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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ROH 님의 서재입니다.

찰즈강 살인사건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DANROH
작품등록일 :
2018.04.09 12:23
최근연재일 :
2018.06.06 14:45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6,176
추천수 :
425
글자수 :
176,294

작성
18.05.05 12:26
조회
517
추천
10
글자
9쪽

제24화 - 곱슬머리 사사키

DUMMY

가무잡잡한 사내는 화물 운반용 푸시 카트 앞에 서 있다. 운송회사 DHL 로고가 달린 점퍼와 모자 차림. 작은 편이지만 운동으로 단련된 날렵한 몸매.


에리카는 사내에게 다가가 조용히 악수를 청한다.

“와줘서 고마워요, 구엔 경사.”


헨더슨과의 대화 후 에리카는 Tanaka Holdings를 다시 한번 확인할 필요를 느꼈다. 보스턴으로 돌아가 종합수사회의를 갖게 된다면, 에리카는 십중 팔구 일본에 파견될 것이다. 그 전에 Mr. S라는 자에 대한 어떤 심증을 가져야 한다.


이미 보스턴으로 돌아간 커널리에게 상의를 하자 즉시 구엔의 도움을 받을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구엔에게 전화를 넣었을 때, 커널리의 설명을 이미 들은 그는 어틀랜틱 시티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 * *


“가만 있자.. 허허! 이거 주문전표가 단말기에 안 들어왔네.”

건물 로비의 관리인 데스크 앞에서 선 구엔은 낭패한 표정을 지으며 주위가 다 들리게 탄식을 한다.

“무슨 일이야, 친구?”


관리인이 읽던 신문을 옆으로 밀으며 묻는다. 그도 가무잡잡하다. 아마 푸에르토리코나 멕시코계?


“오! 헤이 브라더. 12층에 타.. 뭐더라 일본계 이름이 들어 간 회사인데.. 거기서 긴급히 탁송 화물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 왔는데.. 단말기에 아직 입력이 안 됐는지.. 에이 개떡 같은 시스템야! 아니면 본사 기집애들이 일은 안하고 종일 연애 이야기만 하고 있는지.”


“헤이 맨.. 성질 내지 마. 건강에 안 좋아. 12층에 있는 일본계 회사라면 Tanaka Holdings 밖에 없어.”

“맞아! Thanks Brother.”


구엔이 카트를 밀고 엘리베이터로 향하는데 관리인이 휘파람을 불더니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한다. 구엔이 다가가니 관리인이 입을 구엔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거기가면 라면처럼 머리가 곱슬거리는 새끼가 하나 있는데.. He is a real fucking son of a bitch. 걔 근처에서 말소리 높이지마. 내가 말 좀 크게 한다고 이 새끼한테 따귀까지 맞았어.”

“따귀? 말 크게 한다구? 걔가 뭔데?”


“몰라. 아무튼 옆에 있는 일본 새끼들이 벌벌 기는 척하고 꼴값을 떠는데..”

“걔네 무슨 야쿠자 아냐?”

“바로 그거야. 이 새끼들 간판은 그럴 듯한데.. 먹물 먹은 전문가 비슷한 놈들은 없어. 차는 다 벤츠구.”


“라면 머리 이름이 뭐야?”

“몰라. 그 새끼는 그냥 Mr. S로 통해.”

“S? S for sex?”

“아니면 그냥 son of a bitch”

두 남자는 여기서 하이 파이브를 하며 통쾌하게 웃는다.


12층에는 중앙의 엘리베이터와 화장실 구간를 둘러싸고 사면에 오피스가 배치되어 있다. 한 바퀴를 도니 코너에 Tanaka Holdings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인터폰을 누르고 기다리니 30대 초반의 사내가 카펫이 깔린 통로를 걸어 나온다. 다리를 약간 절고 있다.


유리로 된 문을 조금 밀더니 고개를 빠끔 내밀고 묻는다.

“What?”

“혹시 해외로 가는 탁송 화물 주문하셨어요?”

사내가 구엔을 빤히 보더니, 고개를 돌려 안에다 소리를 지른다.

“에이 씨발.. 야 미스 김 나와 봐!”


한국말이다. 한국인이 많은 지역을 커버하며 구엔도 씨발 정도는 알아 듣는다. 사내는 영어가 잘 안되는 것이다.


조금 후에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동양계 여자가 나온다. 미인이다. 그리고 자신의 몸매를 늘 타인에게 보이고 싶은 강박관념을 가진 여자다. 잘 빠진 하체를 감싼 청바지는 면도칼을 살짝 대면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꼭 낀다.


“와우! 여기 혹시 모델 양성소에요?”

미녀에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을 지으며 구엔이 어눌하게 묻는다. 이 말에 젊은 여자는 미소를 억지로 감추며 묻는다.


“배달요?”

“아니 해외로 가는 탁송화물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

“그런 주문 안했는 데..”


“그래요? 하여튼.. 우리 회사 여자 애들은 못생긴 데 그치지 않고 일도 엉터리야. 에이 성질 나!”

여자가 안됐다는 듯이 쳐다본다.


“허탕 쳤네.. 그럼.. 다음에 주문할 때는 DHL을 이용해 주세요.”

“글쎄요. 우리는 한달에 두 번 일본으로 가는 서류들이 있는데 지금까지 Federal Express를 썼는데..”

“그래요. 아무튼 착오 덕분에 오늘 미인을 한번 볼 수 있었네요.”


인사를 하고 돌아서다가 서서 구엔이 묻는다.

“아 사장님 성함이 뭐에여. 본사에 말해 VIP에게 보내는 선물 세트라도 보낼 수 있게. 그래야 내가 다시 올 수 있으니까.”

이 말을 끝내며 구엔은 세게 윙크를 한다.


이 말에 여자는 뒤를 살짝 보더니 조용히 말한다.

“Mr. Sasaki. Mike Sasaki.”


* * *


에리카와 구엔은 바닷가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늦은 저녁을 먹는다. 구엔의 방문은 대성공이었다. 특히 마이크 사사키라는 존재의 파악. 그리고 Tanaka Holdings에서 매월 2회 FedEx를 써서 일본에 서류를 보낸다는 것은 중요한 단서이다.


에리카는 FBI 보스턴 오피스의 코토우스키에게 보고를 하며, 일본으로 가는 FedEx 화물 발송대상을 파악해 줄 것을 요청했다.


“구엔, 오늘 뉴워크로 돌아가요?”

“글쎄요. 가봐야 자는 것 밖에 없는데.. 필요하면 지원할게요.”

“그럼 미안하지만 주차장에 가서 한번 더 수고해줘요. 커널리가 새벽까지 관리인과 술을 마신 곳이에요. 마이크 사사키의 자동차를 거기서 관리해요. 벤츠라고 하던데..”

“오케이.”


* * *


에리카가 비원에 들어간 것은 밤 11시가 조금 지난 시간. 벽 쪽의 테이블에는 손님이 거의 차 있다. 중앙의 카운터에 남은 빈 자리에 앉자 재선이 에이프런에 젖은 손을 씻으며 다가온다.


“손님이 많네요.”

“에리카가 행운의 사람인가? 뭐 들래요?”

“오늘은 오징어 볶음. 그리고 한국 맥주..”


에리카가 맥주를 거의 비웠을 때, 재선도 맥주를 한 캔 들고 온다.

“낮에 전화로 한 얘기 계속하죠.”

“좋아요.. 그 곱슬머리 얘긴데.. 아까 전화를 하고 나서, 대학 동기생 중에 일본 여자애한테 전화를 해서 물어보니.. 펀치 파마라는게 있더라구..”


“펀치 파마?”

“라면처럼 빠글 빠글 볶는 거.. 그러니까 그 라면같은 머리가 태생적인 것도 있고 미장원에서 볶은 것도 있다는 거..”

“거 참.. 작가라는 직업도 만만치 않아 보이네. 그런 소상한 것도 다 파악을 해야 하나..”


“호기심이에요. 작가의 원동력은.. 아무튼 재선이 목욕탕에서 보았다는 50세 정도의 남자가 ‘알았어’라는 말은 하는 걸 들었다고 해서..”

“거기는 좀 고급의 사우나인데.. 휴게실이 있어서 거기서 술도 마시고 그래요. 한번은 구석의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데 바로 그 Tanaka Trading 사람들이 탕에서 나오더라구. 몸에는 문신이 있고.”


“그때 대화를 들었어요?”

“TV 소리도 있고..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낮에 에리카 전화를 받고 다시 생각해보니.. 주로 일본말로 하는 것 같았어요. 말끝마다 데스, 마스 하더라구. 일본 남자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 ‘스..하고’ 숲에서 뱀이 기어가는 듯한 소리로 들려요.”


“그런데 한국말을 들은 것 같다는 이야기는..?”

“그 중에 제일 높은 곱슬머리의 사내는 말을 잘 안하는데.. 분명히 자리를 뜨며 ‘알았어’라고 한 것으로 기억해요. 그리고 나는 계속 앉아 있었는데.. 남은 젊은 애들이 말을 주고 받는데 간혹 ‘씨발’이라는 말을 한 기억도 나고..”


사사키라는 이름을 아느냐는 질문이 턱까지 치밀어 오르지만 참는다. 여기서 신분을 노출할 수는 없다. 포켓에서 전화가 진동한다. 구엔이다.


“Come to parking lot. Careful approach.”


“아 잠깐..”

에리카가 지불을 하고 일어서는데 재선이 막는다.

“내가 수퍼마켓 그만 두었어요. 그 자리에서 주인과 이야기를 하는데.. 물건 구매하는 대화를 하는데 곱슬머리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 사람이 일본의 큰 회사에서 파견 나와 가끔 일본에 간다는 말을 하더라구요.”

punch perm.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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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마지막 화 – 남기고 간 말들 +5 18.06.06 500 8 3쪽
46 제46화 – 롱펠로우 브리지 18.06.06 434 6 9쪽
45 제45화 – 마지막 사과 18.06.06 409 7 6쪽
44 제44화 – 김소영 살인 청부 18.06.04 438 5 9쪽
43 제43화 – 보스턴을 향하는 추격자들 +1 18.05.27 462 7 10쪽
42 제42화 - 모택동 주석께 드리는 서한 +2 18.05.25 495 6 11쪽
41 제41화 – 소영 제거 지시 18.05.22 470 7 10쪽
40 제40화 – 미국 하원 의원회관 18.05.18 483 7 12쪽
39 제39화 – 시카고 플레이보이 빌딩 18.05.18 521 8 12쪽
38 제38화 – 마지막 여행 +1 18.05.17 489 8 12쪽
37 제37화 – 두 명의 장군 18.05.17 494 7 11쪽
36 제36화 – 사사키의 변신 18.05.16 480 7 12쪽
35 제35화 – FBI 확대 수사회의 18.05.16 482 7 12쪽
34 제34화 – 공범들 18.05.15 479 7 10쪽
33 제33화 – 버려진 시체 18.05.15 489 7 11쪽
32 제32화 – 의붓아버지 18.05.14 500 7 8쪽
31 제31화 – 정략결혼 18.05.13 479 7 7쪽
30 제30화 - 불법체류자들 18.05.12 488 8 7쪽
29 제29화 -반도금융그룹 회장 +1 18.05.10 532 7 8쪽
28 제28화 – 곤도 후미에 죽음 +1 18.05.09 515 8 8쪽
27 제27화 – 고베항 부두 18.05.08 515 7 9쪽
26 제26화 - 한국계 다나카 히로시 18.05.07 518 9 7쪽
25 제25화 - 잔인한 달의 카 섹스 18.05.05 518 9 8쪽
» 제24화 - 곱슬머리 사사키 18.05.05 518 10 9쪽
23 제23화 - CIA 스페셜 에이전트 18.05.04 543 10 7쪽
22 제22화 - Mr. S. 18.05.03 537 9 7쪽
21 제21화 - 비원의 추억 18.05.03 531 10 7쪽
20 제20화 - 소돔과 고모라에서 18.05.02 531 13 8쪽
19 제19화 - 어틀랜틱 시티 18.05.02 524 15 9쪽
18 제18화 - 스시 레스토랑 18.04.30 544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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