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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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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연재수 :
4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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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97,240

작성
18.02.02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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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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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11쪽

time to like (3)

DUMMY

입술에 바른 립스틱 색깔이 약간 진하지만 투명함이 공존하는 반짝임이 있어 승아의 통통 튀는 소리가 나오는 입술에 관객들의 시선이 집중될 때, 승아의 입에서 노래가 아닌 랩이 맑은 목소리로 관객들의 귓가에 날아가 박히기 시작했다.


U act like bad boy!

but, 내겐 천사란 바로 너!

너만이 Ma B A B Y


승아는 손을 강하지만 짧게 앞으로 총을 쏘듯 가리키며 랩을 뱉었다. 맑지만 강인한 힘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그리고는 ‘비에이 비 와이’라고 끝에 영어 단어의 스펠링 하나하나를 차분하지만 강렬하게 끊어서 뱉었다. 그리고는 무대 앞으로 나오기 위해 센터 자리로 한걸음 내딛었다.


한걸음 내딛을 때 살짝 발이 삐끗해서 발목이 살짝 흔들린 승아였지만, 리허설 때 이미 이런 경우를 겪어서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것처럼 살짝 앞으로 발을 내딛은 승아였다. 이런 경우를 이미 겪어보아서 예상한 승아는 리허설 뒤에 힐을 신은 안쪽 발목에 투명 테이핑을 해서 잡아주었다. 그런 덕에 승아는 발목도 다치지 않은 채 발에 힘이 들어간 상태로 앞에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는 진한 화장을 한 상태 그대로 앞을 쳐다보다가 시선을 살짝 올리고 관객석을 쳐다보았다.


스윽.


그리고는 조금 전의 랩이 매달리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면 이번에는 차갑지만 그래도 애정이 넘치는 어투로, 오타쿠 언어로 츤츤거린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말투로 바꾼 승아. 차갑지만 관심을 지우지 않은 눈앞에 남자를 사랑하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는 심정을 승아 특유의 맑은 목소리의 랩으로 토로했다.


허나 가슴 아픈 비애 We cry.

이런 내 마음을 하늘이 전하길!

아직 난 어려!

이별앞엔 서툴러!

Want you back itz time to like!


비록 문법이나 어법이 한글로도 영어로도 맞지 않는 단어 투성이였지만, 아이돌 노래가 어디 맞는 것이 있던가. 일단 듣기에는 제법 그럴싸하게 들리는 랩이었다.


승아는 마지막에 주제가의 이름과 같은 영어단어를 내뱉으며 조금 뒤로 빠졌다. 그 뒤로는 다시 슈퍼노바라는 남자 그룹의 멤버 하나가 나와서 답하는 랩을 했다. 이 커버가 생각외로 잘 이루어져서 승아는 랩을 처음 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꽤 괜찮게 보이게 되었다.


여기까지 서술한 내용이 꽤 길어보였지만 랩인지라 실제로는 10초정도의 짧은 시간안에 가사가 소화되었다. 승아가 랩을 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기에 놀라움은 컸다. 대부분의 음악뱅크 관객 들은 승아의 팬이거나 하지 않아서 그저 ‘지금 랩 한 애가 IG에서 나온 걸 그룹 중에 랩을 담당하는구나..’ 하고 생각하고 말았다.


하지만, 평소 승아의 포장된 귀엽지만 도도한 얼음공주 이미지를 보아왔던 팬클럽의 일원들은 승아의 새로운 모습에 신선함을 느끼면서도 놀라워했다.


- 랩이야? 승아님이 랩을 했어!

- 방금 눈빛 봤어? 와.. 같은 목소리인데 다르게 들려!

- 목소리 하면 역시 승아님이지! 가사가 쏙쏙 박혀!

- 옷은 좀 너무 과하게 입힌 것 같아. 청순함이 돋보이는 승아님을 저렇게 입히다니.

- 저런 이미지도 새로워!

- 승아님이 내게 매달리는 기분이야!

- 미친!

- 하앍하앍.


일부 불순한 수군거림이 들리긴 했지만, 대체로 승아의 변화에 대해 신선함을 느꼈다. 승아에게 저런 매력이 있다니.


승아가 평소 교복 비슷한 느낌의 팀복을 주로 입는지라 우주전쟁 경기장에 있을 때에는 어려보였었다. 인터뷰 등에서도 팀복을 입고 인터뷰 하는 승아의 이미지는 청순한 이미지는 있을지언정 성숙하거나 하는 이미지는 없었다.


그런데 무대에서는 점점 성숙해져 가는 승아의 성장에 더해 클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니면 좀 노는 대학생과 같은 옷을 입혀놓자 옷에 가려졌던 볼륨이 뒷받침되었고, 그것의 조화는 승아의 차림에서 오는 이미지를 전혀 다르게 바꾸어 놓았다.


예전에는 같은 무표정이어도 옷 때문에 약간 모범생 스타일로 보였다면, 약간의 진한 화장과 힐, 옷의 변신을 한 채 같은 표정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뿐이었는데 분위기가 바뀌었다. 입고 있는 옷이 다른 멤버들에 비하면 어느정도 가려진 옷임에도 모범생의 무심한 표정이 아니라 파릇푸릇함과 성장하는 몸에서 오는 도발적이면서 섹시한 매력이 더해져 풍겨오는 분위기 자체가 묘하게 달라보였다.


그러면서 승아가 지금 뱉은 랩 가사가 어린데 성숙해 보이는 옷을 입은 현실과 분위기가 어울려서 ‘내가 네가 나쁜 남자고 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너를 좋아할 시간’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가사와 맥이 통하고 있었다.


가사 또한 일반적으로 다른 노래에서 볼 수 있는 영단어 ‘love'가 아닌 ’like'를 써서 노래의 핵심 내용이 들어간지라 사랑타령을 하는 흔한 노래와 약간 다른 분위기를 주는 것도 승아의 지금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외견과 가사 뿐 아니라 IG에서는 승아의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최대화하기 위해 많은 부분을 신경썼다.


목소리는 좋지만 음감이 좋지 않은 승아에게 멜로디 라인이 아니라 랩을 소화시키게 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랩을 하는 이들은 주로 목이 쉰 목소리거나 기가 센 여자의 이미지가 많은데 승아의 경우 맑은 목소리로도 강렬하면서도 순수한 이미지를 동시에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소녀 랩 분위기의 장을 열었다고 볼 수 있었다.


물론, 좋게 말해서 그렇다는 것이고 사실을 보자면 단점을 최대한 가린 파트와 역할을 배분한 것이 어떻게 하다보니 맞아떨어진 것이었다.


승아는 연습을 시켜보니 노래가 대체 음정이 안 맞고, 그렇다고 개인 안무 파트를 넣자니 춤이 안되고, 외모는 된다. 그렇다고 몇몇 외모만 되는 멤버처럼 덤으로 병풍 역할을 하며 3초만 노래부르기를 시키자니 곤란했다.


승아를 이용해 홍보를 한 것이 컸으니 승아에게 역할을 많이 주어야 하기는 했다. 데뷔를 위한 방송까지 (IG에서는 프로게이머/가수 체인지 체험에 참가한 목적이 아론과 신인 걸그룹을 띄우기 위한 방송이 목적이었다.) 따로 하면서 크라운과 IG도 수혜를 입는데 승아를 아예 배제하자니 이건또 좀 그랬다.


결국 IG의 선택은 승아에게 랩을 시키는 것이었고, 전체적으로 무난했고, 반응도 좋았다.


실질적으로도 앞의 세린의 노래와 뒤의 슈퍼노바의 남자 멤버가 부르는 랩이 이 중에서 제일 괜찮게 부르는 사람들이었기에 어느정도 맑은 목소리만으로 읊어준 승아의 랩의 목소리가 상승반응을 일으켜서 승아까지 노래를 잘 부르는 것처럼 느끼는 효과가 있기도 했다.


이런 속사정이야 어쨌거나 승아의 파트는 성공적으로 넘어갔고, 승아는 그 뒤로도 다 같이 추는 정해진 전체 안무, 속칭 군무를 같이 추었다. 여자 팀인 크라운의 실력을 감안했는지 아니면 전원 힐을 신은 것을 감안했는지 안무 자체는 이동은 크게 없고 팔만 살짝살짝 움직이는 정도의 안무가 많았다. 덕분에 승아는 리허설때의 실수와는 다르게 익숙치 않은 힐을 신고도 리허설과 틀리게 큰 무리 없이 군무를 소화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후크송의 특징답게 세린이 다시 앞에 했던 부분과 똑같은 가사를 똑같이 부르면서 노래를 부르며 노래가 끝날 시점이 되었다.


떠나지마~ 다시 한번 돌아봐.

이렇게 보낼 수 없는데.


그 뒤에 더 이어지는 영어 가사가 있는데, 승아는 연습한대로 마이크를 들어서 립싱크를 하면서 노래를 같이 부르는 척을 했다. 승아의 인지도를 데뷔에 이용한 팀인 크라운인 만큼, 노래 시작부분에 세린과 했던 그대로 세린은 실제로 부르고, 승아는 부르는 척을 하기로 한 부분이었다. 앞에서도 그렇게 했었다.


그런데 다음 가사를 부를 때 승아의 입이 조금 늦게 떨어졌다. 어차피 노래를 부르는 것은 세린 혼자라서 큰 영향은 없었지만, 승아만 바라보는 사람이라면 나오는 노래와 실제 승아가 벌리는 입의 모양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었다.


승아 스스로도 자신이 노래 타이밍을 놓쳤다는 것을 알았지만, 뭐 상관없었다. 어차피 라이브 사이에 다른 멤버들이 교묘하게 코러스를 넣으면서 자신이 부르는 것처럼 만드는 장치도 노래에 숨어있는 만큼, 입 모양이 조금 바뀌어도 알아차릴 사람이 없을 터였다.


승아는 여러 돌발상황을 겪은 이 답게 당황하지 않고 입을 뻥끗하며 실수를 메꾸면서 세린의 노래를 따라갔다.


어차피 영어 가사라서 얼버무려도 잘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승아였다.


never say good bye~

You won't make me cry~


세린은 나름 실력이 되는 만큼 노래를 잘 이끌었다. 실력이 되지 않는 다른 멤버들을 커버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팀의 노래를 거의 다 하는 실력있는 멤버라는 이야기. 세린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커버력이 있는 멤버였다.


엔딩까지 무난하게 이끈 크라운의 데뷔 무대.


그리고 이어지는 마지막 마디는 세린 뿐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다같이 노래를 불렀다. 노래실력은 별로라도 다들 적당히 어울리면서 화음을 내자 제법 좋은 소리를 내며 마지막 마디를 부르는 그녀들의 아름다운 소리가 무대와 음악뱅크 녹화장 안에 울려퍼졌다.


기다려 너 하나만~~.


그리고 안무를 멈추는 프리징 동작을 하고 인사를 하며 뒤로 물러난 크라운. 그리고는 무대에 신인 치고는 꽤 높은 수준의 환호가 울려퍼졌다. 팬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제법 좋은 반응인지 환호가 슈퍼노바와 승아의 팬클럽이 앉아있는 부분을 제외한 다른 쪽에서도 환호하는 소리가 났다.


크라운의 멤버들이 노래를 잘 했는지 아니면 노래가 좋은 것인지는 몰라도 들려오는 소리로 판단한 데뷔 반응은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승아의 파트에서 승아가 노래를 부르지 않고 립싱크를 한 부분에서의 이상함을 알아챈 사람도 있었다. 효준과 몇몇 광팬들이 승아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려오지 않는다는 것을 캐치하고 고개를 살짝 갸우뚱했지만, 이내 그들도 곧 그녀의 새로운 모습을 봤다는 것에 만족하고 기뻐하며 현수막을 들고 환호를 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 모든 환호가 음악뱅크 녹화장을 뒤덮을 때, 우주전쟁 경기장은 야유로 뒤덮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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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6 time to like (1) 18.01.29 489 14 15쪽
455 의존 그리고 데뷔 18.01.28 498 16 15쪽
454 엔트리가? (3) 18.01.26 440 18 16쪽
453 엔트리가? (2) +3 18.01.24 471 16 17쪽
452 엔트리가? (1) +6 18.01.23 479 19 12쪽
451 구멍 +6 18.01.21 510 19 9쪽
450 두 여성 게이머의 대결 (2) +2 18.01.19 530 20 18쪽
449 두 여성 게이머의 대결 (1) +1 18.01.17 503 17 18쪽
448 동운이 없는 새 시즌을 보내는 XK 마르스 18.01.15 480 16 16쪽
447 승아 복귀 18.01.14 505 18 14쪽
446 승아 vs 아론 (2) +3 18.01.12 496 17 13쪽
445 승아 vs 아론 (1) 18.01.10 511 18 14쪽
444 승아의 노래 (3) +1 18.01.08 507 18 13쪽
443 승아의 노래 (2) +1 18.01.07 489 14 8쪽
442 승아의 노래 (1) +7 18.01.05 487 18 14쪽
441 아론 (3) +1 18.01.03 491 18 10쪽
440 아론 (2) +2 18.01.01 473 18 13쪽
439 아론 (1) +1 17.12.29 486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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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7 군대 그리고 방송 +2 17.12.25 540 14 14쪽
436 군대 +2 17.12.24 787 15 11쪽
435 서원재 (6) +1 17.12.22 486 1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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