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DANROH 님의 서재입니다.

찰즈강 살인사건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DANROH
작품등록일 :
2018.04.09 12:23
최근연재일 :
2018.06.06 14:45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6,137
추천수 :
425
글자수 :
176,294

작성
18.05.22 13:50
조회
468
추천
7
글자
10쪽

제41화 – 소영 제거 지시

DUMMY

“예의를 갖춥시다.”


구엔 형사가 미안한 어투로 제프와 커널리에게 말을 건넨다. 두 수사관은 이미 캡틴 비엔에 대하여 들은 바가 있다. 1975년에 베트남 전쟁이 끝날 때 베트남군의 대위로서 정보장교였다는 비엔. 미국 대사관의 도움으로 탈출하여, 지금은 포트 리 일대의 베트남 교민업계의 실력자라는 사람.


직업이 자동차 수리 및 자동차 딜러지만 그에게 부탁해서 안되는 것이 없다는 게 구엔의 설명. 암살과 고문의 전문가로서 전쟁 당시 북베트남군의 두려움의 대상이었다는 것이다.


Bien & Company.


포트 리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오피스 구역의 3층 건물 전체를 쓰는 그의 회사. 짙은 녹색 바탕에 금색으로 새겨진 간판이 눈을 끈다.


“오! 구엔 어서 오게.”


구엔 일행을 맞는 노인은 사업가라기 보다 밀교의 지도자와 같은 느낌이다. 가무잡잡한 피부에 호리호리한 몸매. 길게 기른 힌 머리와 힌 수염. 두 눈의 촛점이 잡히지 않아 상대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안을 느끼게 한다.


세 수사관이 비서가 내어 온 보이차를 음미하는데 비엔이 입을 연다.


“내가 미국 생활 40년이 넘는데.. 이렇게 FBI와 경찰 분들을 함께 만나는 것 처음이구려. 그래 무슨 일로..”

“함마라는 별명을 가진 일본인을 아십니까?”

수사진을 대표해서 제프가 묻는다.


“흠.. 내가 구엔군을 신뢰해서 그대로 말하리다. 그 놈은 일본에서 가장 잘 알려진 폭력 조직 야마구치구미(山口組)에 새롭게 도전하는 가미요시구미(神吉組)의 행동대원으로 야마구치의 중간 간부를 두 명이나 한 칼에 해치운 것으로 유명한 놈이야. 왜 있잖아 영화에서 람보가 쓰는 사냥용 칼..


경찰의 지명수배가 떨어지자 조직에서 버림을 받았고.. 이를 구한 것이 사사키야. 구했다기 보다 서로 이익이 맞아 떨어진 거지.


사사키가 과거 수년 동안 한 일은 일본에서 현찰을 미국으로 빼 돌리는 거야. 나도 동경에 놀러가 봤지만, 백화점에 가면 커다란 종이 봉투에 물건을 담아 주잖아. 함마 놈이 그렇는데.. 그 봉투에 만 엔짜리 화폐를 가득 담으면 일본 돈으로 1억엔이 된다는 거야. 달러로 바꾸면 대략 백만 달러..


이 봉지를 엑스레이가 투과하지 못하는 특수 소재로 밀봉해서 커다란 콩자루에 파 묻어 고베에서 보내는 거야. 배 한 번 들어 올 때 대략 열 봉지 보낸다고 하더군. 천 만 달러지. 일년에 화물선을 두 번 보내면 2천만 달러. 5년이면 1억 달러..”


“이 일을 하는데 함마가 어떻게 관여됩니까?”


“미국에 들어온 일본 화폐를 달러로 바꿔야 하는데 그 일을 함마가 하기로 한거지. 그 대신에 사사키는 함마를 화물선에 태워 미국으로 밀입국시키고 변호사를 고용해서 미국 영주권자로 만들었으니까..”


“그 일을 폭력배 출신의 함마가 어떻게 하나요?”


“한마디로 말하면 공포감을 바탕으로 하는 환치기 사업이지. 수사관 여러분들이 잘 알겠지만.. 미국의 동부.. 저 위의 보스턴에서 저 아래 워싱턴까지 일본 화폐를 다루는 가게나 회사는 수없이 많지. 일본인이 하는 요정, 한국인이 하는 일본 음식점, 각종 수입업자, 심지어 큰 회사들까지..


함마는 사사키의 지시대로 이런 곳들을 찾아 다니면서 공식 환율보다 손해를 보면서 엔을 달러로 바꾸는 거지. 이에 응한 업소나 회사들은 암거래에서 이익을 조금 보고, 은행에 가서 달러로 바꾸거나 엔화로 저금을 하면 되니까..


물론 귀찮아서 거부할 수도 있지만.. 거부한 술집 서너 군데가 함마로 박살이 난 적이 있거든..”


“그래서 그가 함마로군요.. 이 자와 사사키의 관계는 어떤가요?”


“서로 공생하는 관계이니 밖에서 볼 때는 아무 트러블이 없어. 그런데 작년인가.. 함마와 한잔 하는데 클럽으로 사사키가 찾아 온 적이 있어. 따로 대화를 하고 사사키가 나간 후에 함마가 무심코 뱉은 말이 있어.”


‘저런 배신자 새끼.. 원래라면 손가락을 끊어 내야 하는 건데..’


“그 말을 놓고 보면 두 사람이 인간적으로 가깝다거나 의리가 있다거나 하는 건 아니네요.”

“음.. 내가 야쿠자들을 오래 보았는데.. 몸으로 야쿠자하는 애들은 머리로 야쿠자 하는 애들을 싫어해.”


* * *


Club Nha Trang


세 수사관이 나트랑이라는 베트남 클럽에 들어간 시간은 밤 열시. 클럽 베니바나에서 서너 집 건너에 있다. 캡틴 비엔이 그에게 전화를 하여 친구들을 만나달라고 전화를 한 것이다.


조명이 은은한 클럽에 들어서는 함마의 대머리는 눈에 띠게 빛난다. 호스테스의 안내로 구엔 일행이 앉은 자리로 다가 온 함마의 씩씩거리는 숨소리가 위협적이다. 키는 170센티 정도. 중간 정도의 키에 비하면 체중은 90킬로 이상으로 보인다. 그래도 근육질이어서인지 비만하게 보이지 않는다.


“당신 구엔 아냐?”

함마는 대뜸 구엔 형사를 알아본다.


“나 당신 같은 사람하고 말 섞고 싶지 않은데.. 이 비엔이라는 늙은이가 망령이 들었나?”

돌아서는 함마의 뒤통수에 대고 제프가 말을 뱉늩다.


“여기서 나가면 당신의 미국 생활은 끝나고.. 고베로 빠꾸해야 될거야.”

함마의 발이 멈춘다. 몇초 동안 서 있다가 자리로 돌아온다.


눈 앞에 놓인 맥주를 한 모금씩 마신 후, 제프가 입을 연다.


“재무성 금융범죄팀에서 조사를 많이 해 놓았더라구. 이미 당신네들 하는 일 손금같이 파악하고 있구.. 이제라도 일망타진에 들어가겠다는 건데.. 우리 FBI는 조금 입장이 달라.. 트럼프 대통령까지 신경을 쓰는 살인사건이 있는데.. 달러 좀 바꾼 일 가지고 살인사건 해결에 장애가 생기면 안 되겠다..”


“살인사건이라니..?”

“에이. 알면서 왜 그래! 김성구의 딸 김소영이 죽인 중국 아이 있잖아. 그 시체를 당신 친구들이 가서 처리했더구만..”

“그 일하고 내가 무슨 상관..?”

“직접은 없겠지. 그런데 이 사사키가 문제잖아. 안그래?”


마치 사사키를 공동의 적인 양 하는 말투에 함마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우리 시간 낭비하지 말자구. 화끈하게 딜을 하자. 영화에서 봐서 알지. FBI는 공공의 더 큰 이익을 위해서는 마피아하고도 손잡고 일하는 것..”

“뭘 원하는데..”


“사사키에 관해서 조금 알고 싶은 뿐이야. 우선 새 전화번호.. 사사키만 잡으면 당신에 관해서는 노 터치. 물론 환치기 사업은 그만 해야지. 많이 벌었잖아? 그리고 사사키가 없으면 그 일 할 필요도 없고.”


* * *


그 순간에 사사키는 베니바나의 길 건너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하고 있다. 새 휴대전화를 만들었지만 비상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


“형님.. 아무래도..”

잠시 전화 저 쪽이 조용하다. 전화가 끊겼나 생각할 때 김성구의 말이 들린다.


“그래.. 할 수 없지. 소영이 그 아이 없애 버려.”

전화기를 제자리에 거는 사사키의 손이 떨린다. 노리오 이 악마의 끝은 어디인가?


몸을 돌려 전화 부스에서 나오려는 사사키의 몸이 얼어 붙는다.


베니바나의 왼쪽에 위치한 클럽 나트랑에서 나오는 세 사나이. 그 중의 한 동양계 남자의 모습을 어디선가 본 듯하다. 두 백인과 한 동양계 남자. 베트남계 클럽에 들어가서 십대 소녀들과 시시덕거리는 짓을 할 것 같지 않은 분위기의 이 자들. 필경 수사관들이다.


전화 부스 속에서 굳은 몸으로 생각에 몰두하는 사사키를 더 놀라게 하는 광경이 벌어진다. 사나이들이 나온 지 3분 정도 후에 나트랑을 나오는 사나이. 함마가 아닌가? 이것은 우연일 수가 없다. 함마가 경찰과 내통을 한 것이다.


* * *


함마가 베니바나에 들어간 것을 확인한 사사키는 어두침침한 전화 부스에서 생각들을 정리한다. 그 때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수화기와 전화박스가 연결된 긴 코드. 1미터는 됨직하다. 잭 나이프로 선을 길게 끊어 포켓에 넣는다.


베니바나에 들어 선 사사키는 그가 전용으로 쓰는 룸으로 간다. 함마가 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마시다가 벌떡 일어선다.


“형님.. 고생 많으시죠. 모습이 확 변했네요.”

“음.. 네 덕분에 여기 저기 구경하며 다니고 있어.”

“아가씨는..?”


소영을 아가씨로 부르는 함마의 대머리를 위스키병으로 박살을 내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천연스럽게 대답한다.

“걔도 어디론가 몸을 피하고.. 종적을 알 수가 없네.”

“내가 소개한 애들이 통신 추적을 못하는 모양이지요.”

“음.. 아직.. 뭐 풋내기니까 찾는 건 시간 문제이지.. 함마, 부두 창고에 좀 가자.”


“지금요?”

“그래 지금.. 다른 애들 부르지 말고..”

“음주 운전인데..”

“그런데 이 새끼가 언제부터 모범 시민야.. 내가 급해 확인할 게 있어.”


* * *


베나바나에서 부두의 전용창고까지 반 시간의 드라이브. 사사키는 피곤한 지 뒷좌석에 몸을 파묻고 숨소리도 나지 않는다.


차가 창고 앞에 도달하고, 함마가 고개를 돌려 시트 벨트를 푸는 순간.

뒷 좌석에 있던 사사키가 전화선을 함마의 목에 걸고 힘껏 뒤로 당긴다.


함마가 필사적으로 손가락을 전화선과 목 사이로 넣으려고 한다. 그러나 금속섬유로 된 전화선은 이미 함마의 피부에 깊이 박혀 있다.운전석의 함마가 소금 뿌린 생선 같이 한동안 퍼덕거리다가 완전히 동작을 멈춘다.


차에서 천천히 내리는 사사키. 자정이 넘은 뉴저지 부두는 조용하다. 칠흑같이 검어진 밤바다. 그 위에 어른거리는 먼 곳의 조명등.


사사키는 함마의 시트벨트를 조이고, 자동차의 기어를 중립에 넣는다. 밖에서 자동차를 완전히 잠그고 뒤에서 차를 민다. 소리 없이 10미터 정도를 천천히 굴러가던 자동차는 첨벙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 바닷물로 들어간다.


모든 것을 암기하려는 강박을 어려서부터 가지고 있던 사사키의 머리에 정보가 하나 떠 오른다.


뉴저지 하역 부두 수심 120피트. 수심 40미터..


40미터 바닷 속에서 이 무거운 차량이 떠 오르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천지신령의 뜻으로 받아들여야겠지..

cargo port.jp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찰즈강 살인사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7 마지막 화 – 남기고 간 말들 +5 18.06.06 500 8 3쪽
46 제46화 – 롱펠로우 브리지 18.06.06 433 6 9쪽
45 제45화 – 마지막 사과 18.06.06 408 7 6쪽
44 제44화 – 김소영 살인 청부 18.06.04 436 5 9쪽
43 제43화 – 보스턴을 향하는 추격자들 +1 18.05.27 459 7 10쪽
42 제42화 - 모택동 주석께 드리는 서한 +2 18.05.25 494 6 11쪽
» 제41화 – 소영 제거 지시 18.05.22 469 7 10쪽
40 제40화 – 미국 하원 의원회관 18.05.18 482 7 12쪽
39 제39화 – 시카고 플레이보이 빌딩 18.05.18 520 8 12쪽
38 제38화 – 마지막 여행 +1 18.05.17 488 8 12쪽
37 제37화 – 두 명의 장군 18.05.17 493 7 11쪽
36 제36화 – 사사키의 변신 18.05.16 478 7 12쪽
35 제35화 – FBI 확대 수사회의 18.05.16 482 7 12쪽
34 제34화 – 공범들 18.05.15 478 7 10쪽
33 제33화 – 버려진 시체 18.05.15 489 7 11쪽
32 제32화 – 의붓아버지 18.05.14 500 7 8쪽
31 제31화 – 정략결혼 18.05.13 478 7 7쪽
30 제30화 - 불법체류자들 18.05.12 487 8 7쪽
29 제29화 -반도금융그룹 회장 +1 18.05.10 531 7 8쪽
28 제28화 – 곤도 후미에 죽음 +1 18.05.09 514 8 8쪽
27 제27화 – 고베항 부두 18.05.08 514 7 9쪽
26 제26화 - 한국계 다나카 히로시 18.05.07 517 9 7쪽
25 제25화 - 잔인한 달의 카 섹스 18.05.05 517 9 8쪽
24 제24화 - 곱슬머리 사사키 18.05.05 516 10 9쪽
23 제23화 - CIA 스페셜 에이전트 18.05.04 542 10 7쪽
22 제22화 - Mr. S. 18.05.03 535 9 7쪽
21 제21화 - 비원의 추억 18.05.03 531 10 7쪽
20 제20화 - 소돔과 고모라에서 18.05.02 530 13 8쪽
19 제19화 - 어틀랜틱 시티 18.05.02 523 15 9쪽
18 제18화 - 스시 레스토랑 18.04.30 542 11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