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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님의 서재입니다.

난 당하고는 못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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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작품등록일 :
2021.05.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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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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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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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15. 꿀 대신 물이 흐르는 지하낙원 [2]

DUMMY

코랄은 수많은 종족들이 이런저런 사연으로 모인 지역으로, 각 종족의 사연들은 가지각색이다.

노던 페어리, 혹은 북방요정족이라 불리는 이들은 한 때 북동의 풍부한 마력원에서 거처를 마련하고 있었지만, 마력의 원천을 탐하는 이들의 욕심으로 고향이 박살이 나 고향을 떠나게 되었다.

현재는 마력 폭주로 인한 각종 괴물이 쏟아지고 있는 지옥같은 지역이고, 맞닿아있는 톨라에서 사력을 다해 틀어막고 있다.

그 곳이 고향이었던 노던 페어리들은 대이주를 통해 코랄까지 정착했고, 다른 종족들보다 우수한 지적 능력과 마력제어능력을 토대로 코랄 지역에서 각종 중책을 맡고 있다.

대표적으로 코랄 지역의 자치행정부의 치안권을 쥐고 있는 ‘코랄 자경단’도 페어리들이 일하고 있는 장소 중 한 곳이다.


“워미.”

“저게 뭐시여.”


솔트하임의 자경단 본부에 위치한 탑에서 농장 지역이 소란스러운 것을 관측하던 페어리들은 호다닥 자신들의 상관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으르신, 저거 워쩌면 좋소? 농장덜이 싸그리 조져불고 있는디.”

“신고 들으온 거 있냐?”

“엄쓰요.”

“내비둬야. 우덜 일 아녀.”


코랄의 행정과 치안, 법치질서 유지는 스탈리스에서도 느슨하기로 소문이 났는데, 주축을 이루는 노던 페어리들의 성격에서 비롯되었다.

이들은 자기네 소관이 아니거나,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일에 대해선 철저히 방관적인 태도를 취한다.

물론 신고가 들어오고 적합한 집행이 필요할 경우 특유의 마력 제어능력으로 무시무시한 마법을 퍼부어대지만, 보통은 이렇게 ‘당사자들끼리 원만하게 알아서, 가급적 우리에게 신고하지 말아주세요’라는 자세를 취한다.

코랄에서 마법을 쓰면 여러모로 많이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내비둬요?”

“내비둬어. 저들이 알어서 하것제.”

“우덜 일허라고 다른 아그들이 난리를 피는데, 쪼까 뭐라도 하는기······.”

“고라믄 너 알아서 혀어. 난 안할건께.”


직위가 높고 더 많은 마력을 운용하는 상위급 페어리들은 이 땅에서 더욱 느긋한 태도로 행동한다.

마력을 더 많이 쓰고, 코랄의 척박한 마력상황을 더 절실히 느끼니까.

그렇기에 그들은 정말 필요하다 싶은 일이 아니면 결코 나서지 않는다.

마력 빠져나가면 여러모로 피곤해지니까.

그렇기 때문에 이 치안 조직은 과하게 열정적인 종족들도 상당수 들어와 있었다.


“마! 느그들 넝장 작살난다카는거 몬들읏나?!”


늑대인간, 정확히는 ‘이스턴 울프 클랜’의 소속 늑대인간들은 신성왕국 노비우스의 핍박으로 대이주를 결심한 자들이다.

코볼트와 달리 그들은 덩치도 크고, 겉모습도 무시무시하고, 성깔도 사납고, 무엇보다도 목청이 크다.

하지만 흔히 생각하는 사악한 늑대인간과는 다른 올바른 정의관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다.

그렇기에 그나마 코랄의 치안이 그럭저럭 유지가 되고 있었다.


“알어야.”

“근데 와 가마이써? 일 안하나?”

“으르신이 내비둬라시는디 으쪄.”

“내삐리둔다꼬? 참말로?”


늑대인간 치안관은 자신의 상관인 페어리를 바라보며 귀를 쫑긋 세웠고, 페어리 치안대장은 손을 휘휘 내저었다.


“우덜 일 아니여. 너무 보채지 말어야.”

“신고는? 작살이 난다고 쥔들이 쌩 지랄 발광을 해쌀텐데 신고 들와있는거 엄씹니까?”

“들어온 거 없으야.”

“읍따고? 참말로?”


늑대인간 치안관은 자신의 동료들을 향해 눈을 부라렸지만, 페어리들은 전혀 그런 일 없다는 듯 손을 휘휘 내저었다.

이읔고 그들이 둘러대는 말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늑대인간의 시무룩함을 대변하듯 귀가 축 늘어졌다.


“그라믄······ 뭐 암것도 몬하네?”

“그라제.”

“와······ 올만에 뭐 쫌 출똥하나 싶었는데 또 이라네······ 와······ 뭐 암것도 안하고······ 와······.”


코랄의 치안을 담당하는 이들의 방조 속에 켕기는 게 더 많아 신고 못하는 농장주들이 끙끙 앓는 사이, 농장들은 하나 둘 폐허로 변해갔다.


“돠와아아아아아!”

“잉야아아아아아!”


많은 종족들이 있는 만큼 관심사가 가지각색인 만큼, 코랄의 농장들이 박살나는 건 상당수의 종족들에겐 별 흥미를 끌지 못했다.

늑대인간들은 자신들의 장기를 살려 수렵이나 어업에 종사했고, 페어리들은 주로 지식노동 위주였고, 리자드맨들은 그늘에서 일하는 걸 선호했기에 농장일을 꺼렸다.

최고로 단순하면서 반복적이면서 노동집약적인 농장에서 일거리를 구하는 건 대부분이 오크였고, 소수의 인간이나 엘프들이나 농장에서 일을 해왔다.

하지만 그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사건이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고, 벌어진 일의 여파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식탁 사정에 큰 지장을 주게 되었다.


“허이구야, 꼬마야 그 돈 갖고 가게도 사겄다.”

“어······ 안 돼요?”

“소식 못 들읐냐. 농장들이 싸그리 망해부렸어. 과일이 금이여 금.”


농장에서 벌어진 일이 다른 종족들의 문제로 확대된 건, 솔트하임의 식료품거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평상시와 같이 과일이나 견과류를 사러 가게를 찾은 이들은 황당한 가격표와 마주하게 되었다.


“니 지금 뭐라캐쌌노? 그기 말이 대나?! 을마를 달라꼬? 어?!”

“농좡들 문 닫았돠. 비싸지는 궈 당연한궈돠.”

“지랄 씨! 천지 삐까리가 넝장인데 하나 문 닫았따고 과일이 금땡이가 되나? 어?!”

“농좡 반 닫았돠.”

“······진짜가? 와?”

“눠 소식 못 들었놔.”

“뭐. 뭔 소식.”

“너 비슷한 꼬뫄들이랑 일하는 오크들 농좡 박살내고 있돠.”

“니 지금 뭐라······ 와, 마. 니 와봐라. 콱 씨!”


가게들이 내건 무지막지한 가격표에 손님들은 모두 기겁을 했고, 일부 성질머리 급한 종족은 화부터 냈다.

그리고 코랄에서 가장 성질머리 사납기로 유명한 늑대인간이 방문한 가게들에서는 어김없이 싸움판이 벌어졌다.


“야야야야야! 그만 해!”

“그만 하쇼! 거 더운 동네에서 털가죽 뒤집어쓰고 열 내면 댁 쓰러져!”

“놔봐라! 점마가 우리를 순 쌩양아치로 본다이가! 마! 뒤질라꼬 환장했나?! 점마 저거 노비우스 새끼가?! 어?!”

“털쥉이 무식하돠! 사교 없돠! 소식도 모르놔? 왜 나한테 화내고 그러놔!”

“와, 씨, 저 씨······!”


온갖 과일가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소란이 벌어졌고, 그제서야 솔트하임을 비롯한 코랄의 주민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했다.

그들의 식탁에 항상 빠짐없었던 과일이 뚝 끊겨버렸다.

그리고 수많은 종족들 중에선 그 과일이 주식이고, 과일이 사라지면 쫄쫄 굶어야 하는 이들도 있었다.

식량공급이 뚝 끊겨버린 것이다.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래! 와 이래 일이 꼬롬하게 된기고?”

“허이구야, 이르다 우덜같이 과일만 쪼아대는 아들은 뱃골이 등짝에 붙게 생겼소.”

“코랄 주민의 평균 식습관에서 열매류가 얼마인줄은 압니까? 절반입니다! 심지어 과일만 먹는 종족도 있다구요!”

“이야······ 세금을 내는데 뭐 하는 일도 없고.”


이런 저런 종족들의 대표와 각 마을의 대표자, 거기에 솔트하임 의회의 의원들이 모인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그 와중 페어리 의원이 사람들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아구구, 진정들 허요. 열불 내도 일이 읎어지는 거 아녀요.”

“댁들이 문제잖소! 이런 거 처리하라고 세금을 내잖아!”

“일 해롸! 안 하뉘까 이렇게 된돠!”

“어구구구······.”


하지만 본전도 건지지 못했고, 성난 대표들은 치안관들 쪽을 향해 아우성쳤다.


“치안관들은 워쩐겨! 갸들이 혀야 할 일 아녀?!”

“신고가 들어와야만 일을 하니까 사태가 심각해질 때까지 방치를 했지! 맨날 그러더니 일 터질 줄 알았어!”

“허이고, 우덜이 뭐가 힘이 있다고 일일이 손을 다 대겄소. 우덜은 ‘저놈 워떠케 좀 해 주쇼’ 허면 하는거지······.”

“코렉! 니가 거 있으믄 똑바리 해야지! 와 가마 이쓰가 이를 이리 만드노?!”

“······아재요, 내가 뭐 대빵도 아이고 뭐 우짭니까.”

“니가 마! 코랄을 지킨다 뭐다 해쓰믄 해야지! 뭐라도 해나야 밥값을 할 거 아이가!”


늑대인간 치안관이 지인인 촌장의 질타에 별다른 대꾸를 못하는 사이, 의회의 다른 의원인 리저드맨은 손을 휘적댔다.


“자, 자! 그만들 하십쇼! 일단 사태는 파악 중이고, 해결을 위해 관리들이 움직이고 있으니······.”

“와 그걸 지금 하냐고! 와?!”

“허이고오, 천천—히들 하쇼잉? 우덜은 굶어 뒤져도 괜찮응께. 코랄 사람들 다—죽어 나자빠질때까지 기다릴텡께, 느긋—허게들 하쇼잉.”

“소문을 듣자하니 농장들 대부분이 복구 불가능한 상황인데, 이러면 대기근이 올 겁니다! 다른 지역에서 식량이라도 공수를 하던지 대책을 내놓으십쇼!”

“의회! 돈 먹기만 한돠! 이럴 궈면 관둬롸!”

“느그는 맨날 돈 읎다 세금 올리야 한다 싸면서 와 느그들 일은 꼬롬하게 하노? 어?!”

“맞아! 좀 일을 똑바로 하라고!”

“끄응······.”


종족들 간의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통의 규칙을 세우느냐, 혹은 문제가 되기 전가진 그냥 내버려 두느냐.

코랄은 후자를 택했고, 느슨한 체제는 위기 속에서 더없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성난 지역 대표자들의 반응에 의원들 중 누군가가 그들을 진정시키기 위한 의견을 꺼냈다.


“이, 일단······ 이 사건의 당사자이자 핵심 인물을 소환하는 건 어떻습니까?”

“뭐? 누구?”

-쾅!

“라고 할 것 같은 순간에 쨘!!”


그리고 그 의견을 기다리기라도 하듯, ‘연금술사 우’는 회의장의 문을 박차고 뚜벅뚜벅 걸어왔다.


“반갑수다, 불만만 많으신 양반네들. 화끈한 경영전략으로 경쟁자들이 제 발에 자빠져 망하거나, 제 발에 자빠지게끔 밀어서 망하게 만든 장본인이올시다.”

“니가! 니가 과일 싹 읎애삤나?! 마! 또라이가?!”

“대체 무슨 짓거리를 하는 겁니까!”

“무슨 일 한 건쥐 밝혀롸! 다른 오크 데뤼고 나쁜 쥣 시키면 너 악당이돠!”

“허이고오, 요새는 농장을 싸그—리 조사뿌는게 경영전략인가벼어.”


당연히 환영받을 리 없는 사람들 사이에 나타난 일우는 온갖 종족들의 원성과 야유, 협박 등을 받았다.

하지만 그런 것 정도에 기가 죽을 그가 아니었다.


“꼬우면 니들이 잘 했었어야지. 핍박받는 종족도 외면하고, 대규모 실업문제도 방치하고 말이야. 어?”

“어······.”

“그거는 금마들 문젠데 와 우리가······.”

“시끄러워!”


서로 다른 종족들간의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착된 코랄의 문화는 어느새 ‘내 일 아니면 방치한다’는 식으로 변질되었다.

코볼트들의 부당한 노동계약도 그 중 하나다. 타지에서 온 이방인들이 계약서를 잘못 써서 이런 곳에서 죽어라 일하는 건 현지 사람들에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오크들이야 관심이 있었지만, 그건 자기 일자리가 없어졌기에 생긴 관심이고, 코볼트 일꾼들로 자기 일자리가 위협받지 않은 오크들 절대 다수는 이 사태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다.

일우는 굳이 그 점을 강조하기 위해 ‘연금술사 우’로서 이 자리에 나선 것이다.


“너희들은 남일이라고 문제를 방치했고, 그 방치한 일 때문에 일어난 꽤나 아픈 결과에만 떽떽거리고 있다. 여기서 너희들은 할 말 없어! 왜냐?! 그 문제들을 너희들이 조금—이라도 신경을 썼으면, 이런 일은 안 일어났을 테니까!”

“······.”

“하지만!”


허나 일우는 이 자기들밖에 모르는 이들을 향해 교훈을 주러 온 것은 아니었기에, 적당히 그들의 양심을 찌르고 빠지기 위해 논점을 흔들었다.


“내가 원했던 건 이런 게 아냐. 나는 그냥, 좀 더, 뭐라고 해야 하나······.”

“대체 뭘 말하고 싶은 것이오?”

“아 가만 있어! 내가 지금 생각을 하잖아! 아, 몰라! 까먹었어!”

“······.”

“좌우지간! 그놈의 식량이 부족하다느니 과일 내놔라니 뭐니 하는 소리는 내가 해결해 준다. 나도 농장이 있고, 내 농장엔 누구보다 자유롭고 열정적이며 성실한 일꾼이 넘쳐나거든.”

“어······ 식량을 베풀어주겠단 뜻이오?”

“미쳤어? 돈주고 사가! 내가 자원봉사자인줄 알아?”


여기 모인 대표자들은 전부 식량 문제로 온 이들이고, 조금 전 나타난 ‘연금술사 우’가 그걸 해결해준다는 말에 금방 반응했다.


“물론 합리적이고 납득 가는 가격에 식량은 제공한다. 원래 거래는 폭리가 아니라 순환이 이상적이니까.”

“그라믄 우리는 머······ 머 문제 읍다.”

“근디 과일이 그릏게 후딱 자라나 몰겄네.”

“자라. 내 농장은 빠르고 신속하고 정확하고 우수한 품질의 과일을 쑥쑥 자라게 하지. 지금도 자라고 있고, 지금도 도매상에게 넘기고 있지.”


자신들의 불만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자, 성난 대표자들의 표정이 많이 누그러졌다.

그 누그러진 틈을 노린 일우는 손가락을 내밀어 일일이 사람들을 가리켰다.


“알겠나? 니들은 여기서 나한테 뭐라고 할 권리가 없어. 농장은 내 거! 일꾼도 내가 고용한 거! 과일은 내가 키우라고 한 거! 파는 것도 내가 팔라니까 판 거야!”

“······”

“하지만 이걸로 댁들 협박할 생각은 없으니 안심하라구.”

“대체 뭘 원하는 것이오?”


누군가가 그 말을 꺼내자, 일우는 손가락을 죽 그으며 확실하게 자신의 행동에 끼어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저 불쌍한 멍멍이들? 내가 구해줬다. 당연히 아무도 신경 안 쓰니까. 그리고 땅도 샀다. 당연히 니들은 과일이 알아서 잘 자란다고 생각하니까.”

“어······.”

“그러니! 그 땅에서 나중에 내가 뭔 짓을 하던, 혼자 벽쌓고 구석탱이에 처박혀서 먹지도 못할 걸 키우는 놈을 불싸지르던지, 땅을 마구잡이로 파서 거---대한 구멍을 만들던지!”


굳이 이런 장소까지 온 것은 미리 못을 박아두기 위한 것이다.

여태까지 구경만 했던 코랄 지역의 다른 사람들이 이제부터 일우가 벌일 일에 딴지를 걸어댈 수도 있다.

지형을 파괴하니 환경을 훼손하니 어쩌니 하면서 여론을 끌어모으고, 지방 정부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상당히 골치아파진다.

괜히 잘못했다 의심을 사서 그 땅 지하에 뭐가 있는지 조사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지 모른다.


“아무튼 그건 내 땅이고, 내 땅에서 벌어지는 일이니까 그걸 갖고 반대를 한다던가 훼방을 놓는다던가 이치에 안 맞니 어쩌니 개소리를 하는 놈이 있으면 각오들 하라고.”


그래서 미리 치고 들어간 것이다.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을 해 주었고, 그 부작용도 해결해 주었으니, 너희들이 할 일은 앞으로 자신이 벌일 그 어느 짓도 남 일이니 구경만 하라는 것.

일우의 뜻을 이해한 건지 모르는 건지 알 수 없지만, 회의장의 모두가 침묵으로 그 답을 대신했다.


“······.”

“자! 선포 끝! 하하하하하! 그럼 볼일 끝!”


침묵을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 ‘연금술사 우’는 의기양양하게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폭풍이 몰아치듯 등장해 자기 할 말만 쏟아내고 떠나버린 ‘연금술사 우’의 뒷모습을 멀거니 바라보던 각 지역 대표들은 서로를 힐끔댔다.

급한 불이 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코랄 주민들 특유의 ‘내 일 아니면 신경 끈다’ 분위기가 다시 기어나온 것이다.


“어······ 무을거 읍다고 완는데······ 이쓰면 머 넘가라.”

“하이고야, 배가 곪아서 빵 터질 일은 읎겠구마.”

“······저 인간이 대체 뭔 짓을 하는진 모르겠는데, 우린 신경 안 쓰렵니다.”

“너무 복잡하돠. 생각하기 어렵돠.”


특히나 저 괴상망측하고 수상쩍지만 어떻게 건드리지도 못할 위험인물과 엮이는 건 사절하고 싶었다.

골치 아픈 일이 쏟아질 게 뻔하니 말이다.

의원들은 지역 대표들이 진정된 것에 안도하면서 한편으론 더없이 불안함을 느꼈다.

대체 뭔 짓을 벌일 작정이기에 저 연금술사가 이런 엄포까지 하는지 도무지 감이 안 잡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고 코랄의 주민이고, 더 이상 복잡한 생각은 하고 싶지 않다는 충동에 시달렸다.


“그······그럼 긴급 회의는 이걸로 끝난 것으로 간주하고 해산하겠습니다.”

“아 잠깐. 이번 일 때문에 뭐 특별 세금을 붙인다던가 그런 건 없지?”

“세금! 더 내롸는 소리 하쥐 마롸!”

“세그음? 느그들이 멀 잘해따고 또 세금을 내노라캐쌌노?!”

“다아 털어가야. 이르다 우리덜 날개까지 뜯으가긋다고 하겄소.”


예정에도 없는 세금 이야기가 나오자 다시 지역 대표들이 날뛰기 시작했고, 계획에도 없는 음모론으로 또다시 의원들은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그, 그럴 계획은 없습니다. 다들 진정하시고······”

“참말로?!”

“예에! 그런 계획 없습니다!”


하지만 의원의 답변에 대한 지역 대표들의 의혹 가득한 시선은 풀릴 기미가 없었다.


작가의말

앞으로 이어질 대규모 작업은 차원이 다른 규모로 진행될겁니다.

지상락원... 아니, 지하낙원을 건설해야 하잖습니까?

당연히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나 지역 정부의 승인 어쩌고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죠. 

그래서 주인공이 죄다 작업친겁니다.


여태까지 남일처럼 취급했으니 앞으로도 뭐라고 하지 말라는거죠. 피켓 들고 시위하거나, 승인 안 받은 공사에 세금 내라고 한다던가, 뭐 기타등등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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