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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ROH 님의 서재입니다.

찰즈강 살인사건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DANROH
작품등록일 :
2018.04.09 12:23
최근연재일 :
2018.06.06 14:45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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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60
추천수 :
425
글자수 :
176,294

작성
18.05.1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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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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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1쪽

제37화 – 두 명의 장군

DUMMY

FBI 보스턴 사무실로 돌아온 에리카는 진한 커피가 가득한 머그를 들고 코토우스키의 방으로 들어간다.


벽의 세 면에 포스트 잇 등 메모를 잔뜩 붙여 놓은 그는 웃는 얼굴로 반긴다. 에리카는 지금까지 그의 화난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의 인생의 모토는 Let it be이다.


“커널리 경감과 함께 로젠버그 교수 부인을 만나고 왔는데.. 보스턴을 떠난다고 하네요.”

“그 분이야 말로 엄청난 피해자이지..”


“그런데 긴 대화를 나누면서.. 수사 방향에 대하여 기본적인 걸 다시 점검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자면..”

“우리 앞에는 지금 두개의 ‘누가’라는 질문이 놓여 있지요.”


“하나는 누가 골프채를 휘둘렀나.”

이에 코토우스키가 말을 받는다.

“둘째는 누가 사사키에게 전화를 했는가?”

“맞아요.”


“기본적인 것부터 확인해 볼까요? 우선 골프채를 휘두른 건 김소영 맞지요?”

“맞아. 3월 6일 저녁 6시 경에 소영과 커민이 소영의 아파트로 들어갔고 그 때부터 새벽 2시 27분까지 다른 사람의 출입이 없었다는 게 인근의 CCTV에서 확인이 되었어. 그리고 2시 27분에 뉴저지에서 내려 온 세 놈이 들어갔고. 따라서 그 안에 숨겨진 사람이 없었다면 김소영 밖에 없는 거지.”


“그럼 두 번째 의문은 제가 대답할게요. 저는 김소영이 사사키에게 전화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근거는, 사람을 죽였으니 와서 시체를 처리해 달라. 상태는 어쩌구 저쩌구 하니 큰 자루 등을 준비해 와라. 그리고 커민을 때린 골프채는 로젠버그 집에 갖다 놔라.. 이런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차분하게 설명하고 치밀한 행동을 제안할 담력이나 경험이 소영에게는 없다고 봐요.”


“동감이야. 사사키가 거역할 수 없는 권위를 가진 사람이지. 에리카가 말한 그런 경험과 영향력이라는 두 요소를 갖춘 사람은 김성구 뿐이라고 봐야지.”

“같은 생각이에요. 마음이 놓여요. 그런데 김소영의 집은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나요?”


“음. 그런데 김소영을 잘 감시하라고 우정 부탁을 하고 갔는데.. 놓쳐서 미안해. 에리카가 고베로 떠나던 4월 11일부터 감시를 붙였는데.. 대학 안에 워낙 학생이 많고 따라 붙을 수 없는 곳들이 있어서.. 게다가, 그녀가 눈치를 챈 것 같아. 그녀를 놓친 이후의 시간에 대해, 우리가 김소영 아파트의 CCTV 녹화를 확보했는데.. 집에 돌아오지 않았어.”

“그녀도 지은 죄가 있으니 바짝 긴장하고 있었겠지요.”


“아파트 내부에 의미가 있는 물건으로는 오래된 데스크톱 PC가 한 대이고, 나머지는 그대로 두었으니 가보도록 해. PC 내용물도 복원되어 디스크에 보관이 되어 있어.”

이 말을 하며 코토우스키가 USB를 하나 건넨다.


“어틀랜틱 시티에서 잡힌 자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음, 매사추세츠주 연방 감옥으로 옮겨 놓았어. 언제라도 조사가 가능해.”


* * *


에리카는 USB는 나중에 보기로 하고 김소영의 아파트로 간다. 커널리는 경찰에 볼 일이 있어 그녀 혼자 움직인다. 입구에 경찰관이 서있다.


내부를 보고 얻은 첫번째 인상은, 소영이 어떤 연락을 받고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침대의 이불은 개어지지 않았고, 싱크대의 머그와 접시 두개도 씻어지지 않은 상태다.


우선 눈에 들어온 것이 거실. 이곳이 바로 살해의 현장인가? 벽쪽의 싱크대와 찰즈강이 보이는 창문이 있는 벽 사이에 여러 명이 앉을 만한 소파 세트가 놓여 있다. 소영은 어디에서 어떤 자세로 커민의 뒤통수를 가격했을까?


한참을 서서 둘러보다가 서재로 가니 두 개의 책꽂이에 책이 그득하다. 옆에 놓인 데스크 위에는 필기 도구며 메모 등이 어지럽게 널려져 있다.


고무장갑을 끼고 찬찬히 살펴본다. 우선 책꽂이에서 눈에 띠는 것이 한글로 제목이 되어 있는 다섯 권짜리 전집이다.


[내가 싸운 한국 전쟁] 권인호


김소영의 외할아버지 권인호가 쓴 책!


에리카는 오래된 장롱을 여는 듯한 기분으로 책을 꺼내 본다.


제1권의 표지를 여니 노랗다 못해 밤색으로 변질한 종이가 떨어진다. 사각으로 접혀져 있다.


- - -

사랑하는 손녀 소영에게


네가 고베에서 중학교를 다니며 3년 동안 도와준 덕분에 할아버지의 책이 드디어 출판되었다. 정말 기특하고 갸륵하구나. 할아버지의 케케묵은 말투를 고치고, 맞춤법을 봐 주었으니, 젊은이들도 이 책을 즐길 수 있을 것 같구나. 내 손녀가 이런 일을 해 주다니 정말 감격스럽다.


앞으로 네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던 조국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잊기 말기를 바란다.


내가 주일대사로 근무할 때 네가 고베에 있어서 같이 보낼 수 있던 시간들이 내게는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너를 사랑하는 할아버지가

2004년 광복절에

- - -


김소영이 28세라면 이 편지는 김소영이 14세 되던 해에 보낸 것으로 봐야 한다.


에리카는 깊은 생각에 빠진다. 이게 우연이라면 너무도 극적이다. 커민은 [支援軍朝鮮參戰演義](지원군조선참전연의)라는 책을 가지고 있진 않았던가? 그런데 그를 살해한 김소영은 같은 한국전쟁에 관하여 외할아버지가 쓴 [내가 싸운 한국 전쟁]이라는 책을 가지고 있다니!


에리카는 문득 생각난 듯 스마트폰을 꺼내 간단한 검색 후에 전화를 건다.


“블룸필드 교수님? 안녕하세요? 저 에리카 에가와라고 하는 데 혹시 기억하실지요. 십년도 넘은 때에 버클리에 다니며 교수님의 과목을 두 개나 들었는데..”

“물론이지. 에리카! 반갑다. 그런데 웬 일야?”

“너무 갑작스러워서 죄송하지만.. 한국전쟁에 관하여 몇가지 여쭈어 보고 싶어서요.”

“지금 뭐하는 데?”

“저 FBI에 들어왔는 데요.. 아주 중대한 사건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애를 먹고 있어요.”

“그럼.. 한 두어 시간 지나 전화해 줄래? 내가 지금 운전해서 집에 가는 중이거든.”


* * *


숙소에 돌아온 에리카도 샤워를 하고 오랜 만에 와인을 한잔 손에 들고 소파에 다리를 뻗고 앉는다. 역사학자를 꿈꾸었던 학창 시절. 그런 자신이 수사관이 되어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남의 일 같이 생경하게 느껴진다.


블룸필드 교수에게 전화를 넣으니 곧 나온다.


“교수님, 혹시 지난 3월에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살인혐의를 받고 있다가 자살한 사건에 대해 들어 보셨어요?”

“알지. 왜? 지금 그 사건 맡고 있는 거야?”

“네.”


“와우. 빙고! 그거 재미있겠는데. 그런데 그거하고 중국사하는 나하고 무슨 관계? 나는 안 죽였어.”

블룸필드 교수의 농담은 유명하다.


“우선 요지를 말씀드리면 [支援軍朝鮮參戰演義](지원조선군참전연의)라는 책을 아시는가 해서요.”


“알지. 중국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그 책을 알지 못하거나 읽지 않은 사람들이 많어. 사실 그 책은 저자가 익명성을 확보하고 쉽게 풀어쓰기 위해 연의, 즉 소설의 형태를 취한 것이지. 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내용이 어렵고 세부적인 테마야. 그런데 그 책이 왜?”

“이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중국학생인데 그 책을 가지고 있어서요.”


“이름이 뭐야?”

“중국 당국의 부탁으로 잘 공개를 안했는데, 딩커민이요.”

“그럼 그 아버지가 정치국원인 딩슈량이고.”

“아니, 그걸 어떻게 아세요.”

“[支援軍朝鮮參戰演義]을 쓴 저자의 본명은 딩웨이민이라는 사람이거든. 그의 아들이 딩슈량.”

“그러니까 피해자 딩커민의 할아버지이군요.”

루 하이얀이 말해 준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 책이 어떤 책인가요?”

“이 책은 딩웨이민이 대령으로서 참전한 한국전쟁의 관찰기야. 한국전쟁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소중한 책이지. 특히 중요한 것은 딩웨이민이 모택동의 특별한 지시로 참전했다는 거..”


“모택동의 특별지시요?”

“알다시피 1950년 6월에 한국에서 전쟁이 터졌을 때, 모택동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은 아주 취약한 상태에 있었어. 1937년에 중국 내부의 전쟁에 참전하여 겨우 승리를 거두고 1949년 10월에 가까스로 중화인민공화국을 만들었잖아.”

“네, 기억나요.”


“그러니 한반도에서 전쟁이 났을 때 중국공산당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군대를 파병시킨 것이지. 형식도 정규군이 아니라 지원군이라는 명칭을 써서. 그때 모택동의 마음 속에는 소비에트가 조종하는 김일성에 대한 신뢰가 별로 없었어.”

“그렇군요.”


“그래서 감시역을 하나 붙이기로 한거야. 김일성 군대와 함께 움직이며 전쟁의 상세한 상황을 수시로 모택동에게 보고하도록. 그 임무를 맡은 것이 바로 당시 대령이던 딩웨이민야.”

“허.. 그렇군요.”


“아무튼 딩 대령은 한반도 남쪽까지 내려가 낙동강 전투에 참전하였다가 북으로 다시 후퇴해서 본국으로 돌아왔지. 중국 군인의 시각에서 한국전쟁 뿐 아니라 한반도의 모습을 그린 책으로는 유일한 독보적인 책이야.”

“그 책을 읽어보시고 교수님이 느끼신 것이 있다면..?”


“물론 많지. 그 중의 하나를 꼽으라면.. 이 딩웨이민이 묘사한 한국인이 너무 부정적이라는 것. 그가 그린 한국인과 북한의 조선인은 부패, 무능, 비겁으로 뭉친 사람들이야.”

“그래요..?”


“예를 들자면.. 작전계획을 실행하여 고지에 올라갔으나 적은 이미 없었다. 비겁한 조선인들은 이미 다 도망가버리고 없었으니까. 중국의 지원군 병사들은 한참을 웃은 다음에 즉석으로 노래판을 벌렸다.. 뭐 이런 식..”


“교수님이 읽고 납득이 되시던가요.”

“내가 납득하고 말고는 중요하지 않고.. 이런 식의 생각, 즉 한국을 한 수 아래로 깔보는 중국 엘리트층의 사고 구조를 딩웨이민이 잘 대변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해.”


“그럼.. 이야기가 바뀌는데.. 한국인 장군 권인호라는 사람이 쓴 [내가 싸운 한국전쟁]이라는 책도 읽으셨나요.”

“읽었지. 실제로 그 저자인 권인호 대사를 만나본 적도 있어.”

“그 책은 어떻던가요?”


“이 책도 한국전쟁을 연구하는 데 필수적인 책이지. 참전한 한국의 장군의 경험담이니까. 비교적 객관적으로 쓴 책인데.. 아마 박정희 정권 기간에는 출판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왜요?”


“한국전쟁 중의 한국 군부의 부패, 그리고 정치지도자들의 무능 등을 아주 적나라하게 묘사했으니까. 더구나 부하들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지휘관의 입장에서 느끼는 절박한 마음들을 그린 것이니까.”

“그렇군요..”


전화 너머로 에리카의 한숨 소리가 들렸던 모양이다.

“그런데 FBI요원에게 이 책들이 왜 그렇게 중요한거야?”

“교수님.. 놀라지 마세요. 피해자 커민, 즉 딩웨이민의 손자를 죽인 용의자로 부상한 인물이 바로 권인호 장군의 외손녀에요.”


“뭐라구? 어떻게?

“커민은 하버드 경영대학원 학생, 소영은 보스턴대학 대학원 학생.”

“그 두 사람이 어떻게 연결이 된 거야?”

“소영의 아버지가 한국의 큰 금융그룹의 회장인데.. 중국 금융시장에 진출하려고 소영을 커민에 접근시킨 모양이에요.”


“허.. 기가 막혀.. 인간의 욕심이란.. 인류의 영원한 숙명이자 재앙이구먼.”


교수와의 대화를 마치고 글래스에 남은 와인을 마신다.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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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마지막 화 – 남기고 간 말들 +5 18.06.06 500 8 3쪽
46 제46화 – 롱펠로우 브리지 18.06.06 434 6 9쪽
45 제45화 – 마지막 사과 18.06.06 409 7 6쪽
44 제44화 – 김소영 살인 청부 18.06.04 437 5 9쪽
43 제43화 – 보스턴을 향하는 추격자들 +1 18.05.27 460 7 10쪽
42 제42화 - 모택동 주석께 드리는 서한 +2 18.05.25 495 6 11쪽
41 제41화 – 소영 제거 지시 18.05.22 469 7 10쪽
40 제40화 – 미국 하원 의원회관 18.05.18 483 7 12쪽
39 제39화 – 시카고 플레이보이 빌딩 18.05.18 521 8 12쪽
38 제38화 – 마지막 여행 +1 18.05.17 489 8 12쪽
» 제37화 – 두 명의 장군 18.05.17 494 7 11쪽
36 제36화 – 사사키의 변신 18.05.16 478 7 12쪽
35 제35화 – FBI 확대 수사회의 18.05.16 482 7 12쪽
34 제34화 – 공범들 18.05.15 479 7 10쪽
33 제33화 – 버려진 시체 18.05.15 489 7 11쪽
32 제32화 – 의붓아버지 18.05.14 500 7 8쪽
31 제31화 – 정략결혼 18.05.13 479 7 7쪽
30 제30화 - 불법체류자들 18.05.12 488 8 7쪽
29 제29화 -반도금융그룹 회장 +1 18.05.10 532 7 8쪽
28 제28화 – 곤도 후미에 죽음 +1 18.05.09 514 8 8쪽
27 제27화 – 고베항 부두 18.05.08 515 7 9쪽
26 제26화 - 한국계 다나카 히로시 18.05.07 518 9 7쪽
25 제25화 - 잔인한 달의 카 섹스 18.05.05 518 9 8쪽
24 제24화 - 곱슬머리 사사키 18.05.05 517 10 9쪽
23 제23화 - CIA 스페셜 에이전트 18.05.04 543 10 7쪽
22 제22화 - Mr. S. 18.05.03 536 9 7쪽
21 제21화 - 비원의 추억 18.05.03 531 10 7쪽
20 제20화 - 소돔과 고모라에서 18.05.02 531 13 8쪽
19 제19화 - 어틀랜틱 시티 18.05.02 524 15 9쪽
18 제18화 - 스시 레스토랑 18.04.30 543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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