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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님의 서재입니다.

난 당하고는 못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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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작품등록일 :
2021.05.17 12:01
최근연재일 :
2021.10.06 12:49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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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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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46,637

작성
21.07.2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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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14. 코랄해방전선 [9]

DUMMY

엔셀 상단은 생각보다 많은 곳에 그 손을 뻗쳤고, 코랄 역시 그들의 손길이 닿아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외진 곳일수록 불법적이거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돈벌이를 쉽게 할 수 있으니까.

카로스가 코랄에 진출한 이유는 원래 비합법적인 약초류, 주로 환각제나 최음제의 주성분이 되는 것들을 재배하기 위해서였다.

애석하게도 그런 약초들은 코랄의 기후와 맞지 않았기에 포기했지만, 대신 다른 상품을 개발해서 팔았다.

그가 손을 댄 마법계약서를 통해 만들어낸 코볼트 일꾼들이다.


“일단은 우리도 상단이고, 상단이라는 건 머리를 잘 굴려야 돈벌이를 하는 거야.”


자신의 부하에게 느긋하게 자신의 지론을 강조하던 카로스는 얼음을 띄운 물을 들어 올리며 히죽 웃었다.


“애석하게도 이번에 데려온 코볼트들이 여기서 팔아먹을 수 있는 마지막 상품인 것 같으니, 이제 새로운 뭔가를 개발해야지. 다음엔 뭘 파는 게 좋을까?”

“신종 작물은 어떻습니까?”

“그건 처음 왔을 때 안 된다고 했잖아.”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지방의 토종 식물 중에 딱 적당한 성분이 있는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오호라?”


부하는 상자를 열고 내용물을 보였고, 그 안에는 보라색이 얼룩덜룩한 풀이 들어있었다.


“이건 꽤 흥미롭구만. ‘몽유병풀’의 아종인가?”

“채취꾼들의 말대론 그렇다고 하더군요.”

“아주 흥미롭구만. 그래서, 키울만 하고?”

“이 지역 토종이니 충분합니다.”


몽유병풀.

뿌리나 열매, 혹은 꽃에 들어간 성분은 약한 수면제의 역할을 하는데, 사실 수면제가 아니라 사람의 정신을 혼탁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먹은 당사자는 잠을 자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멍한 상태에 들어가고, 여기에 몇 가지 성분을 조합하면 누군가를 인형처럼 조작하는게 가능하다.

예전부터 수면제를 위장해서 투여해서 누군가를 조종하는 일에 쓰였던 물건이기에 약물 검사대상에 무조건 들어가는 품목일 정도다.

당연히 스탈리스 대륙 모든 땅에서 재배가 엄격히 금지되며, 치료를 위한 제한적인 사용이 허가된다. 하지만 메마르고 건조한 기후에서 자라는 식물이라고 알려져 있기에 코랄에서 이 변종을 키우게 되면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것이다.

새로운 사업 상품, 그것도 미개척분야의 상품을 발굴해내는 건 굉장히 즐거운 일이다. 카로스는 히죽 웃으며 자신의 얼음물이 담긴 잔을 들어 올렸다.


“좋아. 그러면 이번에 데려온 녀석들은 팔지 말고 이걸 재배하는데 이용하자고. 사업을 위해선 투자가 필요하니까.”

“알겠습니다.”


부하가 고개를 숙이고 방을 빠져나가는 와중, 카로스는 놀라울 정도로 착착 진행되는 자신의 상황을 자축하듯 잔을 흔들었다.


“북부에서 적당한 수확, 남부에서는 새로운 사업 물품 확보. 거기에 외부 요인으로 당분간 일 안 하고 놀아도 될 변명도 있고. 음, 딱 좋아. 더불어 이 무더운 지역에서 시원한 얼음물 한 잔.”


악당이 다 그렇듯, 자신만의 기준으로 이 상황을 느긋하게 즐길 작정이다.

애석하게도 이 지역에는 카로스보다 훨씬 자신의 기준을 내세우는 자가 있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자신의 잣대를 남에게 억지로 쑤셔 박아버리는 사람이지만 말이다.


“자, 그럼 시원하게 쭉--.”

-콰앙---!

“커어어억!”

“실례합니다! 아니, 실례했습니다! 아니, 이것도 아니지.”


조금 전 방을 빠져나갔던 부하가 문짝 째 날아 들어오자, 막 얼음물을 들이키려던 카로스는 그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하지만 카로스는 이 상황에서 동작을 멈추기보다 그대로 물을 마셔야 했다.


“뭐야? 넌 대체······.”

“계속 실례할거다 이놈아!!”

“끄어억!”


곧바로 날아온 상자에 안면을 강타당하며 들고 있던 얼음물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조금 전 부하가 들고 있던 상자로 한 방 거하게 얻어맞은 카로스는 바닥을 나뒹굴었고, 이 일을 벌인 장본인은 뚜벅뚜벅 걸어들어오더니 뚜껑이 열린 상자에서 내용물을 꺼내들었다.


“뭐야? 이 해롭고 해로운데다 해로운 구석밖에 안 보이는 풀떼기는?”

“그, 끄으으······.”


카로스는 안면을 강타당한 고통 속에서 신음소리를 흘렸기에 대답할 수 없었지만, 상대는 굳이 카로스의 대답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아, 딱 보니까 뭔가 보라보라한 걸 보니 좋은 데 쓸 것 같진 않네.”


갑작스레 나타난 상대는, 바로 일우였다.

나름 신중하게 숨겨둔 엔셀 상단의 코랄 거점이지만 너무나 간단히 찾을 수 있었다.

코볼트들을 대량으로 실어 날랐으니 당연히 비공정이 사용되었을 것이고, 대놓고 자랑할 일이 아닌 남들 몰래 했을 것이니 자신들 것을 썼을 것이다.

마침 코랄 지방을 오가는 비공정은 얼마 안 되고, 떳떳하지 못한 비공정은 구석이나 후미진 곳에 정박할 것이다.

그 논리를 따라서 수색한 결과, 반나절도 되지 않아 카로스가 숨어 있던 상단 거점을 찾아낸 것이다.

이미 밖에서 돌아다니던 부하들은 싹 정리한 일우는 여기의 대장으로 보이는 카로스를 자근자근 밟으며 말했다.


“혹시 여기가 마법계약서 고객상담소인가요? 그렇죠?”

“그, 그게 무슨······끄억!”

“계약서가 문제가 있으니 환불하러 왔어! 해 줘!”


일우는 거침없이 카로스를 짓밟으며 그가 전혀 이해하지 못할 소리를 내뱉었다.


“환! 불! 해! 줘! 내! 돈! 내! 놔!”

“컥, 윽, 악, 윽, 컥, 커헉!”

“내 코볼트들이 세잎레몬이랑 세이파리레몬이랑 새잎레몬을 구분 못한다고! 농업 종사자라면 상식이어야 할 거를 모른단 말이야아아!”

“그, 그게 무슨······.”


세잎레몬은 과실 주변에 잎이 세개씩 나는 품종이고, 세이파리레몬은 나뭇잎이 얇은 레몬 품종이고, 새잎레몬은 일반 품종보다 파릇파릇한 나뭇잎이 새잎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품종이다.

물론 일반인들이 구분하기 힘들고 농사꾼들도 레몬농사를 짓는게 아닌 이상 구별하기 어려운 품종이다.


“그게 무스으은? 야! 품종을 구분 못하는 게 무슨 농사꾼이야! 너 마른보리랑 말보리랑 마루보리가 섞여서 자라면 무슨 일이 생기는 지 알아?!”

“모, 몰라! 대체 당신은 누구······아아아악!”

“아무도 몰라! 섞어서 키우면 안되는 게 상식이니까 당연히 아무도 안 해봤으니 모르지! 근데 네가 팔아치운 노동력들은 이 상식을 모른다고오오오!”


쓰는 용도도 다르고 생육기간도 다르고 기후조건도 다른 세 가지 보리품종을 언급한 ‘연금술사 우’는 그를 바닥에 패대기쳤다.


“커억!”

“좋아. 마지막 질문이다. 이걸 대답할 줄 알면 살려주지. 너, 마른콩이랑 겹줄뿌리랑 달달줄기랑 칠리콩 네 개 중에 가장 가까운 게 뭔지 알아?”

“마, 마른콩이랑 칠리코······오으으으윽!”

“땡! 땡! 때애애애앵!! 정답은 겹줄뿌리랑 달달줄기! 겹줄뿌리의 윗부분을 달달줄기라고 한다고오오오! 이 기초상식도 모르는 자식아! 북부에선 겹줄뿌리! 남부에선 달달줄기! 씨앗은 같아도 땅이 다르면 다른 부분을 수확하는 신비한 농작물의 세!계!”


‘레베난 사탕수수’는 기후환경에 따라 양분을 저장하는 위치가 달라진다. 춥고 건조한 지방에선 뿌리가 두터워져 밧줄같은 형태가 되어 양분을 저장하고, 덥고 습기 찬 지방에선 줄기에 당분을 수액 형태로 저장한다.

오크들은 주로 ‘달달줄기’라고 부르지만 코볼트들은 ‘겹줄뿌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양쪽 다 주식으로 먹는 식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어윽!”

“좋아, 농업의 기초도 모르면서 노동력을 팔아치우려는 그 괘씸한 마음, 죽어 마땅하다.”

“대, 대체 당신이 누구길래······.”

“굉장히 분노한 농장주. 그리고 지금 코랄에서 제일 거대한 농장 주인! 그리고 네놈 계약서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사람! 그러니 너의 가장 큰 피해자!!”


그 말을 들은 카로스의 두 눈동자가 커졌다.


“으윽!”

“따라서, 난 너를 합리적으로 쳐죽일 권리가 있다.”

“우, 우······!”

“왜? 울고싶니? 늦었어 새끼야!”


뒤늦게 상대의 정체를 파악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연금술사 우’는 이미 카로스를 쳐죽여야 할 놈으로 찍어버린 지 오래니까.

카로스의 멱살을 잡아당긴 ‘연금술사 우’는 조금 전 나뒹굴던 풀을 카로스의 입에 쑤셔박았다.


“으읍!”

“어디서 농사도 모르는 게 이상한 풀떼기를 가져와서 키우려고 들어?! 농사가 웃겨? 어?! 웃기냐고!”

“으으으읍!”

“먹어! 씹어! 빨리 삼켜! 네가 키우려던 작물의 특성을 파악하고 깨달아야 진짜 농사지! 이 작물은 뭔가! 특용작물이면 효능이 뭐냐! 몸으로! 느끼고! 깨달아야! 진심으로 작물을 키우는 거라고!”

“으으······.”


몽유병풀의 효과가 퍼지기 시작하자 카로스의 두 눈이 풀렸고, 일우는 그 모습을 바라본 뒤 그를 질질 끌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사방팔방에서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덕분에 왠지 모를 흉흉한 분위기가 조성된 농장.

‘연금술사 우’는 기둥에 꽁꽁 묶은 카로스를 가리키며 농장 일꾼들을 향해 외쳤다.


[이 자가! 너희들을 억압하던 바로 그 원흉이다! 코볼트들을 속이고! 오코들의 일자리를 빼앗은 나쁜놈이다 이거야!]

“나쁘당!”

“저 솨람 때문에 우뤼들 일좌리 뺏겼돠!!”

“우우우우!”


규모가 엄청나게 커진 농장에는 코볼트나 오크가 아닌 다른 종족들도 들어와 있었고, 그들은 나름 야유를 보냈다.


[그건 내 이름이고! 거기 야유 누구야! 내 이름으로 야유하지 마!]

“······.”

[아무튼! 이놈의 죄는 죽어 마땅하다. 그런고로 여기서······.]


일우의 계획은 이 장본인을 공개 처형해서 이 농장 일꾼들을 완벽한 폭도로 만들 생각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기획한 건 아니지만, 마침 흥분을 이끌 기폭제가 필요했기에 이용하려는 것이다.

피를 보면 흥분하기 마련이고, 흥분한 사람들은 모든 것을 극단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아직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이들이 감정을 쏟아 부을 농장이 많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농장들이 분노한 군중들에게 박살나는 것으로, 일우가 준비한 연막이 완벽하게 완성될 것이다.

하지만 일우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게 있었다.


“······쥬길꺼양?”

[어······.]

“그러지 망. 쥬기면 앙돼.”

“아프게 하면 앙돼. 그거 나쁜일이양.”

“시러어어엉. 나쁜일해도 쥬기면 안댕.”


코볼트는 태생적으로 정령에 가까운 종족이고, 정령들은 대체로 누군가의 죽음을 꺼려한다.

심지어 자신들을 힘들게 하고 억압한 존재라고 해도, 그 법칙은 변하지 않는다.


“히잉, 그러지망.”

“앙돼. 하지망.”


코볼트들이 잉잉대면서 일우가 하려는 일을 막으려 들었고, 일우는 상황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오크들도 곁에 있는 코볼트들의 목소리에 흔들린 모양이다.


“어······ 그러쥐마롸.”

“일좌리 뺏었다고 죽이는 궈 심하돠.”

“일이 사뢈 죽이는 궈 아니돠.”


여론이 생각보다 동정심에 기울어지자, 일우는 확성기를 잠시 끄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얘네들 단순해서 자극 주면 바로 날뛸 줄 알았더니.”

[해당 종족들에 대한 세부적인 성향에 대한 조사 미흡.]

“그거 네 역할이잖아. 이 계획에 도움될 건 다 체크를 해야지.”

[해당 계획, 제시한 계획 이탈사항 존재. 현 단계, 계획안 부재사항.]

“······하긴. 목메달 수여식은 없었긴 했지. 내 즉흥계획이니까.”


스카웃은 일우가 원하는 조건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작전계획과 정보를 제공했다. 이 희생자 처형식은 순전히 일우가 엔셀 상단의 존재를 확인하고 즉흥적으로 추가한 과정이었다.

애석하게도 스카웃이 수립한 기초 계획안에는 누군가의 피를 만 천하에 흩뿌리는 건 포함되지 않았다. 선동할 종족에게 그게 별로 좋은 수단이 아니라는 걸 파악했기 때문이다.


“좋아, 그럼 원안대로 간다.”

[긍정.]


스카웃과 협의를 마친 일우는 곧바로 확성기를 다시 켰다.


[······좋아! 너희들 말대로 죽이는 건 취소! 이 녀석은 내가 개인적으로 따로 벌을 주도록 하겠다!]


그 말을 하며 카로스를 치운 일우는 원래 계획을 진행하기 위해 뭔가를 꺼내들었다.

바로 코볼트들을 속박하는 마법계약서였다.


[자!! 원흉도 사라졌으니 이제 너희들을 붙드는 계약서도 필요가 없다.]

“그랭?”

[그래! 이런 건 이제 필요가 없어!]


그 말을 하며 일우는 계약서 파기를 위한 절차에 들어갔고, 계약서는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바스라진 계약서 흔적을 털어내듯 손을 턴 ‘연금술사 우’는 두 손을 펼치며 외쳤다.


[이제 나는 너희 주인이 아니다!]

“어······ 그랭?”

“그런가봥. 쥬인 아닌것같앙.”


계약서를 파기한 영향이 그대로 전달된 모양인지 코볼트들은 서로를 바라보다 이내 일우를 돌아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모습을 지켜본 일우는 곧바로 손을 확 내저었다.


[그런고로! 이제 너희들은 여기 있을 수 없다! 나랑 아무 상관 없으니까! 그러니까 꺼져! 여긴 내 농장이고 나랑 상관 없는 놈들은 이제 있으면 안 돼!]

“히잉······.”

“그거 시렁.”

“우린 여기가 죠앙.”

“좋은데 만드러쥰다고 했잖앙.”

“만들어줭.”


스카웃의 원안은 코볼트들이 일우에게 의존성을 가지게 유도한 뒤, 고의적으로 계약서를 파기하는 것이다. 그러면 코볼트들은 자유 의지를 가지고 다른 사람의 농장을 박살내는데 동참할 것이다.

어차피 마법계약서의 사항으론 남의 농장을 공격하는 건 불가능하고, 천성적으로 순박한 종족들은 남을 해치라는 지시를 듣지 않는다.

그러니 그들이 직접 농장을 때려 부수겠다고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스카웃의 계획안이었다.

그리고 스카웃의 제안대로 코볼트들은 ‘연금술사 우’에게 의존적인 상태가 되었다.

풀어줬는데 제 발로 다시 돌아온 것을 확인한 일우는 히죽 웃으며 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너희들이 다시 들어오겠다면 말리지 않겠다. 대신 너희가 좋아서 하는 거고, 너희가 있겠다고 하는 거야. 나는 아무 책임 없고, 잘못도 없다!]

“그럴겡!”

“우린 여기가 죠앙.”

“고마웡!”


코볼트들이 제발로 들어오는 모습을 본 다른 일꾼들은 꽤나 감명깊다는 표정이었다. 농장주인 ‘연금술사 우’의 인품에 반해 코볼트들이 알아서 머무르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사실은 양초와 고기,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걸 제공해줬기에 벌어진 결과지만 말이다.

자유로운 코볼트들을 확보한 ‘연금술사 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코볼트들을 바라보았다.


[좋아, 너희들 맘대로 하겠다는데 내가 내쫓을 순 없지. 맘대로 해라! 하지만 너희 친구들은 아니라는 거 똑똑히 기억들 하라고.]

“어······ 아니양?”

“다른 농쟝에 있던 칭구들은 어떻게 되는 거양?”

[그건 걔들 사정이지 나랑 상관 없다. 왜?]

“이잉, 걔들도 풀어줭.”

“우리만 자유로운거 싫엉.”

“걔들도 땅파고 싶을거양.”


코볼트들은 그들 전부, 다른 농장에 있는 코볼트까지 전부 자유로워진 것이라 생각하고들 있었다.

이것 역시 스카웃의 사고회로가 예측한 상황이었다.

이제 일우가 할 일은, 이 자유로운 코볼트들이 친구들을 구하겠다는 마음을 가지도록 톡 밀어주는 것이다.


[친구를 구하고 싶다면, 이제부터 너희들이 앞장서야 한다! 자, 친구들에게 자유를 주고싶나?]

“엉!”

“같이 땅팔랭!”

[그러면 다른 농장이 방해가 된다! 농장이 방해가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농장을 없앵!”

“그 농장도 우리 농장 하장!”


어느 새 코볼트들의 사고는 일우가 원하는대로 흘러갔다.

그 사이 ‘연금술사 우’의 연설은 오크들을 향했다.


[자, 거기 녹색들. 여태까지 같이 일한 저 멍멍이 친구들이 친구를 구하겠다는데, 어쩔래?]

“돕좌!”

“같이 일했돠! 쟤들 우리 동료돠!”

“동료 힘들다! 돕좌!”

“우뤼 돈 벌어야 한다! 근데 돈 버는궈 전부 아니돠!”

“쟤들 가줙 고통받고있돠!”

“가줙 구하좌!!”


공동체생활을 중시하는 오크들은 같이 일해온 코볼트도 어엿한 공동체의 이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공동체의 이웃이 고난을 겪고 있으면, 이웃으로서 도와야한다고 생각했다.

이 또한 스카웃이 오크들의 문화를 분석하면서 나온 사고회로 추론 중 하나다. 같이 일하면서 생긴 동료애를 기반으로 한 협력인 것이다.


[당분간 우리 농장은 휴경에 들어간다! 고로 일 못해! 그러니 유급휴가를 주겠다!!]

“그게 뭔소린지 모르겠돠!”

[쉬는 날이지만, 돈을 주겠다는 거다! 그 사이 알아서들 해라! 난 휴일이라고 해뒀으니까!]


오크들의 행동을 제약하는 족쇄가 돈이라면, 돈 문제를 해결해주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 말을 듣자 오크들은 서로를 바라보다 이내 소리를 쳤다.


“동료를 돕좌!”

“자유를 쥬장!”

“일 주좌!”

“땅파기 같이 하쟝!”

[자! 친구들이 농장이라는 감옥에 억압되어 있다! 그들을 해방시키자! 진정한 자유의 세계로!]


남은 건, 일우가 살짝 등을 떠밀기만 하면 될 뿐이다.


작가의말

계획이 잘 세워져 있으면 그대로 따르면 되는 겁니다.

괜히 오버하다 엎어지게 만들지 말고 말이죠.

그리고 이제 남은 건 뭐다? 그렇습니다. 
자유로워진 칭구들이 다 때려 뿌수는 것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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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코랄해방전선 [9] +8 21.07.25 1,617 58 17쪽
84 14. 코랄해방전선 [8] +3 21.07.24 1,539 50 17쪽
83 14. 코랄해방전선 [7] +9 21.07.23 1,508 5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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