수 없는 비화나 야화 등을 많이 말했을 가능성은 있어요.


그리고 남의 가정사야 모르지만 할아버지로부터 많은 말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맞어요. 커민은 아버지가 여기 저기 지방의 당서기나 성장을 역임하느라 할아버지 곁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했어요?"


"아버지가 누군데?"

"딩슈량씨라고 지금 정치국원의 한 사람이에요."

"뭐라구..?"

교수의 눈이 둥그레진다.


“그렇다고 제 외조부를 찝어서 그렇게 심하게 말하는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그건 이 자리에서 대답할 준비가 안되어 있는데.. 하루 정도 시간을 줘봐요. 내가 대학의 한국전쟁 역사실에 가서 중공군의 딩웨이민과 한국군의 권인호라는 두 장군이 결부되는 어떤 전투나 사건이 있었는지 알아볼게요.”


세 사람은 내일 다시 만나기로 일단 자리를 뜬다.

“가능한 한 밖에 나가지 말고 호텔 안에서 지내도록 해요.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 * *


한편 에리카와 코토우스키는 두 번째의 의문, 즉 커민의 살해 현장을 처리하라고 누가 누구에게 어떻게 지시를 내렸는가를 알아보기로 한다.


우선 불려온 것이 박진우와 김양희.


“두 사람은 모두 위에서 시키는 것을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다는 걸 우리는 압니다. 따라서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면 우리도 그걸 충분히 감안할 겁니다. 알겠어요?”


코토우스키가 한 사람씩 번갈아 보며 확인하듯이 말을 한다. 두 사람은 조용이 고개를 끄덕인다.


“우선 박진우씨. 3월 6일 새벽에 김소영의 집에 온 것은 사사키의 지시에 따른 거라고 했지요?”


“네. 그런데 미국 동부에 있는 사사키가 김소영의 집에서 살인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나요? 김소영이 사사키에게 전화를 했나요?”


박진우는 말 없이 고개를 가로 젓는다.


“서울에 있는 회장님의 지시라고 사사키가 그랬어요.”

김양희가 끼어든다.

“언제요?”

“로젠버그 집에 골프채를 가져다 놓고 뉴저지로 올라가는 차 안에서 그랬어요. 자기가 몇 살인데 아직도 이런 궂은 일을 시키느냐고 하면서.”


“호 그래요?”

에리카가 반갑다는 듯이 말을 받는다.

“서울에 있는 김성구와 사사키는 자주 연락을 하나요? 이미 사사키의 통화 내역을 조사 시켜 놓았으니.. 가능한 한 자세히 솔직하게 말해줘요.”


“사무실에서는 일이 있을 때 일주일에 한두 번 인데.. 그 외에 다른 장소에서 얼마나 통화하는지는 모르겠어요.”


“사사키가 미국을 뜨는 일이 자주 있나요?”

“제가 일한 과거 3년 정도 일본이나 한국을 간 적은 없어요. 다만 케이먼 군도에는 자주 가는 편이지요.”


“에나츠씨도 케이먼 군도에 가나요?”

“제가 알기론 간 적이 없어요. 회사에서 케이먼과 연결이 되는 사람은 사사키 뿐이에요.”


“박진우씨, 사사키를 안 것은 어느 정도 됩니까?”

“한 20년 이상.. 제가 한창 킥복싱 대회를 다니던 10대 후반 부터니까요.”


“사사키는 가족이 없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미국에서도 독신이에요?”

“사사키씨가 사생활을 철저하게 비밀로 하기 때문에 알 수가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아요.”


“김양희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전화 통화를 할 때, 얼핏 뉴저지 포트 리에 있는 베니바나라는 살롱에 전화를 걸어 마담을 찾는 것을 몇 번 들은 것 같아요.”

“베니바나.. 紅花, Red Flower?”

에리카가 종이에 한자를 쓰며 중얼거린다.

“맞어요. 그 한자가 쓰여 있는 성냥갑을 본 기억이 있어요.”


“박진우씨.”

“네.”

“우리 남자 대 남자로 말합시다. 도와주면 기소 단계에서 죄를 가볍게 한다는 약속을 우리는 지킵니다. 일단 재판으로 넘어가면 그 때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니..”

“알겠어요.”


“지금 사사키는 어디에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박진우는 천정을 올려다 보더니 엉뚱한 말을 한다.

“담배 한대 피울 수 있을까요?”

코토우스키는 인터폰을 눌러 담배와 연기 흡인기를 가져오도록 한다.


박진우의 담배연기는 앞에 놓기 연기 흡인기로 빨려 들어간다. 이런 서비스를 요구하는 범죄자들이 종종 있는 모양이다.


“내가 파악하는 사사키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두 가지에요. 두 가지 모두 지금까지의 상전인 김성구를 배신하는 일이지요.


하나는 이 사건이 공개되고 법정에 불려가기 전에 케이먼에 있는 돈을 가능한 한 많이 자신의 명의로 돌려 놓는 것.


둘째는, 김소영의 입을 막는 것. 즉, 제거하는 것. 김소영의 제거되면 미국에서 이 재판이 커지지 않을 것이고, 본인은 김성구의 지시를 따른 것 뿐이라고 주장하여 최소한의 벌을 받는 것이지요.


그리고 사사키는 김성구가 어떤 수단를 쓰더라도 미국의 소환에 응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요. 따라서 김소영 만 없어지면.. 이 사건은 그냥 공중에 떠 버리는 거지요.


“흠..”

코토우스키의 한숨 소리가 들린다.


“하나 만 더.. 사사키가 지금 어디에 있다고 봅니까?”


이 질문에 담뱃갑에서 한 개피를 더 꺼낸다. 마치 동료라도 된 듯이.


“아까 미스 김이 말한 베니바나에 가면 함마라는 별명의 일본인이 올 겁니다. 대머리에 목의 뒷 부분에 전갈의 문신을 하고 있어요. 그 놈이 사사키의 일본인 오른팔이에요. 지저분하고 자질구레한 일은 그 놈이 다해요. 사사키가 김소영을 찾는다면 함마를 통해 사람들을 쓸 겁니다.”


"수고 했어요."

두 사람이 일어 나는데 에리카가 박진우를 불러 세운다.

"그런데.. 피해자 커민의 팔굽은 왜 부러진 거에요?"

"에나츠 그 새끼가 힘이 없어서.. 들고 가다가 다리 난간에 잠깐 얹어 놓는 다는 것이.. 너무 덜컥 놓는 바람에.. 에이 찌질이 새끼.."

"알겠어요.


* * *


두 사람을 내보내고 코토우스키와 에리카는 심문한 내용을 조용히 음미한다.


“포트 리에 누굴 보낼까?”

“FBI에서 제프, 그리고 커널리와 구엔 두 형사의 도움을 받으면 어떨까요? 그 셋이 이제는 호흡도 잘 맞고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요.”

“좋아. 그렇게 하지.”


“에나츠는 어떻게 할까요?”

“FBI의 다른 부서에서 하고 있는 역외 탈세 및 불법 외화반출과 관련한 초기 조사의 결과가 나온 후에 하자구.”

raybu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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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마지막 화 – 남기고 간 말들 +5 18.06.06 500 8 3쪽
46 제46화 – 롱펠로우 브리지 18.06.06 434 6 9쪽
45 제45화 – 마지막 사과 18.06.06 409 7 6쪽
44 제44화 – 김소영 살인 청부 18.06.04 436 5 9쪽
43 제43화 – 보스턴을 향하는 추격자들 +1 18.05.27 459 7 10쪽
42 제42화 - 모택동 주석께 드리는 서한 +2 18.05.25 494 6 11쪽
41 제41화 – 소영 제거 지시 18.05.22 469 7 10쪽
» 제40화 – 미국 하원 의원회관 18.05.18 483 7 12쪽
39 제39화 – 시카고 플레이보이 빌딩 18.05.18 521 8 12쪽
38 제38화 – 마지막 여행 +1 18.05.17 488 8 12쪽
37 제37화 – 두 명의 장군 18.05.17 493 7 11쪽
36 제36화 – 사사키의 변신 18.05.16 478 7 12쪽
35 제35화 – FBI 확대 수사회의 18.05.16 482 7 12쪽
34 제34화 – 공범들 18.05.15 478 7 10쪽
33 제33화 – 버려진 시체 18.05.15 489 7 11쪽
32 제32화 – 의붓아버지 18.05.14 500 7 8쪽
31 제31화 – 정략결혼 18.05.13 478 7 7쪽
30 제30화 - 불법체류자들 18.05.12 488 8 7쪽
29 제29화 -반도금융그룹 회장 +1 18.05.10 531 7 8쪽
28 제28화 – 곤도 후미에 죽음 +1 18.05.09 514 8 8쪽
27 제27화 – 고베항 부두 18.05.08 514 7 9쪽
26 제26화 - 한국계 다나카 히로시 18.05.07 517 9 7쪽
25 제25화 - 잔인한 달의 카 섹스 18.05.05 517 9 8쪽
24 제24화 - 곱슬머리 사사키 18.05.05 516 10 9쪽
23 제23화 - CIA 스페셜 에이전트 18.05.04 542 10 7쪽
22 제22화 - Mr. S. 18.05.03 535 9 7쪽
21 제21화 - 비원의 추억 18.05.03 531 10 7쪽
20 제20화 - 소돔과 고모라에서 18.05.02 530 13 8쪽
19 제19화 - 어틀랜틱 시티 18.05.02 523 15 9쪽
18 제18화 - 스시 레스토랑 18.04.30 542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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