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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ROH 님의 서재입니다.

찰즈강 살인사건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DANROH
작품등록일 :
2018.04.09 12:23
최근연재일 :
2018.06.06 14:45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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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39
추천수 :
425
글자수 :
176,294

작성
18.05.18 11:59
조회
520
추천
8
글자
12쪽

제39화 – 시카고 플레이보이 빌딩

DUMMY

시카고 변호사협회의 안내 데스크에 앉아 있는 흑인 여자는 영화 속에서 뜨게질을 하던 할머니가 튀어 나와서 앉아 있는 듯하다.


“좀.. 도와주세요. 내가 Terry Okamoto라는 변호사를 찾아야 해요.”

코에 걸린 안경 너머로 소영을 본 여자는 난민이라도 찾아온 듯한 느낌으로 혀를 차더니 메모지에 주소를 휘갈겨 쓴다.

“원래 전화번호는 주는 게 아닌데.. 워낙 딱해 보이니.. Take care, honey!”


감사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여자가 뒤에 대고 외친다.

“그 빌딩은 플레이보이 빌딩 옆에 있어. 여기서 멀지 않아. 길을 모르면 사람들한테 플레이보이 빌딩이 어디냐고 물어요.”


오랜 만에 전화를 켠다. 구글에서 플레이보이 빌딩을 치니 두어 블록 떨어진 거리이다. 미시간 호수가에 있는 빌딩군이다.


* * *


소영의 전화가 켜지자마자 FBI의 감청 장치에 경보음이 울린다.

Location: 159 East Walton Place, Chicago에 접근중


이 정보는 시카고 FBI 오피스에 즉시 전달된다.


이 정보를 캐치하는 사람들이 또 있었다. 마이크 사사키가 고용한 사설탐정들. 경찰 출신의 이들은 경찰이 입수하는 통신 정보를 다 파악하고 있었다.


* * *


베이지색 벽돌로 쌓아 올린 플레이보이 빌딩. 지금은 Palmolive라고 이름이 바뀌어 있다.


플레이보이 빌딩 로비에서 전화를 하니 의외로 빨리 테리에게 연결이 된다.


“테리?”

“네. 누구신지?”

“나 소영이야. 고베에서 학교 같이 다닌.”

“오 마이! 소영! 아니 어떻게 된 거야?”


점심 시간이 되어 나온 테리. 15년의 세월은 그를 30대 초반의 신사로 만들어 놓았다. 균형 잡힌 체격에 지적인 용모. 성실한 인상과 조심스러운 말투. 그의 본질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두 사람은 미시간 호수가의 길을 걷는다. 끝이 없이 펼쳐지는 호수. 말이 호수이지 바다와 같다.


“저 호수에서 미국 해군이 훈련을 한다고 하더라구.”


소영의 생각을 읽었는지 테리가 덧붙인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이야. 나는 어떻게 찾았구?”


소영은 그 사이의 일을 모두 털어 놓는다. 이야기를 다 들은 테리의 첫 마디는 의외의 것이었다.


“어서 전화 전원을 꺼. FBI가 이미 추적을 시작했을 거야.”

이 말을 하면서 테리는 소영의 어깨를 감싸고 급히 인근의 빌딩으로 들어간다. 빌딩의 지하에는 거대한 쇼핑몰이 들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둘이 작은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였다.


단정하게 양복을 입은 젊은 남자 둘이 쇼핑몰 복도에서 두리번 거린다. 테리는 급히 소영의 고개를 눌러 숙이게 하고 유리창 쪽을 막고 앉는다.


소영이 고개를 다시 들려고 하는 데, 이번에는 아무거나 닥치는 데로 입는 것이 습관이 된 듯한 젊은 사내 둘이 누군가를 찾는 듯이 사방을 훑어 본다.


사내들이 사라지자 테리가 급히 나가더니 가발을 하나 사 들고 들어온다.


“이거 뒤집어쓰고 여기서 반시 간만 기다려. 내가 다시 올게.”


* * *


테리의 스포츠 밴 조수석에 앉은 소영은 다시 고속도로에 올라 있다. 짧은 시간에 테리는 많은 결단을 내렸다. 우선 회사에 특별히 요청하여 3일의 휴가를 얻은 것.


테리는 소영의 자동차를 회사 주차장에 넣을까 하다가 인근의 장기주차장에 넣었다. 오전에 소영이가 전화가 FBI에 의하여 추적되었을 거로 여기고 대비해야 된다.


목표지는 미 해군사관학교가 있는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 테리의 아버지가 해군 대령으로 예편하고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곳이다.


“나는 원인 없는 결과가 없고, 결과 없는 원인이 없다고 늘 믿고 있어. 네가 사람을 죽였다는 건.. 마치 크리스마스에 산타클로스가 술에 취해 선물 배달 못한 것과 진배 없는 이야기야. 그 사연이 알고 싶어. 아니 알아야겠어. 어차피 내 앞에 나타난 현실이니까.. 피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


짧은 풋나기 사랑.. 게다가 15년 전의 일이고.. 그 후에 만난 적도 없는 두 사람. 그 인연이 이렇게 질기다는 말인가?


“고마워.”


테리의 희생에 가까운 호의에 그저 할 수 있는 것은 이 간단한 단어를 뱉는 것이다.


“그 사연의 핵심에는 두 장군의 이야기. 다시 말하면, 한국전쟁을 둘러 싼 중국과 한국의 이야기이겠지. 그걸 밝혀 보자구. 군인 딩웨이민의 삶과 생각, 그리고 군인 권인호의 삶과 생각. 그리고 그 후손들은 왜 이렇게 다른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지. 그 와중에서 소영이가 왜 그 엄청난 일을 저지르게 되었는지..”


“테리, 진심으로 감사해. 내가 일을 저지른 것에 대한 댓가는 치룰 거야. 하지만 나도 진실을 알고 싶었어.”


“좋아.. 올 때 어느 루트로 왔지?”

“이리 호수 북쪽의 캐나다 경로로..”

“그럼.. 이 번에는 평범하게 90번 미국 고속도로로 가자구. 운전거리 천 킬로이니까.. 하루에는 못 가. 천천히 경치 보며 가자구.”


두 사람의 전화는 꺼져 있다. 더 이상의 추적을 허용해서는 안된다.


* * *


그 시각에 보스턴 FBI 오피스에서는 긴급 회의가 열리고 있다.

“오늘 오전에 김소영이 시카고에서 전화를 사용한 게 추적되었습니다.


통화를 한 상대는 테리 오카모토 샌더슨 Terry Okamoto Sanderson


부친 제리 샌더슨은 해군대령 출신으로 현재 메릴랜드에 있는 해군 사관학교 교수이고, 모친 마리코 오카모토 샌더슨은 일본계 미국인으로 워싱턴 DC에서 PR 회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김소영이 그를 찾아간 것이군요. 김소영도 고베의 국제학교를 다녔어요.”

에리카가 덧붙인다.


“범죄자도 아닌 평범한 대학원생이 살인을 저지르고 달아나서.. 시카고의 친구를 만난다..?”

어느 요원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한숨을 쉰다.


“그 의문에 동감해요. 그런데 우정 샌더슨을 찾아간 이유가 있을 법도 해요. 하나는 그 둘이 모두 외국인의 신분으로 중학생과 고교생으로 같은 학교를 다녔다는 것.”

“그러니까.. 잊을 수 없는 풋내기 사랑..?”

“말하자면.. 하지만 말이 풋내기 사랑이지.. 그런 것이 인간에게는 어떤 원점이 될 수도 있지요.”

“좋아. 동감이야.”


“그보다 더 중요한 단서가 하나 있어요.”

에리카의 말에 모든 요원이 주목을 한다.


“이것이 김소영 집에서 발견된 오래된 데스크 톱 PC에서 복원한 이메일 중의 하나에요.”

이 말과 함께 에리카는 스크린에 텍스트를 하나 올린다.


- - -

김소영씨


안녕하세요. 저는 중국에서 온 딩커민이라고 합니다. 9월부터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하게 되었어요. 북경을 떠나오기 전에 아버지가 김소영씨 말씀을 하시면서 가서 꼭 만나 보라고 했습니다.


아버지 말씀으로는 김소영씨 할아버지께서 한국전쟁의 유명한 장군이라고 해요. 큰 우연의 일치이군요. 제 할아버지도 중국인민해방군의 장군으로 전역했는데.. 젊었을 때 한국전쟁에 참전하셨다고 해요.


젊은 우리들이 과거의 전쟁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지만.. 만나서 여러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딩커민

- - -


“보낸 날짜가 2016년 8월 21일이에요. 그러니까 9월의 개강에 맞추어 캠브리지에 와 있다가 보낸 거지요.”

에리카의 설명을 듣고 코토우스키가 고개를 갸웅뚱 한다.


“흠.. 이 걸로 두 사람의 관계는 알겠는데.. 테리가 그 바쁜 로펌에 휴가를 냈다..? 뭘 하려구?”


“이 건 순전히 제 가설인데요.. 커민의 할아버지와 소영의 할아버지라는 두 장군의 관계가 한중관계의 미묘한 부분에 연관이 되는 것이고.. 그런 맥락 속에서 커민과 소영이 갈등했다.. 그래서 사건이 난 후에.. 소영이 테리의 부친을 찾아가 의견을 구하는 것이 아닐까..?”


“테리의 부친?”

어느 요원이 의문을 제기한다.


“대령 출신의 사관학교 교수라면 전쟁의 역사를 잘 알지 않을까요? 더구나 샌더슨씨는 해군 장교로서 아시아에 오래 근무했으니까요?”


“흠.. 아주 이례적인 일이지만.. 단서가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 가설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드네. 그럼 마침 아나폴리스에 FBI 오피스가 있으니 미리 연락을 해 두도록.”


* * *


한편 마이크 사사키는 시카고의 한 호텔 방에서 긴급히 고용한 사설 탐정 두 명에게 있는 대로 성질을 부리고 있다. 병신 같은 새끼들. 다 찍어준 년을 놓치다니. 그렇다고 수배 대상이 되고 있는 자신이 나설 수도 없는 처지.


할 수 없이 서울에 있는 노리오에게 전화를 넣는다.

“년을 찾았어?”

아무리 서로 깡패 주제이지만 50대 중반을 넘긴 노리오가 제 의붓딸을 가리키며 ‘년’이라는 하는데 한심한 생각이 든다. 이 놈의 책상머리에는 대표이사 회장이라고 번쩍번쩍하게 써 있겠지.


“눈 앞에서 놓쳤습니다. 죄송합니다. 형님.”


“좀 잘해라. 너 요새 나사가 빠진 거 아니냐? 그 애송이 하나를 놓고.. 그런데 소영이 행방은..”

“시카고 한 복판의 어느 쇼핑몰까지는 따라 붙었는데.. 거기서..”

“시카고..? 그 아이 혼자?”


“아니요. 어떤 젊은 남자와 같이 있었다고 하던데.. 사설탐정 애들입니다.”

“젊은 남자? 인상착의는..?”

“순수 백인은 아니고.. 아시계 미국인으로 보인답니다. 시카고 중심부에서 일하는 전문직의 분위기라던데..”


“아시아계 미국인..? 전화 끊고 기다려 봐.”


3분도 지나지 않아 노리오에게서 전화가 온다.

“받아 적어. 회사이름은 Bailiff Partners. 법률회사야. 그곳에 근무하는 테리 오카모토 샌더슨이라는 변호사야. 나이는 31세.”


“오카모토? 일본계입니까?”

“음.. 소영이하고 고베 국제학교 다니던 선배 아이.”

“아아.. 생각나요. 걔 우리가 잡아서 한번 혼냈잖아요.”


“문제는 걔가 아버지 있는 곳으로 에리카를 데리고 갈 공산이 커. 아나폴리스에 있는 해군사관학교야.”

“아나폴리스..!”

“그 아이 입 막지 않으면 우리 다 망한다. 제거해!”

“네, 형님.”


* * *


오하이오주 컬럼버스시. 시카고와 아나폴리스의 중간 거리에 있는 도시의 작은 호텔에 체크인 했을 때는 이미 밤 열시.


호텔 프론트에 있는 공중전화를 이용해서 테리는 집에 전화를 건다. 다행히 아버지가 전화를 받는다. 쓸데 없는 설명이 필요 없이 용건만 간단히 말할 수 있기 때문.


“아버지.”

“오, 아들.. 전화 잘 했다.”

“왜요?”


“요새 뭐 끄나풀 달고 다니냐?”

“왜 그렇세요?”

“학교의 내 연구실 근처하고 집 근처에 못보던 인사들이 어슬렁거려서. 너 법률회사 그만 두고 마피아에 들어간 거 아니지?”


“그건 생각하다 말았는데.. 끄나풀들이 전문가로 보여요?”

“정보장교였던 내 눈에는 보통 애들이 아냐. 그것도 두 팀야. 내가 볼때 하나는 연방정부 월급쟁이들.. 또 하나는 프리랜서들..”


“허허. 그거 조금 곤란한데.. 그럼 집으로 안 갈게요. 아버지 최근에 워싱턴에 자주 들어 가세요?”

“자주 가지. 의회에서 세미나를 주관하거든..”

“그럼 제가 손님이 한 사람 있는데 의회도서관 근처에 숙소를 잡고 만나는 건 하원 의사당 안에서 만나기로 하지요. 제가 새 휴대전화 하나 준비할테니 모르는 번호 전화와도 받으세요.”


“알겠다. 마피아가 아니라 러시아 KGB 일하는 거 아니지?”

“그거보다 고차원적이고 숭고한 일예요.”

“어련하겠니. 그럼 하원의원 의사당에서 만나자. 엄마한테는 말 안할게.”

“고마워요. 아빠.”

lake michigan drive.jpg

lake michiga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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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마지막 화 – 남기고 간 말들 +5 18.06.06 500 8 3쪽
46 제46화 – 롱펠로우 브리지 18.06.06 433 6 9쪽
45 제45화 – 마지막 사과 18.06.06 408 7 6쪽
44 제44화 – 김소영 살인 청부 18.06.04 436 5 9쪽
43 제43화 – 보스턴을 향하는 추격자들 +1 18.05.27 459 7 10쪽
42 제42화 - 모택동 주석께 드리는 서한 +2 18.05.25 494 6 11쪽
41 제41화 – 소영 제거 지시 18.05.22 469 7 10쪽
40 제40화 – 미국 하원 의원회관 18.05.18 482 7 12쪽
» 제39화 – 시카고 플레이보이 빌딩 18.05.18 521 8 12쪽
38 제38화 – 마지막 여행 +1 18.05.17 488 8 12쪽
37 제37화 – 두 명의 장군 18.05.17 493 7 11쪽
36 제36화 – 사사키의 변신 18.05.16 478 7 12쪽
35 제35화 – FBI 확대 수사회의 18.05.16 482 7 12쪽
34 제34화 – 공범들 18.05.15 478 7 10쪽
33 제33화 – 버려진 시체 18.05.15 489 7 11쪽
32 제32화 – 의붓아버지 18.05.14 500 7 8쪽
31 제31화 – 정략결혼 18.05.13 478 7 7쪽
30 제30화 - 불법체류자들 18.05.12 488 8 7쪽
29 제29화 -반도금융그룹 회장 +1 18.05.10 531 7 8쪽
28 제28화 – 곤도 후미에 죽음 +1 18.05.09 514 8 8쪽
27 제27화 – 고베항 부두 18.05.08 514 7 9쪽
26 제26화 - 한국계 다나카 히로시 18.05.07 517 9 7쪽
25 제25화 - 잔인한 달의 카 섹스 18.05.05 517 9 8쪽
24 제24화 - 곱슬머리 사사키 18.05.05 516 10 9쪽
23 제23화 - CIA 스페셜 에이전트 18.05.04 542 10 7쪽
22 제22화 - Mr. S. 18.05.03 535 9 7쪽
21 제21화 - 비원의 추억 18.05.03 531 10 7쪽
20 제20화 - 소돔과 고모라에서 18.05.02 530 13 8쪽
19 제19화 - 어틀랜틱 시티 18.05.02 523 15 9쪽
18 제18화 - 스시 레스토랑 18.04.30 542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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