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화 – 남기고 간 말들
에리카가 눈을 떴을 때, 옆 침상에는 샌더슨 변호사가 누워 있었다. 몸을 일으키려 하자 코토우스키 요원이 급히 와서 막는다.
“마취하고 어깨 관통상 치료하느라고 시간이 꽤 지났어.”
“김소영은?”
코토우스키가 아무 말이 없다. 한 동안 창 밖을 내다보더니 입을 연다.
“마침 강물이 빠른 시간이어서 못 구했어.”
“저 사람은..?”
옆에 있는 샌더슨 변호사를 가리킨다.
“샌더슨은 왼쪽 대퇴부에 총알이 박혔는데 빼느라고 시간이 오래 걸렸어.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지. 다리에 조금 문제가 생길거야.”
“누구에요.”
“마이크 사사키.. 현장에서 사살했어.”
에리카는 마지막으로 본 김소영의 모습을 회상한다.
그 때 코토우스키가 하얀 봉투를 건넨다.
“김소영이 뛰어 내리기 전에 남긴 봉투야.”
두 장의 종이가 들어있다.
* * *
한 장은 에리카에게 쓴 글이다.
에리카,
보스턴 공원에서 나눈 대화 고마워요. 내가 극단적인 선택에 성공한다면 에리카에게 누가 되겠지요. 세상을 떠나면서까지 누구에게인가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는데. 이해해 줘요. 저 세상에서도 이 롱펠로우 브리지를 생각할 거에요. 롱펠로우 시인이 <다리>라는 시에서 쓴 귀절을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얼마나 자주, 오, 얼마나 자주
그 지나간 날들에
이 다리에 한 밤중에 서서
강물과 하늘을 보곤 했던가
How often, O, how often,
In the days that had gone by,
I had stood on that bridge at midnight
And gazed on that wave and sky!
얼마나 자주, 오, 얼마나 자주
저 아래 흐르는 강물이
가슴에 나를 품고 떠 내려가
저 거칠고 넓은 바다로 가기를 바랬는가
How often, O, how often,
I had wished that the ebbing tide
Would bear me away on its bosom
O’er the ocean wild and wide!
* * *
또 한 장의 종이에는 샌더슨 변호사에게 쓴 간단한 메모였다.
사랑하는 테리,
내가 너를 부르며 ‘사랑’ 이라는 말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써 보는구나. 사랑했어. 우리가 고베에서 헤어진 후에 늘 그리워했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 천국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다릴게.
그리고 내 엄마와 의붓아버지에게 전해 줘.
그들을 이해하고 용서한다고.
안녕.
- 작가의말
독자 여러분께,
안녕하세요. 노다니엘입니다. 낯선 주제, 범람하는 외국어, 여기 저기 세상을 휘젓고 다니는 무대.. 이 소설 읽으시느라고 피곤하셨을 줄로 압니다. 송구합니다. 그리고 감사 드립니다.
제가 본업이 학자인데.. 이렇게 소설을 쓰는 이유는.. 우리 한국인들이 지정학을 매일 느끼며 살아야 한다는 특수한 상황을 생각하며.. 살인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리고자 했던 것입니다. 살인추리소설은 누가? 왜?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어서.. 사회과학과 방법론적으로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앞으로 또 다른 주제로 인사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현충일 오후에
노다니엘 드림
Commen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