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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님의 서재입니다.

난 당하고는 못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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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작품등록일 :
2021.05.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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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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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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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6. 네가 거기서 왜 나와 [3]

DUMMY

일우가 사이버네틱스와 마주한 장소는 던전의 분리된 구역이고, 원래 거대한 던전 구조물의 데이터뱅크 역할을 맡는 장소였다.

문제는 일우가 마주한 공간은 데이터뱅크는 커녕 데이터를 얻을 여지가 전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이 구획 전체가 데이터뱅크라는 말만 듣고 왔는데, 내부공간에서 딱히 정보를 얻은 게 없네.”

[구조물 내에 손상흔적 확인. 흔적을 통해 추정한 결과, 해당 구획 전체는 일종의 도서관과 유사한 방식으로 데이터 단말을 보관했을 것으로 추정.]

“시설 지도를 봐선 다른 방식으로도 저장을 했을 거고······ 마침 그 데이터베이스 단말기 놓기 딱 좋은 위치가 그놈의 삡쀼가 지키고 서 있는 장소랑 겹친단 말이야.”


아무래도 사이버네틱스의 역할은 단순히 이곳에 방치된 게 아니라, 이 시설 전체를 ‘관리’하기 위한 용도인 모양이다.

정확히는, 시설에 보관된 정보일 것이다.


“그 정보를 관리하기 편하도록 가공도 하고 말이야. 물리적으로 들고갈 만한 자료는 다 박살을 내고, 유일하게 접속 가능한 구역만 지키고 서있으면 되니까.”

[해당 추론에 대한 다른 가설 제안.]

“이 상황에서 다른 의견 나올 여지가 있나?”


일우가 보기엔 이 거대한 데이터뱅크를 최대한 다루기 쉽게 가공한 결과물이지만, 스카웃은 좀 더 세밀한 분석을 통해 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다.


[구조물 파손 수준 및 패턴 분석 결과, 시설 내부의 파괴는 정보 유출 차단을 목적으로 한 데이터 파기 절차 목적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추정됨.]

“데이터 파기가 목적이 아니라고?”

[현 지역 내부구조 내 엄폐물 및 돌출형 구조물 제거됨. 통로 확장됨. 해당 작업결과를 토대로 한 사고회로 계산 결과, 시설물 파괴는 일종의 내부 보수공사의 일환으로 행해진 것으로 추정됨.]

“공사?”


그 말을 듣고 보니 일우의 눈에 보이는 내부는 뭔가 달라보였다. 단순히 박살내기만 했다면 각종 잔해나 파편들로 난장판이 되었어야 했지만, 이 공간에 들어선 이후 일우가 본 것은 깔끔하게 정돈된 바닥과 통로였다.


“하긴. 보통 데이터 없애려고 저장매체를 박살내버린 뒤에 깔끔하게 치우진 않으니까. 거기다 선반까지 밀어버리지도 않고.”


스카웃의 가설이 설득력있다고 판단한 일우는 미니맵으로 구현된 내부 지도를 다시 살펴봤고, 혀를 찼다.

사이버네틱스에게 몇 가지 버그가 걸린 상황이라면, 적당히 가공된 이 지형은 그야말로 무적의 방어선이 구축된 것이었다.


“관통버그, 텔레포트버그······ 거기에 다른 버그들 생각하면 딱 버그까지 반영해서 완벽하게 틀어막은 지형으로 뜯어고쳤잖아.”


사이버네틱스를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참으로 머리를 잘 쓴 사람이었다.

스카웃의 스캔을 통해 파악한 내부공간의 구조는 복도로 이루어진 구역과 상하부를 오갈 수 있는 수직 통로가 되는 거대한 광장이 교차로 배치된 형태였다.


“수직통로 겸 중심부까지 이어진 광장 네 개, 그리고 광장들은 대각선으로 복도 구획 덩어리로 연결되었고······ 각 광장에서 외부 광장 통로로 이어지면 더 긴 복도 덩어리로 이어져 있구만.”

[전투 기록상의 관통성 탄환이 적용될 경우, 해당 복도 구획에 진입할 경우 복도 사이에 낀 벽을 뚫고 피격당할 가능성, 매우 높음.]

“그래. 복도에 들어서서 앞뒤만 경계하다 옆구리에 총알이 박히겠지. 그리고 따돌려서 광장에 진입하면······ 아마 다른 광장에서 범핑으로 바로 튀어나올 거야.”

[범핑에 관한 사전정보 없음. 정보 요청.]

“벽에 대고 계속 밀어붙이다 한방에 튕겨져 나오는 버그가 있어. 만일 반대편이나 다른 광장에 있더라도 범핑이면 순식간에 튀어나와.”


5차 오픈베타 당시에 있었던 악명 높은 물리엔진 버그를 언급한 일우는 혀를 찼다.


“사람은 이거 쓰면 낙하데미지를 받아서 피가 걸레짝이 되서 정말 몇 놈 아니면 시도도 못하는 버그인데······ 만일 가능하면 저 망할놈은 무한정 쓰겠지. 사이버네틱스는 낙사 판정이 없으니까.”


그 외 스카웃의 정밀탐색을 통해 알아본 내용에 따르면, 중심지와 가장 가까이 붙은 광장에는 감지기들이 빼곡하게 깔려있다고 했다.

스캔 감지는 물론이고 이동하는 물체의 진동이나 소리까지 감지해서 알람을 하는 고전적인 인스턴트 던전 내 이벤트 트리거였고, 플레이어들도 애용하는 물건이다.


“근데 빌어먹게도 사람은 이것도 스킬 슬롯 차지해서 슬롯당 6개 이상은 못 뿌린단 말이야. 근데 저놈은 그 제약도 없고.”

[포착된 감지기, 96개]

“그나마 양심은 있어서 세 자릿수까진 안 깔아놨네.”


접근하기만 해도 알아차릴 것이고 스캔만 돌려도 금방 알아채고 달려올 것이라는 소식이 반가울 리 없다.

일우는 그 사실에 미간을 좁히려다 이내 뭔가를 떠올렸다.


“······이런 씨. 스캔 돌려서 파악했으면 그놈도 알아차렸을 거 아냐!”

[알림, 사이버네틱스 포착. 현재 위치, 요원 인근 5미터 이내.]

“망할, 범핑으로 바로 튀어왔네. 그나저나 앞뒤에 없다면······.”


일우는 통로 앞뒤를 살펴보며 사이버네틱스의 위치를 파악하려 했다.

그리고 그에 응하듯 사이버네틱스의 머리가 바닥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삑쀼]

“이 씨······ 천장버그까지 쓰냐.”

[드르르르르륵!]


바다에서 머리 부분만 튀어나온 사이버네틱스는 방아쇠를 당기는 모양이지만, 바닥 쪽에서 무기가 불을 뿜는 소리 말고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씁, 진짜 관통버그를 완벽히 재현해놨네. 바닥은 못 뚫었으니까.”


헛된 탄만 낭비했다는 걸 파악했는지 사이버네틱스는 곧바로 공격을 중지하고 바닥에서 튀어나온 머리를 부들대며 떨어댔다.


“젠장, 비벼서 튀어나오려고······!”


무슨 짓을 하려는지 곧바로 알아차린 일우는 곧바로 자리를 피했다. 하지만 사이버네틱스는 부들대면서 점점 솟아오르는 모습으로 일우를 따라왔다.


[삐비빅, 삡쀼뷰, 뷰삑삑.]

“뭐라고하는거야 새꺄!”

-드드드드득! 까가가강!


응사를 하며 사이버네틱스를 최대한 저지한 일우는 거리를 벌리며 다급히 외쳤다.


“젠장, 지금까지 본 버그만 합쳐도 뭐 어떻게 손도 못 쓰겠네. 피해서 접근하려면 걸리고, 대놓고 싸우자니 이빨도 안 먹히는 상황이고.”

[폭발물 및 지형붕괴유도를 통한 구조물 낙하 무력화 시도를 추천함.]

“안 돼. 안 먹혀. 쏟아지는 그 순간 오브젝트 판정이라서 방아쇠 당기면 총알 다 뚫고 나가.”


사이버네틱스는 버그 때문에 거의 무적에 가까운 뭔가가 되어버렸지만, 버그가 없더라도 딱히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일단 기계라서 폭발물 내성이 높고, 실탄 내구도도 상대적으로 높다. 그 때문에 정석적인 상대는 특수공격으로 무력화를 시킨 사이 조종하는 본체를 공격해 제압하는 것이다.

문제는 저 사이버네틱스의 본체가 대체 뭔지 알 수 없고, 조종자가 살아있는지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한참 도망치던 일우는 이를 악물었다.


“망할. 뭐 대응수단이 있어야 싸우지. 기분 진짜 더럽네.”

[요원 장비, 현 상황 대응에 부적합.]

“나도 알아! 아니까 그러지! 근데 뭐 어쩌라고! 쓸 수 있는게 그런 것밖에 없는데!”

[스탈리스 현지에서 조달한 수단을 기반으로 한 대응 전략을 시도하는 것을 추천함.]

“평소 같으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겠지만······ 어차피 갖고 있는게 죄다 안 먹히는 것들 뿐이니 그거라도 시도해봐야겠네.”


스카웃의 조언에 일우는 이를 악물고 무장을 변경했다.


-철컥!

“그래도, 대머리 동네에선 그럭저럭 통했으니 여기서도 어떻게든······ 되겟지!”

-투드드드드득!


스탈리스에서 조달한 물품으로 만들었던 자동화기에서 불이 뿜어졌고, 마력탄이 사이버네틱스를 향해 쏟아졌다.


-파가가가각---짜자자작--!

[삐비비비빅! 삑삐!]

“먹혀?”

[사이버네틱스, 데미지 반응 확인. 현 무장, 유효함.]

“좋아. 그래, 쟤도 결국 무적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우리들끼리의 규칙 사이에서나 말도 안 되는 거지.”


사이버네틱스가 무적인 건 CIS의 규칙 내에서 반칙에 가까운 버그를 마음껏 가져다 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긴 스탈리스고, 버그를 구현했어도 그 버그의 법칙과는 별개인 이곳 세계의 법칙 기반의 무기는 고스란히 사이버네틱스에게 유효타를 먹였다.

하지만 그 유효타를 결정타로 밀어붙이기도 전, 사이버네틱스는 곧바로 대응했다.


[삑삑쀼.]

“망할새끼. 지가 밀리니까 정석으로 돌아가네.”


사이버네틱스의 앞에 거대한 방패가 나타났고, 거기에서 생성된 척력장이 탄과 충돌하기 시작했다.


-트드드드득--- 퍼석, 퍼서석---!


허공에서 생성된 힘과 맞닿은 마력탄은 허무할 정도로 증발되어 사라졌고, 내부 마력을 전달하는 것으로 타격을 주는 형태의 탄환은 저 척력장 방패를 뚫지 못했다.


“아, 저새끼 진짜······!”

[삑쀼]

-위이이잉---드르르르르르륵!

“썅! 이 썩을새끼가!!”


응사하는 탄의 홍수를 피해 몸을 날린 일우는 악을 쓰며 스카웃에게 외쳤다.


“폭탄! 폭발물! 아무튼 갖고 있는 스탈리스 재료로 만들 수 있는거 빠르게!”

[요청 사항 반영 레시피 확인 중. 제조 개시.]

“빨리! 거기에 끈끈이 같은 거도 만들어!”

[상세 요구조건 요청.]

“저 자식 묶어둘 수 있는 사양으로!”


이리저리 몸을 날리는 일우를 따라 탄의 궤적이 그려져 나갓고, 탄을 피해 몸을 날리던 일우는 광장에 도달했다.


[제조 완료.]

“내놔!”


손에 막 만든 폭발물이 쥐여지자, 일우는 망설임없이 폭발물을 사이버네틱스에게 던졌다.


[삡뷰쀼.]

-우우우웅--- 즈즈즈즈즉--!

“악! 저거 대체 뭐야?!”

[마력 과부화반응 기반 열융합반응 폭발물.]

“다음에 쥐어줄 땐 어떤 물건인지부터 말을 해! 뭔지 알아야 내가 알아보고 던지지!”

[확인. 점착성 물질 투척기 준비.]


일우의 지시를 꼬박꼬박 따르는 스카웃이 새로운 무기를 일우의 손에 쥐여주었고, 일우는 속에 들어있는 끈끈이를 확인했다.


“정확한 스펙이랑 효과!”

[투척 시 인근 3미터 내 점착성 물질 살포. 투척 후 내부에 투입된 기화성 액체가 반응하며 발포작용 발생. 이후 화학반응을 통해 발포된 물질의 급격한 경화반응 형성.]

“좋아! 딱 지금 이 순간 내가 제일 원하던 그거야!”


저 망할 기계덩어리를 묶어둘 수 있다는 설명에 일우는 만족한 듯 히죽 웃었다.


“쳐먹어! 널 위해 특별히 제조했으니까!”

[삑삐!]


일우는 곧바로 제압용 수류탄을 사이버네틱스에게 던졌고, 수류탄은 명중하기 직전에 허공에서 터져나가며 점액질 성분을 흩뿌렸다.


-파각!

[삐비비비빅!]

“좋아! 반응 시간은?”

[대상에게 점착물질 분사 완료. 2차 효과 발동 중.]

-푸화하하하학---!


마치 발포우레탄 같이 불어난 접착물질이 사이버네틱스의 몸을 뒤덮으며 부피를 키워나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외피가 쫄깃한 느낌이 드는 뭔가로 변했다.


[삐비비빅! 삑삐! 쀼삡!]

“좋아, 이건 잘했어. 일단 여기서 이동한 뒤 이 자식이 안 따라붙는 위치까지 빠진다.”

[확인. 사이버네틱스 동선에 기반을 둔 안전 구획 확인 중. 위치 표시.]


지금 당장이야 꼼짝도 못하게 만든 것처럼 보였지만, 어느새 여기저기 속박한 물질이 찢어지기 시작했다.

사이버네틱스를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킨 일우는 일단 빠지기로 마음먹었다.


작가의말

이번 에피소드에 등장한 놈은 버그 쓰는 주제에 상황에 따라선 정석적인 플레이도 하는 아주 망할놈입니다. 


그리고 언급된 버그들은 우리들이 살면서 언젠가 어느 게임에서 한번 정도는 본 적 있는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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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네가 거기서 왜 나와 [3] +1 21.08.08 1,306 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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