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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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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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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0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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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야유

DUMMY

우주전쟁 경기장이 야유로 뒤덮힌 것은 XK 마르스의 경기에서였다. XK 마르스는 X-게임넷 히어로와 경기를 하고 있었는데 패배를 연속해서 하고 있는 와중에 아론을 또 내보냈기 때문이었다.


아론은 승아가 음악뱅크에 데뷔를 한 그날, 엔트리에 올라있었다. 이건 처음 <프로게이머/가수 체인지 체험!> 프로그램이 마치는 날인 오늘까지 한정된 내용이었고, 오늘 아론이 경기에 나가고 그 뒤에 다음주에 있을 준프로 자격 경기를 따는 대회에 나가면서 촬영은 종료되기로 되어있었다.


대회에도 나가는 사람이 준프로 자격증을 따는 대회에 나간다니 뭔가 일의 전후가 바뀐 것 같기는 하지만 이게 다 허술한 규정과 인기만을 쫒는 프로그램 제작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문제는 그 인기만을 쫓는 프로그램 덕에 생긴 일들이었다.


“아!! 아론 선수!! 저기서 왜 기계전사가 건물 공격을 안하나요!”

“아아.. 지금 일점사해서 부수고 들어가야 하는데요! 지금 들어가면 충분히 일꾼에 피해를 줄 수 있어요! 왜 부수지 않고 앞에서 맴돌죠?”

“이러면 지금 배명호 선수가 성장할 시간을 주는 거거든요?”


배명호는 X-게임넷에서 조두철이 조작으로 제명된 이후 2군에서 올라온 선수였다. 당연히 아직은 실력이 좀 부족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조두철의 주전 자리를 꿰찬만큼 2군 중에서는 가장 실력이 좋았고, X-게임넷에서 이번 시즌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멤버였다.


그런 배명호였지만 초반에 너무 배를 째고 불리는 스타일 덕에 약간의 흠이 있었는데, 아론이 이런 배명호를 상대로 기계전사와 아크로 초반 공격을 걸었다. 기계전사의 비중이 더 큰 것이 보통은 좋지 않았지만, 배명호는 배를 불리던 상황. 급히 뽑는다면 사냥개 밖에 뽑을 수 없었다. 당연히 일꾼만 찍느라 조금 빈 그 타이밍에 아론이 공격해 들어간 상황.


그런데 아론의 유닛은 배명호의 본진에 들어가지 못했다. 배명호가 아론이 공격해 들어오는 것을 비올란테로 보고서 소굴과 업그레이드 건물 등으로 입구를 완전히 막고 뒤에 촉수건물을 배치했는데, 당장에 일꾼만 찍느라 유닛을 바로 뽑을 수 없던 배명호의 고육지책이었다.


이게 사실 시간만 버는 정도고 원래는 건물을 일점사로 공격해 들어가면 그 사이 사냥개를 뽑거나 해서 막아야 했기에 원래는 지금 배명호의 상황이라면 아론의 러쉬를 막지 못하는 것이었다. 배명호도 일단 버텨보려는 것이지 아론의 러쉬를 꼭 막을 수 있다는 보장은 하지 못했다. 급히 막았을 뿐.


그렇지만 아론이 건물을 일점사하지 않자 아론의 유닛은 건물들 바깥에서 들어가지 못한 채 비비적거리고 있었고, 그 사이 완성된 배명호의 촉수건물은 아론의 기계전사를 때렸다. 정면으로 건물을 강제어택해서 공격하면 충분히 큰 피해를 주어 이길 수 있는 타이밍에 그렇게 속절없이 기계전사들이 죽어나가자, 전세는 금새 뒤바뀌었다.


그런 상황을 보고 할 말을 잃은 관객들이었다.


- 뭐냐? 방금. 그냥 건물 강제어택하고 쭉 들어가면 바로 사냥개 못뽑으니까 끝나는거 아니었어?

- 끝나진 않더라도 큰 피해 주고 완전히 90퍼는 이길 수 있었지.

- 대체 왜 강제어택 안한거냐?

- 아론이잖아. 쟤 원래 가수잖아.

- 아니, 그렇다고 해도 지금 XK 마르스 선수로 나온거잖아. 기본은 해야지.

- 맞아. 기본도 안된놈을 무슨 선수라고 내보내? 지성철이면 이해한다. 배명호 상대로도 쩔쩔매는 애를 왜 주전으로 내보내냐?

- 쟤 준프로 자격증도 없답니다.


- XK 마르스가 미쳤나... 윤승아는 왜 또 안나와?

- 윤승아 지금 음악뱅크 녹화하고 있다는데? 나와서 춤추고 노래 부른대.

- 미친.. 가수가 게임하고 게이머가 노래부르냐?

- XK 마르스 미친거 아냐? 윤승아를 왜 거기 보내? 일루 데려와야지.


그리고 아론은 초반에 많이 뽑은 기계전사를 건물을 부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비비적대면서 기계전사를 다 잃고 말았다. 그런 장면을 보면서 야유를 보내지 않을 팬들은 없었다. 그리고 아론이 결국 건물을 부수지 못하고 병력을 다 잃고 GG를 치자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다.


- 시발.. 내가 이런거 보려고 직관 왔냐?

- 저 자식도 조작 하는거 아냐?

- 와.... 내 눈..


“우우우....”

“우우우우우........”


야유와 함께 팬들은 아론이 게임하는 쪽을 향해 손을 뻗어 엄지로 따봉을 만들어서는 손목을 180도 뒤집었다. 최고를 나타내는 표현이 따봉이라면, 그 손모양으로 아래위가 바뀐 제스츄어는 정말 못하는 선수, 정말 싫어하고 더러운 선수에게 야유를 보낼 때 쓰는 표현으로 ‘최저!’ 라는 표현이었다.


처음 일부 방청객들이 시작한 야유와 제스츄어는 주변에 퍼져나갔다. 일부는 정말 아론의 경기력에 실망해서, 일부는 옆에서 하니 따라하기도 했고, 일부는 정말 화나서 야유를 퍼부었다. 이유는 다양했지만 원인은 하나. 아론이 이 경기장에서 좋지 못한 것으로는 거의 역대급인 경기력을 매번 나올 때마다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도 계속해서 경기에 나오는 그를 보는데 이젠 참는 것이 도가 지나친 것이었다.

마치 미국 프로레슬링에서 악역이 등장한 것처럼 퍼져나가는 소리는 점점 커졌고, 막 경기를 끝내고 부스에서 나오던 아론도 그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적의의 시선들을 느꼈다.


- 뭐.. 뭐야. 왜 이렇게 봐? 이 소리는 뭐고?


“우우우우..”

“꺼져라! 아론!”

“가서 노래나 불러라!!!”


아론이 나오자 야유 사이에 욕설도 간간이 섞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명이 욕설을 하자 점점 커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평소라면 승아의 팬덤이 XK 마르스에 대한 욕설을 자제시켜서 응원 문화를 만들어갔겠지만, XK 마르스를 옹호하는 팬인 승아의 팬들은 이미 음악뱅크 녹화장에 전부 간 상태였고, 이곳에는 승아의 팬이 아닌 XK 마르스 자체의 팬들과 우주전쟁 자체를 좋아하는 팬들이 섞여있을 뿐인지라 야유를 제지할 사람은 없었다.


진행요원들이 이런 분위기에 놀라 잠시 멈칫한 사이, 야유는 더 커져갔다. 야유 사이에 일부러 크게 아론을 욕하는 말들도 들렸다.


“더블엑스 701이 안되는게 많아서 X가 2개인가?”

“노래도 안되고 게임도 안되네.”

“아론 꺼져라!”

“노래도 게임도 못하는 새끼!”

“개x끼!”

“10x끼!”


게임을 못해서 욕 먹는 경우는 있어도 이렇게까지 극렬할 것은 없었는데, 아론이 기본도 못하고 너무나도 못한 실력을 보인데다가 야유를 미리 말리지 못한 것, 그리고 군중심리가 더해지자 사태가 점점 커져갔다.


휙.

휙휙.


플라스틱 연고통에, 마시던 500ml 음료수 페트병까지 아론을 향해 투척되었다. 음악방송에서는 팬들 사이에서 인기와 환호만 누리던 그가 어디서 이런 대우를 받아보았겠는가. 아론이 얼른 날아오는 페트병을 피해 팀 벤치 쪽으로 빨리 이동했지만, 날아오는 물건들에 놀라고 당황했다.


<프로게이머/가수 체인지 체험!> 방송을 위해 아론을 찍던 카메라도 당황했다. 그래도 이쪽은 나았다. 녹화방송이니까. 정말로 지금 더 당황한 것은 생방송으로 우주전쟁 리그를 방송하는 X-게임넷의 게임 방송 제작진들이었다.


아론을 향한 욕설과 시청자들이 일부러 크게 한 말, 그리고 날아오는 잡동사니와 그것을 피하는 아론의 모습이 잠시지만 카메라를 돌릴 때까지 생중계 되었다. 그리고 카메라를 돌리고도 잠시간은 오디오에 막장 경기력을 보여준 아론과 리그 기간중에 승아를 노래나 시키고 팀 경기 수준을 엉망으로 만든 XK 마르스 집행부를 향한각종 험한 욕설이 잡혔다.


이 날, 우주전쟁 리그의 시청률은 제법 높았지만, 이례적으로 이 날 경기의 영상은 공식적으로는 올라오지 않았다....


***


그 뒤로 아론은 경기에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팀 벤치에도 나오지 않았다. 관객들의 분노, 팬들의 분노를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였다. 아론은 그 뒤 방송 진행상 준프로 대회에 나가기는 했지만, 예상대로 1회전에서 탈락했다.


승아는 음악뱅크 에서의 데뷔가 제법 괜찮았는지 음악뱅크 이외에 추가로 무대 제안을 받았지만, 더이상의 노래는 계약에 없었기에 거절했다. XK 마르스의 처음 의도하던 과정과는 달랐지만 어쨌거나 결과는 바라던대로 승아는 다른 일을 하면서도 게임이 자꾸 생각나면서 일탈보다는 우주전쟁에 마음이 가 있게 되었기에 노래를 이미 받아온 방송이외에 더 할 생각은 없었다.


사실 이미 가진 데뷔무대도 거의 사기에 가까운 커버링으로 가창력을 덮었었다. 적당히 따라하는 안무와 랩으로 노래를 못하는 것을 가렸다는 것을 승아도 알았다. 사람마다 잘 하는 것이 있고 좋아하는 것이 있는데, 둘 다가 일치하는데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가수라는 방향은 잠시 흥미를 가질지언정, 나아갈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승아가 계속 가수 생활을 할 이유는 없었다.


IG에서도 잠시 아쉬움을 표했지만, 어차피 승아로 인해 데뷔하는 크라운의 화제성은 이미 다 끌어모은 뒤였기에 원래 계획했던대로 여성 7인조 그룹으로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승아는 리그 중반부터 다시 경기를 전부 참가했다.


승아는 참가하는 경기마다 계속 이겨나갔다. 원재에게 1번 진 것을 제외하고는 전승이었다. 노력하는 자는 천재를 이길 수 있다지만, 노력하는 천재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원래 세상은 불공평했고, 남들과 다른 전략을 알고 좋은 컨트롤을 가졌으며 최적화를 해내는 승아가 게임에 집중하고 노력하면서 멘탈까지 잡자 이번시즌은 상대가 될 사람이 없었다. 초능력 치트키를 쓴 원재 이외에는 한번이라도 이번 시즌에서 승아를 이긴 선수가 없었다.


일탈하고 게으른 천재가 노력하는 천재가 되어 나타나자, 승아를 막을 사람은 없어보였다.


“에휴.. 또 졌어요?”

“미안하다. 에결 갈 길을 막아서. 나만 이겼으면 됐는데..”

“아니에요. 하아... 이번 경기는 운이 안좋았어요. 거기서 투척지뢰가 폭사만 안했어도.”

“그러게.. 하아.. 마지막엔 이기고 싶었는데..”


........계속해서 승아만 이기고 팀원들이 져서 승아의 앞길을 막은 것을 제외하고는.


에이스 결정전에 간 경기는 다 이겼지만, 애초에 에이스 결정전까지 간 경기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은 2:4로 패배였다.


XK 마르스는 이번 시즌, 8개팀중 7위를 기록하며 시즌을 마쳤다.


작가의말

내일 제목은 <End & And>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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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5 의존 그리고 데뷔 18.01.28 498 16 15쪽
454 엔트리가? (3) 18.01.26 441 18 16쪽
453 엔트리가? (2) +3 18.01.24 471 16 17쪽
452 엔트리가? (1) +6 18.01.23 479 19 12쪽
451 구멍 +6 18.01.21 510 19 9쪽
450 두 여성 게이머의 대결 (2) +2 18.01.19 531 20 18쪽
449 두 여성 게이머의 대결 (1) +1 18.01.17 503 17 18쪽
448 동운이 없는 새 시즌을 보내는 XK 마르스 18.01.15 480 16 16쪽
447 승아 복귀 18.01.14 506 18 14쪽
446 승아 vs 아론 (2) +3 18.01.12 496 17 13쪽
445 승아 vs 아론 (1) 18.01.10 512 18 14쪽
444 승아의 노래 (3) +1 18.01.08 507 18 13쪽
443 승아의 노래 (2) +1 18.01.07 489 14 8쪽
442 승아의 노래 (1) +7 18.01.05 487 18 14쪽
441 아론 (3) +1 18.01.03 491 18 10쪽
440 아론 (2) +2 18.01.01 474 18 13쪽
439 아론 (1) +1 17.12.29 486 16 12쪽
438 최상욱의 분노 +2 17.12.27 520 17 14쪽
437 군대 그리고 방송 +2 17.12.25 541 14 14쪽
436 군대 +2 17.12.24 787 15 11쪽
435 서원재 (6) +1 17.12.22 487 1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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