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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ROH 님의 서재입니다.

찰즈강 살인사건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DANROH
작품등록일 :
2018.04.09 12:23
최근연재일 :
2018.06.06 14:45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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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32
추천수 :
425
글자수 :
176,294

작성
18.05.16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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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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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제35화 – FBI 확대 수사회의

DUMMY

의붓아버지가 테리를 창고에 가두어 놓고 소영을 협박한 일이 있은 후, 소영이 테리의 얼굴을 정면으로 본 적은 없다. 친구를 통하여 미안하다는 말을 전한 이후, 테리가 국제학교에 다닌 것은 오직 일 년 남짓. 그 후, 테리는 아버지가 미국 동부의 해군기지로 전근하며, 버지니아대학에 진학하였다는 말을 친구에게 들었을 뿐이다.


테리 오카모토. 김소영. 일본에 사는 두 외국인 틴 에이저의 사랑.

그야말로 팝송 Puppy Love의 이야기.


하지만 유행가 가사가 철학책보다 수긍이 갈 때가 많다. 둘의 풋내기 사랑을 깡패를 동원하여 끊어 놓은 김성구의 행위는, 인생을 알만한 20대 후반이 된 지금 생각해 봐도 용서할 수 없다.


Tell them it isn’t fair to take away my only dream..


노래의 가사처럼 상처 많은 소녀의 유일한 꿈을 앗아간 사건. 그리고 테리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한 번도 하지 못한 미안함..


테리와 보냈던 시간을 추억하는 소영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세상은 결국 자신에게 fair하지 않을 거라는 것. 인생은 심지어 내게 골프채로 사나이의 뒤통수를 때리는 상황마저 강요하지 않았는가?


결국 이 인생에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을 때 소영의 마음은 편해진다. 앞으로 남은 시간들은 그저 이 몸뚱이로 소비해 버리는 것. 그렇다면 한 가지는 꼭 해야 한다. 테리를 만나 사과를 해야 한다.


고베 국제학교 동기생에게 테리의 근황을 들은 것은 일 년 전이었다. 페이스북을 하는 애들에 의하면 테리가 변호사가 되어 시카고의 법률회사에 취직했다는 것.


자동차에 앉아 엔진을 튼 소영은 내비게이션에 시카고를 입력한다. 그리고 액셀을 밟는다. 그녀는 오래간만에 희열을 느낀다. 마치 자동차와 아름다운 섹스를 하는 듯한.


* * *


4월 18일 오전 9시. FBI 보스턴 오피스.


브라운 요원이 주재하는 수사회의에는 20명 가까운 요원들이 자리를 하고, FBI 본부, 어틀랜틱 시티 오피스, 샌프란시스코 오피스, 그리고 보스턴 경찰마저 화상으로 연결된 대형 회의였다.


비행기 시차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에리카. 붕어가 물 마시듯 커피를 마시고 있고, 옆자리의 커널리는 그 모습을 훔쳐보고 있다.


브라운 요원이 입을 연다.


“커민의 시체가 발견된 3월 11일로부터 5주, 그리고 벤자민 로젠버그 교수가 자살한 3월 20일로부터 거의 한 달이 지났습니다.


중국정부의 강력한 요청으로 인하여 경찰의 수사가 중단되었으나, 우리 요원이 찰즈강에서 고베항의 스탬프가 찍힌 자루를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수사가 재개되어 FBI로 넘어오게 된 것입니다.


그 사이에 FBI 요원들이 보여 준 활약은 눈부신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사건의 전모가 대략적으로 파악이 되었고, 범행의 주체는 보스턴대학에 유학하는 김소영 및 그의 가족이며, 시체를 유기하는 과정에서 방조한 자들이 어틀랜틱 시티에 거주하는 일본인 또는 한국계 일본인들인 것으로 판명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이 수사는 코토우스키 요원을 반장, 에리카 요원을 부반장으로 하여 진행해 나갈 것입니다.”


이 말에 이어 코토우스키가 주요한 발견 점들을 정리하여 대형 스크린에 프로젝트한다.


<주요 발견 사항>


① 피해자의 사체를 담아 강에 버리는 데 쓰인 자루는, 고베항 부두에 소재하는 다나카 창고라는 회사에서 동일한 것이 발견되었다.


② 이 자루가 미국으로 와 캠브리지에서 사용된 데에는 Tanaka Holdings, Inc.로 대표되는 회사들이 관여된다.


③ 특히 어틀랜틱 시티에서 활동하는 마이크 사사키 (본명 사사키 료타로)와 그가 지휘한 3명이 3월 6일 밤에 어틀랜틱 시티에서 캠브리지로 두대의 차량으로 이동해 와, 사체를 캠브리지강에 버렸다.


④ 사체가 있던 곳은 캠브리지시 메모리얼 드라이브 900번지에 소재하는 2층 가옥의 1층으로서, 이곳은 보스턴대학에 재학 중인 김소영 (한국 국적, 여, 28)이 거주하는 곳이다.


⑤ 어틀랜틱 시티에서 이동해 온 일당의 두 명 (사사키 료타로, 김양숙)은 위 김소영의 거실에 있던 골프채를 원 소유주인 벤자민 로젠버그의 자택 뒤뜰에 가져다 놓음으로써, 살인죄를 그에게 전가하려고 획책했다.


⑥ 한편 에리카 요원이 가서 조사를 하던 고베시 소재의 Tanaka Trading의 여직원이 교살되었다. 이는 다나카 그룹이 가진 일본과 미국 사이의 연관성의 흔적을 없애려는 의도에서 이루어진 범행으로 판단된다.



<참고 사항>


① 커민과 김소영은 교제하는 관계였다.


② 김소영의 부친 (김성구)은 한국의 주요 금융회사인 반도금융그룹의 회장이다.


③ 김성구는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인으로 일본명은 다나카 노리오이다.


④ 이 사건과 관련되는 다나카 계열의 모든 회사는 실질적으로 김성구의 경영권 아래에 있다 (부친 다나카 히로시는 이미 사망).


⑤ 미국 동부의 뉴욕주와 뉴저지주 일대의 사업을 지휘하는 마이크 사사키는 김성구의 휘하에 있으며, 김성구를 도와 자금을 케이먼 군도에 도피시키는 일을 도왔다.


코토우스키가 여기까지 보고를 마쳤을 때, 실내는 적막에 싸여 있다. 그 적막을 깬 것은 FBI에 본부에 있는 부국장이었다.


“그렇다면 살인범으로 추정되는 김소영, 그리고 피해자 시체 유기와 범행도구 은폐를 주도한 사사키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화상으로 보이는 그의 얼굴은 얼핏 미소를 짓는 것처럼 보이지만 음성은 다급하고 화가 나 있다.


“아직 파악을 못하고 있습니다.”

“허 저런.. 이 두 사람의 체포가 급선무이군..”


이 말에 아무도 대꾸를 못한다.


“그대들을 나무라는 게 아냐. 짧은 시간에 대단한 성과를 거두었어. 이제부터 두 사람의 체포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는 뜻..”

“잘 알겠습니다.”

브라운이 대답을 보태고 말의 화살을 코토우스키에게 돌린다.

“체포조는 어떻게 구성할 생각입니까?”


“김소영 체포조는 에리카 요원과 보스턴 경찰의 커널리 경감을 책임자로 하고, 사사키 체포조는 어틀랜틱 오피스의 제프 히긴즈 요원과 뉴저지 경찰의 구엔 경사를 책임자로 하겠습니다.”


“좋아. 빨리 진행해. 본부에서도 필요한 건 다 도울 테니까.”

부국장의 말로 수사회의는 끝난다.


* * *


오랜만에 만나서 점심을 같이 먹은 에리카와 커널리는 보스턴대학으로 발길을 옮긴다. 우선 로젠버그 교수 부인을 만나기로 했다. 수사보다도 도리의 문제이다.


그녀는 연구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책꽂이를 배경으로 컴퓨터에 둘러 싸여 앉은 단아한 모습. 남편을 잃은 슬픔과 충격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침착한 얼굴이다.


“어쩐 일이세요. 그렇지 않아도 나도 한번 연락할까 생각했는데..”

교수는 에리카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어머.. 교수님이 제게.. 어쩐 일로?”


“내가 이 대학을 떠나기로 했거든요. 마침 이번 학기에 맡은 강의가 없어서.. 학교에 많이 나오지 않고.. 다음 학기부터는 고향인 오클라호마의 작은 대학으로 옮겨 가르치기로 했어요.”

“마음이 아프네요. 보스턴대학은 생물학에서 명문이라 들었는데..”

“뭐.. 내가 하는 연구는 식물이 주이니까 크게 관계없어요.”


“그런데.. 두 분은 어쩐 일로..?”

교수가 두 수사관을 번갈아 쳐다본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에리카가 말은 잇는다.

“교수님.. 저희가 대신 용서를 구해야겠어요.”

“무슨 말씀.. 경찰이 내게 왜 용서를..”


“우선 보스턴 경찰의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로젠버그 교수님의 사생활이 언론에 노출되게 한 것은 분명히 경찰의 실수입니다. 일개 경감이지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커널리가 고개를 숙인다.


“불이 나서 집이 다 탔는데.. 이제 와서 소방서에서 사과를 하는 격이군요.”

이 말을 하는 교수의 표정이 한결 어둡고 차갑다.


에리카는 마음속에서 단어를 고르고 고르다가 입을 연다.

“그보다 교수님이 더 큰 상처를 받으실 일이 있어요..”

머뭇거리는 에리카를 보며 교수가 재촉한다.

“말해요. 비 맞는 김에 폭우면 어때요.”


“당연히 여기시겠지만 로젠버그 교수님은 범행과 관계가 없어요.. 경찰이 자택을 수사한 것은 범행도구로 쓰인 것으로 판단한 골프채가 자택의 뒤뜰에서 발견된 것인데요..”

“그 골프채가 남편 것인 건 맞아요. 내가 사주어서 브랜드를 기억해요.”

“그런데 그 골프채가 다른 데 있었고, 그 걸 어떤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교수님 자택 뒤뜰에 가져다 놓음으로써, 남편 분께 누명을 씌운 것이죠.”


이 말을 듣는 교수의 입이 저절로 벌어지고, 눈에 눈물이 차기 시작한다.

“아니.. 그러면 그가 그렇게 허망하게.. 파괴가 된 거라는 걸.. 나보고 믿으라는 거예요?”

“저희도 많은 조사 끝에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죄를 빕니다.”


연구실에 침묵이 내린다. 방 안에는 컴퓨터 모터 도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고 복도에서는 학생들이 재잘거리면 왕래하는 소리가 들여온다.


“내가 그와의 결혼에 실패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세상의 주목을 받으며 처참하게 깨진 걸 생각하며.. 내 운명이라고 생각했어요. 보스턴을 떠나는 이유도 거기에 있고..”


이 대목에서 두 수사관은 시선을 교환하고 서로 고개를 끄덕인다. 본론으로 들어가자는 것이다.


“교수님이 허락하신다면.. 수사와 관련해서 더 드릴 말씀이 있어요.”

에리카가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좋아요. 이렇게 된 마당에 더 큰 쇼크가 있겠어요?”


“그 골프채가 있던 곳은 김소영의 집이었어요.”

“뭐라고요?”

교수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손에 들고 있던 휴지 덩어리를 놓친다.


“아니 어떻게.. 소영이의 집?”

“우선 골프채부터 말씀을 드리면.. 로젠버그 교수님이 플리머스의 골프장에 두고 오셨어요. 그런데 그걸 가지고 간 것은 같이 플레이를 한 커민이에요.”

“그 살해당한 중국 학생..?”


“네. 커민은 어떤 경위로 그 골프채를 김소영의 집에 가지고 간 것으로 추정해요.”

“무슨 근거로?”


“커민의 직접적인 사망의 원인은 누군가 그의 뒤통수를 그 골프채로 가격한 것이었어요.”

“어머나..!”

“그리고 그 골프채를 교수님 자택 뒤뜰에 가져다 놓은 거예요.”


“세상에! 도대체 누가?”

“마이크 사사키, 아니 일본명 사사키 료타로라는 자가 지휘한 몇 명의 사람들이에요.”

“들어보지도 못한.. 우리와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건 아직 가설이지만.. 우리는 사사키가 김소영의 부친인 김성구, 일본에서의 이름 다나카 노리오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걸 파악했어요.”


“그렇니까.. 소영이가 우리 남편의 골프채로 커민을 죽이고, 그 골프채를 사사키에게 시켜서 우리 집에 가져다 놓도록 했다! 지금 그 말을 나한테 믿으라는 거예요?”

“충격적이겠지만.. 기본적인 사실이에요. 물론 아직 판명하지 못한 것은 그 골프채로 커민의 뒤통수를 가격한 것이 김소영인가 하는 것..”


“소영이가.. 그런 일을..? 믿기 어려워요. 걔는 지금 어디 있어요?”

“지금 수배 중입니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교수는 두 사람이 물러날 것을 요구한다.


교수와의 면담을 마치고 나왔을 때는 오후 세시. 두 수사관도 탈진한 듯 느린 걸음으로 주차장을 향한다.


에리카의 전화가 울린 것은 그때였다.

“에리카. 이야기 좀 더 해요. 여기는 적당하지 않아서.. 보스턴 커먼 공원에서 30분 후에 만나기로 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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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마지막 화 – 남기고 간 말들 +5 18.06.06 499 8 3쪽
46 제46화 – 롱펠로우 브리지 18.06.06 433 6 9쪽
45 제45화 – 마지막 사과 18.06.06 408 7 6쪽
44 제44화 – 김소영 살인 청부 18.06.04 436 5 9쪽
43 제43화 – 보스턴을 향하는 추격자들 +1 18.05.27 459 7 10쪽
42 제42화 - 모택동 주석께 드리는 서한 +2 18.05.25 494 6 11쪽
41 제41화 – 소영 제거 지시 18.05.22 468 7 10쪽
40 제40화 – 미국 하원 의원회관 18.05.18 482 7 12쪽
39 제39화 – 시카고 플레이보이 빌딩 18.05.18 520 8 12쪽
38 제38화 – 마지막 여행 +1 18.05.17 488 8 12쪽
37 제37화 – 두 명의 장군 18.05.17 493 7 11쪽
36 제36화 – 사사키의 변신 18.05.16 478 7 12쪽
» 제35화 – FBI 확대 수사회의 18.05.16 482 7 12쪽
34 제34화 – 공범들 18.05.15 478 7 10쪽
33 제33화 – 버려진 시체 18.05.15 488 7 11쪽
32 제32화 – 의붓아버지 18.05.14 499 7 8쪽
31 제31화 – 정략결혼 18.05.13 478 7 7쪽
30 제30화 - 불법체류자들 18.05.12 487 8 7쪽
29 제29화 -반도금융그룹 회장 +1 18.05.10 531 7 8쪽
28 제28화 – 곤도 후미에 죽음 +1 18.05.09 513 8 8쪽
27 제27화 – 고베항 부두 18.05.08 514 7 9쪽
26 제26화 - 한국계 다나카 히로시 18.05.07 517 9 7쪽
25 제25화 - 잔인한 달의 카 섹스 18.05.05 517 9 8쪽
24 제24화 - 곱슬머리 사사키 18.05.05 516 10 9쪽
23 제23화 - CIA 스페셜 에이전트 18.05.04 542 10 7쪽
22 제22화 - Mr. S. 18.05.03 535 9 7쪽
21 제21화 - 비원의 추억 18.05.03 531 10 7쪽
20 제20화 - 소돔과 고모라에서 18.05.02 530 13 8쪽
19 제19화 - 어틀랜틱 시티 18.05.02 523 15 9쪽
18 제18화 - 스시 레스토랑 18.04.30 542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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