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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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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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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2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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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11쪽

군대

DUMMY

원재는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 앉을 곳을 찾았다. 하지만 승아가 방에 있는 유일한 의자를 차지하고 앉아있자 침대밖에는 앉을 곳이 없었다. 원재는 침대에 앉기는 좀 그런 느낌에 그냥 서서 이야기하기로 생각하고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음. 그래... 오늘 경기 말야.”

“칫. 이젠 나도 오빠가 한 것 알았다구요. 오빠. 게임 밖에서 그렇게 심리전 걸기 있어요?”

“하하.. 케이크 괜찮지? 니가 딸기 케이크 좋아해서 특별히 사 온거야.”

“말 돌리긴.. 칫.. 지난거니 됐어요. 나 이겼으니까 우승까지 가야 해요!”

“어. 그래. 하하..”


원재는 겸연쩍게 웃었다. 기분이 나쁘면 아무말도 통하지 않고, 기분이 좋으면 말을 일단 들어주는 승아의 성격을 생각해서 일단 케이크를 먹여놓고 힘들게 이야기하려 했는데 승아는 이미 자신이 할 말을 꿰뚫고 있었던 듯 했다. 그래도 확실히 회귀해서 살아온 만큼 사회 경험은 있다는 것인지 생각의 폭이 거기까지 미친 것 같았다.


친한 사이에만 아는 승아의 감정선과 친한 사이라는 것을 이용해서 심리전을 건 것에 대해 뭐라고 퍼붓더라도 오늘만은 좀 넘어가 주려 했는데, 생각외로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승아라고 원재는 생각했다.


- 뭐.. 딸기 케이크에 홀라당 넘어가서 신경 쓰지 않는 것도 같으니 어른스러운게 아닌가?


승아가 이미 결정난 8강 결과라서 의도적으로 넘어가려 해 주었는지, 아니면 정말 회귀 뒤 어린 외모에 마음까지 동화된 것인지, 아니면 그냥 생각이 없는 것인지는 몰라도 일단 승아는 케이크를 먹고 원재의 수작에 대해 관대히 넘어가 주는 것 같았다.


딸기를 먼저 척살하고 크림을 또 척살 한 뒤, 남은 빵을 조심스럽지만 흡입하듯이 입 안에 몽땅 털어넣은 승아는 2조각 모두를 세상에서 없애고 나서야 기분이 조금 좋아진 듯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흘렀다.


승아는 케이크를 다 먹고 나서 달콤함의 세상에서 잠시 여운을 즐기던 것이 사라진 다음에 주변을 인식했다. 아직 원재가 방에서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응? 오빠. 안가요? 아니면 더 줄게 있어요?”

“아? 그래. 가야지. 하하. 너무 복스럽게 잘 먹길래.”

“칫. 음료는 없어요? 음료. 케이크만 먹었더니 목이 마른데.”

“.........”


마치 약점을 잡은 듯 뻔뻔하게 행동하는 승아를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뒤 원재는 승아를 데리고 휴게실로 향했다. 휴게실에서 승아가 좋아하는 고려콜라 캔을 하나 뽑아서 뒤따라 휴게실로 들어온 승아에게 살짝 던져주었다. 승아는 고려콜라를 받자마자 바로 캔을 땄다.


치익-


청량한 가스 소리가 캔을 삐져나오면서 콜라의 시원함을 예고했고, 승아는 얼른 그 청량함을 목구멍 안으로 넘겨 톡톡 튀는 느낌을 몸으로 느끼고 부르르 떨었다.


“캬아- 이 맛!”

“왠 아저씨 같은 말투냐.”

“오빤 고려콜라 잘 안먹으니까 이 맛을 모르죠. 이거 진짜 맛있다구요. 싸~한 느낌이 목구멍을 내려갈 때의 그 느낌!”

“어떤 느낌이냐 그게?”

“음.. 세상에 살아가면서 지은 죄가 모두 사해지는 느낌? 이 검은 성수가 내려가면서 너의 죄와 같이 흘러가노라.. 하는 그런 느낌?”

“........”

“하튼 좋다구요. 콜라만든 사람은 정말 천재에요! 아.. 시원해.”


승아는 고려콜라를 한모금 더 넘기면서 목넘김을 음미했다. 알싸한 느낌이 뇌에까지 청량감을 주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 황홀한 기분마저 머금고 있는 듯한 승아의 얼굴이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원재는 퉁명스레 말했다.


“그래. 많이 먹어라. 그리고 콜라 많이 먹는 넌 이빨이 썩겠지.”

“에잇! 그럼 임플란트를 하면 되죠!”

“콜라를 그렇게 자주 먹다간 이빨이 썩는 것도 모잘라서 이빨 밑에 잇몸뼈가 녹아내릴걸? 그럼 잇몸뼈 자리에다 인공으로 만들어 박아야 한다구. 그 과정에 그 위잉~ 하는 기계를 몇 번이나 만나야 할까?”

“에잇! 에잇! 몰라요! 일단 난 먹을래! 오빠가 뽑아 줘 놓고 무슨 소리에요. 그럼 3% 부족할 때를 뽑아주던가! 에잇!! 그리고 오빤 담배 피잖아요! 그게 더 나쁜거에요!”

“야. 담배가 좋다는 연구 결과는 가끔 나와도, 콜라가 좋다는 연구 결과는 하나도 없다고.”

“무슨 말이에요. 콜라는 예전부터 소화제로도 쓰였다구요. 소화가 잘되는데 좋다는 말씀! 오빠야말로 담배 계속 피우다간 폐가 시꺼멓게 될 걸요? 나중에 그거 몰라요? 담배갑에 무서운 그림 새겨지는거?”

“됐다. 난 담배 쌀 때 많이 피울란다.”

“나도 콜라 쌀 때 많이 먹을거에요.”

“.........”

“..........”


유치한 말싸움을 한 둘은 서로가 이게 무슨 짓인가 싶었는지 잠시간의 침묵이 이어졌다. 잠시간의 침묵을 깬 것은 이제 콜라가 뇌수를 타고 흘러 지니어스해진 승아였다.


“오빠. 그런데 무슨 깡으로 지면 다음 시즌 안 나온다고 한 거에요?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도 없었잖아요.”

“아? 그거? 난 반드시 이길 자신이 있었어. 네가 실력은 좋지만 이런 멘탈 흔들기엔 약하니까?”

“내가 조금 흔들린건 사실이긴 해요. 하지만 오빠. 그래도 내가 드랍만 안했으면 이겼을 걸요? 오빠가 뻔히 보고있는데 드랍한 내가 잘못이지. 에휴. 하튼 내가 이길 수도 있었다구요. 그럼 대체 어떻게 하려고 했어요? 정말 은퇴?”


승아는 자신이 잘못한 부분은 생각해 내고 반성했지만, 원재가 무슨 깡으로 인터뷰 때 질렀는지는 정말 궁금해했다. 실제로 은퇴할 생각이 있는지도 궁금했다.


사실 승아가 보는 원재는 종잡을 수가 없었다.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는게 쉽지만은 않겠지만, 승아가 보는 원재는 예전과 확실히 다른 행보를 보였다. 계속 게임판에 남아있으면서 황제라는 칭호를 잠시 받은 것은 같았지만, 그 별명의 느낌이 예전만큼 강하지는 않았다. 승아도 있었고, 예전에 코스프레 하면서 인기를 끌던 시절의 흑마술사라는 별명이 아직도 불리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게임밖에 모르던 그가 주식이니, 토토니 하는 것을 한다고 했을 때에는 얼마나 놀랐었던가! 원재라면 그런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알지 못할 것으로만 보였는데 회귀 뒤에는 확실히 금전 감각이 있고 현실적인 부분이 꽤 있어보였다.


- 현실 감각같은 그런건 오빠의 여자친구나 있을 거 같았는데...


승아의 생각이야 어쨌건 원재는 현재 과거를 바탕으로 꽤 여러가지를 벌려놓아서 금전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상태였다. 현재의 어려짐에 만족하고 있는 승아와는 달리 말이다. 그런 원재가 다음 시즌에 나오지 않겠다고 하니 승아는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고 말이다. ‘설마 은퇴?’ 라는 생각이 힘을 얻는 것도 그런 현실적인 부분이 뒷받침되어 일어난 상상이었다.


원재는 그런 승아의 물음에 사실을 털어놓았다.


“사실.. 지금 이겼지만 이겼어도 다음 시즌은 원래 못 나와.”

“왜요?”

“그게...”


원재는 승아에게 사실을 설명했다. 공군 쪽에서 회귀 전처럼 우주전쟁 팀을 만들자고 제의가 들어왔으며, 그로 인해 자신은 군대에 가야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예정일은 프로리그 개막 1주일 전. 그러니 어차피 프로리그에는 참가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도 함께.


“군대?”

“응. 그래도 전보다는 좋은 조건이야. 갖가지 지원이 있고, 팀도 내가 꾸릴 수 있어..”

“뭐에요! 그럼 이기든 지든 어차피 못 나오는 프로리그 가지고 날 흔들었단 말에요?”

“하하.. 그.. 그렇지?”

“오빠아?”

“하하.. 좀 떨어져서 이야기하자. 승아야?”

“일루 안와요? 아우!!”


원재는 눈에 쌍심지를 켜고 농락당한 울분을 표출하려는 승아가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원재는 잠시 도망치다가 적절한 모션으로 잡혀주면서 장난을 마친 뒤에는 공군 팀에 간 이후의 일을 승아와 진지하게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날 밤은 그렇게 흘러갔다.


***


그리고 다음날.

드디어 원재에 대한 기사가 떴다.


<XK 머큐리의 프로게이머 ‘황제’ 서원재. 군 입대 결정!>

<대한민국 공군, 서원재를 비롯, 8명의 게이머로 공군 팀 결성하기로 결정!>

<공군, 프로리그 참가 정식 명칭은 ‘공군 ACE'로 결정!>


XK 머큐리의 감독 겸 주장인 서원재가 군 입대를 결정했다. 서원재는 군 홍보 특기병으로 입대할 예정이다. 서원재 이외에도 정창환, 지성철, 손동운, 김칠구 등 각 팀의 프로게이머 총 8명이 입대할 예정이며....


공군은 서원재등 장병들의 입대는 우주전쟁 팀의 다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군 상무정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밝혔다. 공군에 따르면 이들은 30개월간 공군 전산 특기병으로 복무하게 될 것이며, 공군의 홍보에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입대한 게이머들은 차후 기본 군사 훈련을 마친 뒤 ‘공군 ACE’라는 팀 명으로 차차기 프로리그부터 참여할 것으로 공군은 발표했다. 이는 프로게이머들의 군 병역에 대해 해결 방법이 모색된 것으로 보이며...


이번 공군 팀 결성에는 서원재 선수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한 공군 관계자는 밝혔다. 서원재 선수 또한 병역을 해결하려는 의도가 있었고, 공군 또한 홍보를 위한 수단이 필요했던 만큼 양 측의 의지가 맞아떨어져...


각종 기사가 포털을 뒤덮었다.


우주전쟁이 인기게임인데다 예전보다 아는 이도 많아진 만큼 공군 팀 창설에 대해 커뮤니티의 반향도 컸다. 팬들이 커뮤니티에 몰려들어 의견을 마구 쏟아내고 있었다.


- 야. 군인이 프로리그 참가라니.. ㅋㅋㅋ

- 그럼 적이 쳐들어 왔습니다! 하면 마우스 잡아라! 후임들아! 하는거임? ㅋㅋㅋ

- 박병장님, 저 천원만여. 싸지방서 전투하고 올게요.

- 싸지방이 뭐임? 어디 지방임?

- 군대 내 PC방이다. 모르는거 보니 너 군대 안갔군.

- 야. 근데 비웃을게 아니다. 그럼 우리 보고싶은 애들 계속 볼 수 있음.

- 어 그러네? 서원재나 정창환이나 지성철.. 손동운에 김칠구까지.. 나머지 3명은 이름 못 들어봤는데 이정도면 정말 대박엔트리 아님?

- 공군이 프로리그 1등 하는거 아니냐? 이정도면?

- XK 이제 쫄려서 어쩌냐?

- 마르스는 윤승아라도 있지, 머큐리는 이제 누가 이끔? ㅋㅋㅋ

- 공군 나오면 엔트리 예상해본다. 1~3세트 서원재, 지성철, 정창환 고정에 손동운, 김칠구 4세트 돌려막기로 4:0 승이다. 이제 전승우승 가능하다.

- 최강 공군!!

- 공군 참모총장님 감사합니다.

- 흑흑.. 원재오빠.. ㅠㅠ. 군대가서 다치지 마여..


여러가지 말이 커뮤니티에서 오갈 때, 한 팬의 댓글이 논란에 다른 방면으로 불을 지폈다.


- 그런데 형님들, 서원재 발목 나가서 군대 안가지 않음?


작가의말

연인, 친구, 가족과 함께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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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2 엔트리가? (1) +6 18.01.23 479 19 12쪽
451 구멍 +6 18.01.21 510 19 9쪽
450 두 여성 게이머의 대결 (2) +2 18.01.19 531 20 18쪽
449 두 여성 게이머의 대결 (1) +1 18.01.17 503 17 18쪽
448 동운이 없는 새 시즌을 보내는 XK 마르스 18.01.15 480 16 16쪽
447 승아 복귀 18.01.14 506 18 14쪽
446 승아 vs 아론 (2) +3 18.01.12 496 17 13쪽
445 승아 vs 아론 (1) 18.01.10 512 18 14쪽
444 승아의 노래 (3) +1 18.01.08 507 18 13쪽
443 승아의 노래 (2) +1 18.01.07 489 14 8쪽
442 승아의 노래 (1) +7 18.01.05 487 18 14쪽
441 아론 (3) +1 18.01.03 491 18 10쪽
440 아론 (2) +2 18.01.01 474 18 13쪽
439 아론 (1) +1 17.12.29 486 16 12쪽
438 최상욱의 분노 +2 17.12.27 520 17 14쪽
437 군대 그리고 방송 +2 17.12.25 541 14 14쪽
» 군대 +2 17.12.24 788 15 11쪽
435 서원재 (6) +1 17.12.22 487 1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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