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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ROH 님의 서재입니다.

찰즈강 살인사건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DANROH
작품등록일 :
2018.04.09 12:23
최근연재일 :
2018.06.06 14:45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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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59
추천수 :
425
글자수 :
176,294

작성
18.05.27 11:35
조회
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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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0쪽

제43화 – 보스턴을 향하는 추격자들

DUMMY

워싱턴 DC 중심가를 동서로 관통하는 거대한 직사각형의 공원인 내셔널 몰. 그 안에 수십 개의 박물관과 기념관들이 몰려 있다. 끝없이 펼쳐지는 잔디밭을 하염없이 걷는 소영. 그리고 그 뒤를 따라가며 소영의 손에 있던 문서를 읽는 테리.


멀리 포토맥강이 보이고 그 위로 비행기들이 낮게 나른다. 레이건 공항이 가까운 탓이다. 그리스의 신전을 연상케하는 링컨 기념관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테리는 소영에게 다가가 손을 잡는다.


“피곤하지 않아?”

“괜찮아.”

“우리 여기까지 왔는데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 가 볼까? 바로 저기야.”


소영의 손을 잡고 발걸음 방향을 바꾸던 테리의 눈에 어떤 사나이가 들어온다. 심하게 꼬불거리는 짧은 머리. 계절에 걸맞지 않게 가무잡잡하게 태운 살결. 미국에서는 구하기 힘들 것 같은 동양적이면서도 야한 셔츠.


테리가 일본에서 학교를 다니며 많이 본 모습이다. 나이든 야쿠자. 또는 야쿠자 흉내를 내는 건달. 순간 테리의 전신에 소름이 끼친다.


소영에게 다가 가 손을 꼭 잡은 테리는 한국전 기념공원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잔디밭 가운데 삼각형의 공간이 전시장으로 되어 있다. 그 전시공간에 브론즈로 조각된 미군 병사들의 다양한 모습들이 전시되어 있다. 빗속에 우비를 입고 적진을 향하여 전진하는 군인의 무리들.


삼각형 전시공간의 한 변을 걸으며 조각된 병사들의 사이로 건너 편을 유심히 보는 테리의 눈에 들어 오는 곱슬머리 사나이. 사람들 사이에서 이 쪽을 살피는 것이 분명하다.


순식간에 경보음이 테리의 전신을 훑고 지나간다. 저 놈을 따 돌려야 한다!


링컨 기념관은 몇 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정면의 계단을 올라가면 거대한 기둥들을 떠받치는 플라토가 있고, 그 플라토 층에서 기념관을 사면을 둘러볼 수 있다. 놈을 따 돌린다면 그 곳 밖에 없다.


소영의 손을 꼭 잡고 링컨기념관에 이르렀을 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수 많은 관광객이었다. 다행이다.


인파 사이로 계단을 올라 정면의 현관으로 들어가지 않고 왼쪽으로 발을 옮겨 코너를 돈다. 몸을 회전하며 살짝 돌아 본 테리의 시야에 곱슬머리가 들어 온다. 그런데 자신들을 쫓는 사나이를 따르는 또 다른 사나이들!


짙은 신사복에 선글래스를 낀 30대의 사나이들. 지식인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동작이 민첩하다. 테리는 순간적으로 깨닫는다. FBI 요원들이 곱슬머리를 쫓고 있는 것이다. 혹은 김소영을!


기념관의 사면을 둘러보는 관광객이 적지 않다. 두 번째의 코너를 돌자마자 테리는 소영의 손을 꼭잡고 뛰기 시작한다. 테리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던 소영도 순간적으로 깨닫는다.


기념관의 뒷면을 달리면서 테리는 계산한다. 뒷면의 길이가 약 60 미터. 그리고 돌아서서 북쪽 면의 길이가 약 40 미터. 약 100 미터를 두 사람이 15초 정도에 달려서 23번가 쪽으로 나가면 택시가 많다.


폭이 2미터도 안되는 좁은 공간의 길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며 전력으로 달려 두 사람은 지면으로 뛰어 내린다. 다행히 바닥은 푹신한 잔디. 몸을 굴려 나무 밑에 몸을 숨긴 두 사람이 목격한 것은 엉뚱한 것이었다.


곱슬머리가 사람들을 밀치며 전력으로 뛰고, 그 뒤를 양복쟁이들이 쫓는 것이다.


“나를 쫓고 있는 거지..?”

두려움과 피로가 섞인 음성으로 소영이 묻는다.

테리는 아무 말이 없다.


“부탁이 하나 있는데..”

“무슨 부탁?”

“보스턴 FBI에서 일하는 에리카라는 요원에게 연락을 하고 싶어.”


“자수하려고..?”

“음.. 자수한다면 그 여자 요원에게 하고 싶어. 나누고 싶은 이야기도 있고.”

“알았어.”


* * *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 사이에 묻혀 있기로 결정한 테리는 버스로 보스턴으로 향하기로 한다. FBI 사무실의 전화번호가 인터넷에 공개되는 마당에, 에리카 에가와 요원과 연결이 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테리는 소영의 변호사를 자임하고 간단하게 메시지를 전한다.


- 김소영이 자수를 결심하였다는 것

- 자수는 에가와 요원 입회 하에 하겠다는 것

- 그 때에 김소영은 에가와 요원과 대화를 원한다는 것

- 일본계의 남성이 소영을 추적하고 있다는 것


이상의 메시지를 전한 테리는 전화의 전원을 끈다. 보스턴에 도착하면 다시 알리기로 하고.


* * *


테리의 전화가 있은 후, FBI 보스턴 오피스에서는 긴급 수사회의가 열린다.


“그러니까 김소영이 보스턴에 와서 직접 에가와 요원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자수를 하겠다는 거지?”

상급자인 브라운 요원이 눈이 동그래서 묻는다.

“네.”


“김소영과 같이 고베에서 학교를 다닌 테리 샌더슨이 이제는 친구가 아니라 변호사로 동행을 하겠다.. 그런데 에가와 요원과의 대화가 일종의 조건이다..?”

“네..”

“뭐 이런 희한한 자수가 있어? 무슨 이야기를 하겠다는 걸까?”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김소영이 딩커민을 살해한 것은 사전의 계획에 따른 것이 아니고.. 순간적인 충동에 따른 것이라고 봅니다. 그 충동의 촉발에는 두 사람의 각자의 할아버지에 해당하는 사람들.. 즉, 한국전쟁 당시에 중국인민지원군의 장교로 참전한 딩웨이민이라는 사람과, 한국군 장군이었던 권인호라는 인물이 결부된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결론적으로 말하면 딩커민이 한국인, 특히 한국인들이 전쟁의 영웅으로 떠 받드는 권인호 장군에 대하여 모욕적인 발언을 하였고, 이에 순간적으로 격분한 김소영이 딩커민의 후두부 골프채로 가격한 것입니다.”


“우리가 기소를 하게 된다면 에리카요원의 가설이 맞는지 여부가 중요한 거 잘 알지?”

“네. 제가 생각하는 것이 맞다면 김소영의 행위는 법적으로 머더 (murder)가 아니고 볼룬터리 맨슬로터 (voluntary manslaughter)에 해당합니다.”


“제 손으로 죽이기는 했는데.. 처음부터 살의를 가지고 계획한 게 아니고.. 상대방의 심한 도발이나 이성을 잃을 만한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행한 행동이 결국 상대방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네.”


“이해는 하겠는데.. 그걸 우리는 법정에서 입증을 해야 잖아?”

“결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법정에서 배심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정도의 자료는 마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김소영이 쓰던 PC에서 딩커민과의 이메일 등이 나왔고.. 더 중요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자료는 김소영이 딩커민에게 보낸 이메일의 여러 군데에서 언급한 것, 즉 자신이 존경하는 외할아버지 권인호를 면전에서 무시하고 모욕하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항의의 내용을 보강하는 것입니다.”


“그게 뭔데..?”

“피해자 딩커민이 대학원의 사물함에 남겨 놓았던 유품 중에서 발견한 한 건의 문서입니다.”

“도대체 뭔데?”


“딩커민의 조부 딩웨이민이 한국전쟁이 끝나는 시점에 모택동에게 보낸 개인적인 서신입니다. 중국어 원문을 영어로 바꾼 내용이 바로 이겁니다.”


이말과 함께 에리카는 전문을 대형 스크린에 투사한다.


* * *


수신: 모택동 주석

발신: 조선인민지원군 연락 무관 대령 왕웨이민

일자: 1953년 7월 20일


* * *


숨을 죽이고 전문을 읽어 내려간 수사원들이 가볍게 동요한다.


“만약 저런 내용의 말을 젊은 딩커민이 김소영에게 수시로 했다면 격분하는 것도 가능하겠지..”

코토우스키 요원이 넋두리를 하듯이 내뱉는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뒷받침하는 논의를 하나 준비했습니다. 해군사관학교의 샌더슨 교수를 라이브 영상 통화로 연결하고자 합니다.”


에리카의 이 말과 함께 화면에 샌더슨 교수가 등장한다. 연구실에 있는지 배경은 책꽃이이다.


“제리 샌더슨 교수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방금 이곳 FBI 보스턴 오피스에서 1953년 7월에 중공군의 왕웨이민 대령이 모택동에게 보낸 개인 서신을 보았습니다. 이에 관해서..”

이때 샌더슨 교수가 말을 끊는다.


“그 서신 이야기를 내 아들 테리를 통해서 알았습니까?”

“아닙니다. 피해자 딩커민의 유품 속에서 발견했습니다.”

“그래요..?”

샌더슨 교수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쉰다.


“아드님 테리의 말에 의하면 용의자 김소영에게 그 서신의 사본을 교수님이 보여주었다고 하던데요..”

“네. 맞습니다. 김소영이 아들의 안내로 찾아와 딩웨이민에 관하여 묻길래.. 공문서관을 통하여 찾은 것입니다.”

“김소영이 딩커민을 살해하는 충동을 갖게된 데에 이 문서가 중요한 단서가 되었다고 생각합니까?”


“수십년 전에 쓰여진 그 문건 하나가 지금에 와서 젊은 여자 지성인으로 하여금 살인을 하게 만들었다고 한다면.. 그건 논리의 비약이 심한 것이겠지요. 다만 그 문서에 압축되어 있는 생각들을 딩커민이 가지고 있다가.. 이를 여과되지 않은 형태로 이를 김소영에게 반복적으로 말했다면.. 촉발제가 되었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 않겠어요?”


“교수님은 일본에 주둔했었는데.. 한국의 권인호 대사를 압니까?”

“네.. 내가 정보장교여서 무관의 직책으로 주일미국대사관에 근무했고.. 한국 해군과의 연락을 위해 한국에도 여러 번 갔습니다. 그 때 권인호 장군을 만난 적이 있고, 나중에 권장군이 주일한국대사로 나왔을 때에도 만났습니다.”


“권인호 장군은 김소영의 외할아버지이지요?”

“네.”

“어떤 사람입니까? 권인호라는 인물은?”


“내가 알기로는 한국전쟁에서 명성을 떨친 대표적인 장군의 한 사람으로 압니다. 한국전쟁 당시 한국군은 잘 정비되어 있지 않았는데.. 전투 이론이나 실제 전투에 양면에서 모두 뛰어난 장군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한국 군부에는 전쟁 상황에서도 부패가 심했는데.. 그런 정치적인 행동에 가담하지 않은 청렴하고 용맹한 군사 지도자였습니다.”


“그런 인물을 외할아버지로 둔 김소영에게, 딩커민이 앞에 나온 서신에 담긴 종류의 악담을 계속한다면.. 어느 순간에 충동적인 행동을 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 때 에리카의 전화기에 비상메시지가 뜬다.


보스턴 시내 마이크 사사키 출몰

korean war.jpg

lincoln.jp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1 n9******..
    작성일
    18.05.27 14:13
    No. 1

    매 글마다 사진이 딸려 있는 걸 보며 작가가 이 글을 쓰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조사를 했는지 알게 됩니다. 결말까지 파이팅하시길 빌고 독자로서 어떻게 대미를 장식할지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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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제44화 – 김소영 살인 청부 18.06.04 437 5 9쪽
» 제43화 – 보스턴을 향하는 추격자들 +1 18.05.27 460 7 10쪽
42 제42화 - 모택동 주석께 드리는 서한 +2 18.05.25 495 6 11쪽
41 제41화 – 소영 제거 지시 18.05.22 469 7 10쪽
40 제40화 – 미국 하원 의원회관 18.05.18 483 7 12쪽
39 제39화 – 시카고 플레이보이 빌딩 18.05.18 521 8 12쪽
38 제38화 – 마지막 여행 +1 18.05.17 489 8 12쪽
37 제37화 – 두 명의 장군 18.05.17 493 7 11쪽
36 제36화 – 사사키의 변신 18.05.16 478 7 12쪽
35 제35화 – FBI 확대 수사회의 18.05.16 482 7 12쪽
34 제34화 – 공범들 18.05.15 479 7 10쪽
33 제33화 – 버려진 시체 18.05.15 489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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