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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님의 서재입니다.

난 당하고는 못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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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작품등록일 :
2021.05.17 12:01
최근연재일 :
2021.10.0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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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0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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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10]

DUMMY

수도 테이블에서 홀로 정보를 찾던 웰즈는 길드 지부의 집회소에 앉아 턱을 괸 채 잔뜩 구겨진 표정을 하고 있었다.


“썩을.”


지역마다 모험가 길드의 분위기가 제각각이라는 건 기사라고 해도 잘 알고 있었다.

올베린은 그 중에서 모험가 길드와 거의 한 몸이나 다름없는 나라였다. 왕국은 길드의 요청에 적극 협력하고, 길드는 왕국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들어주며, 타 지부에서 올베린 왕국의 하수인이 아니냐는 농담 섞인 질투가 생길 정도로 왕가의 풍부한 자금 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대체적으론 세론 왕국처럼 행정구역상의 책임자가 일부 자금 지원을 하는 식이며, 왕가에서 적극적으로 그들을 지원하진 않는다.

페니카처럼 길드와 행정기관이 한 마음 한 뜻이 되면 길드가 국가 간 분쟁에 끼어드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실제로 페니카 지부의 적극적인 활동 때문에 마도왕국 톨라와 모험가 길드 연합 사이의 관계는 참으로 냉랭하다.

다만, 공통적으로 모험가 길드의 특정 지부와 친교를 다지면, 결국 다른 지부에서도 어느 정도의 입지를 가진다. 결국 길드 지부도 연합의 일부이며, 지부에 협력하는 건 길드 전체에 도움을 주는 것이니까.


“아---이, 참. 그러니까 딱히 쓸 만한 건수는 없대도 그러네.”


물론 예외는 존재한다. 바로 연방국 내 유일한 모험가 길드 지부처럼 말이다.


“여기도 모험가 길드 지부잖아? 그러면 타 지역의 큰 건수에 대한 소식도 들어올 거 아냐?”

“그러니까아, 여기는 그런 건 안 다룬다고. 우린 우리 지역만 다룬다. 알겠어?”


마지막으로 찾아갔던 길드 지부에서 접수원은 건들건들한 태도로 웰즈의 요청을 거절했다.

돈을 줘도, 타 지역의 길드마스터와의 친분을 내세워도 비협조적인 태도를 고수하자, 웰즈는 결국 포기해버리고 만 것이다.


“기사 나으리가 뭔 모험가를 하시겠다고 이런 데까지 오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샌님용 놀이는 여기서 취급하지 않수다.”

“낄낄낄······.”


길드 지부는 각자 고정 활동을 하는 모험가가 있으며, 이들은 알게 모르게 지부 길드마스터의 수족이 된다.

보통 이런 이들은 길드의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하거나 곤란한 일에 투입되는 일꾼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이 지부에서 이들은 양아치와 건달이 흔히 하는 행패질을 벌이고 있다.

이들을 통해 알 수 있는 건, 이 길드 지부가 거의 양아치 소굴이나 다를 바 없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작작 해라. 난 니들이랑 싸울 생각 없으니까.”

“아앙? 쫄아서 그러시는 거 아니고?”


참아야 한다. 길드 지부에 출입하자마자 본 길드마스터는 웰즈는 탐탁치 않게 여긴 듯 혀를 차고 집무실로 들어가버렸다. 길드 내에서 소란을 부리면 내쫓아버릴 명분이 생겨난다.

다른 곳에서 정보를 얻을 길이 막막하고, 다른 길드 지부로 가려면 아예 연방국을 벗어나야 한다.

결국 웰즈는 차분하게 여기에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그건 웰즈만의 고민일 뿐이고, 이어서 들어온 자는 다짜고짜 소란을 부릴 작정으로 문짝을 걷어차고 모습을 드러냈다.


-쾅---!

“뭐야? 넌 또 어디서 굴러먹던······.”


건달 같은 말투로 들어온 자를 향해 시비를 걸던 길드원은 새롭게 나타난 상대를 빤히 바라보았고, 웰즈도 그 시선을 따라갔다.

그리고 그의 두 눈동자가 커다랗게 되었다.


“야.”

“뭐 이새끼야?”

“닥쳐.”


길드 지부에 들어온 ‘연금술사 우’는 짜증 섞인 표정으로 손가락을 가로로 죽 그었고, 놀랍게도 그에게 시비를 걸던 길드원의 입술이 딱 붙어버렸다.


“으읍!”

“길드마스터 찾는다. 당장 나와라. 다른 지부랑 직통연락망 뚫을 통신도구 대용 길드마스터 내놔라.”

“무, 무슨 개소리야?!”

“너희 같은 놈들이랑 엮이기 싫은데 계속 엮이는 거, 적립해두고 있다. 연금술사 우가 왔다고 전해라. 안 전하면 그것도 적립한다.”

“헛소리하시네! 누가 네놈새······끄아아악!”

“세 번. 적립 세 번째. 길드마스터 나와라.”


‘연금술사 우’의 소란에 집무실에 틀어박히려던 길드마스터가 소란을 확인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이럴 줄 알았다. 이봐, 기사양반. 댁한테 줄 건 아무것도 없으니 당장 꺼······.”

“일로 와. 빨리. 적립 세 번 됐으니 가급적 빨리 와.”

“뭐야? 당신 대체 누구야?”

“소문이 느리구만. 여기저기서 뭔 일 벌이고 다니는 연금술사 있다는 말 못 들었어?”


그 말을 들은 길드마스터의 표정이 흙빛이 되었다.


“서, 설마······ 아니, 그런데 왜 갑자기 내 앞에 찾······ 어억!”

“네 번.”


근처에 있던 입이 봉인된 모험가를 그대로 길드마스터에게 내던진 ‘연금술사 우’는 그대로 풀쩍 뛰어 나뒹구는 길드마스터 앞에 섰다.


“소문이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으면 계속 해 봐. 볼 일이 있어서 인내심이 지금 최대한도로 발휘되고 있거든.”

“어, 어디로 연락을······.”

“내가 여기 와서 할 일이 뭐겠니? 너네 중앙회가 나보고 뭐라고 알아보라고 했으니 이 귀한 몸이 여기까지 와서 조사를 하고 결과를 알려주려고 하는 거 아냐. 다섯 번.”


저 세고 있는 숫자가 뭔지는 모르지만, 소문 상의 그 미친 것 같은 연금술사라면 건드리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


“매값 대신 알아봐주는 거야. 그 헤실거리는 재수없는 여자 명치에 주먹을 갈겨줬으니까.”

“헤실거리는 재수없······ 설마 현자 에닐?!”

“걔 이름이 그랬나? 아무튼 길드에서도 그런 싸가지없는 상판때기는 하나밖에 없나보네. 아무튼 간에!”


길드의 중책인 현자 에닐을 두들겨 팼다는 말에 기겁하며, 길드마스터는 황급히 연락용 마법도구를 집무실에서 가져와 그의 앞에 대령했다.


“연결해. 내가 여섯 번을 말하기 전에.”

“지, 지금 작동중입니다!”


곧바로 마법통신이 작동되어 현자 에닐과 연결되었다.

갑작스러운 연락이 별로 달갑잖은 표정을 한 에닐의 얼굴이 나타나자마자 ‘연금술사 우’는 길드마스터를 집어던지며 그 자리에 섰다.


“어억!”

[대체 무스······ 흐익.]

“자, 네가 원하던 그 조사 결과가 나타났는데 별로 반갑지 않아 보인다?”

[아, 아뇨······ 아닙니다. 전혀 의외의 분이 등장하셨기에.]

“아무튼 간에, 셀리안 등뼈에서 살점 하나 불쑥 튀어나온 거에 대한 조사 결과.”


‘연금술사 우’는 그대로 정보가 담긴 수정을 통신용 마법도구에 연결했고, 곧 에닐의 앞에 내용물이 펼쳐졌다.

그걸 확인한 에닐은 곧바로 전말을 파악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그렇다면 말이 되는군요. 그 마법 계통이라면 분명 연방국의 마도왕의 대대로 이어지는 것인데, 왕위를 이어받지 않은 탈락한 후계자라면······.]

“빡쳐서 폭주할 수도 있고, 이런 위험천만한 기술에 손을 댈 수도 있지.”

[그렇다면 이건 길드가 나서야 할 일인 것 같군요.]

“아---니? 내 의견은 반대야.”


‘연금술사 우’는 그대로 바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지금 당장 여기 길드 지부 접고, 연방국 일에서 손을 떼는 것.”

[그게 무슨 소립니까?]

“자, 너한테 보여준 조사는 너무 간단하고 쉬워서 금방 끝났어. 사실 진짜로 내가 살펴본 건, 바로 이거지!!”


그 말과 함께 ‘연금술사 우’가 꺼내든 건 유백색의 불투명한 구체였다. 그걸 본 에닐의 눈썹이 꿈틀거렸고,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연금술사 우’는 히죽 웃었다.


[······?!]

“모험가 길드 지부가 뭐 때문에 있는지 몰라도, 스탈리스 대륙 최고의 밀수꾼과 약쟁이 공급자와 각종 불법 저지르는 단체를 만들려는 건 아니잖아. 그치?”

[세상에, 그걸 어떻게······.]

“나도 귀라는 게 있고, 소문 들어보니 이 지부도 누구 씨 인맥으로 어렵게 뚫었다며? 근데 그 인맥 장본인이 썩어 문드러져서 모험가 길드의 유통망을 이용하는 중이었다면 어때?”


내던져져 바닥에 나뒹굴며 눈치를 보던 길드마스터는 자신에게 안 좋은 의견이 집중되는 것을 듣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마, 말도······ 말도 안돼! 이보시요! 현자! 이 자에 대한 건 나도 들었소이다! 하지만 다 거짓말이요! 사실이 아니야!”

“아 그래? 정말이니?”


그 반응 나올 줄 알았다는 듯 ‘연금술사 우’는 마법도구와 길드마스터를 동시에 붙잡고 아래층으로 뛰어내렸다.


“어억!”

“소개하지, 이 친구는 어디 구석탱이에 있는 내 창고 좀 관리하라고 시킨 녀석이야. 부업으로 뭘 하더라?”


그리고 아래층에는 어느 새 길드 지부 건물에 들어온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마력통신 너머로 보이는 에닐에게 간단히 목례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마법소재거래상 제록이라 합니다. 소문을 듣고 우 님을 찾아왔습니다.”

“오면서 들은 거 싸악 말해봐.”

“우 님이 가지고 계신 건 셀리안의 등뼈 인근에서 산출하는 ‘셀리안 오브’입니다.”

[예, 그건 알고 있습니다.]

“이게 등뼈를 흐르는 자연마력의 잔류물인건 알지?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졌으니 마력소재고, 이 친구 전문분야가 이거지.”

“자연마력의 잔류물이기에 마력량 자체는 적지만, 마력소재 특유의 강성과 각종 부가효과로 인해 마력이 적게 소모되는 도구나 보조동력이 필요한 대형 마도구의 구조재로 쓰이는 일이 많지요. 제 취급품목 중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좋아, 기술적인 설명은 들었고 이제 본론.”


들고있는 오브의 내력을 간단하게 짚고 간 ‘연금술사 우’는 오브를 반으로 쪼갰다.


-또각!


반으로 갈라버리는 것 같이 보이지만, 둘로 쪼개진 오브의 안은 텅 비어있었다.


“어라? 불량품인가? 이봐, 마법소재 전문가. 댁 의견은 어때?”

“생성 자체가 잔류물이긴 하지만, 이건 작은 콩알에서 조금씩 커집니다. 진주와 비슷하죠.”

“오호? 그러면 인공적으로 가공했다 그거네? 이야, 이거 일반적인 감시를 벗어나기 딱 좋겠어. 누가 겉보기에 멀쩡한 마력소재를 반으로 쪼갤 생각을 하겠니? 상품으로서 가치가 없어지는데.”


그 말을 하며 ‘연금술사 우’는 약물 판별용 시약을 꺼내들어 내부를 쓱 훑은 뒤, 나타난 결과를 흔들어댔다.


“와! 이거 마약이네? 각성제 겸 환각제잖아? 성분 두 개 중에 한쪽 비율에 따라 이런저런 용도로 쓰이는 ‘페카페카’군!”

[······가공된 오브를 마약 운반용으로 썼다는 의미겠지요.]

“좋아, 이제 현자 비슷한 게 되었어. 그리고, 이제 어디를 봐야 하는지 알겠지?”


‘연금술사 우’는 그렇게 말하며 바닥에 널브러진 길드마스터를 바라보았고, 마력통신 너머의 에닐 역시 그를 바라보았다.


“그, 그게······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너, 넌 대체 뭔데!”

“모험가 길드 쪽 운송망으로 도착한 물량 중 일부가 배송 착오로 제 고객에게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보자마자 가공된 것이라는 걸 알아차리셨지요.”

“대체 어떻게······.”

“그 분 말로는, 물에 넣어보면 된다고 하시더군요.”

“아! 그래! 그 방법이 있었지! 그 친구 누구야? 나중에 소개시켜줘. 똑똑한 사람이랑은 알아둬야지.”

“중요한 건, 가공된 오브 내부에는 페카페카가 가득 들어있었다는 겁니다.”

“그, 그게······ 그게 우리 지부랑 무슨 상관이야! 다른 데서 가공한 물건일 수도 있잖아!”

[셀리안 오브는 수출할 때 연방국에서 일일이 세금을 매기는 물건이죠. 그래서 연방국에서 반출하는 것들엔 봉인 직인이 찍혀있어요.]


통신 너머로 에닐이 그렇게 말하자, 길드마스터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재가공을 거치면 무조건 직인이 훼손되죠. 하지만 가공 후 직인이 찍힌다면, 연방국 내에서 손을 댄 것이구요.]

“그,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나도 말렸어!”

[카이옌 말고도 다른 지부에서도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내버려두고 있었죠. 지부를 유지해야 한다는 판단 하에, 단속만 철저히 하면 될 것이라는 게 상층부의 입장이죠.]


에닐은 이 지부에서 이런 형태로 마약이 유통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확실한 증거가 없고, 그렇다고 일일이 오브를 쪼개서 검사할 수도 없는데다, 이 문제를 노출시켜도 별다른 대책이 없었기에 방치했던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 증거가 나타났고, 적당히 이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이 눈앞에 나타났다.


[아, 그런데 저희들 말 안 듣는 분이 옆에 계셨네요? 그리고 그 분은 연방국에서 길드 지부 빼라고 하셨죠.]

“말도 안 돼! 난 길드마스터라고! 저 자가 아무리 강하고 능력이 있어도 일개 길드원······.”

“아, 아. 시끄러워.”

“으윽!”


이제 곧 없어질 길드 지부의 권위를 빗대 길드마스터가 악을 쓰려 했지만, 이내 ‘연금술사 우’는 그의 입을 틀어막아버렸다.


“넌 마주하자마자 다섯 번 나를 짜증나게 만들었어. 한두 번은 참겠지만 세 번부턴 아니야. 하지만 네번, 다섯번은 네 목숨으로 감당이 안 되니······ 네 번째는 네 졸개, 그리고 다섯 번째는 이 길드 지부 통째로 날려버리는 거로 계산하자고.”

[뭐······ 일단 저희들은 ‘모종의 이유로 길드 연방국 지부가 소실된 것으로 파악하고, 후속 조치는 크로스로드 쪽에 임시 연락소를 개설하는 쪽으로 할 예정이랍니다.]

“아 그러렴. 볼일은 더 이상 없고, 이제 여기 길드 지부는 폐쇄다. 그런 줄 알아둬.”


일방적으로 통보한 ‘연금술사 우’는 마법도구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고, 마법도구가 박살나며 통신이 끊어졌다.

졸지에 이 미치광이 연금술사에게 박살이 날 상황이 된 길드마스터는 벌벌 떨면서 항변했다.


“다, 당신은 아무런 상관 없잖아!”

“상관이 없긴.”

-콱!

“끄어어어어······!”

“날 빡치게 만들었는데 상관이 없기는.”


목을 움켜쥐고 길드마스터를 번쩍 든 ‘연금술사 우’는 할 일이 끝난 제록을 돌아보며 방긋 웃었다.


“이봐 친구? 넌 이런 거랑 안 익숙할 테니 나가 있어. 아, 그리고 너.”

“어······ 나?”

“그 상인 친구 정중하게 모셔서 호위해서 크로스로드로 돌아가. 어차피 너 여기서 아무것도 얻은 게 없잖아.”

“······그렇긴 하지.”


구경꾼 역할에 충실했던 웰즈가 제록을 데리고 빠져나가려던 순간, ‘연금술사 우’는 뭔가를 깜박했다는 듯 작은 금속 조각을 던져주었다.


“아 맞다. 그거 갖다 대야 빠져나갈 수 있어.”

“······일단 알겠어. 뭔 짓을 했겠지. 이보십쇼, 갑시다. 내가 봤는데 이제부터 여기 있으면 정신건강에 무지 해로울 것 같거든.”

“아, 알겠소이다.”


조각을 받아든 웰즈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내 제록을 데리고 건물을 빠져나갔다.

인원을 대피시킨 ‘연금술사 우’는 이내 소란을 듣고 이곳저곳에서 나타난 길드의 변질된 모험가들을 죽 돌아보며 히죽 웃었다.


“착한 모험가들이라면 이런 데 안 있지. 고로! 너희들은 나쁜 놈일 거야. 아니, 내 손에 죽은 놈은 나중에 나쁜놈이 된다!”

“무슨 개소리······ 컥!”

“어허, 조심. 개한테 물릴라.”


손가락을 튕기자 막 무어라 말하던 모험가의 목에 녹색 젤라틴 비슷한 덩어리가 뿜어졌고, 숨통이 틀어막힌 듯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버둥거렸다.


“저, 저건 또 뭐야?”

“아, 이거? 딱히 이름 안 지었어. 일단 먹어보고 네가 이름 지어봐.”

“뭐······어걱!”


곧 길드마스터의 입에서도 그 녹색 젤라틴 덩어리가 뿜어졌고, 그 모습을 보던 길드원들은 저도 모르게 밖으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길드 건물의 출구는 탱탱하고 희끄무레한 탄력 있는 물체가 가로막고 있었다.


“어억!”

“이, 이게 뭐야!”

“탱탱볼이라고 이름을 지으려고 했는데 일단 외형상 길드 건물만 딱 덮는 구조라서 사각형에 가깝거든? 그래서 탬탬봄이라고 이름 붙였어.”

“탬탬······봄?”

“역할은 간단하지. 너희들 못 빠져나가가 하고······.”

-화륵---!

“가둔 채로 불질러버리는 용도. 이거 가연성이거든. 얘들 입에 들어간 건 이 탬탬봄 만들다 실패한 부산물. 물론 여기도 불은 잘 붙지.”


손에 자그마한 불씨를 만든 ‘연금술사 우’는 그 말을 하며 길드마스터의 입에서 뿜어진 젤라틴에 불씨를 가져갔다.


-화르르르륵---!

“크으으으으읍!”

“봤지? 내 말 맞지? 이제 너희들 차례야.”


길드마스터에게 불을 붙인 ‘연금술사 우’는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며 손을 흔들었다.


“질식해서 쓰러지면 타죽는 고통은 못 느낄지도 모른다구? 아니면 자살을 하던가. 하하하하하하!”


뒤에서 아우성치는 소리를 배경으로 한 채, ‘연금술사 우’는 물체를 뚫고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길드 건물을 감싼 덩어리가 활활 불타기 시작했다.


[네이팜 젤리, 연소 개시.]

“앞으로 이 도시에서 벌어질 일 생각하면 이런 데는 남겨두면 안 돼. 괜히 끼어들지도 모르잖아.”


일우는 괜한 억하심정으로 이 길드 지부를 불태우는 것도 아니고, 마약 유통의 근거지를 정의감으로 쓸어버리려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폐쇄정책을 내세우는 도시, 테이블에서 길드 지부는 외부의 개입을 허용할 수 있는 창구다. 여기서 앞으로 벌어질 일에 길드가 함부로 끼어들 여지를 잘라버리려는 것이다.

물론 더 복잡하고 세세한 과정이 필요했었지만, 우연찮게 ‘연금술사 우’를 찾아온 제록 덕에 많은 과정이 단축되었다.


“생각지도 못한 녀석이 튀어나와서 뭔 일인가 싶었는데, 결과적으론 매우 도움이 되었단 말이야.”

[위장 신분 기반작업으로 인한 효과.]

“그치. 그래서 내가 항상 강조하는 거야. 디테일이 중요하다고.”


어느 새 덩어리 째 불덩이가 된 길드 지부 건물을 바라보며 일우는 히죽 웃었다.


“좋아, 이거로 수도 안에 걸리적거리는 요소는 치웠으니······ 본격적으로 무한동력을 돌려보실까.”

[무한동력은 불가능함.]

“말이 그렇다는 거지. 걔들끼리 반영구적으로 치고받고 싸우는 꼬라지를 비유하는 거라고.”


스카웃의 객관적인 지적에 일우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찼다.


작가의말

주인공은 필요에 의해서만 누군가를 조집니다.

뭐, 어차피 나쁜 짓 하던 놈이니 건물 째로 불태운다고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아무튼 간에, 다음부터 1부의 최종 에피소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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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19. 증오의 무한동력 [2] +7 21.09.11 701 37 16쪽
123 19. 증오의 무한동력 [1] +2 21.09.10 753 29 19쪽
»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10] +3 21.09.08 810 35 18쪽
121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9] +2 21.09.07 764 34 17쪽
120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8] +4 21.09.06 793 3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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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2] +9 21.08.28 992 44 15쪽
113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1] +13 21.08.27 1,008 4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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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17. 그는 용사가 아닙니다 [9] +3 21.08.25 1,030 39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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