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DANROH 님의 서재입니다.

찰즈강 살인사건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DANROH
작품등록일 :
2018.04.09 12:23
최근연재일 :
2018.06.06 14:45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6,173
추천수 :
425
글자수 :
176,294

작성
18.04.09 13:25
조회
815
추천
13
글자
8쪽

제2화 - 강가의 시체

DUMMY

커널리 이 자가 나이가 몇 살 위이기는 하다 (동양계 혼혈아 중에서도 나이가 어려 보이는 에리카의 나이를, 위스키에 쩔어 사는 놈이 알리가 없지만). 계급이 형사 중에서는 높은 경감이지만, 연방 수사관인 에리카에게 상관 흉내를 내는 건 웃기는 일이다.


이미 샌프란시스코로 복귀 명령을 받은 터에 커널리의 명령인지 부탁인지를 들을 필요는 없다. 게다가 한 문장에 한 번 이상 fuck이라는 단어를 써야 의사소통이 되는 듯한 이 성질 못된 아이리쉬 놈의 말을 들을 필요는 더더구나 없다.


하지만 에리카는 수사관이다. 이미 긴장의 스위치는 올라가 있다. 그 때 전화기 안에서 배경음처럼 들려오던 사이렌 소리가 바로 눈 앞을 지나간다. 현장이 바로 근처인 것이다.


씹던 삼각김밥을 버리고 사이렌 소리를 따라 뛴다. 찰즈강의 북쪽을 따라 이어지는 메모리얼 드라이브의 저 위 쪽에 이미 경찰차의 플래쉬들이 이른 아침의 공기에 퍼지고 있다.


FBI 배지를 보이고 경찰통제선 안으로 들어가니 커널리가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무슨 일이에요?”

“음.. “

고개를 들어 담배연기를 공중으로 뿜은 커널리가 입을 뗀다.


“저기.. 저 시체가 바로 그 중국공산당 정치국원의 아들이야.”

“뭐라구?”

삼각김밥이 들은 비닐봉지를 떨어트리며 에리카가 강쪽으로 눈을 돌린다. 이미 시체는 운반용 백에 싸여 구급차에 실려지고 있다.

“노를 젓던 보스턴대학 요트팀 학생이 강기슭에 있는 시체를 우연히 목격한 모양이야.”


작년 10월에 있었던 중국공산당 19차 전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임명한 정치국원들 중에서도 특히 주목을 받는다는 D. 중국 정치의 떠오르는 별로 불리는 이 정치가의 아들이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재학 중이라는 사실은 미국 매스컴의 큰 화제였다.


그런데 그 아들의 실종. 북경대학 출신으로, 중국의 시장경제를 이끈다는 평판을 가진 중국대화은행의 사원으로서 미국에 유학 온 28세의 커민.


그의 실종이 알려진 것은 보스톤의 겨울이 아직 물러나지 않은 2월 중순의 어느날이었다. 개강이 가까운 대학원에 일체 연락이 없던 차에, 친구들로부터 실종신고가 있었던 것이다.


중국을 지배하는 최상층부 권력자의 아들이 실종되었다는 사실은 미국에 큰 충격이었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며 자신의 외교역량을 과시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매일 챙긴다고 하니, 보스톤경찰 정도가 아니라 미국의 모든 수사관계자들이 신경을 쓰는 사안이었다.


“엄청난 사건이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는 나와 무슨 상관?”

에리카의 말에 커널리가 담배를 땅에 던져 발로 짓이기며 꼬나본다.

“수사에 참가해.”


이런 미친 놈. 보스톤경찰의 한낱 경감 주제에 연방수사관에게 명령을 하다니. 맛이 간 모양이다.

“누구 맘대로?”

에리카의 말에 커널리가 한발 다가 오는데 놈 특유의 입냄새가 전해온다.


잘 숙성된 위스키와 블루 치즈가 섞인 듯한 냄새. 이 자가 신이 나서 차 안에서 아일랜드 노래를 해대며 풍기는 냄새에 거의 질식상태를 경험한 터이다.


한 발 물러서니 저절로 태권도의 올려차기 자세.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새 조깅 슈즈.

중국과의 외교보다 내게는 조깅이 더 중요할지도 모르지. 얼핏 한심한 생각을 하며 보는 조깅화는 발끝의 찰고무가 야무지다.


이 자세에서 놈의 고환에 올려차기를 가한다면 그 볼은 깨질까 아니면 탄력이 충분할까? 엉뚱한 상상을 하고 있는데 놈의 입에서 엉뚱한 말이 튀어 나온다.

“에리카. 도와줘. 네 도움이 필요해. 아무래도 내가 수사 일선에 서게 될 것 같아.”


이 한마디에 에리카의 노여움은 사라진다. 보스턴에 세 달 있는 동안 같은 조원으로서 많은 시간을 함께 한 커널리. 목사의 아들이며, 고삐리 시절에 대마초를 피운 일 때문에 일류고등학교에서 처벌을 받은 괴짜. 하버드에 못 들어간 것으로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고 믿는 이 삼심대 후반의 사나이.


그는 입은 거칠지만 머리가 좋은 미남의 수사관이다. 경찰 내부의 정치에 관심이 없는 그는 탁월한 두뇌로 주요 사건을 푸는데 활약했다. 경찰 행정을 포기하고 영원히 수사관으로 남기로 한 커널리는 보스톤 경찰의 작은 전설이 되고 있었다.


대답이 없는 에리카에게 커널리가 덧붙인다.

“서장도 이미 네가 합류하는 걸 FBI 측에 요청할 생각이야. 보스턴 경찰에는 아시아를 아는 수사관이 없어”


“지시가 내려오면 할 수 없지.. 그런데 조금 아까 나를 에리카라고 부른 거야?”

“아, 실수. Double E···”


파견명령을 받은 에리카가 보스톤에 온 것은 지난 해 연말이었다. 모국어인 영어를 포함해서 동아시아의 문서를 분석할 수 있는 에리카는 아직 32세의 나이지만, FBI에서는 떠오르는 별이다.


“Hi, I am Erika Egawa.”

처음 만난 에리카의 자기소개를 들은 커널리가 뱉은 말이 심상치 않았다.

“Ah, Double E!”

그리고 에리카의 가슴을 쳐다보며 한마디 덧붙인다.

“가슴이 Double E 사이즈는 아닌 것 같은데.”


“뭐라구, Son of a bitch!”

남자의 입에서 나온 브래지어 Double E 라는 말에 에리카는 발끈했다.


“미안 미안. 내 이름은 아일랜드어에서 맹렬한 사냥개라는 의미거든. 당신의 이름은 무슨 의미가 있지?”

“의미는 없어요. 일본성인 에가와는 한자로 강이라는 뜻이고, 앞 이름인 에리카는 그냥 여자 이름?”

“혹시 몰랐다면, 에리카는 독일 나찌의 군대행진곡 이름이야.”


둘의 만남이 극적이었듯이 친해지는 것도 빨랐다. 골프를 좋아하는 커널리는 캠브리지 북쪽에 있는 퍼블릭 골프코스 근처에 살고 있어서, 보스톤 경찰서로 출근하는 도중에 에리카를 차에 픽업하곤 했다.


* * *


보스톤 체류 지시를 전화로 받은 에리카가 커널리와 함께 시체가 안치된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 갔을 때 아직 부검은 시작되지 않은 단계에 있었다.


가족의 부검 동의가 필요한데, 중국공산당 정치국원이 미국의 병원에 자식의 부검에 동의하러 온다는 일은 일찌기 없던 일이다. 워낙 민감한 사건이어서 워싱턴과 북경 두 정권 사이에 의견 조율도 필요했다.


수사를 신속히 진행해야 하는 보스턴 경찰은 우선 부검의에게 사건의 기본적인 정보라도 파악하라는 지시를 내린 터. 두 사람이 안치실에 도착했을 때 부검의는 의학잡지를 보고 있었다. 올려다보는 눈의 안경이 두껍고 그 안에 들어 있는 눈동자는 멀리 있다.


“사인이 뭐라고 봅니까?”

“글세요.. 아직 부검 전이지만, 우선 후두부의 두개골이 상당히 함몰되어 있어요. 피부가 많이 찢어지지는 않았는데 뼈가 함몰된 것으로 보아, 예리하지도 않고 둔하지도 않은 쇠뭉치 같은 것으로 맞은 듯한데..”

의사는 모니터를 돌려서 스크린을 보여준다.


“흠.. 이건 십중팔구 골프클럽 중에서도 헤드가 가장 두꺼운 샌드 웨지로 맞은 거군.”

“동감이에요. 그리고 피부가 전체적으로 가벼운 동상 상태에 있는 거로 보아 찬 강물 속에 상당히.. 적어도 수일 정도 잠겨 있었다고 봐요.”


“그렇다면 누군가가 피해자의 뒤통수를 골프채로 가격한 후에, 강물에 넣었다는 건데.”

에리카의 의견에 두 남자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의학적 사인이야 곧 나오겠지만, 중국 권력자의 아들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글쎄.. 가해자가 그의 신분을 알았다고 단정할 필요도 없겠지요.”

“그래 에리카의 말이 맞아. 흠.. 아무런 가설이나 편견이 없이 수사를 시작한다?”

이때 커널리의 전화 착신음이 대화를 끊는다. 전화를 받은 그의 얼굴에 흥분의 기운이 감돈다.


“Great! 피해자의 최근 통화기록이 나왔다는 거야.”

병원을 나왔을 때 찰즈강의 수면은 해를 받아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charles river map.jp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찰즈강 살인사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7 마지막 화 – 남기고 간 말들 +5 18.06.06 500 8 3쪽
46 제46화 – 롱펠로우 브리지 18.06.06 434 6 9쪽
45 제45화 – 마지막 사과 18.06.06 409 7 6쪽
44 제44화 – 김소영 살인 청부 18.06.04 437 5 9쪽
43 제43화 – 보스턴을 향하는 추격자들 +1 18.05.27 462 7 10쪽
42 제42화 - 모택동 주석께 드리는 서한 +2 18.05.25 495 6 11쪽
41 제41화 – 소영 제거 지시 18.05.22 470 7 10쪽
40 제40화 – 미국 하원 의원회관 18.05.18 483 7 12쪽
39 제39화 – 시카고 플레이보이 빌딩 18.05.18 521 8 12쪽
38 제38화 – 마지막 여행 +1 18.05.17 489 8 12쪽
37 제37화 – 두 명의 장군 18.05.17 494 7 11쪽
36 제36화 – 사사키의 변신 18.05.16 480 7 12쪽
35 제35화 – FBI 확대 수사회의 18.05.16 482 7 12쪽
34 제34화 – 공범들 18.05.15 479 7 10쪽
33 제33화 – 버려진 시체 18.05.15 489 7 11쪽
32 제32화 – 의붓아버지 18.05.14 500 7 8쪽
31 제31화 – 정략결혼 18.05.13 479 7 7쪽
30 제30화 - 불법체류자들 18.05.12 488 8 7쪽
29 제29화 -반도금융그룹 회장 +1 18.05.10 532 7 8쪽
28 제28화 – 곤도 후미에 죽음 +1 18.05.09 515 8 8쪽
27 제27화 – 고베항 부두 18.05.08 515 7 9쪽
26 제26화 - 한국계 다나카 히로시 18.05.07 518 9 7쪽
25 제25화 - 잔인한 달의 카 섹스 18.05.05 518 9 8쪽
24 제24화 - 곱슬머리 사사키 18.05.05 517 10 9쪽
23 제23화 - CIA 스페셜 에이전트 18.05.04 543 10 7쪽
22 제22화 - Mr. S. 18.05.03 537 9 7쪽
21 제21화 - 비원의 추억 18.05.03 531 10 7쪽
20 제20화 - 소돔과 고모라에서 18.05.02 531 13 8쪽
19 제19화 - 어틀랜틱 시티 18.05.02 524 15 9쪽
18 제18화 - 스시 레스토랑 18.04.30 544 11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