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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님의 서재입니다.

난 당하고는 못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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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작품등록일 :
2021.05.17 12:01
최근연재일 :
2021.10.0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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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46,637

작성
21.09.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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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9. 증오의 무한동력 [6]

DUMMY

크로스로드의 식당 ‘데인저러스시’는 날이 가면 갈수록 유명세를 더하고 있었다.

날이 가면 갈수록 번창하는 가게에 어느 새 단골이 된 손님이 새로운 이들을 데리고 들어오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대단한지 떠들어대도, 이쪽도 만만찮게 경험이 많다고.”

“그런 소리 말라니까. 일단 먹어보면 안다고. 이봐, 주인장! 일단 네 사람······.”

“웰컴 투더 데인져러스 스시!”

“뭐야? 주인장 어디 갔어?”

“마스터는 프레시 재료를 위한 쇼핑! 히얼 이즈 어프렌티스!”

“어······ 뭐, 제자 받을 정도로 영업이 잘 되긴 하지.”


지인을 데려온 남자가 그렇게 말하자, 그를 따라 왔던 이들의 표정에 불신이 드러났다.


“수습생? 주인은 없고?”

“나 참. 여기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해도 주인이 있을 때나 믿을만하지, 수습생 같은 게 주방을 맡고 있으면 뭐가 되겠어?”

“나가자구. 그냥 내 단골 식당으로······.”

“헤이, 손님! 컴 히어! 싯 다운! 유 컴 인 레스토랑, 유 머스트 잇! 안 먹으면 못 나가!”


수습생이 맡고 있는 것에 불신감 가득이던 이들은 이내 입을 다물었다.

그도 그럴 게, 검은 알 안경을 쓴 짧게 깎은 금발머리 수습 요리사의 팔뚝 굵기는 그들의 허리 정도는 되어보였기 때문이다.


“어······ 뭐, 크흠. 일단 먹어보고들 결정하자고.”

“그래, 이 친구가 데려왔으니 뭔가 마음에 안 들면 이쪽 책임 거지.”

“돈 워리, 커스터머. 만족할테니까. 히어! 싯 다운!”


주인장 만큼이나 괴상한 어휘력을 가진 수습생이 주방과 맞닿은 바 테이블 석을 권하자, 손님들은 나란히 그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수습 요리사는 그냥 봐도 굵은 팔뚝에 근육을 한껏 부풀리며 주문을 받았다.


“왓 두유 원트?”

“어······ 일단 4인분.”

“올---롸잇! 히얼 위 고!”


그 주문이 떨어지자마자 손님들이 본 건, 근육에서 뿜어지는 박력 있는 조리였다.


“하! 다이나마이트 스---시 크리에이트!”

-팍! 팍! 팍! 팍! 팍!

“우, 우오오오오!”

“스파이시---애디드!”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움직이는 손에 따라 초밥이 하나씩 도마에 만들어졌고, 잠시 후 근육과 박력으로 만들어낸 접시가 손님들의 앞에 놓여졌다.


“하! 데인저러스 스시, 어프렌티스 디쉬 에디션!”

“바, 박력 있어······!”

“인죠---이!”


그리고 이미 그 맛을 아는 한 명과 세 명은 동시에 초밥을 입에 머금었고, 두 눈을 크게 떴다.


“하우 유 퓔? 그레이트?”

“그······ 그레이트!”

“마시써!”

“머야 이어! 엄험 마시짜나!”

“내가 머래써? 여기 지짜라니까?”

“그---레이트. 인죠이!”


수습 요리사가 멋들어지게 새 고객을 확보하는 것을 구석 자리에서 바라보던 ‘연금술사 우’는 히죽 웃으며 맞은편의 상대를 돌아보았다.


“어쩌다 찾은 식당인데, 내 느낌이랑 딱 맞아. 저 박력있는 근육을 보라고. 쟤가 만든 음식을 먹으면 나도 근육이 울끈불끈 솟아날것 같단 말이야.”

“······이 식당의 정보는 이미 들었다. 꽤 특이한 요리를 선보이는 기이한 주방장이라고 하더군. 소문대로군.”

“뭐, 중요한건 여기 음식이나 주방장 퍼포먼스가 아니지. 너에게 내어줄 숙제니까.”


그의 맞은편에 있는 건 ‘학식왕’이었다.

일우의 계획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선 닌자의 근거지가 노출되어선 안 된다.

‘다섯 왕’ 쪽 세력에도 인식 저해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확인할 겸, 일우는 ‘학식왕’을 일부러 이 자리에서 만난 것이다.

이 식당에 대해 알고 있는데다 직접 왔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의문을 가지지 않는 ‘학식왕’의 모습을 봐선, 이 근거지가 직접 타격을 받진 않을 것이다.

우려하던 요소를 점검한 일우는 곧바로 ‘연금술사 우’로서 그를 대했다.


“수십 년 전에 이런 생각을 했지. 아! 먹기만 해도 불끈불끈 건강해지고 무적이 되는 그런 건 없을까?”

“설마······.”

“당연히 안 되지. 그게 되겠니? 세상 너무 날로 먹으려는 거 아냐?”

“크흠.”

“중요한 건 그거야. 모든 것에는 대가가 있다. 하지만······.”


그 말을 하며 ‘연금술사 우’는 작은 원통을 꺼내들며 히죽 웃었다.


“약간의 사기를 친다면, 다른 거로 대가를 대신할 수 있지.”

“법칙을 무시한다는 의미군.”

“좋아, 넌 좀 말이 통해서 마음에 들어.”


꺼내든 물건이 무엇인지 곧바로 알아본 ‘학식왕’의 대답에 ‘연금술사 우’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 원통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지. 실험을 말아먹고 쓰레기만 왕창 생겨서 좌절하던 내 머리속에 번뜩인 아이디어.”


탁자 구석에 놓인 티슈를 집어든 ‘연금술사 우’는 두 손으로 거칠게 구겨 쓰레기로 만들었다.


“버리면 쓰레기, 쓰면 자원.”


손아귀에서 갓 만들어진 쓰레기를 들어 보인 ‘연금술사 우’는 원통에 쓰레기를 집어넣었다.


-스르르륵--- 파즉!


쓰레기가 녹아들듯 사라지며 강렬한 에너지 파장을 뿜어냈고, 빛기둥이 순간 뿜어진 걸 본 ‘학식왕’의 눈이 커졌다.


“세상에······!”

“네 숙제는 이거다. 어디 잘 써먹어 보라고. 구체적으로 어디에 응용해야 좋을지까지 설명해줘야 하는 건 아니지?”


물건을 내어주기 앞서 포장을 했지만, 이 도구의 정체는 의외로 간단하다.

저장된 에너지로 들어온 쓰레기를 분해하는 것.

쓰레기를 넣고 에너지를 방출시키는 것처럼 보이는 건, 쓰레기 처리 도중에 낭비된 에너지 잔류물에 불과하다.

고작 손에 잡히는 원통이 그 정도의 힘을 낼 수 있는 이유는, 내부에 들어간 에클록 에너지 코어 때문이다.


“아, 지난번에 실패했던 머저리들 때문에 몇 가지 주의사항은 말해줄게. 이건 개인용이고, 한 번에 넣는 양은 한계가 있고······ 작동 중에 함부로 열어보려 하면 좋은 꼴 못 봐.”

“이 물건의 작동을 중단시키는 방법은······.”

“해 볼 테면 해 봐. 그건 안 알려줄 거야. 끌 수 있으면 복제도 가능하다는 소리고, 그게 되면 네 걸로 해주지.”


그 말에 ‘학식왕’은 조심스럽게 원통을 집어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나는 이런 수준의 물건을 함부로 양산할 수 있다고 자만하는 머저리는 아니다.”

“좋아, 겸손하군. 하지만 실력 없고 능력 없으면 그냥 분수에 맞게 노는 거라는 걸 명심해. 알겠어? 실패하면 넌 그냥 무능력자야.”

“명심하도록 하지. 이미 작전의 초안은 구상되었으니 실망할 일은 없으리라 본다.”

“말만큼 성과를 보여보라고. 그럼 난 간다?”


‘연금술사 우’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뒤, 수습 요리사를 향해 소리쳤다.


“야! 금발 까까머리 떡대! 여기에 스페셜에 스페셜을 얹은 스페셜로 한 접시!”

“오우---케이! 슈퍼 엑스트라 스페셜---디쉬 오더!!”


가게의 손님들과 ‘학식왕’의 시선을 요리사의 화려한 손놀림에 현혹되게 만든 일우는 곧바로 식당을 빠져나간 뒤, 민영이 눌러앉다시피 한 주점으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엔 어떻게 촉수복을 벗어보려고 애쓰는 민영과 그녀에게 시달리는 어글리 잭이 있었다.


“제길! 좀 어떻게 해 봐! 그 미치광이 말대로면 네가 어떻게 해줄 수 있잖아!”

“그, 그런 말 마시죠. 나도 이런 물건은 처음이니 일단 분석을······.”

“괜히 측정한다는 핑계 대면서 내 몸에 손댈 생각 하지 마. 죽여버릴 테니까.”

“손을 뭐 하러 댑니까? 이런 건 다 장비를 이용해서 분석을 하는 겁니다.”

“잘들 한다.”


한껏 빈정거리며 ‘연금술사 우’는 자신이 등장했다는 것을 과시했고, 민영은 이 괴짜의 등장에 맥이 탁 풀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야, 놀리러 왔어?”

“새로운 정보가 들어와서 말이지. 일단 앉아. 사양하지 말라고.”


자기 가게인 것 마냥 멋대로 착석했지만, 실제로 그의 것이긴 했다. 계획을 위해 일부러 만든 장소니까.

그런 걸 알 리 없는 민영은 남의 가게에서 주인 행세를 하는 ‘연금술사 우’를 향해 불만 가득한 시선을 보내며 맞은편에 앉았다.


“예전에 쓰레기통을 대체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발명을 한 적이 있어. 뭐든 넣으면 분해해서 에너지로 변환하는 신개념 재활용 쓰레기통!”

“······그래, 너 잘났네. 칭찬 들으려고 왔어?”

“넌 숨 쉴 때 칭찬 듣니?”


자신의 천재성을 과시한 ‘연금술사 우’는 손을 내저었다.


“아무튼 그건 치명적인 결함이 있어서 일단 어디 구석에 쳐박아 놨고, 깜빡 잊고 한동안 살았어. 근데 말이야, 그게 여기 어딘가에 굴러다닌다는 소문을 들었거든?”

“대체 어떻게 생긴 물건인데?”

“대충 이럴 거야. 내 기억 상으론.”


마법도구를 이용해 그가 보여준 것은 조금 전 ‘학식왕’에게 건네주었던 바로 그 물건이었다.


“여기 왕 놈들 중 하나가 그걸 어떻게 주웠는지 훔쳤는지 몰라도 가지고 있어. 보나마나 용도는 뻔하지.”

“그걸로 뭘 할 수 있는데?”

“못 들었어? 쓰레기를 넣으면 자원이 된다고. 코 푼 휴지도 에너지로, 못 쓰는 폐자재도 에너지로, 인간 쓰레기? 당연히 에너지로! 와!”


물론 일우는 ‘학식왕’에게 구체적인 사용 예시를 알려주지 않았으니 진짜로 그렇게 쓸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연방국이 사람을 함부로 대한다는 걸 보고 겪은 민영으로선 아무렇게나 내뱉는 말이 꽤 설득력 있게 들린 모양이다.


“근데 여기 인적 자원이 좀 많지 않아?”

“그 자식들이 설마······.”

“물론 내 구상에는 딱히 생명체를 넣는다고 막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지거나 하진 않지만, 바보들의 발상은 꼭 그렇더라구. 생명을 바치면 더 강한 힘이 나온다!”

“그래, 그렇긴 해. 이런 구역질나는 나라의 지배자라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나겠지.”

“나는 별로 신경 안 쓰고 살고 싶지만, 소문 들으니 딱 네 생각 나더라? 넌 그런 거 관심 있지 않아? 내가 마법 소녀라고 별명까지 붙여줬으니 더더욱 그럴 거 아냐.”

“그 웃기는 별명으로 부르지 마.”

“싫으면 말던가. 아무튼 간에, 일단 참고하라고. 뭔가 그놈들이 한건 거하게 벌인다면, 내가 만든 그걸 활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까.”


자기 할 말만 하고 일어난 ‘연금술사 우’는 히죽 웃었다.


“뭐든 넣으면 에너지로 변환하는 장치는 꽤 많은 녀석들이 원하거든. 물론 난 예외. 더 효율적이고 강력한 힘의 원천이 넘쳐나는데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으니까.”

“그럴거면 그런 건 대체 왜 만든 건데?”

“그게 문제야. 너 같이 평범한 두뇌들은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해.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안 하고 살잖니?”

“그렇다고 그런 걸 만들어?”

“쓰레기가 쓰레기로 끝날 순 없지! 기회를 줘야 하잖니? 너처럼.”

“······.”


그만의 독특한 정신세계를 강조하듯 괴상한 소릴 퍼부은 ‘연금술사 우’는 성큼성큼 걸어나가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뭐, 보통 잘못 썼다가 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걔들이 조금이라도 머리를 써서 유용하게 활용이라도 해버리면 너한텐 별로겠지?”

“······당신한테 놀아나는 것 같은 기분도 별로야.”

“싫으면 손 빨고 놀면서 그 왕놈들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거 지켜보던가. 하하하하!”


민영의 성질을 긁어댄 ‘연금술사 우’가 주점을 빠져나가고, 민영은 이를 악물었다.


“으으······! 좋아! 어차피 그 녀석들을 박살내버릴 거니까, 강한 힘을 만들어내는 물건을 가지고 있는 걸 내버려둘 순 없어.”

“한 번 알아볼까요?”

“그렇게 해 줘. 아, 그리고 이 망할 장비도 같이.”


민영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자신의 몸을 가리켰다.


작가의말

당연히 닌자도 혼자가 아닙니다. 동료가 있습니다.

금발 빡빡머리에 선글라스 낀 근육남이죠. 스시 만드는 게 아니라 캘리포니아 롤에 더 적합한 생김새입니다.

그리고 슬슬 체계가 잡혔으니 이제 이게 알아서 돌아가도록 손만 쓰면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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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19. 증오의 무한동력 [11] +6 21.10.01 412 19 12쪽
132 19. 증오의 무한동력 [10] +3 21.09.30 414 19 18쪽
131 19. 증오의 무한동력 [9] +2 21.09.29 450 23 12쪽
130 19. 증오의 무한동력 [8] +1 21.09.28 471 21 17쪽
129 19. 증오의 무한동력 [7] +1 21.09.27 511 22 15쪽
» 19. 증오의 무한동력 [6] +2 21.09.24 577 21 12쪽
127 19. 증오의 무한동력 [5] +5 21.09.23 622 26 17쪽
126 19. 증오의 무한동력 [4] +5 21.09.17 671 22 12쪽
125 19. 증오의 무한동력 [3] +2 21.09.13 756 34 12쪽
124 19. 증오의 무한동력 [2] +7 21.09.11 701 37 16쪽
123 19. 증오의 무한동력 [1] +2 21.09.10 753 29 19쪽
122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10] +3 21.09.08 810 35 18쪽
121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9] +2 21.09.07 764 34 17쪽
120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8] +4 21.09.06 793 30 17쪽
119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7] +1 21.09.04 868 28 15쪽
118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6] +2 21.09.03 865 29 14쪽
117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5] +5 21.09.02 874 34 16쪽
116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4] +7 21.09.01 863 38 11쪽
115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3] +5 21.08.31 926 37 20쪽
114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2] +9 21.08.28 992 44 15쪽
113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1] +13 21.08.27 1,008 42 14쪽
112 17. 그는 용사가 아닙니다 [10] +1 21.08.26 1,033 37 18쪽
111 17. 그는 용사가 아닙니다 [9] +3 21.08.25 1,031 39 22쪽
110 17. 그는 용사가 아닙니다 [8] +6 21.08.24 1,008 4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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