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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님의 서재입니다.

난 당하고는 못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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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작품등록일 :
2021.05.17 12:01
최근연재일 :
2021.10.0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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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1.07.2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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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15. 꿀 대신 물이 흐르는 지하낙원 [1]

DUMMY

역설적이게도, 일우가 꾸며낸 상황은 마치 종교적 관점을 지닌 자들이 흔히 말하는 때와 흡사했다.

심판의 시간.

흔히 절대적이면서 전지적인 존재가 사람의 선악의 자취에 따라 벌을 준다는 그 개념은, 코랄에선 결코 절대적이지도 않고 전지적이라는 개념의 반대편에 서 있는 이들의 손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돠와아아아아아!”

-와지끈!

“안돼에에에에!”

“눠! 놔! 왜 짤랐놔! 나뿌돠!! 그뙈 우뤼 가줙 굴머똬!”

“미, 미안하다니까! 일이 없으니까 잘랐던 거지······.”

“눠 두 배로 놔뿌돠!! 일하기 싫은 멈무들 일시켰돠!!”

“머······ 멈무?”

“보쓰가 말했돠! 놔 짜르궈 멈무 속이고 일 시킨돠고 했돠!!”


그리고, 아는 거 없고 상대적으로 핍박받고 손해만 보고 살았던 이들은 자신들보다 좀 더 많이 알고 핍박하고 손해를 안겨준 이들을 찾아갔다.

마침 그들에겐 코볼트를 억압하고 있었고, 억압한 이들을 해방시킨다는 대의명분이 있었다.

그들 식으론 ‘친구 가두궈 일 시키쥐 마롸!’지만 말이다.


“놔 쫠랐던 농좡이돠.”

“여기 칭구들 이썽?”

“없돠. 나 꼬뫄 아퐈서 일 못간다고 했돠. 그리고 짤렸돠.”


하지만 코볼트가 없는 농장엔 그 명분이 통하지 않았고, 코랄의 모든 농장이 코볼트를 부려먹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코볼트가 없다고 해서 선량한 경영방식을 선택한 농장은 아니고, 상당수의 농장들은 일거리가 아쉬운 오크들을 막 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하하하하! 왜? 짤린 거 되갚고 싶냐? 근데 어쩌냐? 난 코볼트 안 써! 니들이 알짱거릴 명분이 없는 거 다 안다고! 베에에---!”

“저 말 맞돠. 우뤼 코볼트 구한다고 하는 거돠. 저 농장 못 뿌순돠.”

“내가 머저리인줄 아냐! 다 안다고! 괜—히 내 앞에서 얼쩡거리지 말고. 꺼! 져!”


상대적으로 머리가 잘 돌아가는 농장주는 코볼트 고용의 위험성을 이미 알고 있었다.

사악하지만 똘똘한 농장주는 이 사태에서 자신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없다고 이미 결론을 내렸고, 한참 박살나고 있는 남의 농장들을 비웃으며 구경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나가는 오크들 중 아는 얼굴을 보고 한껏 비웃어대고 있었다.


“눠! 길에서 보기만 해 봐롸!”

“어? 어어? 치기만 해 봐? 너 치면 신고할거야? 신고하면 너 벌금 왕창 먹는 거 알지?”

“저놈 나쁘돠.”

“참아롸. 합의금 비싸돠.”


한껏 자신을 조롱하는 농장주를 보고 오크가 분하다는 표정을 짓는 도중, 그의 곁에 있는 코볼트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럼 이 농쟝도 나뿐거양?”

“좋지 않돠. 하쥐만 네 친구 없돠.”

“상관없엉! 나쁘잖앙. 나쁘면 혼나야댕!”

“하쥐만 다른 오크 일한돠. 농좡 박살놔면 그 오크들 일 못한돠.”

“쥬인한테 일 주라고 하쟝. 쥬인 돈 많앙.”

“그랭! 쥬인이 일 줄거양! 여기도 뿌수쟝!”


허나 코볼트들의 논리는 ‘칭구를 구하장!’에서 ‘칭구들을 괴롭힌 나뿐 농쟝들을 뿌수장!’이 된 지 오래.

코볼트가 없더라도, 오크들을 괴롭힌 농장도 나쁜 농장이 되어 박살을 내버리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돈은 ‘연금술사 우’가 많이 가지고 있고, 여태까지 사람들도 많이 쓰고 있으니, 조금 더 써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갠찮앙! 쥬인이 다 해결해줄거양!”

“그랭!”

“저기 있는 칭구의 칭구들도 좋은 데 오게 하쟈!”

“저기서 일하면 좋은 데 못 강! 우리 농쟝이 좋은 데양!”


오크가 뭐라고 할 사이도 없이, 코볼트들은 자신들끼리 떠들더니 이내 농장으로 달려가 땅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와아아앙!”

“뭐, 뭐야?! 이 개새끼들아! 여긴 너네 친구 없어! 꺼져!”

“봥! 나쁜 말 쓴당! 여기 나뿐 농쟝이양!”

“뿌수쟝!”

“뭐?! 아, 안돼!!”


흥분해서 날뛰는 코볼트들을 도발한 덕에, 코볼트가 없는 농장도 꽤 휘말리고 있었다.

그리고 일우는 이곳저곳을 느긋하게 돌아다니며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래서 내가 여기선 착하게 산 거야. 다아, 이렇게 되돌아오거든.”

[요원의 이력 조회 결과, 선량한 인물이라는 대외적 평가가 성립 불가능한 작전들을 실시한 이력 다수 조회.]

“중요한 건, 악당에 한없이 가깝지만 막 나쁜 놈은 아니라는 인식이 중요해. 이번에 던전 들어갈 때 그 효과 제대로 봤잖아?”

[긍정.]

“선행으로 인한 명성도 일종의 자산이야. 위기가 닥치면 발동이 되는 일종의 보험이지. 뭐, 안 돌아갈 때도 있지만······ 악업이 왕창 쌓였으면 그 보험 발동확률은 0이야.”


스탈리스에서 일우의 행적은 선행에 가깝다.

선한 자의 편에 선 것은 일우를 성가시고 거슬리게 만든 자가 마침 악당이었던 것도 있지만, 선행이 연고도 없는 세상에서 갖출 수 있는 자산 중 하나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우가 박살내야 할 상대를 생각한다면, 선행을 쌓아두는 건 일종의 무기 재고를 확보하는 것과 같다.


“그런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해. 그 용사놈들과 선행 배틀을 벌일 때, 내 선행 이력이 많으니 너보다 내가 더 정의롭다는 식으로 그 새끼들을 찍어 누를 수 있는 거.”

[현 상황, 대규모 난동 사태. 선행으로 간주될 가능성, 지극히 낮음.]

“하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안 좋은 일이 꼬인 걸 알지. 난 걔들을 해방시켰을 뿐이고, 사알짝 마무리에 소홀했을 뿐이야.”


일우는 그렇게 말하며 ‘마무리가 약간 소홀한 결과물’들을 지켜보았다.

마침 계약서를 쓰는 농장에선 막 오크와 코볼트 무리가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이 농좡 놰가 쫠렸던 거귀돠!!”

“멈무 있돠!!”

-쿠르르르륵--- 쿠드드득!

“칭구당!”

“돠와아아아아아! 구하좌아아아아아!”

-콰작!

“궤약숴 내놔롸!! 멈무 가두지 마롸!”

“히익---!”

“칭구 풀어줭!!”

“안푸러주면 다뿌술꺼양!”


농장 건물을 박살내고 농장주를 둘러싼 코볼트들과 오크들은 방방 날뛰면서 농장주를 협박했다.

농장주는 이 상황에서도 자신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 변명을 내뱉었다.


“계, 계약서 어떻게 없애는지 난 몰라!”

“그뤔 농장 뿌술 거돠아아아아!”

“뿌수쟝!”

-뿌드드드드득!

“안돼애애애애애! 그만해! 해줄게! 해줄 테니까!”


괜한 저항으로 추가 손해를 입는 와중, 다른 농장에서는 막 들이닥치려는 코볼트들과 오크들에게 대놓고 자신이 공격 대상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농장주도 있었다.

성난 코볼트 군중을 향해 계약서를 내밀고 헛된 명령을 내리며 그들을 도발했고, 당연히 그들의 분노는 치솟았다.


“이, 이것들아!! 멈춰! 명령이다! 멈춰!”

“나뿐 계약서댱!!”

“이이이잉! 이 농쟝도 나쁜농쟝이야!”

“뿌수쟝!!”

“와아아악! 안돼애애애애!”


그렇게 농장들이 당할 걸 당하거나, 안 당할 걸 괜한 짓을 해서 당하게 만드는 사이, 정말 고전적이고 성실한 경영방식으로 운영되는 농장은 대혼란 사태 속에서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얼룩턱’의 농장은 성실하고 견실하며 고용인들의 대우가 좋은 곳이었지만, 성난 군중이 그걸 헤아려줄지는 의문이었다.


“하이고, 이게 뭐다냐?”

“소문 들었돠. 코볼트들 같이 일한 동료롸고 구해준돠고 했돠.”

“에잉, 쯧쯔······ 그 계약서 험한 꼴 당할 것 같긴 했다만······ 어유, 저 농장도 불타네. 저긴 코볼트 없잖아?”

“저귀 당해도 싸돠. 놔도 당했돠.”

“에휴, 그동안 쌓인거 다 청산중인가 보네요.”


다른 농장이 박살나고 불타는데 자기네들만 초연하게 일할 수는 없는 법이고, 고용주와 노동자 모두 멀거니 농장 입구에서 이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때 성난 군중이 터벅터벅 다가왔고, 얼룩턱은 기겁했다.


“뭐, 뭐야?! 우리 농장까지 덮칠 작정인가? 그, 근데 무슨 수로 막지?”

“거 혓바닥 좀 고만 날름대십쇼. 침 튑니다.”

“침 튀는 게 중요해?! 너희들 일터가 박살이 나잖아!”

“그거 안된돠!”

“이 농좡 좋돠! 오면 싸우좌!”


얼룩턱이 진정으로 양심 있는 농장주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고용된 오크들은 물론이고 엘프, 인간 모두 이 군중들이 덮쳐들면 그대로 싸울 각오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굳이 저 군중과 싸울 필요는 없었다.


“이 길이 아니돠.”

“그랭······?”

“반대편이돠.”

“어······ 그럼 돌아가쟝.”


선두에 선 오크가 길을 헤맨 모양이고, 괜히 머쓱해진 오크는 농장에 서서 지켜보던 이들을 향해 손을 휘적댔다.


“미안하돠. 잘못 찾아왔다.”

“저깅! 폴리케 농쟝 어딘지 알앙? 우리 거기 찾으러 가고 이썽!”

“어······ 정 반대편. 입구에 닭 그림 그려진 판 내걸린 빨간 지붕 건물 있는 곳.”

“고마웡!”


일꾼 중 하나가 황급히 그들이 찾는 농장 위치를 알려주었고, 군중들은 휑하니 가버렸다.

그들이 점점 멀어지는 걸 보던 얼룩턱은 그 자리에서 주저않아 혀를 낼름거렸다.


“와, 허, 하, 농장 박살나는 줄 알았구만.”

“거 노친네 심장은 멀쩡하쇼?”

“시꺼. 원래 변온동물 심장은 별로 안 좋아.”


일부 선량한 농장들은 용케 살아남았지만, 코랄에선 아직 코볼트를 부려먹는 수많은 농장들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난동을 부리는 군중들이 차근차근 농장을 박살내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벌벌 떨어대고 있었다.


“차, 차라리 어디서 도움을······.”

“제기랄! 누가 도와줘? 지역 자치의회에? 정식 안건이 아니니 모른 척 하고 있지만 걔들한테 손 뻗으면 그때부턴 우리들 한 게 법정에 오른다고!”


당연하게도 코랄에도 행정이라는 게 존재한다.

수많은 종족의 연합 자치의회가 있는데, 워낙 많은 종족이 있다 보니 안건도 많다. 그래서 이 자치의회의 운영방식은 들어온 안건만 다룬다.

의회와 그 하위기관에 정식으로 들어오지 않은 일은 다루지 않는다. 일이 너무 많으니까.

그야말로 방만하기 짝이 없는 운영방식이지만, 코랄의 수많은 종족들은 제각각 다른 잣대를 가지고 있다. 그걸 일일이 전부 규격화하고 통일시키는 건 무모한 짓이고, 그렇기에 필요할 때만 언급하는 식으로 돌아가고 있다.

코볼트를 옭아매는 마법계약서도 이렇게 방치된 일 중 하나지만, 로즈마린은 의회에 이 사건을 고발할 수 없었다.

마법계약서는 대체로 문제가 없으면 정상적인 계약으로 간주하고, 이걸 신고해봤자 계약을 해버린 대리인이 로즈마린이니 결과적으로 그녀만 잡혀 들어가고 끝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고, 이 소요사태를 의회에 정식으로 신고하게 되면 마법계약서를 악용하여 생긴 결과로 해석되어 농장주들만 잡혀가게 된다.


“페어리 법관들이 이거 보고 우리 편 들어줄 것 같냐? 머메이드 판사들이 뭐라고 할 것 같디? 우리가 자초한 일이라고 비웃고 땅땅땅이야! 니들 손해 알아서 감당하세요. 코볼트 억류한 벌금도 내시고. 끝. 의회만 좋고 끝날 일이란 말이야!”

“그럼 어떻게 해요?! 길드에서 모험가들 고용이라도 하던가!”

“우리가 그럴 돈이 어디있어?!”


딱 붙어있는 두 농장의 농장주들이 자신에게 닥칠, 하지만 손 쓸 도리가 없는 재앙이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며 불안에 떠는 와중 누군가가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바로 바이크를 탄 ‘연금술사 우’였다.


“아이구야, 코볼트들이 단단히 빡쳤나보네에?”

“다, 당신이 저지른 짓이지!”

“아---니? 난 이제 마법계약서 다 박살내서 나랑 상관 없어. 저건 쟤들이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그냥 풀어줬거든.”


‘연금술사 우’는 그렇게 말하며 농장주가 들고 있던 계약서를 가리켰다.

그 말을 들은 농장주들은 마법계약서가 만악의 근원이라는 깨달음을 다시 한 번 떠올렸고, 이것만 처리하면 모든 게 끝날거라는 생각으로 계약서를 내밀었다.


“제발! 제발 우리 좀 도와주십쇼!”

“이, 이 계약서! 계약서 들고가쇼! 우린 이제 필요 없수다!”


마법계약서는 소유자가 마법을 쓸 줄 안다면 너무나도 쉽게 파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마법에 무지한 농장주들이고, 이 계약서를 어떻게 없애는지 아무것도 몰랐다.

이전 같으면 넙죽 받았겠지만, 이젠 상황이 바뀌었다. 일우의 계획은 이제 내버려둬도 알아서 잘 굴러가고, 굳이 저 계약서를 받아들 필요도 없다.

그리고 일우는 저들이 고통받는 것을 원했다.

그게 재미있으니까.


“내가 왜? 골칫덩이들이 달라붙는 그런 구질구질한 계약서 왜 내가 들고 있어? 거기다 내가 받고 폐기를 하는데 그냥 되는 줄 알아?”

“그럼 뭘 해야 가지고 가겠소?!”

“처리비용. 줘야지?”

“으, 으으······!”

“참고로 내가 원하는 비용은······.”


농장주에게 귓속말로 액수를 말하자, 그들은 기겁했다.


“그, 그건 농장을 다 팔아도 마련할 수가 없는 돈이잖수!”

“어 그러니? 생각보다 너희 농장 헐값이구나? 그런데 난 고급 인력이고 비싼 몸이야. 고용하려면 돈을 많이 주셔야지.”

“그러지 말고 도와주시오!”

“하다못해 계약서 파기 방법이라도······.”

“아 싫어. 꺼져. 거지새끼들아. 그냥 폭삭 망하던가. 하하하하하하!”


‘연금술사 우’는 마치 그게 목적의 전부라는 듯 한껏 놀려댄 뒤 다른 농장을 향해 움직였다.

아직 안 당한 농장들을 일일이 방문해서 이 짓을 반복할 작정이었다.


“제길, 우린 이제 망했어······.”

“그, 그냥 도망칠까?”

“그건 안 돼! 농장 없으면 우린 굶어 죽는다고! 재산의 전부란 말이야!”


농장주들이 닥쳐올 자신의 파멸을 걱정하는 와중, 새로운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가왔다.

자전거를 탄 양복쟁이 오크들의 등장에 농장주들은 그들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당신들은 대체 누구요?”

“우뤼, 이런 사람이돠.”


선두에 선 오크가 자전거에서 내리고 품에서 ‘명함’을 내밀었다.

천으로 되어 종이 같이 찢어지지 않도록 머리를 쓴 궁리가 돋보이는 명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어금니 농업 컨설턴트]


그 아래에는 놀랍게도 마법통신을 보낼 수 있는 공용 부호도 들어가 있었다.

당연히 농장주들은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말이다.


“컨설······턴트?”

“눠 농장 운영한돠. 하쥐만 부실한 거 많돠. 위험요소, 매우 많돠.”

“그거 우뤼가 상담하고 해결해줄 수 있으면 해결해준돠.”

“그게 컨숼턴트돠.”

“이 지역, 농좡들 불타고 있돠. 그건 문제 많돠는 뜻이돠.”

“우리 같은 줜문과가 필요하돠.”


이 오크들의 정체는 바로 일우에게서 최초로 교육을 받고 농장에서 나무를 사들이던 그 오크다.

기초교육을 받고 실전에 투입하여 실무 경험을 쌓은 뒤, 그걸 기반으로 더 수준 높은 교육을 실시한 결과, 이들은 코랄의 농장 경영 전문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해, 해결해준다고? 당신들이 뭘 안다고······.”

“궤약숴 처분 못하면 너희 농장 망한돠.”

“윽!”


지적 활동과 거리가 먼 이들이 똘똘한 모습을 보이면 상대적으로 그 모습이 부각되는 법이다.

농장주들이 반박을 못 하는 사이, 다른 오크가 가방을 열어 내용을 보였다.


“우뤼, 전문 궤약서 파기 기술 보유했돠. 장비도 있돠.”

“소유권 넘귀면 처분한돠. 그뤄면 문줴 해결된돠.”

“궤약숴 줘롸. 그뤄면 우뤼가 알아숴 해 준돠.”

“물론 돈 받는돠.”


딱 농장주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눈앞에 보이자, 농장주들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가격을 듣자마자 기겁했다.


“마, 말도 안 되는······ 그 액수라니!”

“농장 매각금의 대부분이잖소!”

“그궈, 너희들 농장 매각한돠. 우리 차액 쥐불한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시오!”


오크들이 ‘계약서 처분’에 대한 비용으로 요구한 액수는 그들이 가진 농장 매각가의 대부분이었다. 말도 안 되는 제안에 농장주들이 펄쩍 뛰자, 오크들은 서로를 돌아보았다.


“이 농좡도 불타겠돠.”

“부숴지면 평가액은 열토막 난돠.”

“이 농좡도 아무도 안 사게 된돠.”

“이 두사뢈도 알거지돠.”

“으, 으윽······!”


대놓고 ‘좀 있으면 너희들 거지된다’라는 도발에도 농장주들은 반박할 수 없었다. 성난 군중이 닥쳐오면 저게 현실이 되니 말이다.


“이, 이이익! 아무리 그래도 댁들 맘대로는 안 돼! 너무 비싸!”

“눠 그거 모른돠.”

“대체 뭘!”

“코볼트, 사람 해치지 않는돠. 하지뫈······.”

“하지만 뭐······.”

“땅 파숴 사뢈 가둘 수 있돠.”

“······!”


오크들 중 한 명이 그 말을 하자, 농장주들은 얼어붙었다.

이렇게 악을 쓰면서 날뛸 수 있는 건 최후의 저지선이 있기 때문이다.

코볼트들은 농장을 망가뜨리지만 사람은 안 해친다. 오크들도 마찬가지로, 힘이 있지만 사람을 해쳤을 때 받는 벌이 뭔지 알기에 참는다.

하지만 코볼트가 사람을 해칠 수 있다면, 그들은 엄청난 위험에 빠진다.


“너 코볼트 감금했돠. 자유 뺏었다. 저기 다른 코볼트, 너 한거 안돠. 한 궈 돌려준돠. 그뤄면 눠 갇힌돠.”

“마, 말도 안 되는 소릴······.”

“우뤼 제안 싫다고 한 사뢈, 나중에 온 코볼트들 끌고 갔돠고 들었돠. 어떻게 될 쥐 모른돠.”

“그 사뢈 말했돠고 들었돠. ‘놔줘롸!’,‘줴발 땅에 가두쥐 마롸!’.”

“······.”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고, 전부 일우가 이 ‘오크 농업 컨설턴트’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다.

지나치면서 대충 그런 소문이 나돈다는 말만 들었던 오크들은 그대로 농장주들에게 전달했고, 어느새 농장주들은 벌벌 떨었다.

그 모습을 본 오크들은 서로를 바라보다, 이내 몸을 돌렸다.


“알아숴 해롸. 제안 거부하면 우륀 간돠.”

“실종 신고, 해준돠. 걱정 마롸.”

“또 농장주 하나 없어질 거 같돠.”

“너, 넘기겠소······.”

“생각 잘했돠. 이제 이 농좡, 우뤼가 관리한돠.”


오크 컨설턴트들은 계약서와 농장 권리서를 받았고, 농장주들은 처분받은 차액을 돌려받으며 피눈물을 쏟았다.


작가의말

소요사태나 난동에서 흔히 벌어지는 풍경입니다.

업보청산, 선행의 진가, 그리고 부당거래.

근데 이번 화 제목은 또 뭐 저따위냐구요? 
당연히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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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14. 코랄해방전선 [8] +3 21.07.24 1,539 50 17쪽
83 14. 코랄해방전선 [7] +9 21.07.23 1,508 53 14쪽
82 14. 코랄해방전선 [6] +4 21.07.22 1,518 51 15쪽
81 14. 코랄해방전선 [5] +6 21.07.21 1,561 56 18쪽
80 14. 코랄해방전선 [4] +5 21.07.20 1,557 64 13쪽
79 14. 코랄해방전선 [3] +7 21.07.19 1,580 56 15쪽
78 14. 코랄해방전선 [2] +6 21.07.18 1,614 5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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