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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님의 서재입니다.

난 당하고는 못 살아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papercraft
작품등록일 :
2021.05.17 12:01
최근연재일 :
2021.10.06 12:49
연재수 :
136 회
조회수 :
358,625
추천수 :
9,781
글자수 :
946,637

작성
21.08.31 16:51
조회
926
추천
37
글자
20쪽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3]

DUMMY

난전 속에서 닌자는 차근차근 악의 토양을 베어낸다.


“슬래쉬!!”

-스걱!

“이건······거짓말이야······!”

“현실을 부정하더라도 너의 데스티니. 악의 디스트로이는 운메이데스.”


괴상한 말투로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수상쩍은 자에게 자신이 쓰러졌다는 게 믿기지 않는 모양인 듯, 상대는 현실을 부정했다.

하지만 닌자의 최종 목표는 이들이 아니다.


“허나 악의 토양을 파내도 새로운 악이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법.”


-채앵!


“이블 모노를 코로스! 히요오오옵!”

“이이익!”


다섯 왕의 권좌를 향해 몸을 날리는 닌자를 본 민영은 이를 악물었다. 저들을 박살내는 건 그녀가 해야 할 일이지, 같잖은 물건으로 세뇌 비슷하게 된 짝퉁 닌자가 할 일이 아니다.


[저 자를 막아라! 감히 내 먹이를 노려?!]

“흥, 그대의 상대는 이 쪽이다.”


민영의 황금군대가 닌자를 향해 움직이려 하자, ‘마도왕’의 군대가 앞을 막아선다.

민영이 쓴 스킬인 ‘엠파이어 콜링’은 소환한 군대를 부리는 것는 집중 스킬이다. 워낙 막강한 스킬이기에 패널티를 부여한 것인데, 그 때문에 민영은 자신의 수족을 막아선 ‘마도왕’의 행동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사이, 닌자는 다섯 왕의 권좌를 향해 자신의 몸을 내던졌다.


“이블 모노오 코로스! 히요오오옷!”


-쩌엉----!


다섯 왕의 권좌. 그리고 그 필두인 ‘은행왕’의 목을 향해 날아든 카타나는 투명한 무언가와 부딪쳐 허공에서 멈춰버렸다.


“그래, 광대보다는 조금 낫군.”

“코레와······!”

“하지만 아는 게 없는 건 마찬가지다.”


‘은행왕’이 손짓하자, 그의 주변에 가려져 있던 투명한 병기들이 반짝이듯 나타났다.


“첫째. 우리가 벌이는 일은 같잖은 도덕 관념에서 악하다 평가되고, 미움 받기 마련이지.”


‘은행왕’이 그 칭호를 가진 것은 금을 만드는 재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통 그 위명을 듣고 사람들은 경제를 다루는데 능숙하다고만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가 금을 창조해낼 수 있는 연금술사라는 사실은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자신이 만들어낸 투명 병기로 닌자의 일격을 막아낸 ‘은행왕’의 말에, 곁에 있던 ‘산업왕’이 자신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

이전에 일우도 매직 스트림 네트워크에서 발견했던 그 강화복이 드러났고, ‘산업왕’은 닌자의 머리를 그 강화복의 힘으로 붙잡았다.


“크읏!”

“둘째. 그런데 왜 우리가 거대 왕국의 견제를 안 받느냐? 그거야 수 틀리면 밀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들을 하니까.”

-휘리리리릭!

“큿소!”

“셋째. 당신 말고도 우릴 해치려는 이는 많았습니다. 하지만 왜 우리는 아직까지 살아남아있을까요?”


이어서 ‘문화왕’은 자신의 채찍을 휘둘러 닌자의 목을 휘감았다. 그 모습을 보던 ‘학식왕’은 한숨을 가볍게 쉬며 손가락을 튕겼다.


-츠즈즈즉---!

“끄으으으읏!”

“그리고 넷째. 최후까지 몸을 지키는 건 막대한 권력도, 강대한 군사력도, 엄청난 재력도, 깊은 지식도 아니다.”


투명하게 몸을 숨기고 있었던 소환수가 모습을 드러내 닌자의 양 팔을 잡아당겼고, 이어서 ‘마도왕’의 촉수가 닌자의 다리를 봉쇄했다.


“우리들의 무력이, 우리 스스로를 지키는 가장 큰 힘이지.”


다섯 왕의 힘으로 순식간에 제압된 닌자는 자신이 궁지에 처했음을 깨달았다.


“큿소······! 시크릿 파워를 숨기다니!”

“흥. 우린 말해준 적이 없었을 뿐이다만.”

“그리고 대부분은 우리 주변에 친 울타리를 넘지도 못했어.”

“칭찬해드리죠. 저희들의 울타리를 넘은 것.”

“하지만 그것도 끝이다. 그 울타리를 넘어와 우리에게 도달한 자는 살아서 돌아가지 못했으니까.”


네 왕이 한껏 여유롭게 포박된 닌자를 향해 말했지만, ‘마도왕’은 거기에 낄 여유가 없었다.

촉수를 컨트롤하는 사이 황금 군대가 망자의 군대를 밀어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칫! 그렇게 잘난 척 하려면 이쪽이나 좀 돕도록 해요!”

“마도왕, 그 쪽은 군사 대 군사의 영역이고 자네의 관할이다만.”

“어머, 우리 꼬마 아가씨는 왕좌가 벅찬가 보네요. 포기하시기라도 하실 건가요?”


자신들을 위협하는 적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를 잃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 닌자는 자신들의 상대가 아니다. 그것도 다섯 명 모두 모인 자리에서는 더더욱.

절대적인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닌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더이상 없어보였다.


“이 비탄스럽고 통탄할 일이로다! 벗! 닌자노 길은 수라의 로드! 코노 데스티니의 무게는 이미 알고 있다.”

“시끄럽군. 그만 여기서 죽으라고.”


더 이상 들어줄 수 없다는 듯 머리를 붙잡은 ‘산업왕’은 두 손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 순간, 닌자의 눈에서 빛이 번뜩였다.


“닌자 빔----!”

-피유우우우웅!

“크윽!”


갑작스러운 빔 공격에 산업왕은 어깨에 부상을 입으며 물러났고, 이어서 닌자의 몸이 번뜩였다.


“닌자--- 블래스트!!”

-콰아아앙---!


갑작스럽게 닌자가 자폭하자 지근거리에 있던 왕들은 황급히 방어자세를 취하려 했다.

하지만 폭발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고, 전부 휘말려버렸다.


“아윽!”

“이런 젠장!”

“개수작을······!”


폭발의 여파가 왕좌를 덮친 가운데, 멀리서 그걸 지켜보던 민영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저게 무슨 닌자야!”


민영이 아는 닌자와 점점 멀어지는 행보를 보이는 저 ‘자칭 닌’자는 어느새 거리를 벌려 다섯 왕의 왕자를 향해 팔을 죽 뻗었다.


“벗! 시크릿 스킬은 코노 오레도 가지고 있다. 간다! 닌자 궁극인술!”


그 말을 외친 닌자는 허공을 향해 뛰쳐오른 뒤, 불꽃같이 타오르는 몸이 되어 다섯 왕의 권좌를 향해 강렬한 발차기 공격을 날렸다.


“살법! 익스터미네이션 버스트 키이이이익----!”

“그게 무슨 닌자냐고!!”


물론 닌자와는 한참 거리가 먼 행위였고, 그나마 조금이라도 아는 민영은 돌아버리겠다는 듯이 외쳤다.

그리고 그 공격을 마주한 당사자들은 조금 전까지와는 다른 공격이라는 걸 직감하고 합세해서 그 공격을 받아쳤다.


-콰광!! 끼끼기기기----!


힘의 여파가 맞물리며 생긴 힘싸움에 에너지의 파장이 기괴한 형태로 터져나왔고, 점시 후 균형이 깨지며 서로를 스쳐 지나갔다.


-쿠웅---!


“윽······!”

“큿소!”


그리고 충돌하며 부딪치던 두 힘은 결합되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튕겨져 나가 근처에 있던 탑에 충돌했다.


-끄기기기긱----끼기기기----쿠웅---!


탑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무너졌고, 자신의 모든 걸 쏟아 부은 일격이 빗나간 것을 깨달은 닌자는 자세를 가다듬고 다섯 왕을 향해 손을 뻗었다.


“닌자의 규율, 하나. 엎어진 벤또를 주워 담으려 들지 말지어다. 식중독은 데인져러스한 디지즈이니 경계하라.”

“······.”

“······저 녀석 닌자가 맞긴 한 거야?”


의미 불명의 소리에 다섯 왕은 이후에 이어질 지 모를 공격을 경계했지만, 민영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와타시는 데스티니에서 등을 돌리지 않는다. 씨 유 레이터, 이블 모노다치.”

“도망치겠다는 것인가.”

“그렇게 놔둘 순 없지!”

“인법! 리트리트!”

-퍼엉---!


다섯 왕이 나서 후퇴하려는 닌자를 붙잡으려 했지만, 닌자는 연막을 터뜨리며 자리를 빠져나갔다.

최루성분이 잔뜩 들어간 연막은 다섯 왕은 물론이고 아직 살아있는 관객, 그리고 민영까지 심각한 영향을 주었다.


“우욱! 콜록! 켁, 켁!”

“커헉! 컥!”

“콜록!”

“아씨, 이거······ 켁, 켈륵······!”


모두가 콜록거리는 사이 닌자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지만, 연막은 사라질 기미 없이 끈질기게 현장에 남아있었다.

몇 분 동안 바람이라도 일으켜 연막을 몰아내려 했지만, 전부 콜록거리는 덕에 집중해서 마법을 쓸 여유도 없었다.

민영으로서는 참으로 애석하게도, 안 그래도 죽은 자의 군대와 부딪쳐 시간을 끈 것도 모자라 연막에 시달려서 시간을 낭비해버리고 말았다.


[경고. 엠파이어 콜링 소환 유지 한계 도달.]

“······제길!”


분하지만 지금은 민영도 도망쳐야 할 때였다.

겨우 연막이 흩어지고 난 뒤, 닌자와 민영이 도망친 것을 확인한 다섯 왕은 참으로 불쾌하다는 표정들이었다.


“······참으로 골치아픈 녀석이 나타나고 말았군.”

“제길! 손해 막심이잖아! 시간도 날리고, 고객도 날리고, 거기다 우리 비밀도 드러났어!”

“으음, 거기다······ 그 사람 자산이 약간, 피해를 입은 모양이네요.”


‘문화왕’이 ‘연금술사 우’의 탑에 대해 거론하자, ‘학식왕’은 혀를 차며 턱을 괴었다.


“시기가 너무 딱 맞다는 의구심이 드는군. 잘 준비된 무대, 적당한 시기에 나타난 새로운 적. 거기에 변명을 늘여놓고 현장에 참석하지 않은 자.”

“그가 이 일을 벌인 장본인이란 뜻이야?”

“가능성이다.”


‘학식왕’은 이제 잔해더미가 된 탑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외부 조사단이 슬슬 결과를 가져올 시기다. 그 동안은 우리의 관심사 밖에 존재했던 이였기에 방치했지만, 이렇게 된 이상 확실하게 알아둘 수 밖에 없지.”

“동감이야. 친구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그 문제도 계속 물어보고 있지만, 대답이 시원찮단 말이야.”


아무래도 아로엔을 데려간 ‘마도왕’은 다른 무언가를 꾸미고 있는 모양이었고, ‘은행왕’은 그런 그녀에게 심드렁하게 말했다.


“하는 건 자유지만, 꼬리를 드러내지 않도록 세심하게 해두도록.”

“예이.”

“뭐, 일단 그 연금술사에 대한 평가는 보류야. 학식왕이 들고 오는 정보 보고 평가하자고. 난 뭐 좋은 쪽이지만, 댁들이 그러면 일단 보류는 해야겠어.”

“예에. 이익이 보여도 정황상의 의구심이 들면······ 한 발 물러서는 게 좋겠죠.”


‘산업왕’과 ‘문화왕’ 역시 ‘연금술사 우’에 대한 호의를 살짝 거두려는 모양이었다.

‘은행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모두의 의견을 모았다.


“좋다. 모두의 의견이 그러하니, 학식왕이 모은 외부 정보를 기반으로 모든 관계를 재정의하도록 하지.”


아무래도 ‘연금술사 우’가 이 일을 꾸민 것이라 강력히 의심되니, 그에 대한 평가 역시 달라지는 모양이다.

그리고 며칠 뒤, ‘학식왕’이 외부의 정보를 수집해온 다음 날.


“그래, 좋아. 내 선물이 마음에 안 들었다면 박살내도 상관 없어. 줬으면 니들 꺼니 니들 맘대로 해도 되니까.”


‘연금술사 우’는 한껏 짜증 섞인 표정으로 다섯 왕의 접견실에서 팔짱을 낀 채 다섯 왕을 마주하고 있었다.


“근데, 내가 언제 탑을 준다고 한 적 있나?”

“거기에 대해선 설명했다고 본다만.”

“아니! 니들 싸움에! 왜 내 자산이 박살이 나냐고!!”


접견장에 도달한 ‘연금술사 우’가 방방 날뛰었지만 다섯 왕 모두 입술을 꾹 다물었다.

다섯 왕이 숨기고 있는 힘을 합치면 눈앞에서 제멋대로 날뛰는 연금술사 따윈 한 번에 제압할 법도 하지만, ‘연금술사 우’의 심기를 거스르게 만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첫 등장 당시 그는 신뢰할 수 없는 소문 투성이인 인물이다. 연방국의 왕들이 제대로 아는 게 있다면, 코랄에서 노예 해방을 주도한 장본인이라는 것.

그 외의 것은 그들에게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기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고, 사실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는 건 쓸모없는 일일 뿐이다.


“니들 약 갖기 싫어? 뿅가는 약이 싫어? 회색 노예가 싫어?!”

“그, 그렇진 않지. 그나저나 그 노예 약물은······.”

“없어 새끼야! 탑 안에서 제조 중이었는데 다 날아갔다고!! 초도분량은 내 재고로 처리하려고 했는데 그 재고 다 털어넣은 물량이 탑이랑 같이 훅 갔다고오오오! 이게 얼마짜리인줄은 알아?!”

“어, 자, 잠시만. 그걸 말도 안 하고······.”

“깜짝 선물! 반전의 묘미! 원래 선물은 그런 식이야! 근데 네가 선물상자를 박살냈잖아! 이제 선물은 없어!!”


하지만 실물을 대면한 직후 다섯 왕들은 이 연금술사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벌였고, 해당 분야를 담당하는 ‘학식왕’의 부하들이 대륙 각지에서 ‘연금술사 우’의 행적을 추적하고 조사해왔다.

그리고 그 모든 소문들이 사실이라는 정보를 알게 되었다.

카이옌에서 자신의 경쟁자라 할 수 있는 엔셀 상단의 지부가 무너지는데 수상쩍은 연결고리와 그 곳에 세운 막대한 양의 마력소재 저장고.

페니카에서 있었던 용사 잡이와 거대한 에클록 상흔을 지워버리기 위해 태풍을 만들어버린 일 모두 실제로 그가 해낸 일이다.


‘이 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끔찍할 정도로 강하다!!’


‘학식왕’의 조사는 단순히 소문 검증이 아니라, 그가 벌인 행적을 통해 갖고 있는 무력의 한도를 측정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문제는 그 무력 한도의 최대치를 도저히 가늠할 수 없었고, 그게 벌인 행위들을 보면 다섯 왕이 인지한 수준은 어린애 장난에 불과했다.

게다가 이 자는 페니카에서 ‘용사 사냥’을 주도한 장본인이기까지 했다. 정의로움을 따지거나 옳은 것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정말 자기 흥미 위주로 돌아다니는 미치광이였다.

그 정보를 깨달은 다섯 왕의 결론은 통일되었다.


‘이 자의 심기를 거슬리게 만들면 우린 끝이다!’


그렇기에 두 번째 접견장에서의 회담은 관계가 역전된 것이다.


“그, 그 점에 대해선 사과를 하도록 하지······.”

“좋아, 좋은 자세야. 초면에 그렇게 고깝게 대하던 태도를 떠올려 보면 지금 자세는 매우 칭찬해줄만하다고, 노동왕.”


그의 진면목을 채 알지 못했을 적의 태도가 언급되자, ‘산업왕’은 움찔댔다.

올베린에선 이 자를 포섭하기 위해 아로엔 공주까지 붙일 정도다. 그만큼 중히 여겨지는 인물의 심기를 거스르면 심각한 손해를 볼 게 뻔하다.


“자! 넘어가! 다음 너! 놀이왕!”

“문화왕이라 불러주시겠어요?”

“옛다. 샘플. 한두 방울씩, 향수 쓰듯이. 뭔지알지?”


대륙 전체에서 파악한 대로, ‘연금술사 우’는 제멋대로 ‘문화왕’을 부르며 뭔가를 던져주었다.

공손히 받아든 문화왕의 손에는 향수병 비슷한 뭔가가 쥐여졌다.


“앞서 설명한 사유로 인해, 네 선물은 약간 늦어질 예정이다. 양산 설비가 개박살이 났는데 어떻게 공급을 제 때 해줘?”

“저는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아는 성격이거든요. 그나저나 효능은 어떻죠?”

“내가 친절하게 설명하고 싶지만, 내 자산이 조져진 이상 친절하게는 못해먹겠다. 알아서 알아봐. 다음!”


준 것만 해도 고마워해야 할 처지라는 걸 깨달은 ‘문화왕’은 고개를 끄덕였고, ‘연금술사 우’의 손가락은 이내 문화왕을 스쳐 지나갔다.


“······넌 볼일 없고. 혹시 뭐 원하는 거 있어?”

“어어······ 그 때 페니카에서 했던 일에 대해 약간의 호기심······.”

“지난 이야기잖아? 난 지나간 일은 다신 손 안 대! 끝! 넘겨!”

“그 말 치곤 공주와의 인연이 완전히 끊기지 않나 싶은······데······.”

“너랑 걔량 같냐? 네가 초면에 그렇게 나한테 친절하게 대했냐고. 어? 쓰읍, 탑도 박살나서 기분도 더러운데.”

“······.”

“그 옆쪽은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따로.”


이어서 ‘마도왕’을 향해 손가락이 향했고, 뭔가 켕기는 게 있는 마도왕은 저도 모르게 움찔댔다.

그러거나 말거나 ‘연금술사 우’는 ‘은행왕을 향해 손가락을 향한 뒤, 세로로 세워 까딱였다.


“자, 마지막으로 대빵. 내 호의에 박살로 응해줘서 차아아암 고맙수다, 채무왕 씨. 하지만 난 아직 화난 건 아냐. 참아줄만 해. 니들이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으면 지켜줬을 거라고 믿거든.”

“······그리 중한 구조물인지 알려주었다면 신경을 썼을 것이다.”

“그래, 내 과실도 있지. 아무튼 간에, 아직까지 우리 관계는 뭐다? 우호적이다. 그걸 명심해.”


초반의 무례한 대접에도 불구하고, ’연금술사 우‘는 다섯 왕과의 관계를 이어나갈 모양이다.

그걸 파악한 다섯 왕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무튼, 내 탑이 뭐 때문에 무너졌다고 했지?”

“닌자라고 주장하는 괴상한 복면남이었다만.”

“그거 누구 때문에 생겼지?”

“이쪽의 문제다.”

“그래서 내가 책임을 댁들한테 따지는 거야. 알겠지?”

“그래서 이 자리에서 논의할 것이 있다만······.”

“아······ 안 돼. 그건 우리 우호를 넘어서는 일이야.”


하지만 ’은행왕‘이 그 닌자에 대해 언급하려 하자 ’연금술사 우‘는 이내 표정을 싹 바꿨다.


“보나마나 걜 제거해달라고 요청하고 싶지? 하지만 걘 니들이 만든 문제야. 내가 오기 전부터겠지.”

“일단 알아보는 중이다만······.”

“뻔하잖아. 니들이 벌이는 게 후환이 안 남을 평화로운 일이다? 아니지? 근데 니들이 후환을 싹 불태우거나 말살할 정도로 똑똑해보이냐? 그건 더 아냐.”

“······.”

“니들은 내 기준에서 머저리고, 분명 뭔가 흘렸을 거야. 그리고 흘린 게 살아서 기어 나왔겠지. 대충 그런 흐름이야. 평범한 놈들 이야기지.”


다섯 왕은 결코 평범한 존재가 아니지만, 그들을 ’평범‘의 범주에 구겨 넣은 당사자는 다섯 왕을 향해 일일이 손가락질했다.


“니들이 마려워서 쌀 일에 내가 힘을 주는 거잖아. 난 남의 뒷구멍 사정엔 손 안 대. 그거 일일이 손대면 엄청 귀찮아지거든.”

“······우리들에게 호의적이시라면, 좀 더 아량을 베풀어주지 않으시겠나요?”

“아! 좋아, 음란왕 아가씨? 말 나왔으니 우리의 우정에 대해 확실하게 선을 긋자고.”


’문화왕‘이 슬쩍 말을 꺼내자, ’연금술사 우‘의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뒤늦게 괜한 말을 꺼냈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일은 벌어지고 말았다.


“하나! 우리의 관계는 호의적이지만 남들에게 대놓고 ‘우린 친구 사이에요!’는 아니다. 왜냐? 그렇게 친한 거 아니잖아?”

“으음······!”

“둘! 이전까지 우리 사이는 함박웃음 지으며 등장한 내 호의를 냉대와 냉소와 같잖은 시험질을 참아낸 내 인내심의 결과다. 하지만 그 결과마저 너희들은 찬물을 끼얹었지.”


‘산업왕’과 ‘학식왕’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슬쩍 돌렸지만, 오히려 ‘연금술사 우’는 그들에게 터벅터벅 다가가 고개를 붙잡고 자신 쪽으로 돌렸다.


“시선 돌리지 마. 남이 중요한 이야기 하는데.”

“으윽.”

“셋!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너희랑 친하게 지내려고 애를 쓰고 있고, 너희들도 그걸 노력해줬으면 해.”

“그 점은 인지하고 있소. 다만······.”

“넷! 그러니 내 ‘우정’을 시험하거나, 과시하거나, 안 그래도 바닥 드러내는 자산 갉아먹는 시도는 절대 하지 마. 일단 너희들이 왕 놀이를 하니 이정도로 하지, 아니었으면 우리 관계는 진작에 끝이니까. 알겠어?!”


무어라 말을 꺼내려던 ‘은행왕’을 향해 고개를 홱 돌리며 말을 마무리 한 ‘연금술사 우’는 붙잡고 있던 두 얼굴에서 손을 떼고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자, 내 이야기 끝! 접견도 끝! 파장!”


자기 할 말만 하고 더 이상 할 이야기 없다고 못박아버린 ‘연금술사 우’의 행동은 처음 왔을때와 정 반대였다.

하지만 다섯 왕은 그 말을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걸 깨달아버렸고, 순순히 그의 말을 들었다.

자리를 벗어나던 다섯 왕 중, ‘마도왕’이 슬쩍 빠져나가려 하자 ‘연금술사 우’가 불러세웠다.


“야, 거기. 아로엔 친구.”

“······마도왕이라고 불러주세요.”

“네 실력은 마도도 아니고 왕이라 불러줄 만도 안 돼. 보여줘? 진짜 ‘왕’스러운 마도의 길을.”


이 남자의 전적이 화려하다못해 그야말로 천재지변 급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걸 아는 ‘마도왕’은 차마 대꾸할 수 없었다.


“아······ 그, 수도에서 그런 일 하면 여러모로 백성들의 마음도 불안해지고 그러니······ 다, 다음에?”

“좋아, 그건 넘어가. 아무튼 간에, 네가 데리고 간 공주 내놔.”

“예? 에?”

“예를 하던가 에를 하던가 예에를 하던가 하나만 하라고. 네가 데려갔다는 그 공주, 내놓으라고.”

“지, 지금은 곤란한데······.”

“너희들 장단에 놀아줄 때엔 인질 삼아서 쥐여줬지만, 관계가 역전된 이상 너에게 거부권은 없다. 내놔.”


‘연금술사 우’의 엄포에 ‘마도왕’은 식은땀을 흘렸다.


작가의말

개인사정으로 인해 벌어진 불상사를 조금이나마 커버하고자 오늘 분량은 낭낭하게 챙겼습니다. 2회분같은 1회분 업로드를 통해 어제 업로드 안 했던 건 없는 일로 넘어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뭐 당연한 소리지만 악의 최종보스는 뭔가 숨겨진 비장의 파워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닌자가 물리쳐야 할 라스트 보스라면 당연히 최종보스가 되어야 하겠죠.
당연히 닌자에게 중요한 건 빔이랑 연막이죠. 어 모르셨습니까? 킥은 가면 쓴 탑승자가 쓰는 거라 근본이 없지만 빔은 근본입니다.
예? 근본 아니라구요? 알게뭡니까 진짜 닌자도 아니고 닌자의 정체랑도 얽혀있는데.

상황역전은 뭐.... ㅈ밥인줄 알았던 상대가 천재지변을 일으키는 미치광이라는 걸 알게되면 다들 쫄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용사라고 나대던 녀석을 사냥했다는 전력이 있는데 정의 어쩌고일 가능성도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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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19. 증오의 무한동력 [8] +1 21.09.28 471 21 17쪽
129 19. 증오의 무한동력 [7] +1 21.09.27 511 22 15쪽
128 19. 증오의 무한동력 [6] +2 21.09.24 577 21 12쪽
127 19. 증오의 무한동력 [5] +5 21.09.23 622 26 17쪽
126 19. 증오의 무한동력 [4] +5 21.09.17 672 22 12쪽
125 19. 증오의 무한동력 [3] +2 21.09.13 756 34 12쪽
124 19. 증오의 무한동력 [2] +7 21.09.11 701 37 16쪽
123 19. 증오의 무한동력 [1] +2 21.09.10 753 29 19쪽
122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10] +3 21.09.08 810 35 18쪽
121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9] +2 21.09.07 764 34 17쪽
120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8] +4 21.09.06 793 30 17쪽
119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7] +1 21.09.04 868 28 15쪽
118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6] +2 21.09.03 865 29 14쪽
117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5] +5 21.09.02 874 34 16쪽
116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4] +7 21.09.01 863 38 11쪽
»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3] +5 21.08.31 927 37 20쪽
114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2] +9 21.08.28 992 44 15쪽
113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1] +13 21.08.27 1,009 42 14쪽
112 17. 그는 용사가 아닙니다 [10] +1 21.08.26 1,034 37 18쪽
111 17. 그는 용사가 아닙니다 [9] +3 21.08.25 1,031 39 22쪽
110 17. 그는 용사가 아닙니다 [8] +6 21.08.24 1,008 40 18쪽
109 17. 그는 용사가 아닙니다 [7] +2 21.08.23 1,058 41 14쪽
108 17. 그는 용사가 아닙니다 [6] +3 21.08.21 1,053 4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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