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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님의 서재입니다.

난 당하고는 못 살아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papercraft
작품등록일 :
2021.05.17 12:01
최근연재일 :
2021.10.06 12:49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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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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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81
글자수 :
946,637

작성
21.07.2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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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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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글자
17쪽

14. 코랄해방전선 [8]

DUMMY

이델린에서 만들었던 ‘대인 전차로 위장한 바이크’는 몇 가지 개선사항을 거쳐 일우의 앞에 나타났다.

뜨거운 태양빛을 막는 거대한 가림막을 설치하고, 좌석도 매우 푹신하고 기대기 편하게 바꾼 데다, 뒷바퀴 쪽에는 짐을 실어둘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항상 강조하는 거지만 위장은 디테일이야.”

[해당 사항 언급 이력 조회 중. 조회 완료. 해당 사항 언급 당시 요원의 공통점, 세부 공작활동 진행.]

“그렇지. 그걸 강조하는 이유가 뭐겠니?”

[해당 활동, 요원의 개인적 감정이 배제된 계획 진행의 일부라는 것에 대한 재확인.]

“그래. 보통 그렇지.”


거기에 드러눕다시피 한 일우는 발로 조작해 느긋하게 달려가며 손에 든 차디찬 과일음료를 홀짝였다.


“그런데 지금은 사심 약간 담으려고.”


그 말을 하며 일우는 발로 레버를 조작했고, 바이크에 드러누운 채 느긋하게 농장들 사이로 난 길을 달려 나갔다.

한창 코볼트들이 ‘반란’을 벌이는 그 농장들이었다.


“와아아아앙!”

“쟐탄당!!”

“싱난당!”

-쿠궁----!

“와아아아앙!”

“쓰러뜨렸당!”

“저거도 무너뜨리쟝!”


일우가 벌인 뒷공작이 아주 잘 돌아간다는 듯 코볼트들은 여기저기에서 땅을 파헤쳐 건물을 쓰러뜨리고 불을 지르며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이 분위기, 참 마음에 들어. 내가 생각한 대로 일이 돌아가는 세상이라니 얼마나 멋지니?”

[사고회로 계산 불가능 영역. 다만 요원의 만족감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함.]

“만족스럽지. 내가 계획한 연막이 아주 활활활 타오르듯 피워 오르고 있잖니. 여기서 누가 땅 밑을 신경 쓰겠어? 지상이 불타는데.”


스카웃에게 한껏 만족감을 드러낸 사이, 일우의 바이크는 어느 새 농장을 멀거니 바라보는 누군가의 곁까지 도달했다.

일우는 바이크를 멈춰세운 뒤, 황망한 표정을 한 농장주를 향해 차디찬 음료를 살짝 들어올렸다.


“마치 음악같구만. 세계가 멸망할 때 나는 배경음악 같아. 이런 음악에서 춤을 춘다면 금속과 마력광물, 거기에 마력이 흩뿌려지는 그런 화려한 춤사위가 되겠어.”

“지금 놀리러 왔소?!”

“엉! 당연하징! 잠재적 경쟁자들이 쫄딱 망했다니깡! 우왕!”


며칠 전 일우의 농장에 쳐들어와 으름장을 놓던 ‘연합회’의 간부이자 대표 격으로 일우에게 뭐라 떠들어대던 상대에게 한껀 빈정댄 일우는 시원하게 음료를 들이켰다.


“거 남의 농장 사정에 이래라저래라 하더니 꼴 조오오오옿다! 핫하!”

“크으······!”

“뭐 장난은 여기까지 하고.”


그 말을 한 일우는 놀려먹는 건 적당히 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 부실한 마법계약서 때문에 이런 공작을 벌일 수 있었지만, 반대로 일우가 이 계약서에 당할 수도 있다.

불안정한 변수는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기에, 일우는 이런 걸 누가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알아둘 작정이었다.


“지켜보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이렇게 조잡한 계약을 갖고 멋진 계획이라고 속여 넘기는 사기꾼새낀 대체 어떤 놈인가.”

“······.”

“이봐, 중요해. 너에게 닥친 불행은 나에게도 닥칠 수 있거든. 우린 계약서 동지잖아? 물론 너희네 그 유치찬란한 친목회엔 발도 안 디밀었지만 말이지.”


‘니네들 망한 건 꼬시지만 나도 당할지 모르니 미리 대비해야겠다’라는 식의 의도를 담은 ‘연금술사 우’의 말에, 농장 주인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내가 보기엔 누군가의 음모 같소만.”

“대놓고 말해. 나보고 한 거 아니냐고.”

“······.”

“그래, 쫄았겠지. 내가 생각보다 대---단한 분이셨다는 걸 알아버렸으니까. 함부로 따지다 네가 골로 갈 수도 있으니까. 마지막 남은 자산도 처분당하긴 싫잖아?”


솔직히 농장주의 입장에선 제일 의심스러운 게 ‘연금술사 우’다.

물론 그 의심이 정확하지만, 한편으론 농장주들은 그 의견을 부정했다.

손가락 까딱해서 직접 농장을 박살낼 힘이 있는 것 같은 엄청난 사람이, 굳이 뭐 때문에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들을 파멸시키겠냐는 생각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우가 전부 다 의도한 결과라는 것에서 그 생각들 모두 쓸모없는 것이지만, ‘연금술사 우’는 철저히 자신과는 관계 없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경쟁자가 조져졌으니 참으로 내겐 좋은 일이지만, 애석하게도 내가 시킨 일은 아냐. 그래서 이렇게 왔지. 니들 망하는 거 보니 나도 조져질지 모르니, 난 더 똑똑하니 미리 대비해둬야지!”

“······.”

“알겠니? 너희들의 재앙이 내게서 비롯되지 않은 만큼, 나도 당할 수 있다는 사실. 고로 알아야겠어.”


앞에서 놀려먹고 이런저런 악감정 쌓인 상대에게 순순히 정보를 내어줄 리 없다.

하지만 일우는 절망에 허우적대는 상대에게 내걸만한 미끼를 잘 알고 있다. 파멸을 당한 자라면, 자신을 이 꼴로 만든 자 역시 파멸당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법.

‘연금술사 우’는 바이크에서 훌쩍 뛰어내린 뒤 짐칸을 뒤적거리면서 말을 이어갔다.


“내가 어떤 놈인지 들어서 알지?”

“당신 같은 자는 전혀 모르고 살았소! 우린 그저 농장을······.”

“그래, 그래. 촌구석 농장 경영이 참으로 지적이고 중요한 일이시겠다.”


어느 새 ‘연금술사 우’는 조금 전 홀짝이던 잔과 똑같은 것을 사람 수만큼 내놓았고, 거기에 음료를 부으며 말을 이어갔다.


“여기서 내 소개를 잠깐 하자면, 어······ 필요한 것만 말할게. 나한테 걸리적거리는 건 다 내 손으로 박살내는 걸 선호해. 혹시 페니카에 아는 사람 있어?”

“······.”

“연락해봐. 거기서 뭔 짓을 저질렀는지. 상상도 못할걸?”


당연히 연락은 불가능하다. 아는 사람이 있을 리 없으니까. 페니카는 마력소재로 유명한 지역이지 열대과일 수요가 큰 지역은 아니니 그들과 접점이 전혀 없다.

하지만 확인하지 않아도 자신감에 넘쳐 말하는 ‘연금술사 우’의 태도를 봐선, 뭔가 어마어마한 짓을 저지르고 왔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그 사이 ‘연금술사 우’는 농장주를 비롯한 구경꾼들의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것을 꺼내 들며 말했다.


“중요한건 너희들이 당했으니, 나도 다음 차례야. 그런데 내가 범인이면 당할 걱정을 안 하겠지? 그러니 내가 범인이 아니고, 나는 당하기 전에 먼저 조질 작정이거든.”


그가 꺼낸 것은 얼음이었다.

이 무더운 지역에선 겨울이라는 계절이 없기에 자연적으로 생성된 얼음이 없고, 마법사 같은 이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지역이니 마법으로 만들어내는 것도 힘들다.

얼음을 향한 시선을 본 ‘연금술사 우’는 히죽 웃었다.


“이게 바로, 주력 상품이지. 과일즙 얼음. 사실 그냥 얼음도 괜찮겠지만······ 그러면 과일음료가 밍밍해지잖아. 과일얼음을 넣은 과일음료! 와! 시원하고 밍밍해지지 않아요!”

“······.”

“왜, 내가 정말 니들같이 촌구석 농사나 하려고 온 줄 아니? 내 주력상품은 이 천재적인 머리와 놀라운 재주로 만들어내는 차원이 다른 산물이라고. 농사는 구색 갖추기고.”

“대, 대체······ 이 정도 수준의 능력을 지녔으면서 왜 농사를······”

“그야 당연한 거 아냐? ‘생산부터 완성까지 모두 내가 했습니다!’라는 광고가 가능해지니까. 이거 중요하다고.”

“······”

“이 상품이 유명해지면 원산지 의심부터 별에 별 의혹이 다 나올거란 말이야. 썩은 과일즙을 파는 거 아냐? 아아, 난 그런 의혹 질색이야. 그래서 말이 안 나오도록 처음부터 손을 쓰려고 하는 거고.”


계획하지도 않은 상품의 미래전략까지 설명하는 건 설득 상대를 진정시키기 위함이다. 이런 엄청난 규모의 계획을 벌이는 사람이, 꼴랑 코볼트 좀 부려먹는 농장을 조지겠냐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물론 박살낸 건 사실이지만 말이다.


“어때? 내가 당하는 거 보면서 꼴좋다고 비웃을래, 널 조진 놈을 반대로 조지는 걸 보면서 꼴좋다고 할래?”

“······이 사건의 범인으로 추정되는 자가 있소?”


농장주가 어느 정도 넘어갈 기미가 보이자, ‘연금술사 우’는 계약서를 꺼내들며 흔들어댔다.


“대충 보아하니 조잡한 계약서고, 계약서 만든 장본인만이 알아볼 수 있는 뭔가 조잡한 수작이 보여. 대체 계약서에 뭔 개짓을 했다고 이러나 몰라.”

“······계약서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오?”

“너같이 마도학적 지식도, 연금술적인 관점도, 혹은 장인의 세심한 눈길이 없으면 당하게 되어 있어. 아니, 알아도 당해. 이정도 수준이면.”


아무리 머리를 잘 굴려도 농장주들은 마법이나 연금술의 영역에 무지하다. 그리고 모르는 영역에선 대놓고 사기를 쳐도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아볼 수가 없다.

그렇기에 ‘연금술사 우’는 있지도 않은 계약서의 위험요소를 꾸며대며 겁을 주었다.


“문제는 나는 안 걸려요. 피해도 적고. 그래서 내가 쫄딱 망하는 결과는 절대 안 일어날 거란다.”

“대, 대체 여기에 무슨 수작을 썼다는 것이오?!”

“게다가 이 계약서, 표면상으론 일반 제품 같지만 조금 다른 것 같아. 규격이 약간 틀려.”

“설명을 해 주시오! 대체······ 뭐라고 하셨소?”

“이건 전문적인 영역 이야기, 넌 무식쟁이니 설명해줘도 모르니 생략한다. 안에 들어가 있는 수작? 알면 너 이제 잠 못 자. 비전문가들은 듣기 만해도 지릴 것 같은 내용이 들어가 있거든.”


마법 같은 강대한 힘을 다루는 세계는 무지한 자들에게 막연한 영역이다. 실제 관련자들이 들으면 코웃음 치며 비웃겠지만, 상상력만으로 마법을 떠올리는 이들은 실제 가능한 것보다 위력을 과장시키기 마련이다.

농장주는 더없이 끔찍한 상상을 해서 일우의 의도룰 충족시켰고, ‘연금술사 우’는 피식 웃으며 그 상상력에 질겁하는 농장주를 진정시켰다.


“남에게 닥친 불행을 보고 즐기긴 하지만, 난 내가 벌인 일을 확인하면서 비웃는 악당은 아니야. 게다가 마법은 네 상상력만큼 대단한 분야가 아냐.”

“저, 정말이오?”

“모르지? 나는 네가 뭘 상상했는지 모르지만. 아, 실제로 여기 들어가 있는 건 객관적인 기준에서 끔찍한 거야. 네 상상만은 못하지만 말이지.”


그 말에 더욱 질겁한 농장주는 바닥에 주저앉아 벌벌 떨며 말했다.


“대, 대체 내게 뭘 원하시오! 뭐 때문에 찾아온 것이오!”

“그냥 지금은······ 경쟁자가 망해서 꼬시다는 생각 절반에, 나도 냅두면 말리겠다 하는 경계심 절반.”

“그, 그그그······ 그게 전부요?”

“아니? 사실은 본 목적은 이거야. 거래.”


그 말과 함께 ‘연금술사 우’는 어느새 임시 가판대 같은 형태가 된 짐칸에 올려진 음료 잔을 들었고, 거기에 얼음 한 덩어리를 더 집어넣으며 말했다.


“어때? 교환할래? 지금이면 얼음 한 덩어리 더 넣어 줄게.”

“······세상에.”

“그래. 그럴 만 해. 세상에, 코랄에서 이렇게 차가운 얼음이 들어간 음료수라니! 안에 뭐가 들었는지 모를 소름 끼치는 마법계약서로 이걸 살 수 있다니 절호의 기회라구!”


당연히 농장주와 ‘연금술사 우’가 짚는 대화 방향은 다르지만, 어차피 일우는 농장주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내다보고 있었다.

지금 농장주의 정신은 대혼란일 것이다.

자신의 농장이 박살났고, 그 와중에 돈을 불려줄 계약서는 자신을 파멸시키려는 의도가 들어있다는 말을 들었고, 자신의 농장을 박살낸 원흉인 줄 알았던 남자는 오히려 이걸 막아주기 위해서 찾아왔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 무더운 땅에서 평상시보다 더한 갈증이 날 게 분명한 상황이고, 그에게 필요한 건 무엇보다도 시원하게 갈증을 날려줄 무언가다.

그렇기에 ‘연금술사 우’가 든 음료 잔에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는 건 본능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교환 및 환불은 얼음 복원하면 가능하다는 거 잊지 말라구.”

“······저, 정말 해결해주시는 거요?”

“살 거야, 말 거야? 얼음 녹기 전에 결정하라고.”


한 번 툭 부추겨지자 농장주는 눈을 질끈 감고 차디찬 음료를 목에 퍼부었다.


“······크어어어어어어!”

“음, 좋은 거래였어. 넌 갈증을 해소하고, 난 위험요소를 해소하고. 잠깐, 이거 받아봤자 아무 도움 안 되는데? 이런 젠장, 망했네.”


뒤늦게 잘못된 거래라고 말하며 ‘연금술사 우’는 머리를 싸매 쥐었지만, 갈증을 해소한 농장주는 이내 이성을 되찾고 그가 원하는 정보를 알려주었다.


“······엔셀 상단의······ 카로스라는 자에게서 구매했소.”

“좋아, 이제야 공평한 거래가 되겠군. 그나저나 엔셀?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인데.”

“그건 모르겠소. 코랄에선 외부 상단이 장거리 교역을 거의 하지를 않으니······ 다른 지방의 상단이겠지.”

“아니, 좀 닥쳐봐. 내가 안다고. 기억을 하려고 하잖아.”


뭔가를 떠올리려던 ‘연금술사 우’는 이내 고개를 내저으며 자신의 임시 가판대를 정리했다.


“아, 몰라. 기억 안 나. 찾아서 조지면서 ‘넌 누구냐! 누구인지 밝힐 때까지 뒤지게 쳐맞아라!’기억회생법을 써야겠어.”

“······.”

“야, 거기. 네 주인이 쏘는거다. 마셔. 이거 다시 넣으려니 귀찮네. 그냥 다들 들고가.”


농장주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음료를 나눠준 ‘연금술사 우’는 이내 바이크에 올라타 자리를 벗어났다.


“잔은 기념품으로 가지라고!”

“······.”

“오늘을 추억해!”


그렇게 농장주와 일꾼들의 속을 뒤집어놓은 뒤, 일우는 돌아가는 길에서 익숙한 이름을 다시 마주한 감상평을 투덜댔다.


“또? 걔들이랑 엮이기 싫어서 뱅뱅 돌기 시작했는데 여기서도 엮여?”

[페니카 지역의 임무 상황에서 관련 사항이 존재함.]

“뭐?”

[현재 소유 중인 비공정의 화물 선적 이력 중, 초대형 레인보우스톤 확인됨. 해당 물품의 판매 대상, 엔셀 상단.]

“······와, 이 새끼들 알게 모르게 나한테 엿을 먹였네? 쯧.”


페니카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린 일우는 혀를 찼지만, 이내 의구심이 들었다.

처음 카이옌에서 그 상단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땐 단순히 왕국 안에서만 활동하는 수준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근데 그 놈들 세론 왕국에서만 노는 애들 아니었어? 왜이리 글로벌해?”

[해당 상단, 불법조직. 밀수 및 비합법 상거래 행위를 위한 영역 확장으로 추측됨.]

“그리고 그 중엔 반가공 노예제조도 포함되고 말이지.”


원래 나쁜 놈들이라는 건 알고 있었으니, 다른 지역에서 그들의 존재를 확인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애초에 처음 마주칠 때부터 불법을 저지르는 녀석들이라는 건 확인했으니까.

그 시간, 코랄의 어느 은신처.

‘코볼트 노동 계약서’라는 희대의 ‘상품’을 농장주에게 팔았던 장본인인 카로스는 엔셀 상단의 은신처에서 마력통신을 통해 본부에 현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

새로운 ‘상품’을 확보해 코랄까지 싣고 내려왔다는 보고만 하고 끝내려 했지만, ‘본부’에서 예상도 못한 지시를 듣게 되었다.

‘연금술사 우’라는 자의 행적 수배. 상단의 ‘공주’가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관련 정보를 그녀에게 집중시킬 것.


“허 참, 그럴 필요 없습니다. 여기 와 있으니 말입니다.”

[그걸 이제야 보고를 하나?]

“아······참. 세론에서 노는 댁들이랑 같습니까? 난 대륙 북부랑 남부를 계속 오가는 사람이란 말입니다. 이 정보도 상주중인 부하들한테 들은 거고, 여기서 마력통신은 저밖에 못하니 소식이 지금 들어가는 겁니다.”


카로스는 그렇게 말하다 이내 턱을 괴었다.


“근데 보고 드려봤자 소용 있습니까? 어차피 우리 공주님은 여기 못 오잖습니까?”

[······.]

“어둠의 힘을 다루시는 분이 코랄이라니, 푸흐흡. 농담 마십쇼. 그 공주님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치명상인 지역입니다.”


카로스가 언급한 ‘공주’의 힘의 근원은 어둠이다. 밝은 곳에선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어두운 곳에선 더없이 강력해진다.

그리고 코랄은 스탈리스에서 가장 햇살이 뜨겁기로 유명하고, 달빛도 그 어느 곳보다 크고 휘황찬란한 곳이다.

한마디로 말해, 어둠의 힘을 다루는 자가 가장 약해지는 지역이다.


“뭐 지금은 제가 천천히 감시하고 있을 테니, 어디로 이동했다 싶으면 바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공주님은 거기서 머물라고 하십쇼.”

[좋다. 공주에겐 그렇게 전하도록 하지.]

“만디스 항이 머물기 좋으니, 공주님에겐 거기서 느긋하게 머무르라고나 하십쇼. 거기 고급 휴양지 한 곳 사들여놨습니다.”

[괜한 짓에 돈을 쓰는 군.]

“안전가옥이라고 표현해주시겠습니까? 그럼 끊겠습니다. 이래보여도 바빠서.”


일방적으로 본부와의 연락을 끊을 수 있는 걸 봐선, 카로스는 엔셀 상단에서 꽤나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중책들만은 못하지만, 이런 초장거리 마력통신이 가능하다는 것부터가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뜻이다.


“뭐어, 공주님의 사냥감을 건드리다 내가 위험해지니 지켜보기나 할까.”


그리고 범상치 않은 인물이 다 그렇듯, 느긋하게 현 상황을 주시하며 사태를 지켜보기로 판단했다.


작가의말

자기가 저지르고 뻔뻔스럽게 현장에 나타나는 건 이번이.... 몇번째더라.

뭐 어쩌겠습니까? 모르면 맞아야죠. 
예? 예상했으니 아는 거 아니냐구요?
 알면 어쩝니까. 알아도 맞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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