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게임

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연재수 :
462 회
조회수 :
752,794
추천수 :
14,293
글자수 :
2,597,240

작성
18.01.17 23:57
조회
502
추천
17
글자
18쪽

두 여성 게이머의 대결 (1)

DUMMY

해설진들은 경기를 준비하는 이은지와 승아를 보며 그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이은지 선수와 윤승아 선수는... 예전에 두 번 붙은 적이 있죠?”

“네. 처음 붙은건 성민은행이 후원하던 때 이은지 선수의 초창기 시절 한번 붙은 적이 있는데... 당시 윤승아 선수가 19연승을 달리던 시점이었거든요. 그런데 이은지 선수도 2승 1패로 좋은 성적을 거두던 시점이라 누가 이길 지 알 수가 없었죠.”

“물론 지금은 윤승아 선수가 매우 강력하기에 윤승아 선수가 이길 것이라고 보는 분들이 많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당시에는 누가 이길지 승패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윤승아 선수의 연승도 무서웠지만 막 데뷔한 이은지 선수의 초반 돌풍도 강력했거든요. 당시 윤승아 선수가 랜덤으로 종족을 고르던 시절인데 기계 종족을 공식전에서 처음 선보였던 것이 이은지 선수와의 경기였습니다.”


“그때 결과는 어땠습니까? 지금처럼 강력한 윤승아 선수의 승리였나요?”

“아.. 네.. 결과만 보면 일단 그렇긴 합니다만 변수가 있었습니다. 당시 윤승아 선수는 이은지 선수의 한방을 입구에 캐논포를 집중해서 막는 것을 넘어서서 뒤에서 캐논포 러쉬로 승리를 거뒀었습니다.”

“두번째 경기에서는 이은지 선수가 역으로 캐논포 러쉬를 시도했었죠?”

“네. 이은지 선수. 그 때 캐논포 러쉬를 잘 걸기는 걸었어요. 윤승아 선수가 보지 못하는 위치에 생각하지 못하는 타이밍에 걸었거든요. 성공을 시켰죠. 그래서 확실히 걸리긴 했는데, 윤승아 선수의 종족이 인간이라는 것이 이은지 선수의 불운이었습니다.”


“아.. 그 경기요. 윤승아 선수가 캐논포 러쉬 당하니까 사령부를 앞마당으로 띄워서 옮겼죠?”

“네. 그리고 자원을 다시 채취하면서 캐논포에 자원을 많이 쓴 이은지 선수는 결국 밀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두번 붙어서 두번 다 진 이은지 선수로서는 오늘 경기를 꼭 이기고 싶을 텐데요.”

“네. 윤승아 선수에게 상대 전적이 좋은 선수가 거의 없지만, 그래도 경기는 해 봐야 아는 겁니다. 이은지 선수, 지난 시즌 뒤 최근 조금 더 달라진 모습에 저희도 감탄하고 있거든요.”

“아. 그렇죠. 이은지 선수. 머리가 좀 더 길어지고 화장이 옅어졌는데도 그 섹시함이 더욱 피어나서 저희의 시선을 정말 강탈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많이 달라졌죠. 더 피어났습니다.”

“......네?”



김준형, 이호준 해설과 같이 평범하게 해설을 잘 해나가다가 또 전진호 캐스터가 말을 튀는 사고를 냈다. 이은지가 달라졌다는 모습이 그런 뜻으로 이야기한 것이 아닐진대, 전진호 캐스터는 외모에 집중하여 해설을 하고 있었다.


이게 적당하면 괜찮겠지만, 전진호 캐스터는 정상적으로 해설을 하다가 갑자기 튀어나오기 때문에 옆의 두 해설진이 곤란을 겪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좋아해서 아직까지 계속해서 캐스터로 일하는 것이 그의 인기도 인기지만 어찌보면 전진호 캐스터가 강운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어쨌거나 지금 전진호 캐스터의 발언에 당황한 이호준 해설은 마침 둘의 경기가 준비되었다는 말을 전해듣고는 바로 경기 해설을 속행했다.


“아! 경기 준비되었습니다! XK 마르스의 윤승아 선수와 한국항공 점보스의 이은지 선수의 3세트 경기! 시작합니다!”



경기가 이루어진 맵은 기존에 많은 경기가 이루어진 2인용 맵인 운명의 목적지.


12시와 6시에 서로 시작지점이 있는 이 맵은 이은지가 나올 것이라고는 XK 마르스에서는 승아도 상욱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맵이었다.


사실 신규 맵인 알카로이드 같은 반섬맵에 기계종족인 이은지에게 몇몇 전략을 입혀서 내보내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는지 최근 경기에서 이은지는 이 맵에 나왔었는데, 그걸 노려서 알카로이드 맵에 출전할 선수로 초반만 넘기면 이후 운영/수비력이 좋고 이은지에 대한 상성이 좋은 종원을 내보냈다.


그런데 이은지는 거기에 나오지 않았고 3세트 운명의 목적지에 출전했다. 이은지가 이 맵에 나오게 되어 승아와 붙게 되자 한국항공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져도 그만이고, 이기면 매우 엄청 좋은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픽 선택은 한국항공의 의도대로 된 것이었다. 한국항공으로서는 3세트를 져도 XK 마르스의 에이스인 승아라는 최고카드를 하나 소비시키니 한국항공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을 수는 없었다.


우주전쟁은 또 어떻게 될 지 모르고 말이다.


운명의 목적지는 3종족이 고루 출전하고 전부터 많은 경기가 이루어진 맵이라 많은 데이터가 호진에게 쌓여있었다. 이 맵을 전략적으로 분석한 호진은 이은지와 함께 구상한 전략이 있었다. 그 정한대로만 하면 이은지도 이 맵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호진은 생각하고 있었다.


- 은지가 사람들이 얕보는데, 제법 승리를 많이 거뒀어. 진성이보다 승률은 더 좋다는거.. 사람들은 알까?


이은지는 호진이 생각하듯 실력이 꽤 늘어있었다. 이건 비 시즌동안 이은지가 좋아하는 호진오빠랑 같이 연습을 하면서 생긴 효과였다. 이은지는 상대가 승아라고 해도 전혀 위축될 것은 없다고 이미 마인드 무장이 된 상태였다. 그정도로 연습을 많이 한 이은지였다.


이은지는 경기 시작과 함께 바로 일꾼을 제대로 나누면서 비 시즌동안 있었던 호진과의 연습을 생각했다.


***


“오빵~ 호진오빠앙~♡”

“너. 사람한테 말 할 때는 그렇게 팔짱끼고 붙어서 말 하는게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하냐?”

“우리 사이에 왜 그래요. 오빠앙~”

“우리 사이는 좀 더 벌어지면 좋을 것 같다. 떨어져.”

“칫.. 호진 오.빵. 너.무.행!”

“그 앵앵 거리는 말투로 장난치지 말고. 자. 준비 했던 거 오늘도 다시 해보자. 우주전쟁 넷 접속해.”

“또요? 나 오늘 같이 쉬는 날은 오빠랑 같이 시간 보내고 싶은데..”

“그래. 그래. 같이 보내주고 있잖아. 접속해 봐.”

“칫.”


호진을 좋아하는 이은지는 충분히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는데도 아직도 자신을 팀 동생으로만 보는 호진에게 입을 삐죽 내밀었다. 방금도 나름 육탄어택을 하면서 팔짱을 끼며 몸매를 어필했는데 호진은 게임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 방금 닿았을 때 조금 흔들리는 것도 같았는데.. 칫.. 오빤 날 여자로 안 보나? 게임하는 시간 말고 다른 시간을 같이 보내구 싶은데..


이은지가 호진과 같이 하면서 실력이 느는 것은 개인의 손이 테트리스 신 레벨에 오를 정도로 빠른 손 때문이기도 하지만, 호진이 가르쳐주는대로 스펀지처럼 잘 흡수해서 아바타처럼 정확히 움직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가르쳐주는데 그대로 잘 하려고 노력하지 않을리가 없었다.


이은지가 그렇게 호진이 가르쳐 준대로 계속 하면서 단계적인 성장을 이뤄나가서 지금은 물량이 제법 나오는 경기도 있는 편이었는데, 물론 그래도 정해진 것에서 벗어나면 대처 능력이 떨어져서 경기를 그르치는 것이 단점이었다. 이은지의 기본이 별로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이런 단점은 호진과 몇몇 사람들이 아는 단점이었다. 보는 사람들은 뭐 이은지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만 그 내용은 사실 심각했다.


예를 들자면 뽑아내는 것이나 물량은 이제 충분히 숙달되어 프로게이머답지만, 기계 대 기계전에서 상대가 암흑사제를 뽑아냈는데도 투명안을 안 뽑는, 그런 기본적인 것들이라고나 할까. 또 전투에서 세부 컨트롤을 하지 못하고 거의 어택땅이나 하는 수준이기에 더 이상 상위로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지금의 실력도 정말 급격히 끌어올인 실력이었다.


하지만 급격히 끌어올린 것일지라도 이은지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장점만 발휘하게 하는 조련 능력을 가진 자가 바로 호진. 호진은 이은지가 개별 어택 컨트롤은 안되더라도 일부씩 묶어서 어택하게 하는 조별 어택 컨트롤을 가르쳐 주었는데, 이건 바보라도 손만 좀 빠르면 할 수 있는 것이었기에 투박한 컨트롤의 기계종족에서는 별로 티가 나지 않아서 이은지는 빌드와 타이밍을 호진에게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 않아도 몸으로 익히게끔 조련받으며 계속된 실력향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호진이 이번 새 시즌에서 이은지에게 가르쳐 준 것은 운명의 목적지에서의 알고도 못막는 기계종족의 물량이었다.


운명의 목적지는 앞마당이 센터와 다리 2개로 연결되어 앞마당 멀티를 뜨고 지키기가 쉬운 맵이었는데, 지난 시즌에는 이은지는 이걸 역이용해서 기계전사를 빨리 뽑아내서 상대의 어설픈 방어를 꿰뚫는 전략을 썼다. 상대는 이걸 알고도 앞마당을 빨리 뜰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운명의 목적지의 맵의 성격에 휘둘려 지기도 했다. 물론 나중에는 캐논포 수비 등으로 도배한 상대에게 병력을 꼻아박으며 뚫지 못했지만 말이다.


당시 호진이 노린 것은 이런 원래의 전략과 함께, 좀 더 고수라고 생각되는 인물에 대한 대처였다.


운명의 목적지는 상대가 괴물 종족이 아니라면, 기계종족이 앞마당을 바로 떴을 때 타격을 바로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에 착안한 호진은 이은지에게 바로 앞마당을 빨리 뜰 것을 권유했다. 여기까지는 다른 일반 사람들과 비슷할지 모르지만, 다른이들과 전략이 다른 점은 캐논포 대신 기계전사와 아크를 늘려 유닛으로 막는다는 것. 수비도 유닛으로 하는 전략이었다. 캐논포에 쓸 돈을 기계전사로 바꾸는 만큼 유닛이 많아지기에 전투에서 승리할 확률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리고 아크 컨트롤이 안되는 이은지에게는 아크의 비중을 줄여서 기계전사와 아크의 비중을 2:1이나 3:1 선으로 기계전사의 비중을 늘리라고 이야기해 두었다. 게임이 진행되면서 기계전사의 공격력업과 스피드업인 발업을 동시에 하게 하는 이 빌드는 이은지가 중반 이후에도 물량을 제법 쏟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호진에게 이 빌드를 전수받고 이은지가 물어본 것이 있었다.


“오빠. 나 이렇게 하면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도 이길 수 있는 거 맞죠?”

“그럼. 이길 수 있어.”

“이종현이라두?”

“어.”

“음.. 그럼 오빠라도?”

“어. 나라도 이걸 예상하지 못하면 당할 수도 있다. 그정도로 파괴력이 있는 빌드야. 넌 손이 빠르니까 그대로 뽑기만 하면 돼.”

“에.. 그럼.. 승아도?”

“음....”


호진은 이걸 사실대로 이야기해 줘야하나 아니면 거짓말로 기분좋게 해 주어야 하나 하다가 적당한 타협이라도 말하지 못하고 말을 머뭇거리고 말았다. 이은지는 눈을 흘기며 쏘아붙였다.


“오빠. 말이 늦어진다?”

“아.. 아냐. 승아도 예측 못하면 이길 수도 있지. 근데 힘들 가능성이 많지만...”

“그래도 가능성은 있다는 거잖아?”

“그렇긴 하지. 우주전쟁은 절대란 건 없어.”


호진이 당시 조금 머뭇거리면서 이야기해 주긴 했지만, 이은지는 호진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승아도 이길 수 있다는 호진의 말을.


이은지는 승아와 안면을 트고 겉으로는 가끔 만날 때마다 좋은 언니인 것처럼 호들갑 떨면서 친한 척 하고는 있었지만, 내심 경쟁심이 크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같이 어쩔 수 없이 만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인적인 연락을 따로 하지는 않았다. 괜히 미웠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자신이 더 예쁘고 섹시하고 모든 면에서 나은데 게임 좀 잘한다고 그깟 미숙아랑 어디 모델같은 자신이랑 비교가 된단 말인가?! 그나마 걔를 나쁘게 이야기하면 호진오빠가 나쁘게 볼까봐서 친하게 지내는 척 가끔 연락을 하기는 했지만 프로게이머가 된 뒤 겉으로 표현을 못하지만 실제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게이머 1순위를 꼽으라면 바로 승아였다.


호진이 가끔 승아에 대해 완벽하다고, 저런 스킬들이 배울만한 점이라고 말할 때면 겉으론 웃지만 속으로는 미움이 많이 솟구쳐 오르는 이은지였다.


- 왜 또 쟤 얘길! 아우.. 승아 승아.. 윤승아.. 아우!!


호진이 가끔 승아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을 때에는 웃으며 그러냐고 동조해주기는 하지만 속으로는 좋아하는 오빠가 저런 애한테 칭찬을 늘어놓는 것이 짜증나고 화가 났었다.


그 독심이 플러스 요소가 되어 이은지의 실력이 상승되었고 지금은 보이기 위한 것일지라도 성격도 외모도 게임실력도 호진에게 나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이은지지만 승아를 좋아만 할 수는 없었다. 그 외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승아와 실력적으로는 비교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깔고 비교를 하니 이래저래 승아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지 않았던 이은지였다. 그동안 경기를 졌을 때에도 캐논포 러쉬를 한 자신을 한 수 아래로 보는 듯 무심한 승아의 눈빛이 이은지에게는 화를 불러일으켰었다.


- 걔는 내가 이겨야겠어! 어떻게든!!


이은지는 승아를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호진에게 물어서 열심히 연구했고, 호진이 고심 끝에 내놓은 전략은 맵을 정하고 그 맵에서만 최적화 된 전략을 계속 연습하는 거였다.


운명의 목적지는 앞마당을 뜰 수 있는 확률이 높기에 다들 앞마당을 먼저 뜨려고 하고, 혹시나 앞마당을 뜨지 못하게 되면, 그러니까 앞마당을 봉쇄당하면 안에 완전히 갇혀버리기에 어떻게든 앞마당은 늦게라도 먹어야 하는 맵이었다. 다른 곳에 멀티를 먼저 뜰 수는 없는 구조의 맵이기에 상대의 앞마당을 조금만 늦춰도 된다.


그래서 이은지는 그동안 병력을 계속 먼저 뽑으면서 상대의 앞마당을 늦추는 빌드를 연습했다. 그래놓고 승아와 같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고수를 만나면 앞마당을 똑같이 가져가면서, 늦게라도 따라가면서 계속 병력을 뽑는 빌드였다.


보통 기계종족의 이 맵에서의 빌드는 앞마당을 뜰 때 센터와 연결된 앞마당 멀티 다리 입구를 캐논포로 지키게 된다. 그게 수비에 있어서 안정적이니 그러했다.


그런데 호진이 제시한 방법은 캐논포 없이 앞마당 입구에 먼저 관문을 하나 짓고, 그 뒤에 멀티를 뜨면서 나머지 관문은 본진에 짓고 기계전사로 방어를 하는 것이었다.


이게 원래대로라면 세부 컨트롤이 안되는 이은지라면 수비가 힘들지도 모르는 전략인데, 입구가 다리 2개로 좁혀진다면 멀티 확장이 넓은 입구를 가진 다른 맵들과 달리 이은지라도 막을 수 있다. 게다가 캐논포를 지으면 이은지가 아무리 전략을 잘 가져가서 초반부터 일꾼이나 유닛을 쭉쭉 뽑아낸다고 하더라도 상대에게 자원에서 밀려서 병력에서 밀릴 수 있다. 이러면 병력이 줄어도 전투를 잘 할 수 있는 다른 게이머와 달리 마이크로 컨트롤이 안되는 이은지는 이기기 힘들어진다.


때문에 호진은 이은지에게 단 3가지만을 명심시켰다.


“수비도 기계전사와 아크로만 해. 기계전사가 아크보다 두세배 더 많도록 2:1이나 3:1 비율로 뽑아내면 돼. 정찰도 기계전사 1기를 찔러넣으면서 한다. 다른 테크는 필요 없어. 오직 기계전사와 아크다. 알겠지?”

“그리고요?”

“그리고 상대보다 멀티를 많게도 가져가지 않지만, 적게도 가져가지 않는다.”

“네.”

“왜냐고 안 물어봐?”

“오빠가 말한대로 할 건데 왜 물어봐요?”

“어.. 그래.. 그리고 마지막은... 내 본진에서 싸우지 않고 가능한 한 넓은데서 상대의 병력만을 잡아먹는다. 알겠지?”

“네!”


이은지는 의문없이 호진의 아바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이 지시는 꽤나 적절했던 것이, 이은지는 멀티를 더 가져간다고 해도 그 사이 노려오는 것을 막을만한 임기응변 능력이 없다. 그럴바에는 병력의 수를 항상 엇비슷하게 가져가면서 유닛을 더 뽑고, 상대가 멀티 뜨려면 그 타이밍을 노려서 멀티만 제지시키면 오히려 자원에서 유리해진 이은지가 괜찮을 것이라고 본 호진이었다.


물론 이 빌드에도 약점은 있었다. 대표적으로 가시괴물이나 암흑사제로 대표되는 보이지 않는 유닛의 존재들.


하지만 누가 그정도 물량을 뽑는 프로게이머가 캐논포랑 투명안이 없어서 질 것이라고 생각하겠는가? 이은지도 제법 게임을 한 프로인 만큼 그렇게 진 경기가 나오더라도 상대가 잘 노린 것이라 생각하지, 이은지가 그것도 모를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었다.


그리고 게임 운영 능력이 괜찮을수록, 더 병력을 잘 뽑아내고 지난 시즌의 초반 러쉬보다 다양한 운영(초반러쉬, 쌩멀티, 그리고 이번의 관문후 멀티 뒤 병력질)을 가지고 있는 이은지가 그정도 기본이 안될 것이라고는 더더욱 생각을 못할 것이고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몇가지 전제하에 이은지는 계속해서 연습했다.

좋아하는 호진 오빠와 함께.


***


- 나가서 영화도 보고 다른것도 이것저것 하고 싶었지만.. 그것도 데이트는 데이트지!


이은지는 지난 일을 생각하자 얼굴이 붉어졌다. 어쨌거나 지난 시간 호진과 함께 한 시간은 좋았다. 아빠한테 졸라서 프로게이머가 된 보람이 있다고 이은지는 생각했다. 물론 이은지의 붉어진 얼굴은 이미 화장한 얼굴에 가려서 새로 티가 나지는 않았다. 그래도 호진을 떠올리자 기분이 조금 풀어지며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 호진 오빠는 나나 저 어린 것을 똑같이 동생으로 보고 있다. 아니, 굳이 따지자면 조금 더 저 애를 좋게 보는 것 같다. 우주전쟁에 빠진 호진의 기준은 실력이었기에 그랬을지 모른다. 그래서 실력을 키우기 위해 얼마나 고생해 왔던가! 과정이 호진과 함께해서 좋으면서도 계속해서 전략을 완성시키느라 힘들지만 그동안 너무도 열심히 연습을 해 왔다.


“내가 쟤보다 나은 게 가슴만이 아니란 걸 보여주겠어!”


자신이 좋아하는 이가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여자아이가 조금 더 여러모로 성장해서 외모로도 슬슬 자신을 위협해 오는 것이 느껴진 이은지는 굳이 가슴을 언급하며 아직은 자신이 더 우월한 부분이 있음을 스스로 확신받고자 하는지 작지만 강렬한 뇌까림을 내뱉었다.


외모나 특정 신체 부위의 크기 뿐 아니라 실력적으로도 호진에게 인정받고 싶은 이은지, 그녀가 앞마당에 수정에 이어 관문을 설치하고, 멀티를 가져가기 시작한 것은 그 타이밍이었다.


이제 승아와 이은지의 경기는 막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에 관한 공지 +2 16.11.20 1,267 0 -
공지 뜰에 초기 설정 사진 드디어 올라갔습니다. 16.06.08 7,281 0 -
462 <끝맺는 말.> +22 18.02.06 1,334 28 5쪽
461 <End & And> (2) +3 18.02.06 920 17 15쪽
460 <End & And> (1) +2 18.02.05 700 17 14쪽
459 야유 +1 18.02.04 631 20 11쪽
458 time to like (3) 18.02.02 465 15 11쪽
457 time to like (2) +1 18.01.31 487 15 10쪽
456 time to like (1) 18.01.29 489 14 15쪽
455 의존 그리고 데뷔 18.01.28 497 16 15쪽
454 엔트리가? (3) 18.01.26 440 18 16쪽
453 엔트리가? (2) +3 18.01.24 470 16 17쪽
452 엔트리가? (1) +6 18.01.23 479 19 12쪽
451 구멍 +6 18.01.21 510 19 9쪽
450 두 여성 게이머의 대결 (2) +2 18.01.19 530 20 18쪽
» 두 여성 게이머의 대결 (1) +1 18.01.17 503 17 18쪽
448 동운이 없는 새 시즌을 보내는 XK 마르스 18.01.15 479 16 16쪽
447 승아 복귀 18.01.14 505 18 14쪽
446 승아 vs 아론 (2) +3 18.01.12 495 17 13쪽
445 승아 vs 아론 (1) 18.01.10 511 18 14쪽
444 승아의 노래 (3) +1 18.01.08 507 18 13쪽
443 승아의 노래 (2) +1 18.01.07 488 14 8쪽
442 승아의 노래 (1) +7 18.01.05 486 18 14쪽
441 아론 (3) +1 18.01.03 490 18 10쪽
440 아론 (2) +2 18.01.01 473 18 13쪽
439 아론 (1) +1 17.12.29 486 16 12쪽
438 최상욱의 분노 +2 17.12.27 519 17 14쪽
437 군대 그리고 방송 +2 17.12.25 540 14 14쪽
436 군대 +2 17.12.24 787 15 11쪽
435 서원재 (6) +1 17.12.22 486 16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