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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ROH 님의 서재입니다.

찰즈강 살인사건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DANROH
작품등록일 :
2018.04.09 12:23
최근연재일 :
2018.06.06 14:45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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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48
추천수 :
425
글자수 :
176,294

작성
18.05.08 21:34
조회
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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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9쪽

제27화 – 고베항 부두

DUMMY

홍콩 비슷한 느낌이에요.”

고베역에서 신칸센 열차를 하차한 에리카가 고베시를 바라 보고 말한다.


“맞아요. 명치 유신 이후에 일본의 개항장 역할을 한 고베항은 당시 홍콩이나 싱가폴보다 훨씬 선진적인 항구였다고 해요. 세계기구의 조사로는 지금도 일본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죠.”

리차드 정이 열심히 설명을 한다.


“큰 지진이 있었지요?”

“네. 1995년의 일이었어요. 지금은 거의 회복이 되었다고 봐요.”

두 사람은 우선 FedEx 우편물의 배달주소로 가 보기로 한다.


중앙구 오노하마 19번지는 부두의 창고 지대였다. 커다란 사각형의 창고 건물에는 인적이 없다. 바다를 면한 쪽으로 대형 문이 있다. 다만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고 플라스틱 판으로 된 간판은 색이 바래있다. 문의 한 쪽에 페인트가 벗겨진 우편함이 있다. 하지만 텅 빈 상태.


모서리를 돌아가니 작은 창문이 있다. 안을 들여다 보니 부연 햇볕이 침투하여 실내가 희미하게 보인다. 책상이 두어 개, 그리고 소파 세트가 어렴풋이 보인다.


바닷바람이 불고 갈매기가 우는 가운데 두 사람은 우두커니 바다를 본다. 근처를 둘러 보아도 커다란 창고들 뿐 인적이 없다.


“일단 FedEx사무실에 가 봅시다.”

에리카가 제안을 하고 발길을 내딛다가 멈추다. 건물 코너를 타고 내려오는 빗물 파이프에 종이가 한장 끼어 있다. 바닷물과 콘크리트로 된 일대의 풍경에 어울리지 않는 핑크색의 봉투.


봉투를 들어 보니 빛이 바래 있고 비에 젖었다가 마른 듯 종이가 부풀어 있다. 그래도 발신자와 수신자는 분명히 보인다. 발신자는 레인보우 댄스 스튜디오. 수신자는 19번지 다나카 창고의 곤도 후미에.


“곤도라는 여자한테 온 우편이네요.”

에리카는 리차드를 힐끗 보며 봉투를 연다. 2018년 3월 5일자로 보낸 편지에는 월회비가 2개월 미납되어 있으며 3월 말까지 납부를 하지 않으면 회원 자격을 박탈하고, 사물함의 물건들을 빼어 보관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서한들은 대개 자택 주소에서 받는데.. 이 여자는 회사 주소로 등록을 한 모양이네요.”

“우선 FedEx에 가 봅시다.

에리카가 재촉한다.


* * *


FedEx 사무실은 고베 역 앞의 고층건물 1층에 들어 있다. 40대 중반의 일본 남자가 두 사람을 맞는다.


사무실로 안내된 에리카와 리차드가 각기 신분증을 보이니 남자가 눈이 휘둥그레 쳐다 본다.

“이거 영화 아니지요? FBI와 CIA 직원들을 만나다니.. 실감이 안나네요.. 그래 무슨 일로..”


“중앙구 오노하마 19번지에 있는 다나카 창고라는 회사로 미국 뉴저지주의 어틀랜틱 시티라는 곳에서 정기적으로 우편물이 배달된 것으로 아는 데..?”

“네.. 얼핏 기억은 나요. 하지만..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는 우리 회사의 사규여서..”


이에 리차드가 말을 받는다.

“충분히 이해하고.. 그런 입장 존중합니다. 그런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우리가 이렇게 온 것은 미국의 안보에 직결된 정도의 중대 사안이기 때문이에요. 협조를 안해 주신다면 미 연방정부에서 귀사의 본사에 요청을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여기에서 하는 일이 사법 당국이나 언론의 관심사가 될 텐데..”


“허.. 참..”

“프로끼리 서로 도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에리카가 최대한 매력 있는 목소리로 끼어든다.


“무얼 알고 싶으세요.”

사내가 에리카를 보고 묻는다.

“아주 간단해요. 수신자..”


사내가 앉아 컴퓨터를 만지더니 금새 대답이 나온다.

“과거 3년 정도 꾸준히 왔네요. 매달 초순과 중순에 한 번씩 왔는데.. 어디 보자.. 금년 2월 초순이 마지막이네요.”

“수신자는?”

“두 사람인데.. 주로 곤도 후미에라는 여자이고.. 드물게 다나카 노리오씨 앞으로 발송된 게 있네요.”


두 수사관은 조용히 시선을 교환한다.


* * *


레인보우 댄스 스튜디오는 고베시 중심부에 있는 모토마치 상점가 안에 들어 있다. 두 수사관이 도착한 시각은 오후 4시 50분. 스튜디오는 하루 두 번 오픈하는데, 오전 10시와 오후 6시이다. 주부와 여사원들이 주된 고객인 모양이다.


스튜디오의 건너편에는 마침 회전 스시 가게가 보인다. 두 수사관은 거기서 간단히 요기를 하며 스튜디오를 살피기로 한다.


5시 50분. 스판덱스로 몸 전체를 감싼 여자가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 간다. 몸은 근육질인데 나이는 40살이 넘어 보인다. 무리한 운동으로 여성에 남성이 비집고 들어 선 타이프.


오 분 후에 두 수사관이 문을 열고 들어 갔을 때 여자는 마른 걸레로 플로어를 밀고 있다.


“어떻게 오셨어요?”

한 눈에 보아도 스포츠 댄스 배우러 온 것 같지 않은지, 여자의 어색한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뭘 좀 물어 보려구요.”


에리카가 말하자 여자는 얼굴을 찡그린다.

“외국인이에요?”

“아녜요. 미국에서 태어난 일본계인데.. 일본어가 아직 서툴러 미안해요.”


이 말에 여자는 얼굴이 환해진다. 스포츠 댄스를 한다면 하루에도 수십 번 미국 노래를 들을 터이다. 여자는 직업적으로 친미파라고 에리카는 추측한다.


“뭘요?”

“저기.. 미국의 연방수사국 FBI라고 들어 보았지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그거..?”

“네.”

“그런데요.”


“내가 거기서 나왔어요.”

“뭐라구요?”

“이 사람은 CIA..”

에리카의 말고 함께 두 사람은 신분증을 꺼내 보인다.


아직 회원들이 올 시간이 안 되었다며 문을 걸어 잠그더니 여자는 일본차를 준비하여 구석의 테이블로 안내한다.


“와 멋져! 우리 인증 샷 한번 찍으면 안되요?”

리차드가 기가 막힌지 웃는다.

“이거 비밀 중에도 비밀이에요.”


“알았어요. 뭐가 궁금하세요?”

“곤도 후미에라고 아시죠?”

“후미에요? 잘 알죠. 왜 걔가 또 사고 쳤어요.”

“아니요. 그건 아니고..”


“아무튼 걔는 남자한테 헤퍼서.. 회비도 안 내고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 그런데 뭐가 문제에요?”

“그 분을 만나서 알고 싶은 게 있어요. 곤도씨가 뭘 잘 못한 건 아니에요.”

“연락처를 원하는 거에요?”


전화번호와 주소를 적어 건네며 여자가 덧붙인다.

“내가 줬다고 하면 안되요.”

“물론이죠. 그리고 아까 하신 말씀은 뭐죠?”


“남자 헤프다는 거요? 나이 지긋한 부자를 하나 꿰찼나 했더니.. 한편으로는 또 고베에서 제일 잘 나가는 호스트 클럽에서 동생을 하나 삼았다나..”

“곤도씨가 몇살이에요.”

“수사관님보다 좀 많을 거에요. 서른 넷요.”


* * *


댄스 스튜디오를 나왔을 때는 이미 어둠이 내렸다. 두 수사관은 곤도의 집으로 가보기로 한다. 택시를 타고 물으니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바닷가에서 시작한 고베시는 북쪽으로 주택지가 퍼져 나가고 이어서 산으로 올라간다. 마치 고베시를 병풍처럼 둘러싸는 로코산으로 올라가는 초입에 곤도의 집이 있다. 두 수사관은 택시를 미리 내려 어느 정도 걸어가며 주변을 살펴 보기로 한다.


한 10분을 걷는 동안 도로 양 옆에 듬성듬성 있는 집들에는 불이 켜진 집도 있고 꺼진 집도 있다. 인구가 감소하여 마을이며 학교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곤도의 주거지에 도착한 두 수사관은 암흑과 정적에 긴장한다. 50미터 정도 떨어진 가로등이 곤도의 단층 주택을 부옇게 비춘다. 그러나 아무런 기척도 없다. 숨을 죽이고 들으니 주변의 풀벌레 소리가 갑자기 크게 들려온다.


리차드가 펜 플래시를 꺼내 현관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돌들을 비추며 걷는다. 집에는 담장이 없다. 현관에서 초인종을 눌러도 아무런 기척이 없다. 여러 번 눌러도 대답이 없자 할 수 없이 휴대전화 번호를 돌린다. 그러나 수신자의 전원이 꺼져 있다는 안내.


두 수사관은 누가 먼저인지 하늘을 올려 본다. 곤색의 하늘을 배경으로 수 많은 별들이 곧 떨어질 듯 가까이서 빛나고 있다.


리차드가 먼저 발을 돌리는 데 에리카가 불러 세운다.


“여기까지 왔는데 집이라도 한번 둘러봐요.”


방이 서너개 있음 직한 일층 가옥의 주변에는 잔디가 깔려 있다. 집 뒤로 돌아간 두 수사관은 동시에 발을 멈춘다. 작은 창문으로 빛이 배어 나오고, 그 위에는 환풍기가 돌고 있다.


조용히 귀를 기울여 보아도 창문 안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화장실이나 목욕실에 전등과 환풍기를 켜 놓고 잊었거나 아니면 사고..?”


에리카의 말에 리차드가 주변을 둘러 보더니 화분을 얹어 놓은 스탠드를 들고와 올라서서 창문의 윗부분을 댕긴다.


“열렸다.”

그 말을 하자마자 리차드는 균형을 잃고 바닥에 구른다.

“죽었어..”

Sesshu_Kobe_coast.jpg

rokko yama.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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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제33화 – 버려진 시체 18.05.15 489 7 11쪽
32 제32화 – 의붓아버지 18.05.14 500 7 8쪽
31 제31화 – 정략결혼 18.05.13 478 7 7쪽
30 제30화 - 불법체류자들 18.05.12 488 8 7쪽
29 제29화 -반도금융그룹 회장 +1 18.05.10 531 7 8쪽
28 제28화 – 곤도 후미에 죽음 +1 18.05.09 514 8 8쪽
» 제27화 – 고베항 부두 18.05.08 515 7 9쪽
26 제26화 - 한국계 다나카 히로시 18.05.07 517 9 7쪽
25 제25화 - 잔인한 달의 카 섹스 18.05.05 518 9 8쪽
24 제24화 - 곱슬머리 사사키 18.05.05 516 10 9쪽
23 제23화 - CIA 스페셜 에이전트 18.05.04 542 10 7쪽
22 제22화 - Mr. S. 18.05.03 535 9 7쪽
21 제21화 - 비원의 추억 18.05.03 531 10 7쪽
20 제20화 - 소돔과 고모라에서 18.05.02 530 13 8쪽
19 제19화 - 어틀랜틱 시티 18.05.02 523 15 9쪽
18 제18화 - 스시 레스토랑 18.04.30 542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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