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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님의 서재입니다.

난 당하고는 못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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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작품등록일 :
2021.05.17 12:01
최근연재일 :
2021.10.0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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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6,637

작성
21.08.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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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글자
10쪽

16. 네가 거기서 왜 나와 [2]

DUMMY

‘스탈리스 게임 엔진’을 이용해 만든 게임들 중 CIS는 크게 두 가지 요소 때문에 사람들에게 유명세를 탔다.

한 가지는 판타지 게임 전문 엔진으로 근미래형 FPS게임을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개발 당시에 뿌려댄 각종 정보와 오픈 베타까지 보여주었던 것들이 정식 서비스 당시에 확 뒤집어졌다는 것.

이전의 CIS의 배경 역시 국가의 위기를 배경으로 했지만, 정식 서비스에서 보여주는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아니었다.

거대기업과 민간군사조직, 각종 불법조직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국가의 기반이 흔들리는 것을 다잡는, 말 그대로 국가의 몰락을 막기 위해 플레이어들이 요원으로 활동하는 내용을 주로 다뤘다.


“결국 버그랑 미구현 이슈 때문에 문 닫고 싹 뜯어고쳐서 노선 갈아탔지만 말이지. 쯧.”


일우가 오랜 기억을 되짚는 이유는 바로 그 기억 속에서 얌전히 처박혀야 할 녀석이 눈앞에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그것도 게임이 아니라 전혀 다른 세계에서.


“다른 건 몰라도 원본이 이쪽에 있는 녀석은 절대 아냐. 그랬으면 버그 덩어리를 덩어리로 뭉친 것 같은 망할 놈이 되진 않았겠지.”

[긍정. CHA계열 사이버네틱스 유닛과 유사성을 지닌 인공물에 대한 정보, 매직 스트림 네트워크 내 존재하지 않음.]

“그런데 그게 더 문제잖아. 대체 저딴 게 왜 여기에서 튀어 나오냐고.”


CIS에서도 삭제되었을 오픈 베타의 잔여물이 왜 다른 세계에서 튀어나왔는지 일우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사이버네틱스는 그런 일우의 심정은 알 바 아니라는 듯 지시된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탐색에 들어갔다.

보나마나 접촉한 상대를 말살하려는 게 분명했다.


[삐비삑쀼. 삑삑쀼.]

“아 씨, 저놈의 삑쀼······ 가만.”


멀리서 삑삑대던 사이버네틱스의 소리를 듣고 미간을 구기던 일우는 문득 뭔가를 떠올렸다.


“사이버네틱스가 저렇게 삑쀼거리는건 4차 베타때 변경된 사항이었지. 2차때랑 3차때 기계음성이었다가 4차때는 아군 아니면 삑삑거리는 거로 바꿨고.”

[요원의 기록을 토대로 해당 모델의 가동 시기 예측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됨.]

“그게 뭐가 중요하냐······라고 하고 싶지만, 오베때마다 있던 버그가 있고 없는 버그가 있어.”


사이버 어시스턴트 테크트리는 오픈베타 때마다 각종 버그로 유명했고, 최종 스킬인 사이버네틱스도 마찬가지다.

2차때 있던 버그가 3차때 고쳐졌다 다시 4차때 재등장했던 경우도 있고, 2, 3차 당시엔 없던 버그가 5차 오픈베타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저 사이버네틱스를 상대하려면, 일단 어떤 버그가 걸려있는지를 파악해서 해법을 찾아야 했다.


“좋아, 베타때도 버그 덩어리긴 했지만 아예 무적버그가 아닌 이상에야 어떻게 상대가 됐으니까. 무적버그가 있어도 나름 해법이 있고.”

[요원의 증언을 토대로 한 해당 사이버네틱스의 제조 기반 시기, ‘4차 베타테스트’ 이후.]

“······제기랄, 근데 4차 베타부턴 패치마다 버그가 있다 없다 한 게 너무 많아서 더 골 때리는데.”


추적을 피해 이리저리 사이버네틱스와 거리를 두며 그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던 일우는 미간을 좁혔고, 그런 버그 덩어리같은 게임이 용케 멀쩡한 꼴로 정식 서비스를 한 게 기적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그 버그 덩어리를 아예 제거하는 초강수를 뒀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

한참 일우가 기억을 헤집으며 골머리를 앓던 도중, 스카웃이 의견을 제시했다.


[사고회로 계산 완료. 대안 제시.]

“왜? 뭐 좋은 생각이라도 있어?”

[사이버네틱스 유닛과의 접촉을 회피한 채 현 시설의 탐색을 권장함.]

“지금 여기서 느긋하게 정보 캐낼 때는 아닌 것 같은데. 까딱 잘못하면 데이터 접촉하는 부분도 저새끼가 박살낼 수 있다고.”

[사고회로 계산 결과, 해당 사이버네틱스의 제조 환경 및 가동 절차 시행 장소, 현 지역일 가능성 매우 높음. 제조지점 혹은 제작자가 남긴 흔적을 토대로 해당 개체의 정확한 제조 기반 시기를 추정하는 것을 권장함.]

“그거 말 되네. 만일 여기서 안 만들었다 치더라도 여기에다 처박아뒀다는 건······ 조종하던 녀석도 여기 어딘가에서 죽었을 가능성이 있으니까.”


스카웃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인 일우는 이내 미간을 좁혔다.


“그런데, 그 대안이 적중하려면 여기에 누가 와서 갇혔거나 활동을 했다는 소리잖아.”

[긍정.]

“그게 무슨 뜻인 줄 알아? 나 말고 다른 CIS 플레이어도 이 세계에 끌려왔었단 소리야.”

[해당 가설, 가능성 매우 높음. 근거, 요원 제공 사양의 사이버네틱스 유닛이 현 작전지점 내에서 가동한 것을 확인.]


생각하고 싶지 않고 상상도 하기 싫은 가설이지만, 스카웃의 말 대로다.

스탈리스에서 비롯된 기술이 아닌 순수한 CIS의 것인 녀석이 오간다면, 일우 이전에 다른 CIS 플레이어가 스탈리스에 왔다는 뜻이다.

어쩌면, 처음 여신 누아즈와 마주했을 당시에 보여줬던 이해가지 않는 행동들의 내막을 파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좋아. 뜬금없는 장소에서 그 망할 여신이 무슨 개짓거리를 벌였는지 알 수 있다 셈 치자고. 물론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왔었다는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어야겠지만 말이야.”

[변경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사이버네틱스를 특정 장소에 유인 및 고립할 것을 추천함.]

“그래. 돌아다니는데 미니건 짝퉁 든 버그 덩어리같은게 날 쳐잡겠다고 들쑤시면 곤란해.”


일우는 곧바로 스카웃에게 몇몇 물품을 만들라 지시를 내렸다.

잠시 후, 일우를 추적하던 사이버네틱스는 교차로에 들어섰다.


[삑쀼.]

“좋아, 흔적 남긴 대로 잘도 따라오네. 준비는 됐지?”

[중계기 작동 개시. 역탐지 회피용 디코이 활성화.]

“그러면······ 간다!”

[메모리 인트루더 플러그인 강제주입 개시.]


중계기에 접근한 사이버네틱스를 향해 스카웃이 메모리 인트루더 플러그인을 주입해 정보를 탈취하기 시작했고, 곧바로 해킹 시도를 파악한 사이버네틱스가 격한 반응을 보였다.


[삐비삑삑쀼! 쀼삑!]

“거 되게 삑삑거리네. 얌마! 여기다!”


일우는 사이버네틱스가 곧바로 대응해 해킹을 차단하지 못하게 연산기관에 부하를 주었다.

간단히 말해서 몸을 드러내 사이버네틱스가 자신을 향해 반응하도록 총알을 퍼부어줬다.


-투드드드드득---까깡까가가가강!

“이 씨! 버그 똥겜 유령같은게! 더럽게 튕기네!”

[삑삑쀼!]

-위이이잉---드르르르르륵!

“야이! 저 망할 칠칠이는 사람이 들면 한참 예열해야하는데 뭐 1초도 안 걸려서 바로 쏘냐!”


곧바로 일우를 인식한 사이버네틱스의 무기가 불을 뿜자, 일우는 황급히 몸을 피했다.

그리고 일우의 그런 노력이 부질없다는 듯 스카웃의 보고가 들려왔다.


[메모리 인트루더 플러그인 강제 해제 확인됨.]

“정보는?!”

[정보 일부 추출됨. 국가연산망 공용 복호화 과정 진행 개시.]

-드르르르르륵--- 콰과과각!

“아이 망할! 저거 보니까 오브젝트 과관통 버그도 걸려 있잖아!”


엄폐용 오브젝트를 뚫고 탄이 고스란히 꽂히는 과관통 버그는 베타 당시에 악명 높은 버그였고, 과관통 버그를 이용한 기관총 꼼수를 악용하는 이들도 많았다.

물론 거기에도 대응수단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맞상대를 하려는 게 아니라 스카웃이 정보를 빼내기 위한 짧은 시간벌이를 위한 유인이었다.


[복호화 완료. 수집된 정보 분석 중.]

“빨리 좀 해봐!”

[정보 확인됨. 사이버네틱스의 주 이동 동선 및 이동 기록 정보 추출 성공.]

“좋았어! 그러면 이제 빠진다!”


일우가 원한 정보는 사이버네틱스에게 덜 중요하게 관리되었을 부분인 이동 동선이다. 그걸 역추적해 어디를 거점으로 삼는지, 지키고 있는 중요지역은 어디인지를 알아낼 심산이었다.

필요한 정보를 얻었으니 당분간 저 사이버네틱스를 상대할 이유가 없었기에, 슬슬 거리를 벌려야 했다.

달려 나가던 일우는 다른 교차로에 들어섰고, 직진 방향과 달려왔던 곳 양쪽을 향해 뭔가를 집어던지고 몸을 던지듯 우측으로 빠져나갔다.


-철컥! 철컥!

[홀로그램 더미 레디. 트랩 레디.]

“홀로그램 작동!”

[홀로그램 더미, 액티베이트.]


일우가 던진 건 홀로그램 더미였고, 곧바로 일우의 모습을 한 홀로그램이 투영되어 복도 저 편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츠즈즈즉!

[쀼삑!]


사이버네틱스는 곧바로 더미를 포착하고 총구를 들이밀려 했지만, 일우는 곧바로 미리 던져둔 다른 물건을 작동시켰다.


-파지지직!

[삐비비비비비비빅---!]


사이버네틱스는 일종의 기계고, 기계에게 유용한 건 역시 강렬한 전기충격이다.


“됐다! 이건 버그로 안 막아뒀나 보네.”

[사이버네틱스 기능 일부 장애 발생 확인. 시스템 복구 추정시간, 3초.]

“······대신 3초버그가 있었잖아. 일단 빠진다.”


원래라면 사이버네틱스를 10초 동안 먹통으로 만드는 수준의 전기 트랩이었지만, 무력화 시간을 3초로 줄이는 기괴한 버그 때문에 그리 오래 붙들고 있을 순 없었다.

하지만 일우가 현장을 빠져나가 몸을 숨기는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충분히 거리를 벌린 일우는 스카웃이 수집한 정보를 갱신한 미니맵을 확인했고, 사이버네틱스의 주 순찰 경로를 죽 살펴보았다.


“보통 중요한 건 순찰경로 가운데 지키거나 겹치게 지나가게 되어 있으니······.”


일우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사이버네틱스의 동선이 유독 많이 겹쳐진 곳을 짚었다.


“일단 여기부터 한 번 찾아봐야겠어. 순찰 패턴은 파악됐지?”

[해당 순찰 패턴, 통상 경계용 패턴. 현 사이버네틱스의 행동 패턴, 적 탐색 및 격퇴로 추정.]

“일단 군데군데 감시장치 깔아둬서 미리 올 것 같으면 숨어있는거로 가자고.”

[긍정.]


저 버그덩어리 사이버네틱스가 지키는 장소라면 분명 뭐라도 단서가 나올 것이다.

그게 일우에게 좋은 쪽일지 안 좋은 쪽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말이다.


작가의말

서로 다른 3개의 배경.....

사전 정보와는 전혀 다른 본판.....

어디서 기시감을 느낀다 싶더니 이거 완전 사퍼....읍읍.



아무튼 간에 주인공이 고전하는 상대는 버그를 온몸에 둘둘 둘러야 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개썩은물인지라 그 버그가 뭔지도 다 알아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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