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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님의 서재입니다.

난 당하고는 못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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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작품등록일 :
2021.05.17 12:01
최근연재일 :
2021.10.0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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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3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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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19. 증오의 무한동력 [10]

DUMMY

테이블의 왕성 응접실에 홀로 선 ‘학식왕’은 통신용 마법도구를 작동시켰다.


[뭐야? 왜 연락을 했어? 아니, 그보다 내가 연락하는 방법을 가르쳐 줬었나? 그보다 다른 녀석들은?]

“슬슬 경과 보고를 할 때라 판단했소. 장치를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고, 내 일이니 다른 이들을 데려올 필요는 없다 판단했소.”


예상하지 못한 ‘학식왕’의 행동에 ‘연금술사 우’는 머리를 긁다, 이내 손가락을 튕겼다.


[좋아! 이건 가산점으로 쳐 줄게! 살짝 아슬아슬하지만, 뭐 어쩌겠어.]

“핍박받을 이유는 없소만.”

[내가 바지를 까고 있다는 사실을 굳이, 일부러, 너한테 알려줘야겠니?]


사생활 도중 훼방을 받았다는 사실을 언급한 ‘연금술사 우’는 마법도구론 투영되지 않는 하반신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여기가 보였으면 그 순간 넌 죽었어. 당장 달려가서 네가 긁어모은 그 힘이 어떻게 쓰면 최악으로 돌아가나 시험해 줬을거야. 네 몸으로.]

“······크흠! 아무튼 보고하겠소.”

[아, 잠시.]


‘학식왕’의 말을 끊은 ‘연금술사 우’ 쪽에서 뭔가 요란한 소리가 연달아 들렸고, ‘학식왕’의 표정이 저도 모르게 찌푸려졌다.

한 층 상쾌해진 표정이 된 ‘연금술사 우’는 히죽 웃었다.


[네가 멋대로 연락한 거잖아? 감당해야지. 그나마 다행인줄 알아. 그 도구는 냄새까진 못 전달하니까.]

“······.”

[아무튼 내 개인생활을 방해할 가치는 있겠지?]


상대가 하고 있을 일이 뭔지 애써 머리 속에서 지워버린 ‘학식왕’은 자신이 입은 강화복을 드러내보였다.

그리고 이어진 설명은 간단했다.

‘연금술사 우’가 준 도구로 생명력을 뽑아내 카트리지를 만들어, 강화복에 쓰는 특수한 연료로 가공했다는 것.


“생명력을 변환한 카트리지를 통해, 강화복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부작용들을 상쇄할 수 있다는 걸 알아냈소. 폭주나, 역반응 같은 고약한 문제들이지.”

[채산성이 안 맞아서 버려지기도 했지만, 강화복이 잘 안쓰이게 된 원인도 그거긴 해.]

“기존의 마력소재 기반의 동력원으로선 반동이나 폭주를 막을 수 없지만······.”


‘학식왕’은 그렇게 말하며 강화복의 힘을 한껏 끌어올렸다.

강화복은 이론상 동력만 퍼붓는다면 그만큼의 힘으로 전환이 가능하지만, 실제로 구현 가능한 한계치가 존재했다.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힘이 공급되면 사용자의 이성을 날려버리거나 오작동, 혹은 폭주하게 되어버린다.

특수하게 제조된 고급 강화복들은 그 폭주 한계치가 더 높을 뿐이지, 부작용을 완벽히 해결하진 못한다.


-끄워어어어어어어어!!


“생명력을 기반, 혹은 영혼이 들어간 이 카트리지를 활용하면 폭주 부작용을 카트리지가 부담하게 되지.”


자신의 강화복이 감당할 수 있는 힘의 한계치를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식왕’은 아주 멀쩡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대신 한계 이상의 힘이 뿜어진 강화복의 폭주는 누군가의 생명력을 뽑아내 만든 카트리지가 감당하고 있었다.

[좋아, 딱 기초적인 수준의 답을 찾았군. 근데 그거 한 수십년 전에 누가 다 해놨던 연구라는건 알지? 우등생이 고를 선택지는 아닌거 알고는 있지?]

“복잡하고 과하게 창의적일 필요는 없소. 방해꾼을 치우는데 필요한 건 과한 연출이 아니라 가장 확실한 조치지.”


정론을 말한 ‘학식왕’은 그렇게 말하며 강화복의 작동을 멈췄고, 영혼이 쥐어짜내는 듯 한 비명소리도 사라졌다.

사람을 쥐어짜 만든 물건이 끔찍한 비명소리를 내뱉었지만 ‘연금술사 우’는 단지 약간 미간을 찡그릴 뿐이다.


[이런저런 말 하고 싶은데, 일단 어디까지 해보나 지켜보겠어. 지금은······ 흡!]

“······.”

[내 속의 악마를 꺼낼 시간이거든. 아래로.]


뭔가 힘 주는 소리에 이어 쏟아지는 소리가 가득 퍼진 뒤 그의 표정이 풀어지는 걸 봐선, ‘연금술사 우’는 자기 속사정 말곤 남이 죽던 말던 신경도 안 쓰는 모양새였다.


[말 다 끝났지?]

“일단 용건은······.”

[이런 거 더 듣고 싶으면 계속 켜 두라구. 난 매우 오랫동안 많이 싸지르거든.]


그 뒤로 뭔가가 쏟아지고 뿜어지는 소리가 연달아 들렸고, ‘학식왕’은 황급히 통신을 끊었다.

일방적으로 들어온 연락이 끊어지자, 일우는 혀를 차며 스카웃에게 투덜댔다.


“내가 별에 별 걸 다 준비를 해 두긴 하는데, 진짜로 쓸 일이 생길 줄은 몰랐는데. 어우, 생각보다 더 리얼하게 소리가 나오네.”

[화장실 상황 패키지, 작동 중지.]

“아무튼 간에, 내가 통신도구에 상호 연락기능을 넣어뒀나?”

[계획 진행도에 따른 필요 사항.]

“용케도 찾았네. 뭐 크게 영향은 없지만, 이것도 다 변수에 넣어 둬. 범위를 좀 넓게 잡아야겠어.”

[확인.]


당연히 일우는 화장실에 있지 않았다. 상대방이 최대한 간략한 연락을 할 수 있는 배경을 꾸려둔 것에 불과하다.

화장실에서 볼 일 보는데 연락을 했다는 걸 안다면, 보통은 황급히 용건을 마무리 짓거나 다음에 연락하니 말이다.

‘학식왕’이 걸어온 예상 밖의 연락을 그렇게 대응한 일우는 스카웃의 변수 적용을 확인한 뒤 예상 진행도를 죽 살펴보았다.


“좋아, 이 정도면 이번에 충돌 한 번 벌이면 어느 정도 사전데이터 축적은 완료되지?”

[긍정. 작전 진행용 사전 정보 수준에 도달됨. 자체 진행 가능.]

“좋아, 샘플은 네 번만으로도 충분할 거야. 왕이 다섯인데 한놈은 패스하는 건······.”


그 말을 하며 일우는 스크린 너머로 보이는 아로엔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이 말 지지리 안 듣는 아가씨 갖고 대충 때워야지. 근데 얜 그때 붙잡혀놓고도 빨리 튀어야겠다는 생각이 안 드나?”

[대상 인물, 해당 정보에 대한 기억 없음.]

“아 맞다. 구체적인 건 지웠지. 그냥 냅둘걸.”


크로스로드의 거리에서 한가롭게 놀고 있는 그녀의 근처에 후드를 뒤집어 쓴 굉장히 수상쩍은 사람이 포착되었고, 스카웃의 데이터는 그게 ‘마도왕’이라는 걸 확인했다.


“그리고 저새낀 내 경고를 까먹고 또 슬금슬금 접근하네.”

[대상 인물의 보호를 위해 개입이 필요함.]

“아니, 내가 일일이 튀어나오는 거 믿고 뻐팅기는 걸지도 모르니 이번엔 난 안 끼어든다.”


아무리 아로엔을 지켜줘야 할 필요가 있더라도, 그건 일우의 작전을 위해서다. 대놓고 상대방이 지켜줄거라고 생각하고 방만하게 행동한다면, 일우로선 손해를 감수하고 그녀를 방치할 작정이었다.

물론 그렇게까진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우리 말고 튀어나와줄 누군가가 있지.”


굳이 일우가 나설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자신들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아로엔은 크로스로드를 구경하고 있었다.


“한참 즐기시는 와중에 이런 말씀 꺼내기 좀 그렇습니다만······.”

“그러면 말 안 하면 되잖아?”

“공주님의 신변이 걸린 문제야. 안 꺼내면 기사로서의 책무를 져버리는 거고.”


곁에 있는 밀리아렌도 구경하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웰즈는 슬슬 제정신을 차린 모양인지 한숨을 푹 내쉬고 있었다.


“폐하가 무서운 건 저도 마찬가집니다만, 이 나라에서 우리는 빨리 빠져나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문제에 대해선 이야기 다 끝나지 않았는가?”

“예에, 뭐 그 음식점이 마음에 드니 살짝만 더 먹고 가자고 결론 냈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들이 아직 크로스로드에서 버티고 있는 건 콜러 4세를 대면할 때를 미뤄두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크로스로드에서 맛본 각종 미식에 정신이 팔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온갖 상품이 모이는 장소는 사람도 많이 모이고, 각지의 다양한 먹거리도 모여드는 법이다.

‘데인저러스시’같은 엄청난 레스토랑이 또 있을지 모른다는 누군가의 말과, 이번에 떠나면 두 번 다시 여기 올 일 없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합쳐져서, 이 세 명은 잠깐만 여기서 머무르자고 합의를 본 것이다.

상황이 변했다는 걸 웰즈가 파악하기 전까진 말이다.


“이 나라의 왕 중 한 명이 공주님에게 과할 정도로 관심을 쏟았지 않았습니까?”

“어, 그거 그 아저씨가 지켜주니 괜찮은 거 아냐?”

“문제는 그 연금술사 형씨는 폴리텐카 쪽에 있다는 거야.”

“폴리덴카?”

“연락사무소에서 자기 돈 왕창 뽑아들고 갔더라. 갑자기 마법 관련으로 뭔가가 필요했겠지. 톨라보단 폴리덴카가 여기서 가까우니까. 아니면 다른 이유일 수도 있고.”

“크로스로드에서 사면 되는 거 아냐?”

“몰라, 폴리덴카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게 있겠지.”


세상의 모든 부가 지나친다는 크로스로드가 아니라 다른 곳에 무언가를 사러 가는게 이상해보일 수 있지만, 모든 걸 여기서 구할 순 없다.

중요한 건, 어떤 사정이 있던 간에 ‘연금술사 우’는 지금 크로스로드는 물론이고 연방국 내에는 없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지금 공주님을 비호해줄 자는 없다는 겁니다.”

“큰 문제는 없지 않은가. 아일렌과의 만남이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만······.”

“그래서 문제인 겁니다. 그 형씨가 설명은 안해줬지만 공주님께선 말 그대로 공주님 안기로 오셨단 말입니다.”


웰즈는 ‘뭔지는 모르지만 마도왕이랑 엮이면 굉장히 위험해질 수 있다’를 강조하기 위해 한 말이었지만, 아로엔에겐 ‘와! 공주님이 공주님 안기를 당하시다니!’라는 낯부끄러운 질책으로 들렸다.


“그, 그렇게 강조하지 말거라. 나도 그 일은 다소 부끄러우니 말이다.”

“······홍조 밝히면서 언급하실 문제 아닙니다. 진지한 논의를 하는 겁니다.”

“아직 떠나지 않았구나.”


공주와 가신 사이의 의사소통의 혼선 사이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끼어들자, 세 사람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거기엔 ‘마도왕’, 아일렌이 후드를 벗으며 방긋 웃는 모습이 보였다.


“역시, 너도 내 곁을 떠나고 싶진 않은 거였어. 그치?”

“······망했습니다. 공주님. 저 눈을 보십쇼. 저 눈에서 뭐가 보이지 않으십니까?”

“글쎄다······ 아일렌은 보통 내게 저런 눈빛이었다만.”

“······어, 공주님? 세상 사람들은 저걸 미친 사람이 하는 눈빛이라고 해요. 혹은, 스토커나, 편집광이나, 정신이상자나······ 아무튼 정상인의 눈빛이 아니에요.”


아로엔에 대한 과하다 못해 넘쳐나는 애정이 담긴 아일렌의 눈은 그야말로 비뚤어진 애정이 뚝뚝 묻어나고 있었다.

그 관계 밖에 있는 웰즈와 밀리아렌은 ‘마도왕’이 자신의 공주님에게 비뚤어진 애정을 품고 있다는 걸 금방 파악했지만, 애석하게도 장본인이 그걸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아······ 물론 오랜만의 해후가 짧은 건 아쉽다만, 삶이라는 게 다 그렇다는 건 너도 이해하지 않는가?”

“나는 그런 게 싫어. 세상에서 네가 제일 좋아.”

“그런 말 하지 말거라. 너도 이제 어른이고, 한 나라의 왕이다. 네가 더 좋아하고 보살펴야 할 많은 것이 있지 않은가?”

“아냐······ 나한텐 네가 필요해. 내 곁에 있어줘.”

“농담이 지나치다만, 마음만 받겠다.”


더 큰 불행은 아로엔은 이런 쪽에 대해선 완전히 둔감하다는 것이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아일렌의 마음에 질러진 불에 장작을 쏟아 부었다.


“공주님, 제발요······ 저 미친 사람한테 장작 좀 그만 넣으십쇼.”

“그런 말 하면 안돼요오오오오. 점점 눈빛이 이상해지고 있잖아요.”

“왜들 그리 말하는가? 나를 좋아해주는 이에게 매몰차게 대해라는 겐가?”

“그게 그 좋아하는 의미가 아닌 것 같은데요오오.”

“자네가 이쪽을 가끔 지켜보는 눈빛이 이랬다만.”

“······?!”


졸지에 폭탄발언을 한 아로엔의 말에 밀리아렌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웰즈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갑자기 왜 그런······.”

“그리고, 너도 밀리아렌을 향해 종종 그런 눈빛이었지.”

“······아니, 아니, 잠깐만요, 공주님. 그런 거 함부로 말씀하시지 마시죠.”

“자네들도 오랜 우정이 있지 않은가? 아일렌 역시 마찬가지라고 본다만.”


거침없이 쏟아지는 폭탄발언에 웰즈와 밀리아렌이 불시의 습격을 맞이하는 사이, 잠시 소외된 듯한 아일렌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그래서, 날 떠날 생각이야?”

“때가 온다면 다음에 또 볼 수 있지 않은가. 너무 아쉬워하지 말게나.”

“난 그런 거 싫어. 네가 필요해. 내 곁에 있어야 해. 그 사람이 막았지만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봐도 그건 말도 안 되는 요구야. 너랑 나 사이를 막을 수는 없어······.”

“공주님, 뭔가 저 분 이상해지는 게 보이지 않으십니까?”

“어······ 상태 안 좋아 보이잖아요. 예?”

“아, 아일렌은 이전에도 이랬다만. 나이를 먹어도 변함이 없는 면은 여전하군.”


두 사람은 자신이 모시는 공주가 이렇게까지 둔감한 면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에 빠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일렌은 더없이 침울한 표정으로 천천히 아로엔에게 다가갔다.


“싫어······ 보내지 않을 거야······ 넌 내거야······.”

“농담 말거라. 예전에도 그런 소릴 하더니 또 그러는겐가.”

“진심이야······ 너는 내거야······ 다른 사람에겐 내어줄 수 없어······.”

“이 몸의 주인은 일단 내 자신이다만. 물론 콜러 4세 폐하의 봉신이니 그 분의 것이라고 할수도 있지만, 일단 내 신체는 나의 것이다.”

“공주니이임! 정신 좀 차리십쇼!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시겠습니까?”

“그냥 평범한 칭얼거림이지 않느냐?”

“아니에요! 절대 아니야! 이건, 어, 그러니까······.”

“웰즈! 공주님 눈빛이 이상해!”

“제에에엔장. 잡아!”


어느 새 최면에 빠진 듯 흐릿한 눈이 된 아로엔을 양 옆에서 붙잡은 웰즈와 밀리아렌은 이 곳에서 도망치려 했지만, 사방을 둘러싼 뼈의 벽과 마주했다.


“못 가······ 너희들은 못 데려가······ 아로엔을······ 나만의 아로엔을 데려갈 수 없어······.”

“······어, 웰즈? 우리 싸워야······겠지?”

“외교 분쟁을 감수하더라도 그래야 할 것 같은데. 근데 중요한 건 우리가 저 양반이랑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듣기론 끝내주게 강력한 마법사라는데?”


어느 새 분위기가 안 좋게 흘러가자, 두 사람은 자신의 천연미가 돋보이는 공주님을 지키기 위해 마음을 굳게 먹었다.

하지만 그 때, 누군가가 하늘에서 갑작스럽게 떨어졌다.


-쿠웅---!


“윽!”

“뭐, 뭐야? 설마 그 아저씨야?”

“그 양반이라면 정말 좋겠······.”

“헬----로우 데얼.”

“······뭐야?”


‘연금술사 우’가 하늘에서 떨어졌다면 그들에겐 매우 좋았겠지만, 나타난 것은 전혀 의외의 인물이었다.

금발에 선글라스를 낀 근육질의 남자였다.


“닌---자 이즈 커밍.”

“······닌자?”

“그게 뭐야?”


뜬금없이 닌자라고 자청하는 남자의 등장에 웰즈와 밀리아렌은 아무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 듯 보였지만, ‘마도왕’은 이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미간을 좁혔다.


“지난번에 튀어나온 그 녀석이 아니잖아.”

“오우, 댓츠 퍼스트 원. 더 어벤---져 스피릿. 아임 세컨드. 퓨---리어스 스피릿.”


처음에 나타난 닌자가 복수에 불타오르는 컨셉이라면, 두 번째는 분노 컨셉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분노 전문이라는 그의 소개를 드러내듯, 심호흡을 한 뒤 파괴력이 실린 목소리를 내질렀다.


“흐으으읍······ 유 아 데—--드!!”

-쾅---!

“읏!”

“이런 디프런트, 언더스탠?”


뼈의 장벽을 외침으로 박살낸 닌자는 오른손을 세워들고 말했다.


“닌자 테크닉, 닌자---크라이.”

“······알 바 아냐. 똑같은 구질구질한 녀석이고, 똑같이 별 볼일 없겠지.”

“오우, 빗취. 말 조심해요. 히 이즈 스페셜. 아임 스페셜. 위 아 스페셜!”


금발 닌자는 그렇게 말한 뒤, 뒤에서 상황파악이 덜 된 두 사람을 돌아보았고, 밀리아렌을 향해 히죽 웃으며 정중히 손을 들어 박살낸 뼈의 벽 너머를 가리켰다.


“헤이, 레이디? 타임 투 이스케이프. 댓 웨이.”

“어······ 도망치라는거죠?”

“앤······ 유 뫄덜뿩커, 뿩 오프.”


그리고 웰즈를 향해선 한껏 짜증과 귀찮음을 드러내며 중지로 건성건성 방향을 가리켰다.


“아니 이쪽은 레이디니 정중하게 도망치라고 하면서 왜 나보곤 꺼지라고 하는거야? 그리고 왜 다짜고짜 욕질이야? 어?”

“아이 쎄이, 뿩, 오프.”

“이게 보자보자하니까······.”

“셧 업!!”

-콰앙---!


자신의 성질을 건드리자 웰즈가 검을 들어 본때를 보여주려 했지만, 금발 닌자는 조금 전에 뼈의 벽을 박살낸 기술로 웰즈를 벽 너머로 날려보냈다.


“웰즈!”

“헤이, 레이디? 말 안들으면 너도 플라잉 겟 아웃. 오우케이?”

“어······ 오우케이.”

“롸잇. 고우!”


제 발로 나가라는 지시에 밀리아렌은 아로엔을 데리고 황급히 현장을 빠져나갔다.

유유히 두 사람을 탈출시키고 한 명은 쫓아내버린 금발 닌자는 뒤돌아서서 ‘마도왕’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댔다.


“유 저스트 프뤡티스, 트레이닝 더미. 오우케이?”

“가소롭게 구는 것도 거기까지야. 사라져.”

“그거 내가 할 말, 빗취!”

-콰앙----!


그 말을 시작으로 금발 닌자와 ‘마도왕’이 부딪쳤고, 막 자리를 벗어나던 아로엔이 정신을 차린 듯 눈동자가 또렷해졌다.


“이, 이게 대체······.”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할테니 일단······ 웨, 웰즈 어디까지 날아갔지?”


밀리아렌과 제정신으로 돌아온 아로엔은 웰즈가 날아간 방향으로 달려갔고, 어느 튼튼한 건물 벽에 처박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끄으으······.”

“정신 차렸어?”

“내가 뭐랬습니까 공주님······ 저 년 위험하다니까요······.”

“위험하다니 대체······.”


여전히 아로엔은 상황 파악을 못한 모양이었고, 밀리아렌은 신음소리를 내며 말을 하던 웰즈의 말을 바로잡았다.


“아니, 너 그 이상한 사람한테 맞아서 쓰러진건데?”

“아냐 그딴 놈한테 내가 이렇게 당했을 리가 없어······ 마도왕한테 당한거야······.”


그냥 단순한 현실부정인 모양이었다.


작가의말

저 3인조를 방치해둔 이유는 대충 이런 거였습니다.

듀*뉴켐같은 인상의 뉴 페이스 닌자도 데뷔전이 필요하잖습니까.


아, 참고로 저 닌자 크라이는....  어디서 많이 보셨을 겁니다. 푸 쓰...읍읍.

예? 닌자가 그런 걸 쓰냐구요? 쓰면 닌자의 기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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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9] +2 21.09.07 764 34 17쪽
120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8] +4 21.09.06 793 30 17쪽
119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7] +1 21.09.04 868 28 15쪽
118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6] +2 21.09.03 865 2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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