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DANROH 님의 서재입니다.

찰즈강 살인사건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DANROH
작품등록일 :
2018.04.09 12:23
최근연재일 :
2018.06.06 14:45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6,141
추천수 :
425
글자수 :
176,294

작성
18.06.06 14:41
조회
433
추천
6
글자
9쪽

제46화 – 롱펠로우 브리지

DUMMY

New England Quick이라는 커다란 글자가 주홍색으로 써 있는 배달차량. 조용한 웰즐리 주택가에 오전 내내 서 있는 것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길가에서 사람이 죽어도 이를 발견할 사람이 없을 정도로 한적한 동네이다.


안이 안보이는 짙은 유리로 가려진 운전석과 조수석에 두 사나이가 망원경을 들고 앞을 주시하고 있다. 차안에는 담배 연기가 자욱하다.


“이 년놈들이 안 나오네.”

조수석의 사내가 담배를 비벼 끄며 중얼거린다.


“아직 움직임이 없냐?”

무선송신기에 전파가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들린다.

“네. 보스.”

“실수하면 니들 목 줄 따 버린다.”

“네.”


검은 스포츠밴 세대가 로젠버그 교수 자택 앞에 멈추어 선 것은 그때였다.


“보스. 검은 차들이 왔습니다. 내리는 자들을 볼 때 FBI 요원들인 것 같습니다.”

“즉시 차량을 멀리 이동시키고 망원경으로 감시해. 이동하며 따라 붙어서 경로를 수시로 보고해.”


* * *


퀸시 마켓에서 멀지 않은 번햄의 사무실 건물에 코토우스키가 들어서자 험악한 인상의 사내들이 막아선다.


“코토우스키가 왔다고 전해라.”


“어이. 친구, 웬 일이야. 여기까지.”

“오랜 만이네.”


두 사람은 육군에서 같은 부대에 근무한 적은 없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중사가 되었고, 한 사람은 이라크에서, 또 한 사람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싸우며 두 사람 모두 부상을 입고 전역한 터이다.


FBI 요원과 암흑가의 권력자란 정반대의 길을 걷는 두 사나이. 얼굴을 대하는 것은 두 번째이지만 서로를 잘 알고.. 일종의 존경심을 서로 가지고 있는 터이다.


“일본인 고객이 생겼지?”

“음.. 역시 빠르네.”

“그 일본인이 처치해 달라고 부탁한 김소영이라는 여자가 바로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 아들을 죽인 사람이야.”


“그래? 그렇게 안보이던데..”

번햄이 놀란 얼굴로 김소영의 사진을 탁자 위에 던진다.

“우발적인 살인이었어.”

“흠.. 그런데 자네가 여기에 온 이유는?”


“김소영이를 법정에 세워서 모든 것을 밝혀야 돼.”

“그거야 그렇겠지. 하지만 자네의 정의 비즈니스하고 우리 비즈니스는 논리가 다른데..”


“이거 부탁이야. 김소영이라는 외국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지지 않으면.. 미국과 중국 사이의 민감한 외교분쟁으로 번질 수가 있어서. 말하자면.. 이건 미국의 국익이 결부된 사건이라는 거지.”

“흠..”


“다 좋은데.. 그 여자를 자네의 부하가 죽이는 일은 없도록 해주게. 그렇게 되면 결국 미국 연방정부가 자네를 상대로 싸우게 돼. 그럴 필요 없잖아?”

“와우! 내가 람보처럼 되는 거네. 나 그거 정말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나 믿고 가겠네.”


두 사람은 말 없이 악수를 나눈다.


* * *


코토우스키가 나가자 번햄은 즉시 마이크를 들고 무선으로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김소영이 출몰할 가능성이 있는 세 곳에 부하들을 배치했던 것이다. 보스턴 생물학과 건물 부근에 A팀. 로젠버그 교수 자택 부근에 B팀. 그리고 FBI 보스턴 오피스 부근에 C팀.


“모두 들어라. 지금 타깃은 B팀 관할에 있다. A팀과 C팀은 B팀이 추적하는 타깃의 동선에 맞추어 이동하도록. 여기서 중요한 명령이다. 타깃 살해 금지. 반복한다. 타깃 살해 금지. 모두 확인할 것.”


세 팀에서 확인을 받은 번햄을 추가 지시를 내린다.

“또한 일본인 마이크 사사키가 타깃을 살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 즉각 제지하라. 필요하면 사사키를 살해해도 좋다. 우리의 새 목표는 타깃이 안전하게 FBI에 인계되는 것이다.”


* * *


웰즐리시에서 찰즈강의 롱펠로우 브리지로 가려면 북동쪽으로 9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찰즈강에 이르러 강변을 타고 올라가면 된다. 그 사이에 보스턴 대학이 자리잡고 있다.


보스턴 대학 캠퍼스를 관통하는 9번 도로를 지나가는 차 안에 앉은 김소영의 마음에는 만감이 교차한다.


허영되고 가식적인 엄마. 기만적이고 잔인하고 음흉한 의붓 아버지. 형제자매가 없이 외롭게 자란 자신에게 인간의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 주었던 유일한 인물이었던 외할아버지 권인호 장군. 의붓 아버지의 강요로 가짜 사랑을 나누다가 죽여 버린 딩커민.


엄마의 재혼으로 갑자기 일본으로 가서 말이 잘 안통할 때 소영은 시집에 몰두했다. 그 때 힘을 얻은 시의 하나가 헨리 워즈워드 롱펠로우의 <인생의 찬가>라는 시였다. 그 시의 한 구절이 떠 오른다.


넓고 넓은 전쟁터 같은 이 세상

잠시 쉬어 가는 야영장 같은 인생

그 안에서 말 없이 내몰리는 가축이 되지 말라

싸워서 영웅이 되라

In the world’s broad field of battle

In the bivouac of life

Be not like dumb, drive cattle!

Be a hero in the strife!


엄마의 가식적인 결혼 생활이 싫어 한국으로 돌아왔다가 독립하여 싸우겠다고 선택한 유학지가 보스턴이었다. 웬만한 대학이라면 캘리포니아건 텍사스건 뉴욕이건 개의치 않았다. 다만 소영이 보스턴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그곳에 자신이 좋아하는 시인 롱펠로우를 기리는 다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주 소박한 이유였다.


롱펠로우 브리지. 소영의 기숙사에서 걸어서 40분이면 갈 수 있는 이 다리 위에서 소영은 많은 시간을 보냈다. 회색 암석이 찌들어 salt and pepper bridge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다리 위에서 대서양으로 흘러가는 찰즈강 강물에 떠내려가고 싶다는 환상을 가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 * *


“위치가 어디냐?”

“9번 국도에서 보스턴 대학을 지나 찰즈강 가를 달리는 스토로우 드라이브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세 팀 모두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지?”

“네.”


번햄의 부하들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보스턴 대학 부근에 잠복하고 있던 사사키가 A팀을 뒤에서 쫓고 있었던 것이다.


* * *


찰즈강의 하류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롱펠로우 브리지의 동쪽에는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이, 서쪽에는 MIT 캠퍼스가 자리잡고 있다.


1906년에 완공이 된 이후 개축을 계속하여 지금은 가운데에 전차레일이 있고 양쪽에 자동차 도로와 인도가 있다. 전체 길이 540 미터. 다리 중간 부분에 네 개의 등대와 같은 탑이 양쪽으로 나뉘어 올라가고, 그 탑의 바깥 쪽에는 바이킹의 배가 조각되어 있다.


김소영이 차량을 멈추어 달라고 부탁한 것은 남쪽의 바이킹 타워였다. 등대탑은 강쪽으로 튀어나와, 탑을 둘러싸고 반원형의 작은 통로가 있다.


김소영의 요구를 들은 에리카는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어 본부의 의견을 구한다. 위험 요인이 많은 것을 아는 본부는 당연히 거절한다.


“소영. 본부에서는 거절이에요.”

“그럼 나는 협조할 수 없어요. 수사관들이 같이 나와 나를 보호해주면 되잖아요. 이 다리는 내가 보스턴에서 힘든 생활을 할 때 유일한 피난처가 되었던 곳이에요. 앞으로 내가 사형이 되거나 영원히 감옥에 있을 수도 있는데.. 제발 부탁이에요.


이 말에 다시 본부에 연락한 에리카는 FBI 차량 두대가 등대탑 양쪽에 대기하고 수사원들이 전원 하차하여 등대탑 주변을 경계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허락했다.


차에서 내려 등대탑으로 다가가는 소영과 테리. 그리고 팔이 닿는 거리에서 뒤따라는 에리카. 그들의 주변에는 여러 명의 수사관들이 주위를 살핀다. 경찰에게 다리의 통행금지를 요구하기는 했으나 아직 차량들이 다리를 지나간다.


등대탑을 둘러싼 반원형의 통로는 철제 가드레일로 봉쇄되어 있다. 소영은 다리 난간을 붙들고 강의 남쪽을 바라본다.


멀리 강의 왼쪽으로 보스턴 시내가 보이고 보스턴 대학 캠퍼스도 어렴풋이 눈에 들어온다. 강의 오른쪽으로는 MIT캠퍼스가 퍼져 있고 그 너머로 삼각형의 하이야트호텔이 보인다.


에리카도 범인을 호송하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늘 달리던 조깅 코스를 눈으로 쫒고 있다.


그 때였다.


오토바이가 맹렬한 속도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질주하던 오토바이를 탄 사나이는 순식간에 일행에 접근하며 오른 속에 들고 있던 자동소총을 겨냥한다.


에리카 일행이 서 있는 자리에 50 미터 거리에 접근한 사나이는 발사를 시작한다.


타다다당..


소리로 보아 독일제 H&K 416 자동소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총알이 에리카의 오른쪽 어깨에 박히는 것을 느낀다. 의식이 몽롱해지며 주저 앉는 순간 에리카의 눈에 들어온 모습은 소영이 난간 위에 올라 뛰어내리는 모습이었다.


난간 위에 선 소영의 둔부에서 튀어 오르는 피. 그 뒤로 소영이 흩뿌리던 흰 종이..

long fellow 2.jpg

long fellow viking.jp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찰즈강 살인사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7 마지막 화 – 남기고 간 말들 +5 18.06.06 500 8 3쪽
» 제46화 – 롱펠로우 브리지 18.06.06 434 6 9쪽
45 제45화 – 마지막 사과 18.06.06 409 7 6쪽
44 제44화 – 김소영 살인 청부 18.06.04 436 5 9쪽
43 제43화 – 보스턴을 향하는 추격자들 +1 18.05.27 459 7 10쪽
42 제42화 - 모택동 주석께 드리는 서한 +2 18.05.25 494 6 11쪽
41 제41화 – 소영 제거 지시 18.05.22 469 7 10쪽
40 제40화 – 미국 하원 의원회관 18.05.18 482 7 12쪽
39 제39화 – 시카고 플레이보이 빌딩 18.05.18 521 8 12쪽
38 제38화 – 마지막 여행 +1 18.05.17 488 8 12쪽
37 제37화 – 두 명의 장군 18.05.17 493 7 11쪽
36 제36화 – 사사키의 변신 18.05.16 478 7 12쪽
35 제35화 – FBI 확대 수사회의 18.05.16 482 7 12쪽
34 제34화 – 공범들 18.05.15 478 7 10쪽
33 제33화 – 버려진 시체 18.05.15 489 7 11쪽
32 제32화 – 의붓아버지 18.05.14 500 7 8쪽
31 제31화 – 정략결혼 18.05.13 478 7 7쪽
30 제30화 - 불법체류자들 18.05.12 488 8 7쪽
29 제29화 -반도금융그룹 회장 +1 18.05.10 531 7 8쪽
28 제28화 – 곤도 후미에 죽음 +1 18.05.09 514 8 8쪽
27 제27화 – 고베항 부두 18.05.08 514 7 9쪽
26 제26화 - 한국계 다나카 히로시 18.05.07 517 9 7쪽
25 제25화 - 잔인한 달의 카 섹스 18.05.05 517 9 8쪽
24 제24화 - 곱슬머리 사사키 18.05.05 516 10 9쪽
23 제23화 - CIA 스페셜 에이전트 18.05.04 542 10 7쪽
22 제22화 - Mr. S. 18.05.03 535 9 7쪽
21 제21화 - 비원의 추억 18.05.03 531 10 7쪽
20 제20화 - 소돔과 고모라에서 18.05.02 530 13 8쪽
19 제19화 - 어틀랜틱 시티 18.05.02 523 15 9쪽
18 제18화 - 스시 레스토랑 18.04.30 542 11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