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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님의 서재입니다.

난 당하고는 못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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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작품등록일 :
2021.05.17 12:01
최근연재일 :
2021.10.06 12:49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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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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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글자
17쪽

17. 그는 용사가 아닙니다 [5]

DUMMY

접견장에서 쫓겨난 아로엔은 웰즈와 밀리아렌이 기다리고 있던 응접실로 돌아왔다.

아로엔 혼자 돌아온 걸 본 웰즈와 밀리아렌은 서로를 돌아본 뒤, ‘연금술사 우’가 홀로 벌일 행동에 불길함을 느꼈다.


“······우리, 그냥 돌아가는 건 어때요?”

“평소 같으면 준기사 자리에서 쫓겨나고 싶냐고 구박했을 텐데, 지금 내 생각도 딱 그래. 공주님, 가시죠.”

“이대로 떠났다간 더 큰 화를 입을 듯 하다만. 게다가 본국으로 돌아가서 폐하께 무슨 보고를 드리겠다는 것이냐.”

“어······ ‘연방국 보셨죠? 저 사람 함부로 꼬드기면 저렇게 돼요!’라고 말씀드려보는 건 어때요? 저희들이 돌아갈 즈음엔 여긴 아주 난장판이 되어있을 것 같은데요.”


밀리아렌의 말에 웰즈는 고개를 끄덕이고 싶었지만, 주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공주님 말씀을 들어야겠군요. 주변에 보는 눈이 엄청 깔렸습니다. 이대로 돌아가면 저희들은 연방국에 폭탄만 던지고 튄 꼴이 됩니다.”

“별 수 없군. 기다리는 수밖에.”


단순한 응접실로 보이지만 이곳은 여러 개의 감시가 붙은 장소다. 웰즈의 말뜻을 이해한 아로엔은 고개를 끄덕이며 여기에서 ‘연금술사 우’가 무슨 짓을 벌이던 간에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멀쩡한 모습으로 기다리던 이가 돌아왔다.


“역시 넌 쓸모없었어. 내가 직접 나서야 뭐든 다 제대로 흘러간다니까.”

“큰······ 분란은 없이 해결한 모양이군.”

“협상은 만족스러웠고, 원만한 합의가 있었지. 이 나라에서 마음대로 움직일 자유와 골칫덩이가 된 땅, 거기에 손잡고 악수한 대가로 노예도 좀 얻고.”

“뭐······?!”

“아, 겸사겸사 그 난장판을 벌인 ‘자칭 용사’ 정보도 얻었는데······ 이건 별로 쓸데가 없고.”


‘연금술사 우’는 손을 휘저으며 그렇게 말했지만, 노예라는 단어에 세 사람의 표정이 볼썽사나워졌다.


“노예라니 그게 대체······.”

“우정의 상징이겠지. 돈은 많으니 필요 없고, 걔들이 가진 지식이야 별 볼일 없고, 기타등등 다 필요 없는데······ 마침 나한텐 노예가 없잖니.”

“노예를······ 그래서 받았다구요?”

“아, 참고로 너희들도 이 나라 안에선 그것들이랑 거의 비슷한 수준이야. 세 명 다 내 밑에서 일할 거라고 내가 말해놨거든.”


노예라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췄던 ‘연금술사 우’가 노예를 순순히 받아들인 것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더 어처구니가 없는 건 세 사람이 일우의 부하 비슷한 게 되었다는 것이다.

참다 못한 웰즈가 일어나 손을 내저었다.


“이봐, 이봐. 우리한테 그런 협의를 한 적 없잖아. 대체 멋대로······.”

“니들 목적을 생각하면 이게 맞지. 내 곁에서 뭐라도 주워먹자고 붙은 거 아냐?”

“······그렇긴 하지.”

“실질적으로 내가 부려먹을 예정은 너희 둘. 이 공주는······ 여기에 그 마도왕인가 뭔가 하는 쪽팔리는 별명 붙은 아가씨랑 붙어서 놀아야 할 거야.”


‘연금술사 우’는 그렇게 말하며 아로엔을 돌아보았고, 아로엔은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을 보였다.


“그래서, 협상으로 얻어낸 성과로 무얼 할 계획이지?”

“일단 양도받았고, 난리가 났었다는 거기로 가서, 새롭고 뭔가 깔끔하게 세우고······.”

”그 사건에 대해 조사할 생각이 아니었던 겐가?“

”내가 왜?“


‘연금술사 우’는 아로엔의 말에 콧방귀를 뀌고 팔짱을 꼈다.


”난 여기에 자연마력을 쓸 수 있는 마력으로 변환하는 기술을 개발하러 온 거야.”

“그건 대충 알고 있었습니다만······.”

“거기에 여기 차지하고 앉아있던 것들 기호에 맞는 사업도 겸사겸사 벌일 예정이고. 자! 아무튼 간에 일은 시작되었다. 너희들은 이제 내가 시킨 일 하러 가고, 넌 그 애한테 가서 친구랑 같이 노닥거리고.”

“······.”


일방적으로 세 사람의 거취를 결정한 ‘연금술사 우’는 일어나라는 듯 손짓을 보냈다.


“일어나. 이제 할 일들 해야지. 너랑 너는 시장 조사부터!”

“······여기서 대체 뭘 알아보려는 거에요. 뻔한 노예시장이라도 알아보게?”

“아니? 그 ‘자칭 용사’라는 놈 조사.”

“앞뒤가 안 맞잖아. 그건 안 건드린다면서?”


뜬금없이 ‘자칭 용사’를 거론하자 웰즈가 미간을 좁혔지만, ‘연금술사 우’는 대놓고 손가락을 까딱였다.


“응. 그래서 너희한테 맡기는 거야. 두 사람 붙여두고 대충 알아보게 시켰다는 식으로 넘어가게.”

“······.”

“아 맞다. 내 사업이 그 녀석 심기 거스르게 만들 수도 있겠구만. 일단 조사한 내용은 니들만 갖고 있지 말고 나한테도 정기적으로 보고하라고. 그래야 내 새로운 사업장에 쳐들어와서 발광을 할지 안 할지 예측할 테니까.”

“대체 뭘 하려고 그러시는데요?”

“노예 활용의 새로운 패러다임.”

“······협조하고 싶은 생각이 저어어어언혀 안 드는데요.”


‘노예’라는 단어가 나오자 밀리아렌은 대놓고 불만이라는 표정이었지만, 웰즈는 한숨을 푹 내쉬며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뭐, 스스로를 속여 보자고. 뭔가 다른 꿍꿍이를 벌이겠거니, 뒷공작을 벌여서 노예들을 자유롭게 만들어주겠거니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면서 해 보자고.”

“싫어.”

“말 좀 들어라.”

“아, 쟤 말 맞아. 어느 측면으론 노예 해방이라 할 수 있지.”


그 말에 세 사람은 도통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아로엔은 ‘마도왕 아일렌’에게 향했고, 웰즈와 밀리아렌은 ‘자칭 용사’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일우는 그 ‘자칭 용사’가 만들어낸 살덩이로 된 흉물로 뒤덮힌 마을에 도착했다.


“스캔 완료됐나?”

[스캔 완료. 분석 결과, 해당 마을 지역 전체 융합형 생물체에게 잠식된 상태.]

“그건 아는 거고, 다른 추가사항은?”

[구역 내 발견된 ‘코어’ 분석 결과, 비활성 코어로 추측됨. 비활성 상태에서 마력 축적, 활성 상태에서 입력된 명령값을 수행하는 것으로 추정됨.]

“활성화되면······ 아마 뭔가 살덩이 괴물이 벌떡 일어나서 우워어 하는 그런 뻔한 전개는 아니겠지.”

[해당 추측, 일치.]

“이거 그거네. FTW 시즌 4에 나왔던 ‘골렘 크라이시스’잖아.”


일우는 이전에 봤던 FTW 관련 정보를 떠올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FTW 시즌 4, ‘골렘 크라이시스’는 최종 보스인 골렘 소환사가 온갖 것들을 골렘으로 만들어 침공하는 대규모 이벤트가 중심이었다.

당연히 일반적인 흙 골렘과 금속 골렘도 나오지만, 생물체로 이루어진 살덩어리 골렘도 등장했었다.


“그 시즌 4 마지막 레이드 장소 컨셉이네. 희생자 죄다 끌고 간 골렘 캐슬 최상부가 이런 식의 디자인었지. 레이드 패턴은 벽에서 골렘들이 쏟아져 나오는 거 막으면서 보스 패는 거였고.”


FTW를 한 적은 없지만 워낙 충격적인 보스 레이드였기에 인터넷에는 꽤 많은 수의 영상과 관련 정보가 나돌았고, 일우 역시 그것들을 통해 대충 내용을 알고 있었다.


“건드리면 저놈의 코어가 죄다 켜져서 살덩이 골렘 꼴이 될 거란 말이지. 여기 놈들도 대충 눈치를 까서 방치를 한 거고, 이걸 치우다가 난리통이 날 게 뻔하니······.”

[요원에게 해당 지역을 양도한 것으로 추정.]

“그렇지. 나보고 알아서 치우라 그거네.”


연방국의 ‘마도왕’은 현장의 상황을 파악한 모양이고, 그렇기에 여태까지 방치를 했던 것이다. 건드리면 반응할것이니, 한번에 쓸어버릴 수단을 갖추기 전까진 내버려둔 것이다.

그리고 마침 등장한 ‘연금술사 우’에게 선심을 쓰듯 자신들의 골칫덩이를 떠넘긴 것이다.


“하, 빡치는 새끼들. 나중에 이거도 계산해서 갚아줄 거다. 일단 달아둔다.”


그 말을 중얼거린 일우는 곧바로 스카웃에게 지시를 내렸다.


“준비는 됐지?”

[테르밋 스트라이크, 레디.]

“부어.”


일우의 지시가 떨어지자 상공에서 대기중이던 비공정의 선수 하부가 개방되며 사출구가 드러났다.

거기에서 페인트 깡통 비슷하게 생긴 물체가 연달아 코어가 포착된 지점으로 사출되었다.


-투콱! 투콱! 투콱!

[테르밋 스트라이크 투하 완료. 점화 개시.]

-푸슉--- 푸화하하하하하학----!


깡통에 든 내용물은 테르밋과 점화장치였고, 점화되자 테르밋이 맹렬하게 타오르며 코어를 향해 열을 쏟아냈다.

고열에 노출된 코어는 곧바로 활성 상태가 되어 주변의 살점들을 긁어모으며 골렘 형상으로 뭉쳐졌지만, 불타는 테르밋이 코어에 달라붙었기에 불덩어리를 끌어안은 채 덩어리가 된 꼴이었다.


“그워어어어어어어---!”

“늦었어 새끼들아. 이미 심부가 활활 불타고 계신데 뭉쳐져 봤자 불타는 거지.”


군데군데 열기로 코어가 박살이 나며 골렘이 되려던 살덩어리들이 무너져 내리며 타들어갔지만, 곳곳에서 테르밋을 떨쳐내며 형태를 만들어낸 골렘들이 속속들이 나타났다.

당연히 이걸로 전부 쓸어버리라고 기대도 안 했던 일우는 콧방귀를 꼈다.


“흥, 전부 다 통할 거라고 생각도 안 했어. 그거도 투하시켜.”

[ITL 투하 개시.]


뒤이어 비공정의 사출구에서 투하된 것은 수상쩍은 액체가 들어간 공들이었다.


-포퐁! 포포포퐁! 퐁! 철퍽! 촤작!


사출된 공들은 도시 전체에 넓게 뿌려지며 상공에서 터졌고, 내용물인 진득한 적갈색 액체를 사방에 흩뿌렸다.


[ITL 투하율 30%]

“불붙여.”

[ITL 반응 개시.]


일우의 말이 떨어지자, 도시를 적신 액체들이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곳곳에서 연기들이 솟구치다 이내 불을 만들어냈다.


-화륵---!


인페르날 써멀 리퀴드, CIS의 가상의 물질로 역할은 네이팜과 비슷하지만, 설정 상 ITL에는 특수한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그 때 고래로 긁어모은 분말들 가공 안 해두고 냅두길 잘했네. 역시 재료는 종류별로 갖춰두는 게 좋단 말이야.”


설정 상 ITL의 구성성분은 가루 형태의 에클록슘 분말과 액체 상태의 수용체, 거기에 에클록 에너지 변환 유도체로, 에클록 에너지를 열 에너지로 치환시켜 주변을 불태우는 구조다.

이런 일에 에클록슘을 쓰는 건 낭비지만, 가진 걸 쓰는 건 낭비가 아니다.


“네이팜이 더 실용적이고 경제적이지만, 휘발유는 없고 에클록슘은 넘치게 있으니 별 수 없지.”

[알림. 연방국 소속 감시자로 추정되는 관측자 포착.]

“보라고 해. 어차피 보여주려고 하는 일이니까.”


스카웃의 보고를 들은 일우는 그 감시자가 똑똑히 볼 수 있도록 두 팔을 좍 벌리며 자신이 일으킨 불더미들을 향해 환호성을 내질렀다.


“와우! 잘 탄다! 분석 따위 알 게 뭐람! 다 태워버리면 싸악 쓸리는 거! 새로운 것을 들이려면 구시대의 악습과 악습, 그리고 악습을 태워버려야지! 싹 다!”

“그워어어어어어어!”

“그래! 선물이 마음에 든다니 참 다행이구만! 뒈질 때 저승길 선물로 챙겨가라구!”


엄청난 열기에 살점이 타들어간 골렘이 괴성을 질러대는 것에 ‘연금술사 우’는 격한 환호로 응답했고, 저 멀리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감시자들의 표정은 묘하게 꿈틀거렸다.


“······듣던 대로 정말 광인이로군.”

“아일렌 님께서 말씀해주신대로군. 섣불리 손을 쓰면 곤란해.”

“그래서, ‘선물’이 들어간 거다. 우리들만으론 제대로 의도를 파악할 수 없어.”


당연하게도, 연방국은 ‘연금술사 우’를 신뢰할 수 없었다. 이 제멋대로의 미치광이 연금술사가 선뜻 자신들에게 이익이 될 것 같지도 않고, 다른 꿍꿍이를 숨기고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니 말이다.

그렇기에 겹겹이 감시를 펼쳐두고 ‘선물’에도 감시자들을 뿌려두었다. 조금이라도 헛짓을 하면 금방 보고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 감시자들의 눈에 보이는 건, 소왕국의 골칫덩어리를 단숨에 불태우며 신나게 환호성을 지르는 미치광이가 보일 뿐이다.


잠시 후, 엄청난 고열이 휩쓸고 난 마을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건물들을 이루고 있던 목재는 진작 타버렸고, 석재나 금속들마저 모조리 녹아버렸다.

초고열로 녹아내린 땅이 유리처럼 반질반질해졌고, 비공정에 적재된 물이 쏟아지자 막대한 수증기가 생성되었다.


-츄와아아아아악---!

“음! 수증기! 좋은 징조군. 마지막 찌꺼기까지 스팀으로 싸악 청소하는 기분이야.”

[현재 평균 온도, 약 1200도.]

“하지만 식으려면 한참 멀었군. 물을 부어도 여전히 뜨끈뜨끈하구만!”


그 말을 한 일우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연금술사 우’는 홀로 이곳에 온 게 아니고, 비공정에 혼자 탄 것도 아니다.

연방국의 ‘선물’들을 함께 데려온 일우는 그 노예들을 근처에 내려두고 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을을 불태운 것이다.

그들의 표정은 그야말로 공포에 물들어 있었고, 그걸 본 ‘연금술사 우’는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자! 여기에서 혹시 자기 처지에 불만 있거나 노예 신분에서 벗어나고프다는 놈? 내가 자유를 주마!”

“······.”

“저기 너희들의 반영구적인 고통을 단 한 번의 강렬한 고통으로 치환해줄 장소가 있어! 지금 달려가면······ 한 1분 안에 노예 인생 안녕이라구? 물론 네 목숨이랑도 안녕이지!”

“······.”

“뭐, 농담이야. 너희들은 소중한 인적 자원이고, 난 인적 자원이 낭비되는 건 싫거든.”


‘연금술사 우’의 행동에 노예들은 벌벌 떨며 그들의 변덕스러운 마음 앞에 어쩔 줄 몰랐다.

하지만 이들은 전부 노예로 위장된 감시자들이다. 철저하게 세뇌되어 수족이 된 하수인들은 노예인 척 하며 ‘연금술사 우’의 행적을 일일이 감시할 것이다.

그런 걸 아는지 모르는지, ‘연금술사 우’는 마치 친절함을 베풀려는 듯 두 팔을 좍 펼쳤다.


“하지만 그 말은 진심이야. 너희들에게 자유를 줄 수 있다는 거.”

“······?!”

“아, 물론 공짜는 아냐. 내 말에 협조적이고, 순순히 따르고······ 어, 약간의 시련과 고난과, 뭐 아무튼 그런 걸 겪으면!”


그 말을 외친 일우는 손가락을 맨 앞에 서 있는 이에게 향했다.


“너희들에게 자유를 주지.”

“저, 정말······입니까?”

“왜? 못 믿어?”


그 말에 노예로 위장한 감시자가 대답을 꺼내기도 전에, ‘연금술사 우’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래, 믿지 마.”

“예? 아, 아니, 저는 믿······으윽!”

“믿지 마, 믿지 마. 누가 믿으라고 빈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래, 뭐 내 명성이 좀 별로인 거 다 알아. 아니, 니들 내가 누군지도 모르잖아. 너희들은 그냥 선물 받은 노예일 뿐이고, 노예가 뭘 알겠니? 그래, 세상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인데 자유가 뭔지는 알겠어?”

“아으윽!”


그녀의 손목을 붙잡은 ‘연금술사 우’는 살벌한 목소리로 중얼대며 아직도 열기가 들끓는 장소로 질질 끌고 갔다.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알아차린 그녀는 당황하며 소리 높여 외쳤다.


“미, 믿겠습니다! 믿을 테니까, 제발, 제발······!”

“믿긴 개뿔. 네가 자유를 알겠니, 뭘 알겠니? 노예가 된 것도 지가 머저리라서 그렇게 된 거지. 짜증나게. 이런 머저리에게 기회를 주려고 해도 못 알아보고 말이야.”

“믿어요! 제발, 요, 용서해주세요!”

“봐봐. 자기 처지도 모르잖아. 누가 자기 새로운 주인인지도 모르잖아. 사람이 말이야, 무식해도 지 분수를 알아야지. 분수도 모르고 멀뚱멀뚱 보고 말이야. 어? 그런 새끼가 자유를 알아? 당연히 모르지! 근데 지한테 자유를 주겠다는 말을 알아들어? 하! 모르는 거 받는데 좋아할 리가 없나. 그러니 그렇게 반응이 없지!”

“아니에요! 알겠어요! 알겠으니까 제바······ 으아아!”


여인은 그대로 열기가 들끓는 마을 폐허에 던져졌다.


“아아아아아악!”

“아---그래! 싫으면 말어라! 흥!”


달궈진 거대한 돌판이나 다를 바 없는 장소에 떨어진 여성은 그대로 불에 구워졌고, 산 채로 불태워지는 여인을 향해 삐졌다는 듯 고개를 홱 돌린 ‘연금술사 우’는 이내 다른 노예들을 바라보았다.


“봐봐? 난 대답을 제대로 못하는 놈을 싫어해. 난 노예가 싫은 게 아냐. 대답 못하는 너희들이 싫을 뿐이야.”

“······.”

“어어? 어어어? 왜 대답이 안 들리지?”

“아, 알겠습니다!”

“주인님!”

“좋아. 벙어리들은 아니라 다행이야. 목청도 좋고. 저기에 뿌렸던 걸 니들 머리에 확 뿌려버릴까 했는데 말이야.”


그 말을 하며 ‘연금술사 우’가 히죽 웃자, 노예로 위장한 감시자들은 자신들이 터무니없는 인물의 감시를 맡았다는 걸 깨달아버렸다.

당연하게도 일우는 그들의 정체를 파악했고, 그 중에서 이 감시자들의 대장 격 되는 인물을 붙잡아 불구덩이에 집어던진 것이다.

겉보기엔 눈에 걸린 이를 불구덩이에 집어 던진 것이지만 말이다.


작가의말

선물로 준 노예 사이에 감시자가 끼어있는 건 그렇게 드물지 않지만, 노예를 싹 다 감시자로 채워넣는 건 보통 발상은 아닙니다. 되게 신중하게 접근했다는 의미죠.


하지만 주인공은 다 알고 있고, 언제든지 내키는대로 잡아 족칠 명분만 얻은 셈이죠. 미친 척 하고 아무나 머리통 날려도 다 감시자니 아무런 거리낌이 없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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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16. 네가 거기서 왜 나와 [1] +5 21.08.06 1,331 5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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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15. 꿀 대신 물이 흐르는 지하낙원 [8] +5 21.08.04 1,356 5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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