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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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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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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97,240

작성
18.01.0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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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8
추천
14
글자
8쪽

승아의 노래 (2)

DUMMY

가창력이 절망인 승아지만 이어진 춤이나 성량 테스트에서는 그다지 나쁜 평가를 받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좋은 평가를 받은 것도 아니었다. 최악은 아니지만 일반인 수준 정도?


춤 테스트의 경우에는 일단 방금 부른 ‘와’를 다시 불러보라고 한 뒤 조금 춤과 함께 해도 괜찮다고 편하게 말을 해 준 뒤에 테스트를 시작했다. 동시에 성량과 표정 테스트도 승아가 모르는 사이 자연스레 진행되었다.


“편하게 몸을 움직여 봐요.”

“네.”


흐느적. 흐느적.


승아는 다시 흘러나오는 ‘와’의 리듬에 몸을 맡겼다.


승아의 운동신경은 나쁘지는 않았다. 나름 리듬을 탄다는 것이 막춤도 잘추는 것도 아니고 어정쩡하다는 것이 문제이기는 했지만, 그거야 원래 춤을 잘 추는 이들은 없었으니 괜찮았다.


“풉.”

“큿..”


문제는 노래를 못 부르는 상황에서 무표정으로 몸을 흔들다보니 이게 개그가 된다는 것.


신나는 음악인 ‘와’의 BGM이 깔리는 가운데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몸은 흐느적대고, 맑은 목소리지만 결코 잘 부른다고 할 수 없는 높낮이가 별로 없는 승아의 목소리가 이 춤에 어우러지자 원래 가수인 최정현 같은 파워풀하면서 똘기 있는 카리스마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픈집 앞에 있는 기다란 풍선 허수아비와 같은 느낌을 주었다.


물론 눈빛만은 살아있었기에 나름 괜찮았지만 그 뿐.


한실장과 정PD는 승아에게 그만해도 괜찮다고 이야기해 주고 고민에 들어갔다.


“정PD님. 이거.. 안되겠는데요.”

“으음.. 일단 방송은 잡혔으니까.. 부담없이 어떻게든 어울리게 가 보면..”

“네. 뭐.. 만들수는 있겠지만.. 하아.. 많이 힘들겠는데요.”


정PD도 사안의 심각성을 알고 선배인 김PD에게 전화를 걸었다. 동시에 이 프로그램을 맡은 둘은 선후배 사이. 김PD는 지금 아론의 연습생 데뷔를 위해 XK에 있었으니 그 쪽이라도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딸칵.


“어! 정PD. 어때? 승아 쪽은 잘 돼?”


전화벨이 울리자마자 바로 받았는지 수화기 너머에서는 바로 김PD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PD가 승아 쪽이 개그로는 좀 장면을 건질 수 있어도 연습생 하기는 좀 힘들어 보인다고 이야기하려는 순간, 김PD의 푸념이 들려왔다.


“여기는 죽겠다. 아론이 있잖아? 게임 좀 한다고 하더니 아니야. 여기 선수들 말로는 영 못한다는데? 지금 아론이 최상욱 선수한테 계속 구박받고 있다.”

“아.. 네...”

“이거는 이거 나름대로 그림이 되긴 한데, 이거만 가지고는 안되는데.. 실력이 되야 하는데 이게 문제다. 갑자기 어떻게 실력을 올릴 수도 없고.. 듣고 있어?”

“아.. 아... 네...”


정PD는 차마 이쪽도 똑같이 실력이 안된다는 말을 뱉지 못하고 아, 네 만 연발하고 있었다.

당장에 아론이나 승아가 못하는 부분을 방송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처음부터 다들 잘 할거라 생각하지는 않았으니까.


단지 정PD 자신이 본 승아나, 김PD의 어투에서 느껴지는 아론의 실력이 상승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문제였다.


- 문제네... 각 분야의 프로를 너무 쉽게 봤나..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서는 포장도 필요하겠지만, 그 포장을 어느정도 따라가 줄 아론과 승아의 실력 향상이 급선무임을 깨닫게 된 정PD와 김PD는 자신들이 괜한 프로그램을 기획한게 아닌가 걱정이 되어가고 있었다.


***


녹음 부스에서 노래와 간단한 춤 테스트를 동시에 보고 나온 승아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아...”


승아 스스로도 방금 자신이 잘 부르지 못했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다. 아무리 포커페이스의 승아라지만 감정까지 강철인 것은 아니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아도 밖에서 자신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는 반응만 보아도 자신이 못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나도 못 부르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승아도 예전 삶이건 지금 삶이건 친구들이나 연인과 노래방에 가서 논 적도 있었다. 다들 노래를 부를 때 흥겹게 부르고 다른 말이 특별히 없었기에 잘 부른다고, 아니, 잘 부르진 않더라도 못 부르진 않는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던 승아였지만 소리없이 노래를 부르자 자신의 소리가 그대로 들려오자 얼마나 잘 부르지 못하는지를 스스로 알게 되었다.


승아를 여기에 보낸 XK의 의도가 의지력과 끈기 키우기, 그리고 인기를 이용한 돈벌이와 이미지 이용이라면, 승아 스스로 이 권유를 허락한 배경은 의지력과 끈기 따위가 아니라 그냥 재밌어 보여서였다.


걸 그룹 연습생이라... 얼마나 대단한가!


남자라면 어린 시절 가수의 꿈을 잠시나마 꾸는 것이 시대여하를 막론하고 일반적이었다. 제일 어릴 때에는 대통령이나 과학자부터 시작해서, 그 뒤로는 여러가지 바뀌기도 하지만 TV라는 매체와 함께 하는 생활의 특성상 어린 시절에는 가수, 지금은 보이그룹이나 걸 그룹이라고 불리는 아이돌을 잠시건 계속적이건 선망할 수밖에 없었다.


승아도 지난 삶에 그런 마음을 잠시 가졌던 때가 있었는데, 그 소망을 일시적이나마 실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 제의가 오니 얼른 승낙했던 것이었다. 물론 싷다고 해도 어떻게든 회사에서는 보냈을지도 모르겠지만, 승아의 펑크 이력을 아는 이상 스스로 흥미를 가지게끔 유도를 이미 마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노래 테스트를 받았는데 죽을 쑤었으니, 앞으로의 일이 걱정되는 승아였다.


- 내가 재능이 없나..


아까 자신을 보고 있던 한실장과 정PD, 카메라맨 등의 시선이 계속 승아의 눈가에 아른거렸다. 비웃음. 비웃음...


자신의 처지를 자각하고,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돌아본 승아.

게임에서는 잘 나갈지 몰라도, 현재 이 곳에서는 잘나가지 않고 있었다.


승아의 고개는 조금씩 떨궈지고 있었다.


***


아론의 경우에는 게임을 아주 안해본 것이 아니고, 게임을 배워서 잘한다고 해도 어차피 맨 마지막 준프로 자격증을 얻는 커리지 매치 시도 자체는 실패할 것으로 추측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면에서 아론에게 거는 기대치는 그다지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아론은 게임을 상욱에게 갈굼 당하면서 배우고 있기는 하지만, 준프로 자격증을 못따도 그러려니~ 한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아론은 배우면 배울수록 게임실력이 늘어가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우주전쟁에는 빌드라는 것이 있고, 요령이라는 것이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승아의 경우는 달랐다.

가창력에서 무슨 요령을 배우고 빌드를 배운다는 말인가!

당장 실력을 급격히, 속성으로 향상시킬 방법이 없다는 소리.


가수의 길에는 정도가 없었다. 유명한 가수들은 원래부터 재능이 있거나, 오랜 시간 연습으로 갈고 닦아서 잘 부르게 된 것이지, 잘 부르는 빌드 오더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런 현재 상황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한 한실장은, 정PD에게 말했다.


“방송.. 하긴 하실거죠?”

“네. 해야죠. 하긴..”

“흠... 지금 저 실력으로 데뷔가 힘든건 아시죠? 지금.”

“그렇기는 한데.. 어떻게든 방송을 하기는 해야 해서요..”


정PD의 말을 들은 한실장은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승아양 데뷔를 위해서 극약 처방을 해야겠습니다.”

“극약 처방요?”

“그 수밖에는...”

“어.. 어떤?”


작가의말

내일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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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2 엔트리가? (1) +6 18.01.23 479 19 12쪽
451 구멍 +6 18.01.21 510 19 9쪽
450 두 여성 게이머의 대결 (2) +2 18.01.19 530 20 18쪽
449 두 여성 게이머의 대결 (1) +1 18.01.17 503 17 18쪽
448 동운이 없는 새 시즌을 보내는 XK 마르스 18.01.15 480 16 16쪽
447 승아 복귀 18.01.14 505 18 14쪽
446 승아 vs 아론 (2) +3 18.01.12 496 17 13쪽
445 승아 vs 아론 (1) 18.01.10 511 18 14쪽
444 승아의 노래 (3) +1 18.01.08 507 18 13쪽
» 승아의 노래 (2) +1 18.01.07 489 14 8쪽
442 승아의 노래 (1) +7 18.01.05 487 18 14쪽
441 아론 (3) +1 18.01.03 491 18 10쪽
440 아론 (2) +2 18.01.01 473 18 13쪽
439 아론 (1) +1 17.12.29 486 16 12쪽
438 최상욱의 분노 +2 17.12.27 519 17 14쪽
437 군대 그리고 방송 +2 17.12.25 540 14 14쪽
436 군대 +2 17.12.24 787 15 11쪽
435 서원재 (6) +1 17.12.22 486 1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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