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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님의 서재입니다.

난 당하고는 못 살아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papercraft
작품등록일 :
2021.05.17 12:01
최근연재일 :
2021.10.0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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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6,637

작성
21.08.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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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글자
12쪽

16. 네가 거기서 왜 나와 [4]

DUMMY

순찰경로에서 벗어난 지점까지 일우가 이동한 건 전투를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좋아, 계획 변경. 저 새끼부터 확실하게 조지고 들어간다.”


오히려 본격적인 전투를 위해서 잠시 물러난 것이다.


“계속 견제 들어오는데 일일이 피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거기다 통하는 게 있다는 것도 확인했는데 도망치고 피하는 건 영 마음에 안 들어.”

[불필요한 교전으로 판단됨. 사이버네틱스의 무력화 및 격리를 우선할 것을 추천.]

“애초에 중심부에서 저 녀석 어떻게 조질지 정보부터 알아내려고 피했던 거야. 그냥 상대하면 까다로우니까. 그런데 딱히 정보 없이도 상대할 수단이 있으면 필요 없는 일이잖아?”

[전투 기록 상 사이버네틱스에게 손상을 가한 공격수단, 부재. 유효한 수단은 일시적 행동불가 상태에 불과했음.]

“그거야 발 묶는 용도로 던진 거니까. 하지만 확실히 먹혔잖아?”


일우는 그렇게 말했지만 스카웃의 분석 결과는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해당 개체의 파괴는 비권장함. 무력화 후 소유권 장악을 통해 요원의 소유로 전환 시도를 추천함.]

“그래, 나도 그 생각 안 한 거 아냐. 근데 안 돼.”


스카웃의 제안은 저 사이버네틱스를 일우의 것으로 만들자는 것이지만, 일우 역시 그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네가 서브플랜으로 돌아가더라도 본체 자체는 안 변해. 국가연산망 버전 기준이면 넌 2.82사양인데 쟨 1.00이야. 애초에 요원이 쓰는 게 1차 버전 기준이니까.”

[국가연산망 단말 제어 프로세서 모듈 버전 확인됨. 2.82. 구형 제어 프로세서 지원 기능, 일부 포함되어 있음.]

“그리고, 저 녀석은 내가 아는 설정에선 2버전에선 아예 가동을 못하도록 해놨어. 애초에 사이버네틱스 원격조작 지원기능을 빼버렸으니까. 버그투성이 스킬 여지를 안 남기겠다는거지.”


오픈베타와 정식 서비스를 거치면서 한 번 내부를 싹 갈아엎었지만 CIS에 대한 인기는 오히려 더 올라갔다.

그 이유는 시대 배경을 갈아엎은 이유에 대한 설정을 그럴싸하게 짜뒀기 때문이다.


“에클록 테러 이후에 기간망 다 박살나면서 동시에 사이버네틱스 폭주도 사방팔방에 터졌기 때문에, 요원들이 사이버네틱스를 못 쓰게 되었어. 정식 서비스 되면서 스킬이고 테크트리고 배경이고 다 날려버렸지만 나름 납득할만한 설명이 붙었으니까.”

[해당 이력 조회 중. 국가연산망 기록상에 존재. 요원 사이버네틱스 지원 불가능 방침 및 사이버네틱스 원격 조작 금지 지침 설정되었음을 확인함.]

“아무튼, 그래서 내가 저걸 어떻게 장악을 해도 난 못 써. 아예 기술 역분석을 해서 새롭게 사이버네틱스 기술을 응용한 연금술사 인형을 만들면 또 몰라도 말이지.”


스탈리스 세계에 떨어져서 CIS의 설정을 따지는 게 우습게 보이겠지만, 일우가 쓰는 기술이나 장비의 뿌리는 전부 CIS의 것이다.

그렇기에 일우는 가급적이면 그 선을 건드려서 대참사가 날 여지를 막고 싶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사이버네틱스는 금지했지만 장갑복은 쓸 수 있었지. 내가 가지지를 않아서 어떻게 써먹을 수가 없어서 아예 고려도 안 했는데.”

[요원이 보유한 장갑전투복, 없음. 요원 상태, 장갑전투복 사용 허가 인증됨. 해당 장비 사용을 위한 스카웃 지원모듈 보유 중.]

“그래, 쓸 수는 있지만 실물이 없으니까. 근데 그건 만들어버리면 되지 않나?”


장갑전투복은 CIS의 이벤트에 종종 등장하는 외골격 장갑복으로, 방사능 오염지대나 바다 속, 우주정거장 같은 극한환경이나 사이버네틱스 대응전 같은 인스턴트 필드에서 쓰이는 물건이다.

당연히 일반적인 활동에선 아예 쓰이지 않고 있었기에 일우는 여태까지 그 점을 고려하지 못했지만, 눈앞에 사이버네틱스가 나타난 이상 떠올릴 수밖에 없는 물건이었다.


[불가. 해당 장비 제조 도면 없음.]

“하긴. 인던이나 레이드 미션에서도 남는 거 갖다 쓰는 수준이니까.”

[장갑전투복 제조는 불가능. 유사한 성능 및 기능을 지닌 대체장비, 매직 스트림 네트워크 검색 결과 존재.]

“그래? 그건 어떤 물건인데.”

[정보 표시.]


장갑전투복 대신 스카웃은 스탈리스에 존재하는 유사 장비를 찾아냈다.

마법 기술과 연금술을 통해 만들어내는 강화복인데, 스탈리스에선 잘 쓰지 않게 된 물건이 되어버렸다.


“흐음······ 일반인을 전투인력으로 써먹기 위한 장비 치곤 더럽게 비싸고, 그렇다고 기사 같은 몸 쓰는 애들이 써먹기엔 효율성이 낮은데다, 마법사들은 굳이 이거 안 쓰고 증폭장비로 마력 위력을 불리는 쪽이 효율이 더 좋다 그거네.”

[긍정. 해당 장비, 비효율성으로 인해 도태됨.]

“하지만 나한텐 딱 맞는 장비네.”


일우는 그렇게 말한 뒤 스카웃에게 해당 장비의 도면을 확보하고 그가 원한 수준을 설명했다.


“어때? 되겠어?”

[설계안 적용 완료. 추가 사항, 해당 강화복의 기본 기능 중 ‘기술 부여’가 확인됨.]

“정보 띄워봐.”


스카웃이 찾아낸 내용에 따르면, 원래 이 강화복은 일반인이나 변변찮은 병사를 쓸만한 전투인력으로 만들기 위한 용도다.

당연히 싸울 줄도 모르는 이들에게 입히는게 무슨 소용이냐는 문제가 대두되었는데, ‘기술 부여’를 통해 입는 사람이 전투기술을 쓸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좋아. 어차피 칼질이랑 근접전이 취약했는데 그것도 딱 채우기 좋겠어. 일단 장갑복 형태······ 아니, 일단 외형 안 드러나는 식으로 설계한 다음에, 거기에 장갑 부분을 덧대는 쪽으로 가자고.”

[확인. 요청 사항을 반영한 설계 작성 중.]

“이러면 평소에도 장착하고 돌아다닐 수 있을 테니 앞으로 뭐 할때 적당히 칼질할 줄 아는 것처럼 속일 수도 있겠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새로운 장비와 또다른 속임수를 발견한 일우는 히죽 웃으며 새롭게 나타난 도면을 바라보았다.


“물론 제일 중요한 용도는 눈앞에 깡통 때려잡을 때 쓰는 거야. 여기서 성능 입증 못하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거야.”

[해당 장비의 최종 사양, 사이버네틱스와의 교전에서 절대적으로 우위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됨.]

“그 녀석한테 걸린 버그들 다 감안하고 그 말 하냐?”

[사고회로 계산 중.]

“버그는 생각 안하고 깡스펙 비교만 하면 어떻게 해.”


일우는 그렇게 말하며 혀를 찼고, 스카웃이 실시간으로 설계안을 개선하는 걸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말 안했으면 큰일 날 뻔 했겠구만. 이것 입은 채로 꿰뚫릴 뻔 했어. 보니까 다 껴입으면 둔해질 테니 제대로 못 피하겠는데.”

[해당 사항 고려한 개선안 적용 중.]

“······야. 민첩성 희생 시키는 건 좀 아니지.”


일우의 지적을 몇 번을 거치고 나서야 스카웃은 도면을 완성해냈고, 만족할만한 수준에 도달한 일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최대한 성능 끌어올린 채로 만들었으면 되잖아. 되는데 왜 그렇게 안 했어?”

[과도한 성능 부여 시 여신의 감시망에 노출될 가능성을 고려함.]

“순수하게 이쪽 세계 기술만으로 만들었는데 굳이?”

[압도적 무력을 보유했다는 정보 노출 시, 여신이 잠재적 조력자로 고려하여 영웅과의 접선을 고려할 가능을 변수로 잡음.]

“맞는 말이긴 한데, 그 소문 듣고 달라붙으면 더 좋지. 어차피 난 손 안 잡을 거고, 그 자식들 조질 거니까.”


일우는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됐고, 더 손 볼 부분 없으면 만들어보자고. 실전으로 굴려보고, 뭔가 부족하다 싶거나 못 써먹겠다 싶으면 다시 빠지면 돼.”

[확인. 제조 개시.]


잠시 후, 사이버네틱스의 순찰 경로에 다시 등장한 일우는 두터운 갑주로 전신을 감싼 상태로 나타났다.


-철그럭.

[삑쀼.]

“안녕 이 깡통새끼야.”


자신을 향해 카메라를 돌린 걸 확인한 일우는 금속 투구 너머로 보이는 사이버네틱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나도 깡통 좀 둘러쓰고 와봤어.”


보통 일우는 압도적인 무력으로 상대를 찍어 누르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그건 너무 뻔하고, 상대방이 상대적으로 덜 괴로워지는 해결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가 자신의 힘을 전적으로 맹신하거나, 비겁한 수단을 가진 채 힘을 가진 것 마냥 자만하는 상황이라면 다르다.

눈앞의 사이버네틱스도 마찬가지. 수치상 베타 시절 스펙으론 별볼일없는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버그를 둘둘 감아 거의 무적으로 만들어버린 사기꾼이다.

그렇다면, 진짜 압도적인 힘을 갖춰서 정석적인 힘싸움을 벌이는 게 일우의 방식이다.

상대가 의존하는 가장 큰 벽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리고 넌 모르는 것도 이것저것 달고 왔지.”

[페이크 매직, ‘엘조란의 번개창’ 발동.]

-빠지지지직---파즈즈즉---!

[전술 외골격 마학로 부스팅. 발동중인 유사효과 증폭.]


사이버네틱스를 향해 뻗은 손에 창 모양의 번개가 형성되었고, 번개 덩어리를 손에 쥔 일우는 손을 끌어당겼다.


[‘기술 부여’, 정상 작동 확인. 대응 무기 유형, 투창.]

“다른 동네에서 먹히는 사기질이 여기서도 통할 것 같니?”


갑옷에 인식된 투창 기술을 이용해 그대로 번개 덩어리를 사이버네틱스에게 투척했고, 사이버네틱스는 채 대응하기도 전에 번개 덩어리에 꽂혔다.


-콰르릉---!!

[삐비비비비비빅!!]


피해를 입고 덜덜대던 사이버네틱스는 곧바로 무기를 들어 일우를 향해 탄환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뻔한 대응에는 이미 맞설 준비가 된 일우는 곧바로 방패를 들었다.


[방패 전개. 마력왜곡장 가동.]

-즈으으응--!


마력장이 탄의 궤적을 비틀며 일우를 스쳐 지나갔고, 방패가 멀쩡하게 잘 돌아가는 걸 확인한 일우는 천천히 방패 뒤에 장착된 무기를 꺼내들었다.


[‘기술 부여’, 현재 대응 무기 유형, 장검.]

“동네에 맞게 놀라고! 이런 데서 총 같은 걸 쓰지 말고!”

-콰앙---!


그대로 검을 치켜들어 달려든 일우는 사이버네틱스를 향해 검을 내려쳤다.


[삐비비빅! 삑삐!]

“뭐라고 하는거야 임마!”

-콰앙! 콰아앙! 쾅!


강화복으로 증폭된 힘이 연신 사이버네틱스의 동체를 향해 내려쳤고, 사이버네틱스는 들고 있던 무기를 들어 그 검을 막아들었다.


[삑삐.]

“어쭈?”

[삐비비비빅! 삡! 삐빅!]

-푸화하하하학!


사이버네틱스의 양 옆구리가 열리며 숨겨진 화염방사기가 드러났고, 그대로 화염이 일우를 향해 쏟아졌다.

당연하게도 그 화염은 일우의 강화복 외부 장갑을 뚫지 못했다.


[외부 온도 증가. 외부 장갑 열 차폐율, 95%.]

“당연히 불 지를 것도 다 알고 예상을 했다······고!”

-콰앙---!


일우는 발길질로 사이버네틱스를 걷어찼고, 화염을 뿜는 상태 그대로 날아가는 동체는 마치 부스터라도 단 것 마냥 붕 떠올라 벽에 처박혔다.


[삐비비빅]

“이거 뭐 때리는 맛은 있는데 타격은 안 들어가는 것 같네.”

[긍정.]

“그럼 먹히는 게 뭐 있나 보자고!”


일우는 그렇게 말하며 다른 마법을 불러들일 준비를 하다, 이내 몸을 굴렀다.


-쉬이이익--- 콰앙---!

“거 새끼. 로켓은 좀 아니지.”


몸을 굴려 아슬아슬하게 로켓을 피한 일우는 혀를 차며 스카웃에게 빈정댔다.


“봤냐? 민첩성 희생했으면 이건 못 피해.”

[피격시 예상되는 강화복 피해, 없음.]

“말대꾸하긴.”


스카웃의 대답에 일우는 콧방귀를 뀌며 더 강한 공격을 준비했다.


작가의말

뭔가 복잡하게 피하고 했던 건 상대하기 엿같아서 그랬던 겁니다.

하지만 상대할 수단이 생기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죠. 

존나 쎄게 패면 되는데 왜 공략을 따름? 깡딜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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