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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님의 서재입니다.

난 당하고는 못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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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작품등록일 :
2021.05.17 12:01
최근연재일 :
2021.10.0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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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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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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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6,637

작성
21.07.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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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14. 코랄해방전선 [5]

DUMMY

코랄은 스탈리스 대륙의 변두리다.

대륙과 떨어진 군도에다 각종 마력소재는 던전 외에는 산출되지 않는데다, 코랄의 던전은 다른 지역에 비해 이점이 많이 떨어진다.

유입되는 인력의 수도 다르고,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장비의 질도 다르고, 심지어 소모품을 조달하는 것마저 쉽지 않다.


“그게 문제다 이거요, 길드마스터 양반.”

“그거 나도 안다. 근데 우리가 어떻게 못 한다.”

“아니 왜? 댁은 길드마스터라니까? 중앙에 뭔가 지원을 해달라고 말을······.”

“대륙 쪽이 우선순위 높다. 우린 뒤쪽이다.”

“끄응······.”


코랄의 중심 도시인 솔트하임에 위치한 길드 사무소.

그 곳의 길드마스터인 ‘크론’은 그나마 꾸준히 방문하는 몇 안 되는 모험가를 향해 현실을 짚어주었다.


“코랄, 카이옌 빼면 스탈리스에서 제일 평화로운 땅이다. 그게 문제다. 모험가는 위험도와 돈벌이가 반비례한다.”

“그건 그렇지만 우린 던전 수도 많고······.”

“던전에서 수익이 생겼다. 그거 끝 아니다. 이거 옮기는 비용, 다른 지부의 몇 배다. 여긴 정규 비공정 항로도 가장 적다. 왜 그러는지 너도 잘 알 거다.”


어마어마하게 비싼 값을 자랑하는 비공정의 동력공급방식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마력 동력원을 탑재하고 보급 없이 꾸준하게 움직이거나, 정기적으로 마력을 공급하거나.

페니카나 톨라의 경우엔 마력 동력원을 탑재하는 방식이 주류다. 마력 소재를 구하기 쉬울 뿐더러 동력원을 제조하고 운용할 기술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 외 다른 지역에선 정기적으로 마력을 충전해서 운용하는 방식의 비공정을 쓰는데, 대부분의 상용 비공정은 이 방식이다.

애석하게도 코랄 비공정 노선은 초장거리 노선에 속하고, 마력을 공급받아 움직이는 비공정은 중간에 충전이 필요할 정도다. 하지만 동력로를 직접 탑재하는 비공정은 끔찍스럽게 비싸다.

문제는, 코랄은 그런 어마어마하게 비싼 비공정이 자주 들를 만큼의 가치가 있는 지역은 아니라는 것이다.


“코랄의 추가 비공정 취항, 어렵다. 이 문제 해결 안 되면 다른 문제도 해결이 안 된다.”

“그게 문제지. 여기서 값이 나가는 소재가 나오긴 하지만, 정작 그건 다른 지역에서 비싸게 취급을 받으니까. 실어 보내는 것부터가 문제니······.”

“유감스럽다. 하지만 이거 해결하기 어렵다. 투자자 필요하지만 코랄은 그런 투자할만한 땅 아니라는 거 다 안다.”


평균 수준의 오크의 지능 수준을 고려할 때, 크론은 그야말로 오크 역사에서 손꼽히는 천재라 볼 수 있다.

당연히 오크보다 똑똑하고, 어느 면으론 평범한 인간이나 잘난 사람들보다 훨씬 멀리 내다보는 식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길드마스터도 다 아시는 문제에요. 어떻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지만.”

“알리즈······ 네가 좀 어떻게 부추겨야지. 길드마스터한테 야망을 좀 심어주라고.”

“아아, 모르겠네요. 그냥 저는 이렇게 느긋하고 한적한 길드 분위기에 만족할래요. 길드 사무소가 일용직 노동 알선소가 되는 꼴은 이제 사절할래요.”


길드의 접수원 중 한명인 알리즈는 그렇게 말하며 차를 내왔다. 접수원이 할 일은 아니지만, 텅텅 빈 길드 사무소를 봐선 할일이 없는 모양이다.

물론 다른 지부라면 다른 사무 처리나 미뤄둔 업무를 해치울 시간이지만, 애석하게도 솔트하임 지부는 그 미뤄둔 업무조차 없을 정도로 모험가 활동이 뜸한 곳이다.

그 광경을 둘러보던 모험가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고 보니 그 오크들 다 어디로 갔대? 일자리들 구했나?”

“글쎄요······ 전 관심 없어요. 두 번 다시 오지들 않았으면 싶네요.”

“그 놈들, 그 연금술사 밑에서 일한다.”

“그 연금술······ 아아, 본토에서 왔다는 괴짜?”


모험가는 ‘연금술사 우’라는 인물을 떠올리고 뭔가 좋은 생각이 난 듯 손가락을 튕겼다.


“잠시만, 잠시만. 연금술사라면 우리 문제를 좀 어떻게 해줄 수 있지 않수? 길드마스터라면 충분히 자격 되잖아.”

“그 사람 만나본 적 있나?”

“당연히 없지!”

“그러니까 그 말 하는 거다. 그 자, 내 말 들을 사람 아니다.”

“길드마스터 뿐만이 아니라······ 그냥 누구 말도 안 듣는 유형이에요. 본토에서 보내준 기록도 그렇고 말이죠.”

“대체 그 사람이 그렇게 잘났나?”


‘연금술사 우’의 이력과 계좌를 두 눈으로 확인한 알리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한 사람이에요. 우리들이 다리 붙잡고 도와달라고 해도 눈 깜빡 안 할 정도로.”

“허 참. 그런 양반이 대체 여기 와서 무슨 일을 하나 모르겠구만.”

“그거 안 중요하다. 그런 사람 안 건드리는 게 중요하다.”

“뭐······ 그럽시다.”


크론의 말에 모험가나 알리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석하게도 그런 깨달음은 모두가 얻은 것이 아니고, ‘연금술사 우’를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걸 모르는 이도 있었다.


“이런 제기랄, 벌써 네 곳이오! 네 곳이 그 자 손에 넘어갔소이다!”

“다섯 곳이오. 멜딘 씨도 농장을 매각했으니까.”

“이런 제기랄······.”


‘코랄 농장 연합회’ 소속의 농장주들은 정기 회의에 참석해 최근 부각되는 수상쩍은 연금술사의 농장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었다.


“다, 단순히 농장으 크게 불리려는 거 아닙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시오. 우리 ‘회원’들만 노리고 있는 걸 아직도 모르겠소?”


원래 코랄에는 농장주들의 모임이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연합회’라는 이름을 내걸지는 않았다.

어느 날 찾아온 누군가가 엄청나게 저렴하고 쓸만한 노동력을 대량으로 공급하기 전까진.

그 날 이후 코볼트 노동 계약서를 사들인 농장주들은 자신들의 강점을 공유하기 위해 ‘연합회’라는 것을 구성했고, 이 ‘코볼트 노동자’를 보유하지 않은 다른 농장들에게도 권유해서 연합회에 합류시켰다.

물론 모든 농장이 연합회에 참가한 것은 아니었다. 아직도 몇몇 농장은 오크가 수확하는 ‘옛 방식’을 고집하는 곳이 많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이윤을 낼 수 있고, 유지비도 더 싸게 먹히기 때문에 조만간 남아있는 구식 농장들은 경쟁에 밀려 사라질 게 뻔했다.

바로 그 남자가 나타나기 전까진 말이다.


“소문 듣자하니 대륙에서 이름 깨나 날리던 자인 모양인데, 그 북부의 촌구석 계집 때문에 온 거 아닙니까?”

“그럴지도 모르겠소이다.”

“제기랄, 그러니까 내버려두면 안 된다고 말을 했잖습니까. 괜히 소란을 부리다······.”


북부에서 온 엘프인 로즈마린의 사주를 받아 온 게 아닐까 의심을 하는 와중, 연합회를 최초로 구성한 이들 중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우리는 정당한 계약을 통해 고용하고 있을 뿐이오. 그 외 거리낄 것은 없소이다.”

“허나 그 계집이······.”

“계약서의 권리를 사들였고, 그 계약서가 합당한 계약을 체결하였다면 우리에게 거리낄 것은 없소. 이제 와서 되돌리거나 무효로 하자는 건 억지일 뿐이오.”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어리숙한 코볼트들을 반쯤 속이고 잘 모르는 사람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체결한 불공정계약이니 말이다.

허나 이미 계약은 맺어졌고, 마법 계약서가 존재하는 한 그 계약은 유지된다.

그리고 이들은 이 싸게 부려먹을 수 있는 노동력을 내어줄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다.


“오히려 그 자가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우린 정당한 절차를 밟을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라 볼 수 있소.”

“무슨 절차 말입니까?”

“그가 고의적으로 농장을 무너뜨린다는 의혹 말이오.”


그 말에 농장주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소문을 듣기론 그 연금술사의 농장에선 계속해서 나무를 뽑고 있고, 근처의 농장들에게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몰라도 나무가 쓰러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걸 핑계로 헐값에 농장을 매입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경영하지도 않는 농장을 지속적으로 매입해서 폐허로 만드는 과정을 반복한다는 점을 짚고 정식으로 항의하면, 그 자가 벌이는 수작질을 질타할 근거가 생기는 법이오.”

“그런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코랄의 경제 붕괴를 시도한다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소.”


그 말에 농장주들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코랄은 경제적으로 그리 대단한 곳이 아니고, 이 지역의 농장들은 코랄 지역 경제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만일 농장을 고의적으로 무너뜨리는 것이라면, 코랄의 경제를 어지럽힌다는 주장을 해 그를 몰아낼 수 있다.


“일단, 경고를 하고 넘어가도록 하지요. 이 말을 듣고도 계속 행패를 부린다면 그 때부턴 본격적으로 행동을 취하는 겁니다.”

“그럽시다!”

“안 그래도 수익성이 나빠지는데 별 희한한 게······.”


회의장에 모인 이들이 웅성대며 그 의견에 동참했고, 연합회의 간부들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그러면 회의가 끝나는 즉시 행동에 들어가겠소.”


연합회의 간부들은 회의가 끝나자마자 한데 모여 ‘연금술사 우’의 농장으로 몰려갔다.


“잘 모르겠엉!”

“무슨 말인지 몰랑!”

“그래서, 너희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딱 나눠서 요약해주마. 첫째! 너희들은······.”

“하지도 않는 농장 경영 시늉은 관두시오.”

“응?”


막 코볼트들의 앞에서 이런저런 말을 떠들어대던 도중 한꺼번에 몰려온 농장주들을 본 ‘연금술사 우’는 히죽 웃었다.


“이거 어쩌나. 당분간 추가 매입은 할 생각 없는데.”

“헛수작은 관두시오.”

“왜? 니네 농장 헐값에 매입한다는 소문 다 나서? 이번엔 제 값 받으려고 그러니?”

“그런 뜻이 아니오. 우리는 당신에게 경고를 전하러 왔소.”


그 뒤로 이어진 농장주들의 말은, 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지루하고 하품 나오게 늘이고 미사여구를 덧붙인 엄포였다.

당연히 일우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는 코를 파며 뚱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뭘 말하고 싶은 건데?”

“당신의 농장······ 아니, 수작은 그만 두라고 권하고 싶소.”

“뭔 수작.”

“농장의 가치를 깎아내려 헐값에 사들이는걸 반복하는걸 누가 모를 줄 아시오?”

“난 제대로 가치 책정하고 매입한 거야.”

“그렇게 사들인 땅의 모든 과일나무를 뽑아놓고 농장을 운영한다고 할 참이오? 하! 당신이 무슨 일을 하려는지 우리가 모를 줄 아시오?”

“모르는 건 너희들 같은데. 나는 내 방식의 농장 경영을 하고 있다고.”

“대체 나무를 베어 넘기는 농장이 어디 있다고 그런 소리를 하는 게요? 뻔뻔스러운 소리를 잘도 내뱉는군.”


연합회의 대표로 보이는 노인의 언성이 높아지자, ‘연금술사 우’는 히죽 웃었다.


“뭐 마침 잘 됐네. 다 준비됐는데, 딱 하나 모자랐거든.”

“무슨 의미요?”

“관객.”


멀거니 자신을 바라보는 농장주들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인 ‘연금술사 우’는 터벅터벅 걸어갔고, 그들을 어딘가로 안내 했다.

그 사이 증축한 탑의 중간에는 농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되어있었고, 푹신한 좌석까지 있었다.


“앉아들 있어. 내가 끝내주는 걸 보여줄 테니까.”

“대체 무슨 일을 벌이려고······.”

“앞으로, 이 지역에, 불어 닥칠, 아주 새롭고도 놀라운, 농업 혁명.”


뭔가 심상찮은 표정으로 그 말을 하자, 기세등등하게 몰려온 농장주들은 한 풀 기가 꺾인 표정으로 좌석에 앉았다.

그리고 ‘연금술사 우’는 확성기를 이용해 농장 전체에 방송을 시작했다.


[오늘은 매우 중요한 날이다. 이 농장이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위한 기념일이자, 농장 특유의 경영방식을 세상에 선보일 때니까!]

“오늘 하는거돠?”

“오늘이양?”

[그래, 그게 오늘이다! 오늘을 위해 많은 작업을 한 너희들의 노고를 칭찬하겠다!]

“잉, 우리 다 아직 안끝냈엉······.”

“새 공간 아쥑 멀었돠.”

[말했지? 거긴 나중에 한다고. 오늘은 정해진 구역에 정해진 순서대로 정해둔 일을 한다. 아무튼, 나무가 자라는 의식을 시작한다! 위치로!]

“나무가 자라는······.”

“······의식?”


방송을 끝마친 ‘연금술사 우’는 관객석에 앉아있는 이들을 죽 돌아보며 방긋 웃었다.


“쇼 끝나기 전에 엉덩이 떼고 돌아다니는 새끼가 있으면 비료로 써버릴 거야. 이 농장엔 비료가 아주 많이 필요하거든.”

“······.”


순간 그들을 옭매는 위압감에 누구 하나 뭐라고 할 수 없었고, ‘연금술사 우’는 전망대에서 그대로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오크들이 들고 나온 가마 위로 떨어졌다.


“저, 저게······ 대체.”

“뭔 짓을 하려고 저런 걸 하는 거지?”


웅성이는 관객들의 소리를 들은 일우는 히죽 웃으며 낮게 속삭였다.


“좋아, 어디 마법 비슷한 뭔가가 돌아가는지 이 자리에서 한 번 해보자고.”

[모방 마법효과대상 확인. 유사 효과 발동 알고리즘 구축 성공. 사전 입력된 발동 지시어 및 동작 확인 완료. 페이크 매직, 스탠바이.]

“좋아. 그러면 어디 마법 같은 일을 시작해 볼까?”


일우는 그렇게 속삭인 뒤 확성기를 이용해 소리쳤다.


[음악을 울려아아아아아---! 생장의 춤을 시작하자!!]

-두두두두두두두두둥---!

-뿌우----!

-둥탁 둥탁!


‘연금술사 우’의 외침에 따라 대기하고 있던 코볼트와 오크 악단이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타악기와 관악기의 연주 속에서 오크들의 가마가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새 몰려든 코볼트들은 그 주위를 둘러싸 행렬을 만들었다.

마치 축제 행진 같은 모습이었다.


“자라라! 생명아! 자라나라 나무, 나무나---무!”

“자롸롸!”

“자란당!”

“쑥쑥 자라라 쑥쑥!”

“쑥쑥 좌라라!”

“쑥숙 자라랑!”


가마 위에서 들썩이는 ‘연금술사 우’의 행동에 맞춰 가마를 짊어진 오크들도 들썩댔고, 옆에서 쫄랑쫄랑 따라가던 코볼트들도 들썩댔다.

그렇게 공터에서 출발한 가마 행렬은 곧 싹 갈아엎어진 토양에 도달했고, ‘연금술사 우’는 아무것도 없는 땅에 두 손을 뻗으며 기합을 냈다.


“하!”

“돠!”

“잉야!”


맨땅에 헛손질을 하는 것 같이 보였지만, 스카웃에겐 명령으로 인식되었다.


[생장 고속촉진 발동.]

-뿌드드드드득----!


스카웃이 작동시킨 페이크 매직 스킬을 통해 유사마법 기술이 발동되었고, 고속 생장효과를 받은 씨앗이 급속도로 자라나 나무가 되었다.

그 과정을 마치 자신의 손으로 이끌어내듯, 일우는 두 손을 허공에 휘저어 마치 나무를 끌어 올리는 동작을 취했다.


“우오오오오오!”

“두와아아아아!”

“잉야아아아아!”


오크는 가마를 들고 있으니 그 동작까지 따라하지 못했지만, 코볼트들은 일우의 동작을 어설프게 따라했다.

그리고 나무 하나가 훌륭하게 성장하자, ‘연금술사 우’는 사방을 돌아보며 두 팔을 좍 펼쳤다.


“나무가 자랐다!!”

“자뢌돠!”

“자랐당!”

“땅이 많이 비었다! 저기도 자라게 만들자!”

“만든돠!”

“만들쟈!”


그 뒤로 가마는 거침없이 전진했고, 땅을 누비는 가마 위에서 일우는 잘 갈아엎어진 땅에 손을 쭉쭉 뻗으며 기합을 외쳤다.


“하! 하! 하!”

“돠! 돠! 돠!”

“잉야! 잉야! 잉야!”

-뿌드드드드드득---!


손길 뻗는 곳마다 나무가 쑥쑥 자라났고,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농장주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리고 그걸 스카웃을 통해 확인한 일우는 히죽 웃은 뒤 주변을 향해 소리쳤다.


“목소리가 작아! 나의 나무는 이정도의 성원과 애정으론 쑥쑥 자라지가 않는다고오오오!”

“돠아아아아아아!”

“잉야아아아아아!”


그렇게 ‘나무 성장 행진’은 죽 이어졌고, 점차 일우가 처음 사들였던 과수원 토양에는 어느 새 쑥숙 자라난 과일나무들이 자리를 채웠다.

행렬이 다시 탑 앞으로 돌아오자, 일우는 가마에서 뛰어올라 전망대 쪽으로 올라온 뒤 입을 떡 멀린 농장주들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과수원을 사들였는데 왜 나무를 모조리 뽑았냐고? 다 필요 없으니까! 왜 나무가 없는데 과수원이냐고? 나무는 금방 키우니까!”

“그······ 그렇구려.”

“너희들은 돈 주고 키우지? 난 내손으로 직접 키운다! 봤냐?”

“제, 제대로 보았소이다······.”

“너희들같이 남의 손에만 맡기는 놈들보단 내가 훨---씬 농장 경영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

“그런 것 같습니다······요.”

“어? 그러니 앞으로 내 농장 경영에 함부로 혓바닥 놀리지 말고 꺼져!!”


엄포를 놓으려고 왔던 연합회 농장주들은 일우의 일갈을 듣고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대가 정말 농사를 하려고 하는지, 농장 경영을 하는지는 이제 중요한 게 아니다.

눈앞에서 저 많은 수의 나무를 단숨에 키우게 만든 모습을 보면 마법으로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근데 그는 단숨에 저 넓은 면적에 나무를 자라나게 만들었다.

엄청난 힘을 가진 마법사가 아닌 이상 불가능에 가깝고, 힘이 없더라도 그 실력만으로도 손꼽히는 실력자임이 분명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그런 자에게 함부로 시비를 걸려고 제 발로 들어왔다. 살아서 나가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다.

그 생각을 하며 모두가 우르르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순간, 번개같이 움직인 ‘연금술사 우’가 문을 틀어막았다.


“아, 잠깐.”

“무, 뭐 더 할말이라도······ 있수?”

“이건 내가 특별히, 주기마다 관객을 모셔놓고 치르는, 일종의 관광 사업이야. 나무 생장 쇼!”

“어······그러셨수?”

“너희들 봤지?”

“자, 잘 봤수다······.”

“그럼 공연료는 주고 가야지. 어딜 그냥 가려고.”

“······.”


원치도 않은 공연 관람료를 내게 생겼지만, 농장주들에겐 그 돈은 목숨값이나 마찬가지였다.


작가의말


뜬금없이 나무 생장 쑈! 같아 보이지만 이건 다 계산된 행동입니다.

이런 단체 행동, 매스게임은 주로 어떠한 환경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 대량선전용 스피커도 있고, 뭔가 외부의 적 비스무리한 것도 생겼죠?


이게 무슨 결과가 될 지는 다음에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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