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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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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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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97,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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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31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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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10쪽

time to like (2)

DUMMY

조연출의 생각이야 어쨌건 간에 시간은 흘렀다.


음악뱅크가 시작될 시간이 되자 밖에 줄을 섰던 팬들이 다수 입장했다. 언제나처럼 음악뱅크는 각 가수 팬클럽에 일정 표를 배분한 다음 나머지 표를 현장 선착순으로 배분했다. 오늘은 평소 이런 곳에 잘 오지 않던 이들도 바깥에 줄을 서 있었다.


“회장님. 새벽부터 고생하셨습니다.”

“노프님두요.”

“다들 고생하셨어요.”

“그래도 23석이면 선방한 겁니다. 늦게 온 사람들 말고는 저희 온 사람들은 다 들어 왔어요.”

“다행입니다. 현수막이랑 응원도구 챙기셨죠?”

“그럼요. 승아님 것 뿐 아니라 같이 데뷔하시는 분들 사진도 마크사에서 다 인쇄해서 깔쌈하게 뽑아 놨습니다.”

“오오.. 이건.. 역시 퀄리티 좋네요. 회장님.”

“프린세스를 위해서라면!!”

“그렇죠!”


손을 들고 프린세르를 숭배하는 것을 숨기지 않는 이 일단의 무리들은 윤승아 팬클럽 ‘프린세스’의 회장 효준을 비롯한 승아의 광팬들이었다.


게임관람보다 줄을 더 일찍 서야 한다는 말에 조금 일찍 가서 섰는데도 팬클럽의 반절 정도는 들어가지 못했다. 인기 가요프로그램인 음악뱅크는 확실히 팬덤이 엄청났는지 인생이고 직업이고 공부고 제끼고 온 빠순이, 빠돌이들이 꽤 많아보였다. 그래서 일부 팬들이 못 들어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23명이라면 나름 화면에 승아를 응원하는 화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효준은 생각했다.


- 근데.. 쟤들.. 교복입고 아침부터 있던 애들인데 학교 짼 거 아냐?


뭐, 효준을 비롯한 승아의 팬들도 남말할 처지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대학생이 된 효준은 아예 수업을 제끼고 새벽부터 자리를 지켰으며, 회사를 다니는 이들은 회사를 째고, 백수는 인생을 째고 줄을 섰다.


음악뱅크 녹화장은 확실히 규모가 컸지만, 우주전쟁 경기장에 익숙한 효준들은 규모에 밀리지 않았다. 단지 자리를 차지하는 과정에서 잠시 마찰이 있었을 뿐.


“회장, 저쪽에 20명 정도 자리가 빈다.”

“오케이. 저리로 가죠. 너무 가깝지도 않고, 너무 멀지도 않고 딱 좋네요.”

“자자. 앉읍시다. 현수막 펴고...”


“아! 뭐야! 이 아저씨들은!”

“절루 안꺼져요? 여기 우리 슈페리안 자리임!”


일단의 여고생들이 험악하게 삿대질을 해 가며 자리를 사수하는 터에 무대와 가까운 자리를 확보하는데 실패할 뻔 했지만, 신은 그들이 자리를 확보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야, 근데 저 사진.. 크라운 사진 아냐?”

“아? 우리 오빠들이랑 같이 공연한다는 그 여자 그룹?”

“아저씨들 크라운 팬이에요?”

“크라운 팬덤 혹시나 해서 있을까 자리 비워놨는데 오셨나봐.”

“와.. 회장 선견지명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여고생들의 말을 듣자니 승아가 이번에 데뷔하는 크라운과 같이 공연하는 슈퍼노바의 팬들인 것 같았다.


“아. 우린 크라운에 윤승아님 팬이에요.”

“승아... 아? 그 쪼끄만데 가슴 큰애?”


순간 승아를 깎아내리는 건지 치켜세우는 건지 모를 말투에 잠시 울컥할 뻔 했던 효준이지만, 회장답게 표정을 관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효준을 세워놓고 여고생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년아, 너보다 커.”

“죽을래? 아. 하튼 우리 오빠들이랑 같이 공연하니 우리 같은 편이네요.”

“아저씨들. 일루 와요. 혹시나 해서 우리가 자리 맡아놨으니까. 화력 모아야죠.”

“아.. 네.. 네.”


아직 20대 초반인데 자꾸 아저씨라고 부르는게 조금 짜증나기도 했지만 승아를 더 좋은 자리에서 볼 수만 있다면야 이런 대우는 넘어가 줄 수 있었다. 게다가 이야기를 듣자하니 승아님과 같이 데뷔하는 그룹을 지원하기 위한 슈퍼노바의 팬클럽이라고 했다. 어쨌거나 같은 목표를 위해 응원하는 그들은 이내 하나의 세를 형성했고, 승아를 위해 만들어 온 작은 응원 현수막도 그들의 도움아래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조금 진행되고 나서 가수들이 나오고 나서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엠씨들이 승아가 속한 그룹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예쁘고 섹시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8명의 여성들을 만나볼 시간인데요!”

“IG가 야심차게 준비한 매력 넘치는 걸그룹!”

“크라운입니다!”

“크라운입니다!”


소개가 마쳤지만 바로 크라운이 무대에 등장하지는 않았다. 멤버들의 이름과 프로필 사진이 큰 대형 화면에 번갈아 비춰지고 전체 샷까지 나오는 자료화면이 잠시 방영된 뒤에, 승아가 포함된 크라운이 무대로 걸어나왔다.


그리고 크라운이 무대 뒤에서 나올때 무대 옆에서 이미 대기하고 있던 슈퍼노바의 6명이 좌우에서 3명씩 무대로 난입해서 화살표 모양으로 섰다.


이 모든 것은 어둡게 무대가 암전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일이었는데, 승아도 긴장된 마음을 가지고 서 있었다. 겉으로는 별로 긴장되지 않은 표정을 하고 있었고 그나마도 짙은 화장과 어둠에 가려져 티가 잘 나지 않았지만, 승아는 조금 긴장하고 있었다.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을 때의 긴장은 누구나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불빛이 켜지고 슈퍼노바가 앞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강렬하게 춤을 추는 그들뒤에 크라운은 그저 서서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상황에서 팬들은 소리를 질렀다.


“꺄아아악!!!!!”

“광수오빠!!!”

“건일 오빠아!!!!!!”

“슈! 퍼! 노! 바!”


승아의 팬들도 질세라 소리를 질렀다.


“윤승아!”

“윤승아!”

“크라운!”

“우유빛깔 윤승아!”


크라운을 외치는 것보다 승아의 이름을 외치는 것이 많았던 것은 크라운의 팬덤이 없었기 때문이었고, 그나마 크라운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예의상 중간에 섞어준 것이었다. 조금 과하다면 과할 그들의 외침은 이곳에서는 당연한 행동이고 외침이었기에 그리 크게 티가 나지 않았다.


효준은 준비해온 <완벽한 크라운의 얼음공주! 윤승아!> 라고 쓰인 코팅된 판넬을 흔들면서도 무대를 재빨리 스캔했다. 다행히 승아의 인지도를 이용하려는 때문인지는 몰라도 무대 뒤 세로 2열로 서있는 8명의 크라운의 멤버들 중 승아가 한 열의 제일 앞에 서 있었다.


- 그럼. 승아님이 외모로도 빛나는데 앞줄에 세울 수밖에 없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승아의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인터뷰 장소에서나 게임을 하는 모습과는 달리 확실히 아이돌 무대의상은 파격적이어서 무언가 화려한 느낌이 들었다. 옆의 세린이라는 멤버처럼 완전히 헐벗지는 않았지만 힐에 어개를 드러낸 가벼운 청자켓 차림은 아이돌 기준으로는 보수적인 옷차림일지 모르지만 승아를 매일 보아오던 광팬들의 집단인 프린세스 멤버들에게는 파격적인 승아의 의상이었다.


- 승아님이 저렇게 성숙했던가?

- 옷이 작아 보여..

- 키가 크신거 같은데?

- 신발이 힐이구나!

- 크.. 청순한 매력 뿐 아니라 섹시한 매력도 있어!!


그들이 승아의 모습에 감탄할때 긴 전주가 거의 끝나갈 무렵 크라운의 멤버들이 가로로 펼쳐지면서 앞으로 걸어나왔다. 힐을 신고 자신있게 워킹하는 모습에 효준들은 더욱 열광했다. 그리고 앞에서 춤추던 슈퍼노바의 멤버들이 뒤로 들어가면서 엇갈리고 세린과 승아가 동시에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불렀다.


떠나지마~ 다시 한번 돌아봐.

이렇게 보낼 수 없는데.

never say good bye.

You won't make me cry

기다려 너 하나만.


실제로 노래를 부르는 것은 세린 혼자였지만, 승아가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같이 마이크를 잡고 립싱크를 했다. 세린과 승아가 음정이 비슷한 것을 이용한 소속사의 트릭이었는데, 노래를 이렇게 부른다고 해도 어차피 신인인 만큼 아무도 못 알아볼 것을 이용한 것이었다.


하지만 팬클럽 회장인 효준은 조금 이상함을 알아챘다.


“이거.. 승아님 목소리가 미묘하게 틀린데?”


효준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그 뿐이 아닌지 승아의 광팬들 중에서 일부도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슈퍼노바의 남자 멤버 하나가 앞에 나와서 노래를 부르고, 다른 멤버가 다시 랩을 했다.


그 사이에 승아를 비롯한 다른 멤버들은 조금씩 몸을 흔들면서 율동을 하고 코러스를 넣었다. 코러스에 가까운 부분의 노래라 노래의 난이도가 높지 않은데도 하이리와 같은 멤버는 호흡이 달리는지 같이 부를 때 숨소리가 조금 섞였다. 다행히 관객들은 첫 공개라서 원래 그런 부분인지 아닌지 잘 알수는 없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춤은 제대로 군무로 맞춰가고 있었으니 괜찮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다른 멤버들이 한 소절 씩 랩을 하는 부분이 나왔다.


- oh 나는 아직 잊지 못했는데!

- oh 너도 나를 잊지 못하는데!

- oh 우리는 아직 좋아하는데!

- oh 엇갈려!

- oh 엇갈려!


나중에 노래가 끝나면 기가 차겠지만, ‘오 엇갈려’ 라는 랩 대사가 전부인 멤버도 있었다. 같이 부르는 것처럼 웃으면서 마이크를 같이 잡고는 있지만, 8명중 저 대사 이외에는 노래를 부르지 않는 멤버가 둘이나 되었다.


그리고 다시 세린이 ‘떠나지마’부터 ‘너 하나만’까지 반복했다. 댄스 가수의 후크송이라는 것이 원래 반복되는 구간이 많다지만 앞의 구절을 완전히 똑같이 부른다는 것 자체가 노래가 좀 너무한 감이 있었다.


그리고 다시 슈퍼노바의 춤과 노래가 이어졌다. 그 뒤에 드디어 승아의 파트였다. 슈퍼노바가 남자 역할을 맡아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구절을 부른 뒤 답하는 부분이었다.


승아는 마이크를 잡고 자신의 파트가 되자 무대 앞으로 한걸음 더 걸어 나왔다. 도도한 걸음걸이로 자신있게 한걸음 내딛어 나오는 승아였다. 힐과 무대의상이 겹쳐져 강렬한 인상이었다.


승아는 앞을 보고는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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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9 두 여성 게이머의 대결 (1) +1 18.01.17 502 17 18쪽
448 동운이 없는 새 시즌을 보내는 XK 마르스 18.01.15 479 16 16쪽
447 승아 복귀 18.01.14 505 18 14쪽
446 승아 vs 아론 (2) +3 18.01.12 495 17 13쪽
445 승아 vs 아론 (1) 18.01.10 511 18 14쪽
444 승아의 노래 (3) +1 18.01.08 506 18 13쪽
443 승아의 노래 (2) +1 18.01.07 488 14 8쪽
442 승아의 노래 (1) +7 18.01.05 486 18 14쪽
441 아론 (3) +1 18.01.03 490 18 10쪽
440 아론 (2) +2 18.01.01 473 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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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7 군대 그리고 방송 +2 17.12.25 540 14 14쪽
436 군대 +2 17.12.24 787 15 11쪽
435 서원재 (6) +1 17.12.22 486 1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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