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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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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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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97,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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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2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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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9쪽

서원재 (6)

DUMMY

승아가 8강에서 떨어진 것은 처음이었다. 적어도 올라간 다음부터는 그랬다. 실력은 좋지만 멘탈 부분이 그리 좋지 않던 승아는 많은 충격을 받았다.


경기 이후, 일반적으로 해 주던 인터뷰들마저 손을 내저어 거절하고 팀 승합 차량에 올랐으며, 같이 차를 탄 원재와도 약간 거리를 두고 앉아있는 승아였다. 차 안에는 마르스팀의 감독인 문유석 감독도 타고 있었는데, 그도 승아가 이길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3:0으로 크게 지자 많이 놀란 상태였다. 하지만 술에 술탄듯 물탄듯 어영부영 살아가는 그는 옆에 머큐리 팀의 감독이자 승아를 이긴 장본인인 원재도 타고 있자 입장이 미묘해서 그런지 아니면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그런지 특별히 승아에게 말을 걸지는 않았다.


무어라 말해도 승아의 입장이 곤란하고, 좋은 반응을 듣지 못할 것을 아는 그는 조용히 차를 타고 가는 것을 택했다.


이겼지만 승아의 성격과 마음을 알아 입을 닫고 있는 서원재.

회귀한 뒤 8강쯤은 쉽게 이겨가다가 0:3으로 몰린 패배를 받고 멘탈이 털려 여기가 차 안인지 연습실인지 부스 안인지도 구분이 안가는 정신 줄 놓은 승아.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불편한 공기를 몸으로 느끼는 문유석 감독까지..


조용하지만 불편한 공기를 가득 실은 채 각자 말을 하지 않는 상태로 차량은 계속 달려갔다. 숙소를 향해.


***


승아가 어느정도 정신을 차린 것은 그날 저녁 때 쯤이었다. 패배의 충격이 이 정도면 그래도 나은 편이었다. 회귀 전 정창환은 서원재에게 3연속 경기마다 전진 참호러쉬를 당하고서 한강 다리로 뛰어가 소주를 까면서 울부짖었다고 하지 않던가!


당시 정창환은 그 일을 그렇게 회상했다.


- 처음 진 것은 그렇다고 쳐도, 두번째 설마 또 할 줄은 몰랐어요. 세번째요? 세번째는 인간이라면 또 안하겠지... 했어요. 세번 당한 저도 너무하지만.. 세번 건 놈도 인간은 아니에요.


이 정창환의 말은 서원재의 강렬한 승리에 대한 욕심을 말해주는 일화로도 볼 수 있었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이기는 서원재의 강렬한 욕심 말이다. 이번에도 원재는 다음 시즌에 나오지 않겠다는 말로 승아를 흔들었었다.


승아의 경우 정창환과는 다르지만 심리가 흔들린 뒤에는 1세트부터 생더블에 당했고, 2세트는 무리한 병력찢기에 맵핵의 눈으로 본 병력 움직임에 당했다. 3세트는 전진 2막사에 당했고 말이다.


원재는 모든 시기에 적절하게 자원을 캤고, 적절하게 병력을 생산했으며, 적절한 위치에 병력을 가져다 두었다.


- .... 아니, 그게 아니야. 원재오빠를 충분히 이길 수 있었어.


경기가 끝난 날 밤이 되어서야 승아는 경기를 객관적으로 돌아 볼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예전에부터 원재가 제 3의 눈이라는 사기적인 능력을 쓰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모르고 있을 때도 지지 않고 이겼던 적이 많았다. 그런데 왜 오늘같은 처참한 패배가 일어났을까를 승아는 생각했다.


- 1세트 더블, 생더블도 바로 정찰해서 따라가서 차분히 운영하면, 내가 더 전투 교전을 잘하니 충분히 이길 수 있었어. 2세트에선 내가 왜 드랍을 시도했지? 그냥 똑같이 멀티 없이 가면 정면에 전 병력을 끌고 가면 내가 교전을 이길 수 있었어. 아니면 스캔으로 정찰 보면서 똑같이 운영가도 내가 이기는 거였는데..


- 3세트도 마찬가지야. 입구를 그렇게 막지 말고, 입구를 연 뒤에 일꾼을 좀 끌고 나가서 막사가 지어질 때까지 시간을 끌었어야 했어. 안에 스스로 갇히니 그 뒤에는 판단이 흐려진거야.


- 맨 마지막 드랍은 어떻고. 원재오빠한테 오늘 드랍을 몇번이나 시도한거야? 내가 미쳤지..미쳤어.


승아는 차분히 생각하자 오늘 경기가 완전히 말렸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원재는 평소와 다른 피지컬을 가지고 나온 것은 아니었다. 단지 평소와 다르게 자신이 마음이 흔들렸을 뿐이었다. 원재는 다음 시즌에 지면 나오지 않겠다는, 마치 은퇴와 같은 말을 던지면서 원재에 대해 많은 생각을 승아로 하게끔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그 마음을 게임까지 가지고 가게끔 해서 승아 자신을 흔든 것 같았다.


이제서야 그런 것들이 보이는 승아였다. 하지만 그게 보인다고 해서 이미 진 경기가 되돌아 오지는 않았다.


“내가 미쳤지.. 게임중엔 게임만 생각해야 하는데.. 이기지도 못했으면서 게임에만 집중하지도 못하고 누가 누굴 생각한거야? 경기중에..”


스스로를 자책하는 승아였다. 숙소 침대에 앉아 생각이 정리되어 갈 즈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


“누구세요?”

“나야. 들어가도 되니?”


목소리는 원재였다. XK의 숙소는 마르스팀과 머큐리 팀이 층이 다르기는 하지만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을 뿐이라서 서로 방문이 가능했다.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승아의 숙소는 유일한 여성멤버인지라 아무도 직접 찾아오는 사람이 특별히 없었는데, 원재가 늦은 밤에 승아를 찾아온 것이었다.


- 원재오빠가 이 시간에 무슨일이지?


승아는 의아해 하면서도 일단 문을 열었다. 어차피 아직 잘 생각도 없어서 옷도 제대로 입고 있어서 특별히 잘 생각은 없었기에 이시간에 무슨 일인가 궁금해하면서도 승아는 숙소의 방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원재는 편한 츄리닝 차림으로 손에 미니 케이크가 든 박스하나를 살짝 들어보였다.


“자. 이거. 네가 좋아하는 딸기 케이크.”

“........나 이런거 안 좋아해요. 오빠.”


승아는 괜시리 퉁명스레 이야기하며 문을 닫으려했다. 하지만 딸기 케이크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기에, 눈은 계속 원재가 든 케이크 박스에 고정되어 있었다.


원재는 승아가 문을 닫는 제스츄어를 취했지만 문을 정말 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아는 듯이 케이크 박스를 아래로 살짝 내렸다가 위로 올리고, 다시 살짝 내리기를 반복하면서 승아의 시선을 끌었다.


승아의 시선은 원재의 손을 따라 위 아래로 움직였고, 시선을 따라 승아의 고개도 위아래로 격하게 흔들렸다. 승아의 시선이 케이크를 따라 위아래로 움직이다가 케이크가 원재의 머리 위로 올라갔을 때, 원재의 눈과 승아의 눈이 마주쳤다.


“........”

“...........”

“........오빠...”

“...하하. 들어가도 되지?”

“........칫. 케이크 내놔요!”


승아는 무안해져서 붉어진 얼굴을 괜히 소리를 내어 보는 것으로 무마하면서 왼손을 재빨리 뻗어 원재의 머리에서 케이크 상자를 낚아챘다.


- 케이크가 먹고 싶었을 뿐이야. 오빠가 한 짓들이 맘에 드는 건 아니라구!


스스로 문을 열어준데에 대해 합리화를 하며 케이크를 들고 방 안으로 들어가는 승아였다. 솔직하지 못한 승아를 바라보는 원재는 피식 웃으며 케이크를 들고 뒤돌아 방안으로 다시 걷는 승아를 따라 승아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승아는 원재를 바라보기보다 일단 원재가 가지고 온 케이크 상자를 열었다.


케이크 상자 안에는 승아가 좋아하는 조각 케이크가 들어있었다. 그것도 2조각이나. 어쩐지 상자가 조금 크다는 생각은 했다. 승아는 케이크 자체를 좋아한다기보다 케이크에 놓여있는 예쁘게 코팅된 딸기를 좋아했다. 하얀 케이크 위에 빨간 딸기만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는 그것을 보면 왠지 특별하게 느껴졌고, 그런 특별한 딸기를 먹는 것을 승아는 좋아했다. 왠지 특별한 것을 가지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승아는 미소를 지으며 케이크 안에 동봉된 플라스틱 포크를 들어 빨간 딸기를 콕 집었다. 그리고는 입가에 가져갔다.


“아앙~”


냠.


오물오물.


승아는 이내 옆 케이크에서 투명한 코팅을 한 자태를 어여쁘게 뽐내던 딸기마저 콕 찍어서 입안으로 담았다. 달콤한 코팅 밑으로 신선한 딸기가 톡 터지면서 승아의 입안에서 폭죽을 터트렸다.


승아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케이크를 입안에 넣으려다가 아빠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원재의 존재를 다시 생각해 냈다. 그제서야 승아는 케이크를 옆으로 밀어놓고 원재에게 몸을 돌렸다.


원재가 이 시간에 케이크까지 사 온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승아는 입 안에서 터지는 딸기의 맛을 마저 음미하면서 원재에게 말했다.


“오빠. 할 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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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 구멍 +6 18.01.21 510 19 9쪽
450 두 여성 게이머의 대결 (2) +2 18.01.19 530 20 18쪽
449 두 여성 게이머의 대결 (1) +1 18.01.17 503 17 18쪽
448 동운이 없는 새 시즌을 보내는 XK 마르스 18.01.15 480 16 16쪽
447 승아 복귀 18.01.14 505 18 14쪽
446 승아 vs 아론 (2) +3 18.01.12 496 17 13쪽
445 승아 vs 아론 (1) 18.01.10 511 18 14쪽
444 승아의 노래 (3) +1 18.01.08 507 18 13쪽
443 승아의 노래 (2) +1 18.01.07 489 14 8쪽
442 승아의 노래 (1) +7 18.01.05 487 18 14쪽
441 아론 (3) +1 18.01.03 491 18 10쪽
440 아론 (2) +2 18.01.01 473 18 13쪽
439 아론 (1) +1 17.12.29 486 16 12쪽
438 최상욱의 분노 +2 17.12.27 519 17 14쪽
437 군대 그리고 방송 +2 17.12.25 540 14 14쪽
436 군대 +2 17.12.24 787 15 11쪽
» 서원재 (6) +1 17.12.22 487 1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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