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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게임

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연재수 :
462 회
조회수 :
752,788
추천수 :
14,293
글자수 :
2,597,240

작성
17.12.29 23:58
조회
485
추천
16
글자
12쪽

아론 (1)

DUMMY

***


“여러분! 좀 비켜주세요! 자! 자!”

“꺄아가악악!! 오빠아아악!!~!”

“혀니 오빠아!!!”

“타미 오빠아아~!!!”

“아론 오빠아아!!”


100여명이 넘는 소녀들이 학교도 가지 않은 채 일부는 거지꼴을 하고서 눈이 돌아간채로 한 승합차 앞에서 광적으로 외쳐대고 있었다.


빠순이들이 시끄러운 이 곳은 보이그룹 XX701의 소속사 앞. 앨범 활동이 끝나고 잠시 휴식기라 쉬는 기간인데도 그들은 어디서 정보를 입수했는지 잠시 소속사에 그들이 들린다는 것을 빠순이들만의 네트워크로 확인했는지 숙소를 나와 소속사에 도착할 즈음에는 주차장에 XX701을 태운 스타크래프트 승합차가 들어가지 못할 정도였다.


“자자! 여러분! 여러분이 좋아하는 오빠들이 소속사에 들어가야 해요! 자자! 조금만 비켜주세요!”


소속사 직원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는 아무리 만류해도 승합차가 마치 그들의 어머니라도 되는 양 부벼대는 일부 빠순이들 덕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외치고만 있었다.


차를 그냥 앞으로 가자니 다치고 깔릴 것 같은데, 그럼 이게 또 승합차 안의 XX701의 이미지와 결부되기 때문에 초심자인 그는 어쩔줄 몰라하며 그저 비켜달라고 외칠 뿐이었다.


그런 장면을 차 안의 XX701 그룹 멤버들이 다 보고 있었다.


승합차는 짙은 선팅이 되어있어 밖에서 안을 볼 수는 없게 되어있었지만 승합차 안에서 밖을 볼 수는 있었기에 그 모든 장면은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XX701의 멤버들은 그런 반응에 자신들의 높은 인기를 실감하면서도 빠순이들의 열광적이다 못해 광적인 달려듬에 질려있는 상태였다.


“아.. 저 씨발 빠순이들..”

“아니.. 우리가 잘나서 인기 많은 건 알겠는데,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안 그래요? 혀니 형? 우와.. 저기 나가질 못하겠네. 저기 저 봐. 와.. 차가 무슨 빨래판이냐? 몸을 막 비벼대네. 으아.. 시발..”


아론은 혐오스런 생물체를 보는 눈빛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그는 말하면서 차 옆의 창에 마치 애지중지 하는 크리스털 유리를 온 몸으로 닦듯이 황홀한 표정으로 차에 부벼대는 정면에 보이는 빠순이를 혐오의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팬들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눈이 돌아간 빠순이들을 매우 극도로 싫어하는 그였다.


“와. 유리만 없었으면 바로 앞이잖아.. 하..”

“으아.. 진짜 눈앞에서 보니 아침에 먹은 것까지 넘어오려고 해.”

“와.. 저 살은 1살때부터 찌웠나? 얼굴은 진짜 렷같이 생겼네.”

“저렇게 못생기기도 쉽지 않은데 진짜.”

“진짜 저년들은 학교도 안 가나? 와.. 섬뜩하다 섬뜩해. 우리 숙소 나오는거 어떻게 알은거야?”

“무슨 망원경으로 보고 있다던데요? 아.. 시발.. 사모님들 만날 때가 더 좋았는데.”

“야! 그런 소리는 하지 말라고 했지!”

“에이.. 알았어요. 형. 여기서 누가 듣는다고.”

“그래도!”

“네이~네이. 매니저 형 말이라면 들어야죠.”


오가는 말로 보아 전직 유흥업소 남자 종업원, 소위 호스트라고 불리는 직업에 종사했던 멤버도 있는 듯 했다. 그들의 막말에 매니저는 골치가 아팠다. 아무리 방음 차량이라지만 눈앞에 두고 팬 디스에 자신의 호스트 경력 자랑질이라니.. 하나라도 외부로 퍼져나가면 바로 연예계 은퇴감인 일들이었다.


그나마 이 무개념들이 자신의 말은 들어서 다행이었다. 외부로 보이는 것은 꽃미남 7인의 매너있고 친근한 모습들이었지만, 실상을 알자면 정말 쓰레기중에 이런 인성 쓰레기들이 없었다. 자신의 말마저 무시했다면 직장을 때려치웠을지도 모르는 인성들이었다. 지금도 팬들이 너무 과하게 달라붙으니 행동으로는 뭐라해도 얼굴로 뭐라고 하면 안되는 거였다.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이라면 말이다.


- 진짜 더러운 새끼들.. 팬들이 얘들 평소 성격을 하루만 봐도 학을 뗄 텐데.. 가식 떠는게 용하다 용해.


소속사 건물 주차장에 다 왔는데 100여명이 넘는 빠순이들 때문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어차피 조금 기다리면 빠순이들도 체력이 있으니 지칠 것이고, 그 때쯤 안에서 보안팀이 나오면 차량이 들어갈 길은 충분히 만들어진다. 이미 바로 앞이니 조금만 버티면 된다... 라고 생각했을 즈음, 팀의 막내인 아론이 갑자기 문 쪽으로 다가갔다.


인성 나쁜 7명중 제일 인성이 쓰레기인 아론이 또 왜...

매니저는 얼른 아론을 불렀다.


“야! 아론! 왜 또! 얌마! 야! 열지마!”

“하하. 형. 빨리 들어가야죠. 사장님이 우리 오라고 했다면서요.”


드르륵.


아론은 뒤에서 매니저가 말릴 새도 없이 바로 문으로 다가가더니 문을 열어젖혔다. 문이 열리면서 안의 XX701 멤버 7명 모두 갑자기 미소년같이 보이게 하는 밝고 싱그러운 웃음을 지었고, 아론은 더더욱 밝고 행복한 얼굴이었다.


아론이 승합차 밖으로 나가자 문이 열릴 줄은 몰랐는지 빠순이들은 당황했지만, 이내 세상의 구세주라도 본 듯하게 ‘꺄아아악!’ 소리를 외치며 아론에게 달려들었다.


“꺄아악!!!! 아론 오빠아!!!!”

“오빠아아악~~~~~~~~~”

“자자. 예쁜이들. 자자. 진정해요.”

“꺄아아악!!!”

“자자. 오빠가 조금 앞으로 나가고 싶은데.”

“아... 아.. 네.. 네!!”


아론이 편안한 미소로 자신에게 달라붙은 한 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달라붙었던 빠순이는 갑자기 영혼이 빠진듯 거머리처럼 달라붙었던 것이 언제냐는 듯 눈빛이 몽롱해졌다. 그리고 그렇게 차에서 나와 공간을 조금 확보한 아론은 팬이라 자칭해서 달려드는 빠순이 들에게 말했다.


“우리 예쁜이들~ 오빠들 보고 싶었어요오?”

“네에!!!!!!”

“오빠아아아!!!!!!”

“아론이도 여러분 많이 보고 싶었어요.”

“꺄악!!”


아론은 계속해서 인자하고 온화한 웃음을 지으면서 팬들을 따뜻하게 훝어보며 말했다.


“그래서 이런 저런 방송을 해서 우리 예쁜이들 볼 수 있게 하려는건데, 그걸 지금 상의하려고 회사에 들어가야 하는데... 들어가도 될까요?”

“네에!!!!!”

“네에에에!!!!!”

“오빠아!!!!!”


잘생긴데다 미소가 예뻐서 팬들 사이에서 미소천사라고 불리는 아론이 차분히 웃으면서 이야기하자 그 웃음에 혹했는지 다들 세이레의 목소리를 들은 어부들 마냥 몽롱한 상태로 ‘네’를 크게 외치며 조금씩 차가 나아갈 길을 열어주었다.


“고마워요. 우리 이쁜이들. 오빠들이 시간이 없는데... 정말 고마워요.”


찡긋.


아론은 고맙다고 말하며 얼른 차에 탔다. 차 앞이 뚫리고 차에 붙은 빠순이들이 없는 지금, 바로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지금 모이는 것 또한 자신과 몇몇 멤버들의 개별 방송 활동을 위한 것이니만큼 안 들어가면 자신만 손해기에 아론은 나선 것이었다.


아론의 목적이야 어쨌건 아론이 말을 하고 차 안으로 손을 흔들면서 들어가서 문을 닫을 때까지도 빠순이들은 차에서 떨어진 상태 그대로 방금의 여운을 음미하고 있었다.


“오빠가 나보고 예쁜이래.. 아아...”

“방금 나 오빠를 안았어.. 아아.. 평생 안 씻을 거야 이 손..”

“역시 우리 오빠.. 자상해..”

“아아.. 아론님을 가까이서 봤어.. 아아..”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어.. 아아..”

“역시 완벽 그자체 미소천사 아론님..”

“아아아...”


그들은 아직 아론의 미소와 따뜻한 목소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황홀경에 빠진 그들과 반대로, 차 안에 문을 닫고 들어온 아론의 얼굴은 팬들 앞에서 미소지은 것이 언제냐는 듯 완전히 찡그려져 있었다. 밖에서의 행복해 보이고 팬을 배려하는 모습은 전부 가식이었다는 듯, 마치 똥이나 쓰레기를 맨손으로 만진 표정의 그는 들어와서 문을 닫자마자 매니저에게 말했다.


“형. 물티슈.”

“그래. 자.”


이런 일이 한번이 아니었다는 듯, 매니저는 물티슈를 통째로 아론에게 건넸다. 아론은 팬에게 안기고 머리를 쓰다듬어 준 것이 불결했다는 듯이, 팬의 손이 닿은 곳과 자신의 손을 물티슈를 꺼내 강하게 여러번 닦아내기 시작했다.


“으으.. 시발.. 저 오크년들.. 으으..”

“야야. 아론아. 고생이 많다.”

“역시 아론이야. 아.. 고귀한 희생.”

“아~ 혀니 형. 형이 좀 해요. 방금 저것들 손 닿을 때 토하고 싶었다니까요. 진짜. 으으.. 아.. 진짜 물티슈로 닦아도 닦아도 오크가 묻어있는 기분이야.”

“킬킬킬.. 너 오크 병 옮는 거 아니냐? 그 왜 자꾸 만지면 옮는거 아냐?”

“아, 형! 담부터 그럼 나 안나갑니다? 누가 지금 이미지 유지해 주는데.”

“알았어. 알았어. 자식이.. 고생 많았다. 동생.”

“아.. 진짜.. 소름 끼쳐.”


아론은 똥통에 들어갔다 온 듯 손가락 사이사이까지 섬세하게 물티슈로 닦아내며 멤버들과 방금 보았던 빠순이들에 대한 험담을 계속했다.


팬들에게 인성 좋아보이는 미소천사 아론의 실체는 그저 영업용 미소였고, 그와 다른 멤버들의 인성 또한 좋지 않았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매니저는 한숨을 쉬었다. 그저 소박한 다짐만 줄 뿐이었다.


“야. 니들 절대로 이런거 밖에 나가면 안된다?”

“그럼! 아, 형! 하루이틀 하나..”

“걱정 되니까 그렇지.. 이번에 방송들 나가서도 좋은 모습만 보여야 된다? 이번건 한번에 끝나는게 아냐. 마치 다큐처럼 나가는 부분도 있어! 평소처럼 보여주면 큰일난다.”

“아~ 형. 걱정 많으시네. 아론이만큼 웃음 잘 꾸며내는 애가 누가 있다고..”

“맞아! 매니저 형. 아론이 두 얼굴 진짜 개소름.”

“암. 난 하라고 해도 저렇게 못하지. 그냥 웃는건 되도 방금처럼 싫은데 오크년 머리 만지는건 나도 못해. 진짜 강심장. 와.. 아론아. 진짜 부럽다. 어떻게 하는거냐?”

“형들! 진짜~ 그럼 형들이 하던가~ 이번에도 게임같은거 난 하기 싫은데 하러 가야하는데. 나도 혀니 형처럼 우재석 형이랑 시청률 보장된 예능 찍고 싶다구. 무슨 게임 방송이야.. 에휴.”

“야. 나 나가는 방송은 쉬운 줄 알어? 시벌.. 나도 거기서 진짜 죽겠다. 무슨 시골에 풀어넣고 죽어라 죽어라.. 소처럼 일만 시키는데.. 어휴.. 진짜 옆에 제니 아니었으면..”

“아! 혀니 형. 제니! 제니 예뻐요?”

“으흐흐.. 예쁘지. 장난아냐. 들어갈덴 딱 들어가고 클덴 큰데.. 딱 보니 75G?”

“우와.. 장난 아니다.”


“아! 매니저 형. 나 가는데도 여자애 하나 있다면서요. 걔 괜찮던데요?”

“어. 그래. 있긴 한데, 걔는 여기 연습생으로 와.”

“에? 아놔. 시발.. 좀 건드려 보나 했는데.”

“아.. 이쁘냐? 이뻐?”

“아. 존나 이쁘던데? 근데 좀 어려. 고1?”

“이 미친놈아! 애잖아. 키키....”

“키키키.. 좀 어린가?”

“쫌이 아니지! 병신아!”

“키키키.. 아 그럼 지금 말고 일단 친해진 담에 키워서 잡아먹음 되지. 키잡. 키잡 몰라 형?”

“키키키.. 아론 이 새끼가 뭘 좀 아네.”

“얘들아. 하튼 내려! 사장님한테 가야하니까. 옷 매무새 바로 하고.”

“네이. 네이.”

“오케이~”


아론과 혀니 등 XX701의 팀원들은 빠순이들의 험담에서 예능 이야기에 이어 승아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음담패설로 점점 갈데까지 가는 대화를 하려는 것을 매니저가 일정으로 끊으며 차에서 내려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XX701과 아론.

그들의 인성은 이렇게 보여지는 것과 실제가 너무도 다른 인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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