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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ROH 님의 서재입니다.

찰즈강 살인사건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DANROH
작품등록일 :
2018.04.09 12:23
최근연재일 :
2018.06.06 14:45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6,149
추천수 :
425
글자수 :
176,294

작성
18.05.10 11:02
조회
531
추천
7
글자
8쪽

제29화 -반도금융그룹 회장

DUMMY

반도금융그룹 회장 김성구. 세계에서 G20로 부상한 대한민국의 5대 금융그룹의 총수.


바닥에서 천장까지 유리로 되어 있는 20층 집무실. 거기에 서서 밖을 내다보는 것으로 그는 하루를 시작한다. 덕수궁을 발 밑에 깔고 멀리 북한산이 보이는 탁 트인 전망이 눈에 들어오는 창가.


광화문광장을 지나 청와대가 눈에 들어온다. 오늘은 대통령과의 오찬이 예정되어 있다. 대통령이 15인의 경제금융인을 부르는 오찬에 참가한다는 사실이 그의 성공의 징표이리라.


성공! 그는 피식 웃는다.‘성공이 무슨 개 뼉다구 씹는 소리여, 이놈아!’ 모친이 그에게 내뱉은 말이다. 40년 전에. ‘일본 땅에서 조센진으로 태어나 아가리에 밥 세끼 들어가면 성공인 거여.”


오사카대학을 졸업하고 마쓰시다 전기에 입사원서를 낸 그는 합격통지를 받지 못했다. 자신보다 성적이 훨씬 떨어지는 일본 아이들이 다 합격한 것을 보면서 자신이 조센진이라는 것이 문제라는 결론을 내렸다.


평생 사랑하자고 약속했던 세츠코가 떠나간 것도 그때였다. 그녀는 성구를 다나카 노리오라고 알고 있었다. 田中典夫. 이 그럴듯한 일본 이름이 자신의 본명이 아니라는 걸 세츠코가 안 것이다.


진짜 이름은 김성구. 다나카 노리오는 通姓名. 일본에 사는 외국 국적자가 생활을 편하게 하기 위해 그냥 쓰는 이름이었다.


아버지는 자신이 하는 신용금고에 들어와 일하라고 했지만 싫었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신용금고란 동네 사람들에게 굽실거리며 예금을 확보해서 빌려주고 이자를 따 먹는 게 다였다. 평생 이자 따먹기를 하며 살기는 싫었다.


1980년 4월 1일. 그의 22세 생일. 그 만우절에 그는 이 거짓말 같은 인생이 어떤 개뼉다귀인지 알아보자고 집을 나왔다. 10만엔을 주머니에 넣고 나와 12월 말에 돌아올 때까지의 경험.


그 경험은 김성구 인생의 원점이다. 지금 돌이켜 보아도 만화경 같이 생생하고 흥분되는 장면들.. 오사카에서 시작하여 남으로 내려가 최남단의 가고시마를 찍고 돌아 온 9개월. 그 시간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희로애락과 아수라장의 광경들을 농축한 것이었다.


트럭 조수, 파친코 관리 보조, 딸기밭 노동 등 성구가 경험한 직업은 열 개가 넘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호스트 클럽의 호스트였다.


늘씬한 키. 근육질의 몸매. 준수한 얼굴. 지성미 있는 말투. 이런 조건을 갖춘 호스트는 유한 마담들이나 남편과의 성생활에 불만을 가진 여자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나고야시 환락가에 있던 호스트 클럽 옐로우 로즈에서 일했던 반 년. 어쩌면 그 기간에 성구는 웬만한 남자가 평생할 섹스를 다 했을지도 모른다.


‘인간을 움직이는 건 욕망이고, 욕망에 가격을 붙여 사회적으로 유통시키는 게 경제야.’ 대학교 4학년 때 들은 경제사상사 교수가 해 준 말이었다.


그 반 년의 경험을 통하여 성구는 어떤 결단에 이르렀다. 자신은 욕망을 유통시키는 사업을 하리라고. 그리하여 욕망의 본질을 바닥까지 파악하고 지옥으로 가 염라대왕을 만나리라고.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에 해가 이동한 탓인지 자신의 모습이 유리창에 어렴풋이 비친다. 그리고 그 여자가 생각이 난다. 이름도 모르는 여자. 하지만 성구의 성공의 시동을 걸어준 여자.


그 여자는 창가, 특히 대형 유리창 앞에서의 섹스를 원했다. 게다가 서서하는 자세.


여자를 앞에 안고 창에 밀착시켜 흥분의 최고점에 도달할 때 그녀는 늘 습관적인 말을 뱉곤 했다.


“이 걸 그 새끼가 봐야 하는데. 그 개새끼가 봐야 하는데..”


그 개새끼가 누군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성구도 이제 프로페셔널이 되어 있었던 터.


늦가을에 들어 성구가 더 만날 수 없다고 말했을 때 그녀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수십 번 몸을 섞은 관계.. 하지만 얼굴을 밝은 빛 속에서 정면으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당시 유행하던 프랑스 여배우 카트린느 드뇌브를 연상시키는 얼굴. 나이는 사십대 중반 정도. 성구의 나이 두 배였다.


마지막으로 사랑을 나눈 후 그녀는 조용히 흰 봉투를 내밀며 속삭인다.

“아름다운 경험 감사해요. 평생 잊지 않을 게..”


오사카로 떠나기 전 날 인사를 하러 간 호스트 클럽 사장이 한 말이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네가 그만둔 후 사모님이 안 오신다.”

“사모님요?”

“그래.. 중부지방 검찰총장 사모님.”


오사카로 올라가는 버스 안에서 성구는 여자가 건넨 흰 봉투를 열어 보았다.


자기앞 수표 액면 1억엔.


얼떨떨한 성구는 버스 차창 밖을 보며 친구의 말을 상기시킨다.

“야! 도요타 자동차 월급이 쎄긴 쎄다. 한달에 11만엔.. 그러니까 일년에 130만엔이 넘어 이 새끼야!”


취직 못한 성구를 부러 약 올리려고 한 말이었다. 여자가 준 돈은 동기생 연봉의 90배가 넘는 것이었다. 또래 월급쟁이 90명의 일년 노동의 댓가.. 인간의 욕망에 가격표를 붙이는 건 어려운 일임을 그는 절감했다.


* * *


9개월 만에 아들이 죽지 않고 살아 온 것이 고마웠던지 아버지의 손찌검도 엄마의 ‘뼉다귀’ 타령도 없었다.


그 날이 그 날인 일상으로 다시 돌아온 어느 날 부모가 하는 말이 귀에 들어 온다.


“배진철 그 새끼가 하던 신용금고가 결국 쓰러지는데.. 나한테 이게 기회가 될런지 몰라. 자본이 있다면 그 걸 사들여 금고를 확 키우는 찬스인 데..”

“여보. 철도 침목 깔면서 뼈 부러지는 거 면했는 데.. 무슨 욕심을 내세요.”


다음 날 성구는 오사카대학 경제학과 선배가 하는 회계사 사무실을 찾아갔다. 아버지의 경쟁자가 하던 아카네 신용금고는 흥정만 잘 하면 8천 만엔 정도면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일본에서 새 회계년도가 시작하는 4월 1일, 그리고 성구의 생일인 그 만우절에 23세의 성구는 신용금고의 이사장이자 행장으로 취임하였다.


반도신용금고


그가 붙인 새로운 이름. 성구는 조선반도의 후예라는 것에 더 이상 컴플렉스를 느끼지 않기로 했다. 일본 최고 엘리트의 여자를 실질적으로 지배했던 남자로서 반도라는 고유명사에 위축을 느끼지 않기로 한 것이다.


아니. 반도에서 온 조센진이라고 까부는 애들은 철저하게 파괴하리라고 마음먹었다. 야쿠자에서 총리 대신까지.. 그리고 그 생각을 할 때마다 성구는 카트리느 드뇌브의 몸에 정액을 방사할 때의 쾌감을 느꼈다.


* * *


“회장님 전화입니다.”


부드러운 핑 소리와 함께 비서의 목소리가 인터폰으로 들린다.


“회장님, 조금 신경쓰이는 일이 생겼습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고베를 관리하는 조직 해풍파의 두목이다.

“뭐야.”


“곤도 후미에..”

“걔는 조용히 존재를 없애라고 그랬잖아!”

“네.. 그런데 나중에 똥파리가 낀 것 같아요.”


“똥파리..?”

“네.. 미국 FBI의 수사원이라는 여자가 곤도에 관하여 물어보고 다닌다고..”

“FBI..?”

어지간한 일에 놀라지 않는 성구가 간담이 서늘함을 느낀다.


“어떻게 알았어?”

“우리 조직원 중 한 명의 여자가 시내에서 댄스 스튜디오를 하는데 거기를 찾아 왔다고..”


시계를 보니 11시. 준비하고 청와대로 가야 할 시간이다. 그래도 급한 통화가 필요하다. 스마트폰의 주소록을 스크롤한다.


Sasaki

북한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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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제46화 – 롱펠로우 브리지 18.06.06 434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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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제42화 - 모택동 주석께 드리는 서한 +2 18.05.25 495 6 11쪽
41 제41화 – 소영 제거 지시 18.05.22 469 7 10쪽
40 제40화 – 미국 하원 의원회관 18.05.18 483 7 12쪽
39 제39화 – 시카고 플레이보이 빌딩 18.05.18 521 8 12쪽
38 제38화 – 마지막 여행 +1 18.05.17 488 8 12쪽
37 제37화 – 두 명의 장군 18.05.17 493 7 11쪽
36 제36화 – 사사키의 변신 18.05.16 478 7 12쪽
35 제35화 – FBI 확대 수사회의 18.05.16 482 7 12쪽
34 제34화 – 공범들 18.05.15 479 7 10쪽
33 제33화 – 버려진 시체 18.05.15 489 7 11쪽
32 제32화 – 의붓아버지 18.05.14 500 7 8쪽
31 제31화 – 정략결혼 18.05.13 478 7 7쪽
30 제30화 - 불법체류자들 18.05.12 488 8 7쪽
» 제29화 -반도금융그룹 회장 +1 18.05.10 532 7 8쪽
28 제28화 – 곤도 후미에 죽음 +1 18.05.09 514 8 8쪽
27 제27화 – 고베항 부두 18.05.08 515 7 9쪽
26 제26화 - 한국계 다나카 히로시 18.05.07 517 9 7쪽
25 제25화 - 잔인한 달의 카 섹스 18.05.05 518 9 8쪽
24 제24화 - 곱슬머리 사사키 18.05.05 516 10 9쪽
23 제23화 - CIA 스페셜 에이전트 18.05.04 542 10 7쪽
22 제22화 - Mr. S. 18.05.03 535 9 7쪽
21 제21화 - 비원의 추억 18.05.03 531 10 7쪽
20 제20화 - 소돔과 고모라에서 18.05.02 530 13 8쪽
19 제19화 - 어틀랜틱 시티 18.05.02 523 15 9쪽
18 제18화 - 스시 레스토랑 18.04.30 542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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