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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ROH 님의 서재입니다.

찰즈강 살인사건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DANROH
작품등록일 :
2018.04.09 12:23
최근연재일 :
2018.06.06 14:45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6,157
추천수 :
425
글자수 :
176,294

작성
18.05.02 13:56
조회
530
추천
13
글자
8쪽

제20화 - 소돔과 고모라에서

DUMMY

어틀랜틱 시티의 카지노 호텔들은 세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각각의 시티를 형성한다. 남에서 북으로 트로피카나, 발리, 그리고 하라이다.


Tanaka라는 고유명사가 든 두 회사의 주소는 막상 가보니 도보로 5분 이내의 거리이다. Holdings는 고층건물에 주소를 두고 있고, Tanaka & Kim은 어틀랜틱 애비뉴를 건너 조금 떨어진 곳의 6층짜리 건물에 들어 있다.


“세 사람이 우르르 들어가는 것 보다.. 주변을 좀 살펴보고 천천히 가보는 게 어떨까?”

커널리의 제안이다.


“찬성이야. 그리고 나는 이 동네에서 얼굴이 팔리면 안되니까 슬슬 빠질게요. 대신 저녁은 내가 살게..”

제프가 맞장구를 친다.

“이 동네에서 여기가 맛집의 하나야.”

제프가 안내한 이태리 레스토랑은 고급이었다.


웨이트리스가 놓고 간 메뉴판을 보는 에리카의 눈길을 끄는 게 있다. 모든 메뉴에 작은 글씨로 일본어 번역이 있는 것이다.

주문을 하고 돌아서는 웨이트리스를 불러 세운다.


“일본어 번역이 있을 정도로 일본인이 많이 와요?”

“몇 년 전까지는 그랬어요. 하지만 요즘은 중국인이 훨씬 많죠. 주인이 구두쇠라 메뉴판을 잘 안 바꿀 뿐이에요.”

“그래도 보면 디저트와 음료에 일본 것들이 있는데.. 맛차라거나 안미쯔라거나.. 이건 일본 재료가 있어야 하는데..”

“아 그건 에도라는 일본 수퍼에서 사 올 거에요.”


세 수사관은 은밀히 시선을 교환한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저녁 8시. 이제 밤의 도시 어틀랜틱 시티는 깨어날 시간이다. 제프를 먼저 보내고 에리카와 커널리는 분업을 하기로 한다. 에리카가 수퍼마켓에 가보고 커널리가 두 주소지를 찾아 가보는 것이다.


* * *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에도라는 수퍼마켓에 가자고 하니 나이 든 운전사는 아무 말없이 속도를 낸다. 호텔이 모여있는 해변가에서 좌회전을 해서 내륙 쪽으로 이동하는게 아닌가?


“어디로 가는 거에요?”

“그 가게 이름 바뀐 지 꽤 되요. 이제는 오리엔탈 푸드라고 부르지.”

“오래 됐어요?”

“흠.. 내가 이곳에 오던 2000년에 이미 있었으니까? 주인이 일본 남자라고 하던데 엄청난 부자라고.."

“엄청난 부자가 식료품점을..?”


“그게.. 돈벌이가 아니라 이곳에 오는 일본인들을 위한 것이라나. 일본 사람들은 스테이크를 안 좋아한다고 그러더라구.. 참 별난 사람들이야.”

“본업은 뭐래요?”

“뭐라더라.. 파치..?”


“아! 파친코!”

“맞아. 그게 일본에서 유행하는 노름인데.. 아예 이곳에서도 그걸 하면서 다른 갬블도 넣었다는 거에요.”

“그 카지노 지금도 있어요?”

“몇 년 전에 문 닫고 주인은 일본으로 돌아갔다고 그러지 아마..”


아시아 푸드라는 수퍼마켓은 미국사회에서의 아시아계의 위상을 그대로 압축하고 있었다. 커다란 실내에는 한중일 세 나라를 비롯해서 동남아시아의 식재료들이 푸짐하게 진열되어 있다.


물건을 보는 척하며 장내를 몇바퀴 돌며 보니 구석에 생선을 직접 발라서 주는 사람이 있다. 30대의 젊은 남자. 요리사 복장을 하고 있으나 얼굴이 영리해 보인다.


“이 생선들 사시미용이에요?”

에리카의 질문에 고개를 드는 남자의 가슴에는 이름표가 붙어 있다.


Cho


“한국 분이세요?”

“네.. 그쪽도 한국 사람?”

“아니에요. 나는 일본계에요.”

“그런데 어떻게 한국말을..”

“학교 다닐 때 배웠어요.”


남자는 씩 웃더니 대답을 한다.

“북대서양에서 잡힌 생선들이 더 싱싱하다고 손님들이 난리에요.”

“일본 사람들..?”

“요샌 일본사람들보다 중국 사람이 훨씬 많지요. 중국인이 생선에 맛을 들였으니.. 앞으로 바다에 생선이 없어질지 몰라요. 게다가 동남아 사람들까지..”


“이 가게가 원래 에도였다면서요?”

“그렇게 들었어요. 내가 취직하기 전에.. 지금은 회사가 소유하고 있어요. Tanaka Holdings라고..”

“아 그래요.”


먼 나라 이야기 듣듯이 천연스러운 표정의 에리카. 피부에는 닭살이 돋고 있다.

“아 갈치도 있네! 내가 한국 갈치구이를 정말 좋아하는 데!”

“지금 여행 중이죠?”

“네. 그러니 구워 먹을 데가 없어..”


“이따가 늦게 한국 이자카야에 오면 내가 구어 줄게요. 내가 10시에 퇴근하고 거기서 새벽 3시까지 운영해요.”

“좋아요. 나는 에리카에요.”

“오케이. 에리카. 트로피카나 카지노 호텔에서 보드 워크 쪽으로 조금 가면 비원이라는 음식점이 있어요. Secret Garden이라는 의미..”

“그 정도 한국어는 나도 알아요.”


걸어 나오는 자신의 뒷모습을 필경 사내가 보고 있으리라. 에리카는 히프를 더 심하게 움직인다. 이런 경험도 오랜 만이다.


* * *


커널리는 두 개의 목표 중에서 작은 건물을 먼저 보기로 한다. 대형 오피스 빌딩은 이 저녁 시간에 외부 출입이 안 될 가능성이 높다.


일층에 드럭 스토어와 편의점이 들어 있는 6층 건물은 아직 열려 있었다. 일층에 입주자 명부가 붙어 있지만 각 층을 찬찬히 돌아보기로 한다. 한 층에는 좌우로 10개씩 20개의 사무실이 들어 있다. 4층의 중간에 있는 414호 실의 문에 커널리의 시선이 고정된다.


Tanaka & Kim Associates, LLC.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그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돌아서서 다음 층으로 발을 옮기다가 멈춘다.


가로 30센티 세로 5센티 정도의 플라스틱 간판의 가장자리에 색이 다른 접착제의 흔적이 보이는 게 아닌가? 늘 소지하는 재크 나이프로 간판의 한 구석을 떼어 보려는 순간 뒤에서 인기척이 난다.


거대한 사나이다. 유니폼 비슷한 것을 입고 손에는 전등을 들고 있는데 얼굴이 너무 검어 어두운 복도의 조도가 더 내려가는 느낌이다.


"너 뭐하냐?”


나직한 말투에서는 권위와 잔혹함이 느껴진다. 삼십대 중반?

커널리는 사내를 자극하지 않도록 천천히 재크 나이프를 접어 주머니에 넣으면 나지막히 대답한다.


“내 일 보는거야.”

“그러니까 무슨 일?”


커널리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느린 동작으로 경찰 배지를 꺼낸다.

“보스턴 경찰 형사다. 뭔가 조사하는 중이야.”

“그래? 보스턴 경찰이 왜 여기까지 와서 지랄이야?”

“내가 일본을 좋아하거든.. 일본 이름이 붙어 있어서.”


사내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듯 돌아선다.

“멈춰.!”

사내가 천천히 돌아선다.


"너는 뭐하냐?”

같은 질문을 커널리가 건넨다.

사내가 웃는다. 검은 얼굴에서 갑자기 드러나는 누런 이와 핑크 빛 잇몸이 아프리카의 초원을 생각하게 한다.


“내 일 보는거야.”

“그러니까 무슨 일?”


“나 건물 경비야.”

“그래 이 간판 뒤에 뭐라고 써 있는데?”

사내는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한다.

“Tanaka Trading”


커널리는 펄쩍 뛰고 싶지만 쿨한 표정을 지으며 별 시답지 않은 것을 본 듯이 비웃는다.

“뭐라구? 니 미.. 다나카 위에 다나카?”


이에 경비가 빙그레 미소 짓는다. 커널리의 말투가 마음에 드는 것이다. 가슴에 Donovan이라고 이름이 붙어 있다.

“그런데 말야.. 다나카가 하나 더 있어!”


“어디에?”

“618호실”

“그래? 고맙다.”

“수고하슈.”


두 사내는 매일 같이 노는 친구처럼 헤어진다.

618호에 가보고 커널리는 또 한번 점프하고 싶다.


Tanaka Holdings, Inc.


이 정보를 에리카가 얼마나 좋아할까!

sodom.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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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화 - 소돔과 고모라에서 18.05.02 531 1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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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제18화 - 스시 레스토랑 18.04.30 543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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