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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님의 서재입니다.

난 당하고는 못 살아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papercraft
작품등록일 :
2021.05.17 12:01
최근연재일 :
2021.10.06 12:49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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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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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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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6,637

작성
21.08.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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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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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글자
17쪽

17. 그는 용사가 아닙니다 [2]

DUMMY

Fate Trigger West, 속칭 FTW.

스탈리스 게임 엔진으로 만들어진 게임들 대부분은 정통 판타지를 지향하는데, FTW는 다크 판타지를 컨셉으로 잡은 게임이다.


“그게 ‘페이트 트리거’인가 뭔가 하는 미치광이 생성기가 쾅쾅 떨어진 배경이었을 거야. 사람은 다 미쳐 돌아가고, 나라는 진작에 망했고, 정의롭니 뭐니 하는 놈들은 싸악 쓸려나간 걸 전제로 두는 걸 배경으로 삼았으니까.”


도입부를 따지면 CIS와 비슷하지만, CIS는 재건과 복원을 위해 활동하는 정보 요원의 이야기다. 반대로 FTW는 미쳐가는 세상 속에서 거대한 광기의 근원을 따라 서쪽으로 나아가는 자기파멸적 내용이다.


“가면 갈수록 다 미쳐 나자빠진다는 건 그 ‘딥 다크 어비스’랑 비슷한 컨셉이니 베낀 게 아니냐는 소리도 많았었지.”


비슷한 인디 게임의 모방품이라는 말도 많았지만, 중요한 건 FTW는 이야기 전개 상의 유사성을 제외하면 참으로 독창적인 게임이었다.

간단하게 이 게임을 표현한다면 ‘나 빼고 다 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다른 플레이어는 적대적 상태고, 해킹이나 버그만 아니면 절도나 트랩질이 무한정 허용되는 막장이니까.”

[해당 사회질서, 존속 불가능.]

“그래. 게임 나올 때만 해도 다들 미쳤다고 했지. 훔치고 뺏는 걸 무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게임이 대체 돌아가기는 하냐고.”


하지만 놀랍게도 FTW는 ‘하드코어 생존 판타지’로 살아남았고, 비슷비슷한 게임이 넘쳐나는 NDC에서 그야말로 유일무이한 게임이 되었다.


“말이 안 돼. 그 게임은 애초에 남 등쳐먹고 통수치는 걸 즐거워하는 애들이 온다고. 그야말로 무법천지에 남 좋은 일은 절대 안 하는 애들이란 말이야.”


문제는 이 게임은 일반적인 영웅담과는 담 쌓은 게임이고, 여신 누아즈는 스탈리스에 용사가 필요해 게임하던 사람들을 끌고 왔다는 것이다.


“근데 용사? 세계를 구해? 애초에 게임 캐릭터들도 자기파멸을 위해 달려가니 뭐니 하는 스토리더만.”

[정보 수집 완료. 브리핑 대기 중.]

“좋아, 내 머리론 더 이상 이해가 안 가니까 네가 모은 거 보면서 한번 다시 정리하자.”


생각이 막힌 일우는 스카웃이 수집한 정보를 확인했다.

간단히 요약하면, FTW에 구현되었던 대부분은 스탈리스 대륙에 있었던 요소들과 일치했다. 스탈리스 대륙에서 있었던 사건이나 각종 사술, 사악한 제물의식과 같은 모든 것이 이미 이 곳에서 벌어졌던 행위라는 것이다.


“이미 여기에 있는 걸 갖다 쓴 게 문제가 아니야. 그런 거에서 굴러다니던 녀석을 대체 왜 여기에 데려왔냐는 거지. 그것도 용사랍시고.”


일우는 턱을 괴고 커피를 홀짝이며 중얼댔다.


“그리고 그 막장게임을 하던 녀석이라도 여기엔 용사로 왔어. 용사놀이를 하라고 데려왔는데 이런 대환장 인체공학 인테리어나 하고 자빠졌잖아. 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거지? 관심받고싶나?”

[해당 자료로 추정한 대상의 목적, 힘 축적.]

“그건 나도 알아봐. 문제는 왜 하필 이런 수단을 썼냐 그거지. 세상을 구하는 거지 사람을······.”


거기까지 중얼대던 일우는 입을 닫고 턱을 쓰다듬었다. 뭔가 짚이는 게 있는 모양이다.


“······사람을 구하는 게 세계를 구한다는 의미는 아니지? 예를 들면 자연보호처럼 말이야. 가장 확실한 자연보호방법이 뭔지 알아?”

[자연 파괴요소의 제거. 해당 이론의 극단적 표출 수단, 자연 파괴 주범인 인간의 말살.]

“그래, 그거야. 세상을 굽어 살피는 여신이 보기에 사는 사람들이 위험의 주범이라 판단한다면, 사람들을 쓸어버리는 게 세상을 구원하는 게 되겠지.”

그 말을 한 일우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자신의 생각이 말도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은 아니다.


“근데 이런 의도를 가지고 데려왔다고 해서 순순히 사람을 쳐 죽이지는 않을 거 아냐?”

[해당 의문에 대한 반례, 존재함.]

“아니, FTW하던 애만 말하는게 아냐. 내가 잡았던 글로리어스 하던 애나, 아르테온 테일즈는 완벽하게 왕도적 영웅담 판타지라고. S.O.D는······ 완전 칼싸움질 게임이니 보류.”


만일 누아즈가 스탈리스의 사람을 쓸어버리기 위해서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굳이 왕도적 판타지 게임 플레이어를 데려올 리 없다. 그들은 이런 학살극엔 동참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그들이 거부하더라도 받아들이게 만들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러고 보니 형이 남긴 기록에서도 뭔가 수상쩍은 게 보였지. 조짐이 싸했던 거. 다시 한 번 확인해봐.”

[확보된 요원 데이터 정밀분석 개시.]

“그러고 보니 1번 기록에서도 여기의 붕괴를 막는다고 했지 사람들을 지키라고 한 적은 없었어.”


가만히 기억을 되짚던 일우는 누아즈가 남긴 말 속에서 사람을 지킨다는 문구는 단 한마디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대륙을 구한다거나 세계를 구한다는 말만을 해 왔을 뿐이고, 듣는 사람들은 포괄적인 의미로 해석했다.

잠시 후, 스카웃이 데이터 분석을 끝내고 새로운 사항을 알려왔다.


[요원 데이터 내 추가 데이터 분석 완료. 삼중 보안 처리된 요원 바이탈 데이터로 확인됨.]

“바이탈 데이터? 그걸 왜 보안 처리를 했지?”

[요원 기록과 대조작업 결과, 정신 변화를 초래하는 외부 공격 확인됨.]

“불러들여.”


스카웃이 UI에 띄운 정보에 따르면, 규태를 목표로 한 외부 공격은 약 100일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정신공격은 대상자의 폭력성을 증폭시키고 윤리적 잣대를 혼란스럽게 만든다고 한다.

그 정보를 확인한 일우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거 지금 미치광이 연금술사 짓거리하는 누구 꼴이랑 똑같은데.”

[부정. 요원의 정신적 공격,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확인됨.]

“맨정신으로 정신 공격 들어온 미치광이들이랑 다를 바 없는 짓을 한다는 게 되잖아. 쯧, 나야 생존전략에 겸사겸사 내 성질머리 드러내는 거지만 말이야.”


자신의 행동에 냉소적인 평가를 내린 일우는 이내 턱을 괴며 커피를 홀짝였다.


“하지만 형이 남긴 기록만 믿고 움직일 순 없어. 지금 이 녀석이 그냥 자기 의사로 미쳐 날뛰고 있다는 가능성을 무시할 순 없으니까.”

[해당 결론을 내리는 데 필요한 대조표본, 부족함.]

“······지난번에 잡았던 그 녀석 데이터 있는 대로 다 긁어놨지? 새로 찾아낸 공격 유형을 그 녀석한테 적용하면 어떻게 되는지 시뮬레이션 돌려봐.”

[프로세스센터 사용 승인 요청.]

“전부 다 퍼부어.”


태생적으로 미치광이 짓을 권장하는 게임 플레이어와 완전 반대되는 왕도적 판타지, 글로리어스 플레이어인 영규에게서 뽑아낸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이 시작되었다.

프로세스센터를 곳곳에 지어둔 건 바로 이런 걸 위해서였다. 스카웃은 단순한 관제시스템이 아니라 국가연산망의 단말이고, 이론상 충분한 처리능력만 확보하면 국가운영 시뮬레이션을 가동할 수 있다.

그리고 충분히 확보된 프로세스센터의 용량을 활용하면, 한 사람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가 어떤 행동을 벌일지 예측이 가능하다.

물론 설정상으론 말이다.


[해당 대상의 수집 데이터 재정렬 과정에서 확인된 추가 정보. 기준치 이상의 심리적 압박상황 시 정신 재구축이 시행된 것으로 확인됨.]

“······뜬금없이 미소녀가 되고 싶었다는 헛소리 했던 게 그냥 한 게 아니었다고? 허.”

[긍정. 해당 발언, 노출된 정신조작 유발 공격의 중간 결과물로 예상됨.]

“아니, 걘 원래 그런 욕망이 있었다고 했잖아? 좀 격하게 표현된 거 아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일우는 헛웃음을 냈고, 그 사이 데이터 정렬을 완료한 스카웃은 시뮬레이션을 시작했다.


[시뮬레이션 개시. 예상 완료시간, 5분 30초.]

“좋아, 그 사이 커피나 한 잔 더 마시지.”


일우가 느긋하게 커피를 추가 주문하고 홀짝이는 사이, 멀리 떨어진 테이블 쪽 좌석에 앉아있던 크론은 팔짱을 낀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사람, 이 문제 해결 안 해 준다. 너 괜히 왔다.”

“······그럼 길드가 해결할 수 있다는 겁니까?”

“그건 확답 못한다. 중책이라는 게 영상 보고 토하는 꼴 보니까 우리도 못 할 것 같다.”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너 톨라 출신이라고 했다. 톨라 같은 나라에서 할 일이다. 아니면 노비우스가 알 거다.”

“셀리안입니다. 거기서 벌어진 일이란 말입니다.”


셀리안 산맥, 그것도 ‘셀리안의 등뼈’는 마력 흐름이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장소다. 반대로 말하면, 그 흐름을 연구해서 이용할 수만 있다면 대륙의 패권을 차지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인근의 국가들은 이 마력흐름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나라들의 접근을 경계하는데, 그 대표적인 나라가 마도왕국 톨라와 신성왕국 노비우스다.


“이런 일이면 예외를 둘 수 있다.”

“농담 마십시오. 눈앞에서 광경을 본다면 오히려 끼어들 명분을 만들기 위해 우리에게 비난을 할 수준이란 말입니다.”

“엔센도 바보들은 아니다. 그렇게 까진 안 할거다.”


셀리안 산맥 근처에 위치한 소왕국은 연합을 결성해서 강대국인 톨라나 노비우스, 인접한 세론 왕국이나 올베린, 페칸 공화국 같은 나라들에게서 스스로를 지키고 있다.

그 소왕국 연합의 맹주인 엔센의 이름이 언급되자, 랑키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생각보다 바보들입니다. 이 일의 경중을 파악하지도 못하고 자기 왕좌 지키기에나 급급할 겁니다.”

“그럼 길드에게 맡기지 그러냐.”

“그럴 생각입니다. 하지만 당신들도 한계는 명백합니다. 그러니 제가 아는 가장 강력하고 독립적이면서, 길드와 어느 정도 연결점이 있는 사람을 찾아온 겁니다.”


랑키가 괜히 ‘연금술사 우’를 찾아온 게 아니다. 스스로 내려놓긴 했지만 일단 그녀도 캐피탈 마도의회의 의원이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을 해결하는 적임자를 제대로 찾아온 것이다.

문제는 그 적임자가 일을 해줄거냐는 크론의 질문대로, 순순히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냐는 점이다.


[시뮬레이션 완료.]

“허.”


시뮬레이션을 확인한 일우는 턱을 괴고 커피를 홀짝이다 한숨을 푹 내쉬었다.


“좀 나중에 만났으면 그냥 여자가 되고 싶은 이상한 애 수준이 아니었을지 모른다고?”


스카웃의 시뮬레이션 데이터 결과에 따르면, 영규가 만일 일우에게 박살이 나지 않고 멀쩡하게 돌아다녔을 경우 그럴싸한 용사까지는 되었을 것이다.

그 뒤가 안 좋게 흘러가기 시작하지만 말이다.


“전형적인 망가지는 용사 유형이 될 거라는 건가.”

[긍정. 해당 인물에게 가해진 정신 조작 결과, 극한의 압박상황 발생 시 해당 인물의 ‘타락’ 과정에 진입. 최종 결과, 퓨리케이터 혹은 컬티스트 유형에 도달할것으로 추정.]

“······세상이 부정하니 싹 쓸어버리자고 지랄을 하던가, 신의 이름으로 싹 쓸어버리자고 발광을 하던가 둘 중 하나네.”


CIS에 나오는 세력이 언급되자 일우는 혀를 찼다.

각각 세상이 이렇게 된 게 다 부정한 녀석들 때문이니 쓸어버려야 한다는 쪽과, 새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는 주장을 하는 쪽이다.

어느 쪽이건 미치광이이긴 마찬가지고, 결과적으로 보면 일우는 그 싹을 쳐낸 것이었다.


“이 녀석도 이렇게 될 가능성이 지극히 높다면, 나머지 둘도 보나마나겠네. 다른 방식으로 미쳐버릴지도 모르겠네.”

[동일 유형의 정신조작이 행해졌을 시, 가능성 매우 높음.]

“자······ 그러면 나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요원의 주 임무 달성을 위해선 신규 ‘용사’의 행동을 저지해야 한다고 판단됨.]


스카웃의 조언에 일우는 손가락을 까딱였다.


“용사라고 하지 마. 이제부터 미치광이라고 할 거야.”

[확인. 해당 대상, ‘미치광이’로 재설정.]

“그리고 이 녀석을 그냥 저지하면 그건 진짜로 용사짓거리마냥 되잖아. 그건 영 별론데······.”


누아즈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용사’들을 데려온 것인지 아직 밝혀진 건 없다.

다만 일우는 누아즈의 의도대로, 혹은 원래 의미대로의 용사라는 틀에 낄 생각은 없었다.

그가 관심 있는 건 한 방 먹은 걸 되돌려줄 뿐이다.

입을 다문 채 곰곰이 생각에 빠졌던 일우는 이내 벌떡 일어났다.


“······좋아. 결정했어. 그렇게 간다.”


‘연금술사 우’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지켜보고 있던 랑키와 크론도 일어났다. 에닐은 아직도 화장실에 처박혀 있는 모양이다.


“나 홀로 감상회의 결론을 알려주지.”

“결론이라니 그게 무슨······.”

“내 일 아냐. 끝!”

“······예에?”


일우가 그 ‘미치광이’를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해서 ‘연금술사 우’도 그렇다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연금술사 우’가 이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라고 찾아왔으니, ‘연금술사 우’로서 대답을 확실하게 못 박았다.


“내가 뭐 저런 비뚤어진 자칭 용사 교정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하는 일이랑 상관있는 것도 아닌데 뭐 하러 굳이 저 녀석을 저지하니?”

“하지만 그 자로 인해 많은 희생이······.”

“그래서? 넌 뭐 대륙 반대편 구석에서 벌어지는 불우한 일에 일일이 끼어드니?”

“그건 아닙니다. 허나 이런 걸 목격한 이상······!”

“그러면 너 알아서 해. ‘으에엥 이거 해결해줘어어엉!’ 하고 쭐레쭐레 와서 징징대지 말고.”


랑키에게 매몰차게 그 말을 한 일우가 홱 돌아서자, 곁에서 지켜보던 크론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뗐다.


“그러면 대체 뭐 때문에 지켜봤던 거냐. 내버려 둘 거면 고민할 시간 필요 없었을 거다.”

“아! 그거야 내 새로운 발상을 샘솟는 자극이 있어서지.”

“너 설마 저런 걸 따라할 생각이냐.”


크론의 손이 저도 모르게 무기 쪽으로 향했지만, ‘연금술사 우’는 그를 돌아보지도 않고 허공에 손가락을 휘휘 내저었다.


“강대한 마력의 흐름 곁에 인위적인 흐름을 조성한다? 이걸 보면 뭔지 모르겠니?”

“난 마법 모른다.”

“저녀석, 등뼈를 따라 흐르는 마력을 이용해 힘을 축적하려고 시도한 거잖아.”

“······!”


그 말에 랑키는 깜짝 놀랐고, 크론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연금술사 우’는 자기 할 말만 쏟아냈다.


“하, 이런 발상은 생각 안 해봤는데 말이야. 이거 한 방 먹었어. 보통 자연에 흐르는 힘은 마력으로 추출이 안 된다는 게 정설인데, 애초에 마력 자체가 흐르는 건 해당 안 될 거 아냐?”

“그, 그렇다면······ 그 사람들이 희생된 데엔······.”

“내가 보기엔 그 놈은 머리가 안 좋으니 이상한 연료를 퍼부어서 뽑아내는 식이었을 거야. 하지만 난 매우 머리가 좋고, 누구의 희생이나 쓸데없는 단백질 장식 쓸 필요 없지!”


난생 처음 보는 광경의 목적을 단번에 파악한 것도 놀랍지만, 그것과 비슷한 일을 할 거라는 말은 더 충격적이다.


“따라서! 나는 저 등뼈에서 마력을 추출하거나, 아무튼 간에 힘을 얻는 데 관심이 생겼어. 힘이 생기면 여러모로 쓸 데가 많아지잖니?”

“그런 자가 활개 치도록 내버려 두실거란 말씀이십니까?! 그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고 계시잖습니까! 페니카에서도 그것 때문에 손을 쓰셨잖습니까!”

“아닌데? 그건 그냥 내 관심사에 얽혔으니 그런 거고.”

“맙소사······.”

“아, 오랜만에 만났으니 음료 값은 내가 낼게. 이봐! 계산은 내 앞으로 달아둬!”


그 말을 남긴 ‘연금술사 우’는 휘적휘적 카페를 나가버고, 랑키는 멀거니 그의 등 뒤를 바라보았다.


“나 말했다. 저 사람, 남의 말 절대 안 듣는다.”

“이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으에에, 오랜만에 이런 불쾌한 기분 느끼네요. 아, 대화는 다 끝났나요? 결과는?”

“······이 일에 관여하지 않으실 거라고 하셨습니다.”

“어우, 저런. 그러면 내 일이 되는데······ 으음, 당분간 식사는 포기해야겠네요. 어차피 다 게워내야 하니까.”


‘연금술사 우’가 개입하지 않을 거라는 대답에도 에닐은 당황하지 않았다. 애초에 기대도 안 한 모양이었다.

다만 자신에게 돌아온 일은 꽤 곤란한 모양이었다.


“자아······ 그러면 우리끼리 알아서 해야 하는데······ 으윽, 제가 현장에서 뭘 어쩌기엔 비위가 약한데.”

“난 안 할 거다.”

“기대도 안 했고, 길드마스터를 끌어다 다른 지역 일에 쓰는 건 나쁜 일이에요. 그러니 용병이라도 써야죠.”


그 말을 한 에닐은 랑키를 바라본 뒤, 카페의 유리창 너머의 한 곳을 바라보았다.


“마침 누구 쫓아다니는 데 관심 많으신 분들도 보이고 말이죠.”


작가의말

혹시라도 주인공도 영향을 받았나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주인공은 제정신으로 이 짓거리를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주인공이 제일 위험한 인간일지도 모르겠네요. 어허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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