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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님의 서재입니다.

난 당하고는 못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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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작품등록일 :
2021.05.17 12:01
최근연재일 :
2021.10.0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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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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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9. 증오의 무한동력 [8]

DUMMY

연방국 수도에 있었던 모험가 길드 지부가 모종의 이유로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된 후, 모험가길드 중앙회에에선 크로스로드에 연락사무소를 개통했다.

해당 지역의 권력자들에게 정식으로 승인받은 길드 지부를 통해 모험가들은 의뢰를 수주 받고 연계된 길드의 수많은 혜택을 누리게 된다.

단순히 의뢰를 해결해주는 것만이 길드의 일은 아니다. 스탈리스 대륙 전반에 걸쳐 분포된 길드는 대규모의 유통망과 정보망을 가지고 있고, 이를 통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예에, 입금 확인되었습니다. 다른 용건이 필요하시진 않으신가요?”

“일 다 끝났으니 한 잔 때릴 때 함께할 이쁜이가 필요한데.”

“없으신 거로 알겠습니다. 크로스로드 길드 연락사무소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야······ 이거 큰일 났네. 페니카 이러다 물에 잠기면 마력소재 유통가격 확 오르는 거 아냐?”

“거기가 평소대로 돌아갔어도 어차피 톨라에서 매물 싹 긁고 있잖아.”

“페니카에서 그나마 뽑아갔으니 이 가격이지, 톨라가 우리쪽 거래처한테도 갈퀴질을 하면 감당 안된다고.”

“허, 그러네. 아예 노비우스 쪽 거래선을 뚫어볼까?”

“에헤이, 대륙 동부쪽 검문검색 강화됐네. 또 비용 올라가게 생겼구만.”


바로 은행과 언론 보도다.

대륙 전반에 펼쳐진 지부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통해 정기 발행되는 주간 신문은 각 길드에 전달되어 필요한 사람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당연히 이 정보는 길드의 이해관계에 따라 적절하게 편집되어 알려진다.

거기에 길드 모험가들의 지갑 관리를 위해 시작한 은행 업무는 가입비와 수수료를 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위험부담을 확 깎는 이득이 있기에 주로 상인들이 애용하고 있다.


“이야, 그나저나 크로스로드에 연락사무소가 열릴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그러게 말이다. 테이블에 지부 있다고 한사코 거부하더니 결국 열어주긴 열어줬네.”

“소문에는 테이블 지부를 철수한 대신이라고 하더라.”

“응? 철수였어? 불난게 아니라?”

“불나서 철수했겠지.”


길드 지부는 많은 이득을 가져오지만, 지역 유지의 지갑에서 돈이 술술 새는 구멍이기도 하기에 길드 지부 설립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지역도 있다.

하지만 길드가 제공하는 혜택을 누리고 싶은 이들이 있기에, 길드 중앙회에서는 ‘연락사무소’라는 개념의 소규모 출장점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연방국은 이런 길드의 간섭을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고, 대륙에서 가장 많은 부가 오가는 크로스로드에 연락 사무소가 세워져서 연방국의 은행업에 타격을 주는 걸 경계해왔다.

상인들로선 참으로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그 ‘은행왕’이 대체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서 이걸 허가해줬는지 의문 투성이다.


“은행왕이 무슨 변덕으로 이런 델 허가해줬는지 몰라.”

“그 이유를 알려줄까?”

“어, 뭐라도 아십니······ 어우.”

“내가 필요하거든. 그래서 만들었다. 그러니 나를 찬양해라.”


‘연금술사 우’가 두 팔을 좍 벌리며 인파를 갈랐고, 상인들은 이 소문 가득한 괴짜를 곧바로 알아보고 물러났다.

돈을 벌려면 소식에 민감해져야 하는 법이고, 크로스로드에서 수수료를 내면서 길드에 돈을 맡기는 이들은 꽤 손이 큰 자들이다.

그렇기에 가는 데마다 뭔가를 하는 이 위험천만한 인물의 정보 역시 알고 있었고, 연방국에서 돌아다니는 중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어, 어서오십······시요.”

“VVVVVVIP를 맞이하는 태도가 아닌데.”

“V······ 예?”

“베리, 베리베리베리베----리 임폴턴트 펄쓴. 매---우 중요한 사람이다 그거지.”

“V랑 베리랑 숫자가 다르지 않나······윽.”

“언급 안한 베리는 바로 나. 나 자신이다. 알겠냐?”

“예, 예에······.”


중얼대던 상인과 눈을 마주하며 자신의 잘남을 강조한 ‘연금술사 우’는 곧바로 호다닥 뛰쳐나온 연락사무소장을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좋아, 이제 뭔가 좀 대접받는 기분이 드는군.”

“마, 마련된 특실로 가시죠.”

“봤냐 평범한 돈놀이꾼들아. 이게 나다. 내가 바로 나다. 너희는 줄서서 업무, 나는 등장하자마자 특실.”


한껏 과시하며 사무소장을 따라 특실로 들어선 ‘연금술사 우’는 푹신한 소파에 앉자마자 팔짱을 낀 채 손가락을 까딱였다.


“용건부터 말한다. 첫째, 내가 내보내라고 한 떨거지들이 왜 거리에서 돌아다니고 있지?”


그 시간, 나날이 유명해지는 레스토랑 ‘데인저러스시’ 앞에는 주방장과 보조가 뭔가 엄청난 쇼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쿠조!”

“오우---케이!”

“데인저러스시 스페셜라이즈드 사시미----!”

“데몬스트레이션—--쑈!”


닌자는 거대한 칼을 들고 사람 몸뚱이만한 거대한 참치를 향해 달려들었고, 일격에 참치를 반으로 갈랐다.


“오오오오오!”

“우와아아아!”


연방국의 위치는 스탈리스 대륙의 중심이었기에 저 거대한 참치를 어떻게 구했는지 의문 투성이지만, 눈앞에 벌어진 쇼에 정신이 팔린 사람들은 사소한 의문을 접고 환호를 했다.

그리고 그 환호를 벌이는 일행 중에는 아로엔 공주와 웰즈, 밀리아렌도 있었다.


“와! 봤어? 저게 반으로 갈라졌어!”

“아니 그거 우리도 되잖아.”

“저렇겐 못하잖아!”

“아니 그러니까 우리 셋 다 저거 된다고.”

“사람 몸통만한 생선을 반으로 쪼갰는데?”

“아니 그러니까 너, 나, 공주님 셋 다 저 정도 칼질은 한다니까.”


올베린의 기사와 준기사, 그리고 공주기사의 칼솜씨라면 저 거대한 참치를 반토막내는 건 무난하게 따라할 수 있다.

하지만 크로스로드를 오가는 인파 속에서 이런 칼질이 쇼가 되기 위해선, 특별한 뭔가가 더해진다.


“오우! 마스터의 슬래쉬에 불만 가진 게스트! 유!”

“어, 들었나? 미안하게 됐어. 찬물 끼얹어서 미안.”

“언더스탠. 유 아 나이트. 블레이드 이즈 유어 라이프. 벗!”


관객들의 반응을 예상하기라도 하듯, 보조는 곧바로 저울을 들고 와 참치 반쪽의 무게를 비교했다.


“유 두 댓, 유 네버 메이크 풜---펙트 밸런스.”

“으음······.”

“댓츠 마스터의 스페셜 쿠킹 블레이드 웍스.”

“우우우! 분위기 파악 못 하는 기사는 물러가라!”

“초치지 말라고! 구경 잘 하고 있는데!”

“꼬우면 너도 해보던가!”

“······.”


본전도 못 건지고 찌그러진 웰즈를 향해 관객들의 야유가 빗발쳤고, 보조는 곧바로 두 손을 들어 모두를 진정시키고 시선을 끌어냈다.


“넥스트! 프레시 미트와 본을 가르는 마스터의 스페셜라이즈드 컷---팅!”

“요시!”

“에브리원! 메이크 썸 노이즈!!”

“휘---익!”

“잘한다!”


다시 관중의 시선은 닌자에게 향했고, 닌자는 칼을 들어 화려하게 참치 덩어리에서 얇은 살점을 저며냈다.


“히요오오오옵!”

“히얼---위 고!”

-파바바바바밧!


저며낸 살점이 하늘을 치솟자 보조가 그걸 잡아채 빠르게 초밥을 만들어나갔다.

닌자의 칼과 보조의 손이 움직이는 사이 접시에는 초밥이 완성되었지만, 곧바로 접시 위에 기둥 모양의 얼음이 올려지며 새로운 접시가 그 위에 놓여졌다.

다시 한 번 초밥이 빈 접시 위에 쌓이기 시작했고, 그걸 본 관객들은 탄성을 자아냈다.


“난 저거 못해!”

“나도 마찬가지다. 요리사의 기교는 어설픈 칼잡이가 따라할 수 없는 법이지. 그리고 구경할 때 뭘 하니 못하니 하는 건 잘못된 관람 태도다.”

“······크흠.”


구경 잘 하고 있던 아로엔이 산통을 깼던 웰즈를 향해 한마디 하는 사이, 초밥 접시가 산처럼 쌓이게 되었다.

탑 하나가 완성되자, 닌자는 부지런히 놀리던 칼을 도마에 꽂으며 팔짱을 꼈다.


-콱!

“코레가 와타시다치노 스페셜 쇼, 이름하야······.”

“스시----엠파이어---스테이트 타워!”

“머, 먹고싶다······.”

“그러게.”

“두유 워너댓?”

“예!!”

“오우케이! 마스터?”

“요시.”


닌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보조가 곧바로 탑의 맨 아래쪽 접시를 빼내 내밀었다.


“우와!”

“투데이의 쇼는 프리! 스시 프리! 인---죠이!”


관객들에게 초밥의 탑이 선사되는 와중, 재빠르게 손을 뻗어 접시를 쟁취한 밀리아렌은 아로엔에게 접시를 내밀었다.


“와! 잡았다! 먹어요 먹어!”

“이 곳의 맛은 수차례 경험해봤지만, 오늘은 더 특별할 것 같군.”

“그러게 말입니······윽!”

“아, 넌 안 돼. 네 건 따로 받아.”


조금 전에 분위기에 재를 뿌렸던 웰즈는 밀리아렌이 쳐낸 손등을 어루만지다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렇게 세 사람은 한껏 크로스로드에서 벌어진 깜짝 쇼를 즐기고 있었지만, 문제는 그들은 올베린 왕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었다.


“내가 말했지? 공주랑 그 옆에 쌍방울처럼 붙어있는 떨거지 세트로 실어 보내라고. 근데 좀 전에 길 가다 거리의 요리사 공연 보면서 박수치고 있더라? 이게 뭔 일이야?”

“어······ 올베린 왕국 분들이시잖습니까.”

“그래, 걔들. 알고 있네. 근데 왜 안 보내?”

“······저희들은 그냥 권고나 이동하시는데 편의 제공을 할 수 있는 게 전부입니다.”


하지만 길드가, 그것도 길드마스터의 직위도 없는 연락사무소 소장이 어떻게 그들을 억지로 쫓아낼 수는 없다.

심지어 길드마스터라 하더라도 그들에게 좀 더 강한 권고를 할 뿐이지, 올베린 왕국 사람을 강제로 어떻게 할 권리는 없다.

물론 위기상황이나 길드가 통솔하는 현장이라면 권한이 생기겠지만, 이곳은 연방국의 땅이다.

사무소장의 말을 들은 ‘연금술사 우’는 혀를 찼다.


“왜 안 간다는 건데?”

“······콜러 4세 폐하께 바로 갔다가 불벼락 맞는다고 최대한 뻐기시겠다는데요.”


돌아가기로 결정했지만 당장은 안 갈 생각인 모양이었다.


“좋아, 그러면 내가 묶어서 포장한 다음에 올베린으로 보내버려야겠군. 넘어가.”

“그래도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난 괜찮아. 아무튼 둘째, 엔코프에 떨어진 사이프릭 정보는 어디 갔어? 정보 내놓으라고 한지 며칠이 지났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냐고.”


사이프릭이 언급되자 사무소장의 표정에 곤혹스러움이 드러났다.


“어······ 그거 말씀하신지 이제 겨우 사흘째잖습니까.”

“사흘이나 지났으면 누구라도 현장에 도착해서 뭐라도 찾았어야지!”

“저희들끼리 하는 말인데······ 중앙회에서 그런 사안에 막 급하게 이동하지는 않을 겁니다.”

“좋아, 너희들은 무능력하니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건 이해해. 근데 급하게 일을 해도 빠르게 될까 말까인데 미적된다고?”


‘연금술사 우’가 영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사무소장은 한숨을 푹 내쉬며 차분하게 설명했다.


“엔코프는 정식으로 길드 지부가 없는 곳이라서 활동하기가 영 까다로운데다, 연락사무소나 겨우 돌리는 수준입니다. 그렇다고 옆에 붙어있는 카이옌이 막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도 아니고······.”

“이델린쪽은? 카이옌 쪽 놈이야 머저리인건 봐서 알아. 하지만 이델린 쪽 녀석은 멀쩡했단 말이야.”

“그 친구도 일단 연금술사지만, 아무래도 기계구조나 공학적인 분야 특화라서······ 이런 소재 분석이나 탐색이랑은 거리가 좀 멉니다.”


길드 지부가 존재하지 않는 지역의 이변은 보통 인접한 길드 지부가 나서고, 사안의 중요성이나 재량에 따라 길드마스터가 직접 나서기도 한다.

다만 사이프릭 문제는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 중요하다고 해서 길드마스터가 직접 나서야만 한다는 의무는 없다. 길드 지부장은 그 지역의 책임자이지 인근 지역까지 맡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사정을 길게 설명하던 사무소장은 슬쩍 눈치를 살피며 말을 꺼냈다.


“어······ 까놓고 이야기해도 되겠습니까?”

“해봐.”

“제 생각엔 우 님이 직접 가시는 게 최선입니다.”

“싫은데?”

“길드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는 보통 위기상황입니다. 해석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신의 잔류물이라는 별명을 가진 소재가 등장한 것은 위기상황과는 보통 거리가 멉니다.”

“신이 직접 튀어나오면?”

“그렇다면 노비우스나······ 대륙 동부의 나라들이 난리를 쳤겠죠. 신 어쩌고 하는 문제는 그쪽이 훨씬 민감하고 반응이 빠릿빠릿할테니 말입니다. 그리고, 그쪽이 움직였다면 저희들도 움직이죠.”

“근데 거기선 반응이 없잖아.”

“그러니 신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연락사무소장은 그렇게 말한 뒤 뒤통수를 긁었다.


“게다가······ 엔코프도 여기 못지않게 길드 지부 세우는데 부정적인 지역이었습니다. 연락사무소야 뭐 어떻게 서로 이득이 맞아서 뚫긴 했지만······ 길드가 뭘 하겠다고 하면 죽어라 반대하는 곳입니다.”

“그러다 뭐라도 벌어지면?”

“······글쎄요, 저희들도 그렇게 말하지만 그 때마다 ‘알아서 하겠다’라고만 합니다. 그러니 억지로 들어가서 길드 단위로 조사하는 게 사실상 어렵습니다.”

“그래서, 냅둔다고?”

“길드로선 딱히 조사할 필요가 없는 안건이니, 굳이 부담을 끌어안으며 조사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명분도 없고, 명분이 있더라도 길드의 덩치로는 뭔가 알아보기 참 힘든 곳이라는 사실을 들은 ‘연금술사 우’는 혀를 찼다.


“쯧, 길드라는 놈들이 탐구심이 눈꼽만큼도 없냐.”

“물론 포트리스에서 어떻게 결론을 내는지에 따라 다르고, 우 님이 직접 의뢰를 걸면 또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만······.”

“나보다 못한 애들한테 돈을 쥐여주고 시키라고?”

“그러니, 남은 건 직접 알아보시는 것 밖에 없습니다.”


거기까지 말한 사무소장은 은근 ‘연금술사 우’가 직접 나서길 바라는 눈치였지만, 그 반응을 확인하자마자 ‘연금술사 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 몰라. 생각해보니 그렇게 막 달려들 만한 문제는 아닌 것 같아. 흥미롭지만, 남에게 공짜 이득을 줄 수는 없지!”

“뭐 그러시다면야······.”


못내 아쉬움을 억누르는 사무소장의 반응을 본 일우는 속으로 딱 적당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당연히 사전 조사를 통해 이런 흐름이 될 거라는 건 이미 파악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연금술사 우’가 엔코프에 들어갈 명분이었다.

갑자기 흥미가 생겨 조사하는 것보단, ‘길드가 부탁해주니 일단 가본다’는 흐름이 여러모로 위장용으로 쓰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일우만이 간직해야 할 비밀이고, 그런 의도를 드러내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선 앞서 언급된 사항은 곁다리가 되어야 한다.


“자, 사실 본편은 이거야. 앞에 두개는 왔으니 한번 말해본거고. 상관없어. 제일 중요한 건 이거야.”

“어······ 뭡니까?”

“여기 온 이유.”

“아, 그······ 현자 에닐의 요청으로 여기에 오셨지요······.”

“거기다 이런저런 거 해결해주고 해주고, 해주고, 또 해줬지. 보통 길드에서 이런 걸 뭐라고 하는 지 알아? 의뢰라고 해.”

“그, 그렇지요.”


뭔가 대화 흐름을 직감한 사무소장은 식은땀을 흘렸고, 그 식은땀에 응하듯 ‘연금술사 우’는 사악한 미소를 드러냈다.


“정산. 지금 당장. 환금해서. 실물로 내 앞에 모셔놔.”

“저, 저기······ 일단 정식으로 입금절차가 된 것도 아니고, 지금으로서 해드릴 수 있는 건 예상되는 지불액 추정치를 알려드리는 수준······.”

“어? 그 녀석이랑 이야기 다 끝났는데? 지난번에 지부 불싸지르면서 다 이야기 끝났어.”

“어, 어허허허······.”

“아, 그래? 돈 주기 싫어? 그러면 내가 한 일 전부 없애야겠네. 지금 당장 이 조막만한 사무소를 깔끔하게 지우면 없는 일이 되겠지. 돈이 없으면 이 사무소도 없다.”

“자,자자자자잠깐만 기다려주십쇼.”


‘연금술사 우’는 지금이라도 사무소를 박살낼 것처럼 벌떡 일어났고, 크로스로드에 연락사무소가 세워진 배경을 잘 알고 있던 사무소장은 황급히 ‘연금술사 우’를 붙잡았다.


“놔라. 구질구질하게 이러지 말고 화끈하게 가자고.”

“예, 예상액수는 현재 사무소에 예치된 금액을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현물지불이 되려면 일단 인근 지부에서 수송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그래? 지금 못 받는다 그거지? 그러면 지금 없어져야겠네.”

“제발요오오오오! 크로스로드는 신용거래가 충분히 가능한 지역이잖습니까! 예치된 금액으로도 충분히 거래가 가능합니다!”

“아니, 난 현물이 필요해.”

“그러지 마시고 제발······.”


으름장을 놓는 ‘연금술사 우’의 행동에 사무소장이 진땀을 빼는 사이, 그가 진짜 하려고 했던 것들은 어느새 파묻혀버렸다.

조만간 누군가의 요청으로 ‘연금술사 우’는 사이프릭 결정체의 갑작스런 등장을 조사하기 위해 움직이게 될 것이다. 별로 내키지 않지만 말이다.

일우에겐 그런 대외적인 흐름이 매우 중요했다.


작가의말

주인공은 가야 하지만 주인공이 가고 싶어서 가는 상황은 절대 벌어지면 안됩니다.

그래서 이러는거죠.  남에게 등떠밀려져서 가는 그런 상황이 필요한겁니다.

뭐 엎드려 절받기지만, 위장은 원래 디테일이잖습니까. 


그나저나 저도 제 앞에 갑자기 스시를 프리로 뿌려대는 닌자가 나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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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증오의 무한동력 [8] +1 21.09.28 471 21 17쪽
129 19. 증오의 무한동력 [7] +1 21.09.27 510 2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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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19. 증오의 무한동력 [3] +2 21.09.13 755 34 12쪽
124 19. 증오의 무한동력 [2] +7 21.09.11 700 37 16쪽
123 19. 증오의 무한동력 [1] +2 21.09.10 753 29 19쪽
122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10] +3 21.09.08 809 35 18쪽
121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9] +2 21.09.07 764 34 17쪽
120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8] +4 21.09.06 793 30 17쪽
119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7] +1 21.09.04 868 28 15쪽
118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6] +2 21.09.03 865 29 14쪽
117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5] +5 21.09.02 873 34 16쪽
116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4] +7 21.09.01 862 38 11쪽
115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3] +5 21.08.31 926 37 20쪽
114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2] +9 21.08.28 992 4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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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17. 그는 용사가 아닙니다 [10] +1 21.08.26 1,033 37 18쪽
111 17. 그는 용사가 아닙니다 [9] +3 21.08.25 1,030 39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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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17. 그는 용사가 아닙니다 [6] +3 21.08.21 1,052 4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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