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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님의 서재입니다.

난 당하고는 못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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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작품등록일 :
2021.05.17 12:01
최근연재일 :
2021.10.0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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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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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17. 그는 용사가 아닙니다 [8]

DUMMY

가는 장소마다 소문을 만들어내는 자, ‘연금술사 우’가 연방국에 온 지 1주일이 지났다.

소문은 퍼져 그가 희한한 경기장을 만들어나간다는 사실을 널리 전했지만, 연방국 밖에선 그 소문을 쉽사리 믿지 못했다.


“······노예 결투장?”

“예. 그렇다니까요?”


고객인 장인이 미간을 찌푸린 채 주워들은 소식을 말하던 것을 잠자코 듣던 제록은 고개를 내저었다.


“이델린에선 떠들썩한 고기 축제를 벌였다는 건 증인이 있소. 하지만 그 뒤부터 들리는 소문은 전부 다 뜬소문이오.”

“아니 정말이라니까요?”

“그럼 진실로 합시다. 그 분이 페니카에서 태풍을 만든 것도 진실이고, 갑자기 코랄에 나타나서 코볼트들을 압제에서 해방시킨 것도 진실이겠지.”

“어, 그, 그건······.”

“그 뒤에, 연방국의 악명 높은 노예거래에 손을 댔다는 것도 사실이겠소이다.”

“······.”


그 말을 듣던 장인도 앞뒤가 안 맞는다는 건 아는 모양인지 머리를 거칠게 긁었고, 제록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자금 융통이 어려우니 대금 지불이 어렵다는 사정은 대충 알겠소. 허나 뜬소문을 빌미로 소재의 신뢰성에 흠을 낸다던가 값을 깎으려 드는 시도는 사절하고 싶소이다.”

“그, 그럴 생각 없어요! 그냥 들은 말이 그러니······.”

“노예거래를 일삼는 자가 만든 자원이 미덥지 못하니 밀린 대금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겠다는 소리가 나오겠지.”

“끄응······.”

“허튼 수작 말고 셈은 제대로 치루시오. 이번 분량 대금은 조금 늦춰줄 테니, 성실하고 견실하게 사시오.”


겸연쩍어진 장인은 군 말 없이 소재를 받아들였고, 거래처에서 떠난 제록은 마차를 몰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허황된 것도 모자라 앞뒤가 안 맞는 헛소문이라니,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대단한 분이셨어.”


그런 대단한 사람이 남긴 막대한 자원을 관리하게 된 제록은 한층 더 성실히 관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소문의 허황됨은 반대로 말하면 그가 벌이는 일이 규모가 막대하다는 증거다. 그런 자의 심기를 거스르면서 돈을 탐하는 건 항상 뒤끝이 나쁜 법이다.

이 소문에 시달리는 건 제록 뿐만이 아니었다.


“노예? 연방국에서?”

[예. 일단 연방국 지부의 정기 보고에선······.]

“지랄하고 있다. 거기 길드마스터 놈 연방국이랑 한통속인거 다른 지부들도 다 알고 있구만. 그걸 믿으라고?”


페니카 지부 길드마스터는 자신의 찰랑대는 가발을 쓸어넘기며 투덜댔다.


“포트리스 놈들 일 제대로 안 하니까 그런 개쌍소리도 넙죽 받아먹나본데, 난 그 소리 안 믿어.”

[아니, 그래도 길드마스터의 보고를 부정하시는 건 좀······.]

“그 새끼 내가 잘 아는데, 돈 걸렸으면 지 애미 애비도 다 팔아 쳐먹을 새끼야. 연방국이 다른 실력자 다 내버려두고 그런 쥐새끼 들이는 걸 허락한 이유가 뭐겠니?”

[뭐어······.]

“다아, 쥐새끼한테 무슨 먹이를 줄 지 아는 놈이니까 그런 거야.”


페니카의 수많은 대머리들을 구원한 가발을 만들고, 용사 자격 미달인 녀석을 진짜 용사로 만들기 위해 봉인시킨 것도 모자라 페니카 상공에 나타난 에클록 상흔을 지워버린 남자.


“그리고 앞뒤가 안 맞잖아. 코랄에선 노예 꼴 된 코볼트 풀어줬다면서? 근데 바로 연방국에서 노예질에 끼어들었다고?”

[······그 사람 행적이 어디 앞뒤가 맞은 적이 있습니까?]

“반대로 생각해. 그 연방국을 어떻게 개박살을 낼 작정으로 맞장구를 친다고. 그 쪽이 훨씬, 매우, 엄청 그럴싸하니까.”

[저희도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연방국은 포트리스나 모험가 길드 소유의 비공정 통과허가는 내줘도 착륙허가는 절대 안 내주는 폐쇄적인 곳이니까요.]

“그래서 니들이 쫄보라는 거야. 확인을 하러 몰래 투입을 하던가 해야지.”


페니카 길드마스터는 포트리스의 방만해보이기까지 한 느슨한 대처에 불만이 많은 모양인지 연달아 불만을 퍼부었다.


“코랄 쪽 녀석 말 들어보니 아예 그쪽 일을 그 분한테 떠맡기려고 했다면서?”

[그건 에닐 님께서······.]

“그게 마음에 안 들어. 그 새끼 현자라며? 현자인데 대머리도 해결 못하잖아? 그런 무능력한 녀석이 혀언자아? 하!”

[대머리랑은 상관 없지 않나요.]

“지난번에 몇 번을 연구 협력을 했는데 씹었잖아! 그게 뭐겠냐! 지가 못하니까 피한 거지!”


페니카의 불운한 사정은 예로부터 널리 알려져 있지만 포트리스를 포함한 각종 지식인들은 이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나서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대책을 마련해준 ‘연금술사 우’는 페니카의 대머리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다.

페니카의 대표적인 대머리인 길드마스터는 굳건한 표정으로 마력통신 너머의 상대에게 말했다.


“아무튼! 앞으로 이런 개헛소리를 정기보고에 끼워 넣을 거면 그냥 하지를 마!”


페니카 지부 길드마스터가 그렇게 말을 했지만, 애석하게도 소문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소문의 주인공은 지금 거의 완성되어가는 거대한 경기장에 연방국의 다섯 왕을 초빙해 한껏 자랑을 늘여놓고 있었다.


“자! 봐라! 너희들이 제공하고, 내가 제공하고, 우리 아닌 다른 놈의 피 땀 눈물 그리고 기타등등을 갈아넣은 성과를!”

“우린 바쁜 사람이다. 다섯 다 모아놓고 할 만한 시찰이기를 바란다.”

“아, 댁이 노동왕이던가?”

“산업왕이다. 그리고 이 다섯 중에선 제일 바쁘지.”

“댁이 기대할만한 산업적 발전이 여기 있다고.”


인내심 없는 ‘산업왕’의 말에 ‘연금술사 우’는 손가락을 까딱여 경기장 전경을 가리켰다.


“이 곳의 경기장은 너희들이 제공한 노동력만으로 건설되었다. 너희가 몇 명 줬지?”

“200명이죠. 제 개인적인 소유분에서 씀씀이를 베풀었다는 것, 기억해주세요.”

“그래! 우리 놀음왕이 선물로 준 노예! 그것만으로 지었다! 지금 며칠 됐지? 2주도 안 지났어! 정확히는 1주일! 근데 이것 봐라?”


자신의 호칭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지적하려던 ‘문화왕’은 자신의 부하들 중 상당수가 회색빛으로 변한 것을 보며 이내 그 생각을 포기했다.

간접적으로 들은 보고대로라면 그는 완벽하게 미친 인간이고, 미친 인간은 보통 남의 호칭을 제대로 불러주지 않는 법이다.


“저기 약간 회색빛 낯짝이 된 친구들 있지?”

“흐음······.”

“자, 이 자리에서 소개합니다! 쨘! 노동촉촉촉진제!”


그 나사빠진 정신세계를 강조하는 듯한 작명과 함께 등장한 건 약병 안에 들어간 회색 액체였다.

진득한 회색 액체를 손아귀에 쏟아부은 ‘연금술사 우’는 자신의 양 손에 그 액체를 발라대며 말을 이어갔다.


“촉진제라고 하기엔 너무 위력이 센데다 촉촉하게 적셔주듯 흡수도 좋아서 촉촉촉진제라고 붙였다! 당연히 뭐에 쓴다? 노동!”


아무래도 저 회색 노예들은 이 ‘촉촉촉진제’라는 물건의 결과물인 모양이고, ‘연금술사 우’는 그 점을 굉장히 강조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몇 라운드를 거치면서 검증했지만, 이 촉진제를 바르면 4인분의 노동을 감당할 수 있지. 그래서 촉촉촉진제! 그냥 촉진제면 2인분이지만 내 건 4인분 하니까 촉촉촉진제!”

“용법은?”

“먼저 촉촉촉진제를 온 몸에 촉촉하게 발라준다! 그리고······ 어, 다음 순서는······.”


두 손에 덕지덕지 묻은 회색 액체를 드러내보이던 ‘연금술사 우’는 이내 확성기를 들어 한참 노동 대결 중인 노예 중에서 눈독을 들인 녀석을 불러왔다.


[자아! 승자만이 이성을 가질 수 있는 서바이벌! 그리고 지금 내 눈에 간당간당한 놈이······ 너구나!]

“아, 안돼!!”

[안 되긴 뭐가 안 돼!]


드론들에게 질질 끌려온 희생양이 버둥거리며 다섯 왕 앞에 던져지듯 끌려왔고,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하는 의무감도 이제 희미해진 듯 자신의 진짜 주인인 ‘문화왕’을 향해 간절한 구원의 눈빛을 보낸다.

하지만 그녀는 부채로 입가를 가린 채 지루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바라볼 뿐이고, 그게 무슨 의미인지 깨달은 감시자는 채 절규하기도 전에 ‘연금술사 우’의 손에 묻은 회색 액체 범벅이 되었다.


“끄어어억! 사, 살려줘! 난 저렇게 되고싶지 않아!”

“자자, 진흙 축제를 생각해 친구. 아, 이 동네에는 갯벌이 없지? 하긴, 바다 구경 해본 녀석이나 있겠어?”

“으븝! 으브브븝!”

“아무튼 갯벌에는 이런 비슷한 걸 온몸에 쳐바르는 전통이 있단다. 바르면 건강해진대! 뻘흙 발라서 건강해진다니 내가 만든 이 특제 촉촉촉진제는 더욱 건강해지겠지?”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며 희생자의 온몸에 액체를 바른 ‘연금술사 우’는 이내 작은 약병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이 촉진제가 촉촉하게 스며든 것을 고정해주는 이 고정제를 먹이면! 이야아아아압!”

“으겁! 컥! 커헉!”

“먹어! 어차피 반항하면서 먹으나 쭉 들이키나 넌 어차피 똑같이 될 거라고오오오!”

“그어어어컥······커걱—끄으으······.”


입 안에 정체불명의 약을 쏟아부어진 희생자는 눈이 이내 희번득하게 뒤집어지더니, 이내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피부에 바른 회색 액체에 염색이 되듯 전신이 회색이 되었고, 이내 생기 없는 눈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어어어······.”

“자! 넌 건강해졌다! 가서 일이나 해!”

“으어······.”


어기적대며 걸어간 희생자는 이내 놀라운 속도로 작업에 들어갔다. 그 광경을 본 다섯 왕 중 세 명은 흥미가 당긴다는 표정이었고, 나머지 둘은 질린다는 표정이었다.

사전에 들었던 정보를 눈앞에서 확인한 ‘마도왕’은 불쾌함을 드러낸 표정으로 입을 뗐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죠?”

“간단한 시술. 세세한 건 첨부된 설명서를 참고하라고 말하지만 이건 비매품이지롱.”

“저거······ 금기된 주술이잖습니까.”

“주술? 어딜 봐서? 주술 흔적이라도 보여? 난 순수하게 연금술의 성과만으로 이런 멋진 노동력 개조를 완성했다구?”


‘학식왕’이 비슷한 것을 알고 있는 듯 질린다는 표정이었지만, ‘연금술사 우’는 그런 주술과는 상관없다는 듯 손을 내젓다 이내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아, 참고로 촉촉할때 먹여야 효과가 있어. 그래서 촉촉 촉진제! 촉촉촉진제! 와오!”

“······”

“참고로 효과는 하루만에 개발했지만 붙인 이름에 어울리는 사용법을 개발하는데 걸린 건 3일이지. 핫하!”


마도와 학식을 맡는 쪽은 저게 꺼림직하지만, 나머지 셋은 저 ‘회색 인간’이 가져올 이득에 흥미가 생긴 모양이다.


“부작용은?”

“어······ 목숨?”

“노동력이 소모품이 되면 곤란한데.”

“아, 내 말은 그거야. 네 명 분 일을 하니 연료도 팍팍 넣어야 해. 잠은 안 재워도 되더라구. 연료가 떨어지면 뭐다? 자기 살이 파먹혀서 결국엔 꼴까닥!”

“······싸구려 식량으로 열량 공급이 가능하다면······ 으음, 확실히 단순노동엔 딱이군. 괜찮겠어.”


‘산업왕’이 긍정적인 측면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자, 이내 ‘문화왕’ 또한 눈웃음을 보였다.


“다른 면으로 타인을 조종하는 물약이라 보면 되겠군요. 흐음, 저는 좀 더 세련된 용도가 필요하지만······.”

“그건 지금 대량생산을 위해서 적당히 소재 뽑을 장소 찾는 중이야. 한 번에 하나씩 하자고. 하지만 난 지금 일이 여러 개야! 이거, 요거, 그리고 내 거!!”


‘연금술사 우’는 그 말을 하며 탑을 가리켰고, 누가 질문하기도 전에 설명을 퍼부었다.


“이 근방의 마력수치를 정밀측정하고, 변동치를 분석하고, 변수를 제거해서 순수하게 자연마력에서 마력이 생산되는 조건을 확인하려는데! 이놈의 비공정 운행 때문에 변수가 생겨서 돌아버리겠다고!”

“하긴, 이곳은 주요 경로이긴 하지.”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관심이 드물어서 자료 수집 중인 상태로 탑을 내버려 두고, 당분간은 너희들 줄 까까선물이나 기타등등 때문에 살짝 바빠. 하지만 내가 본격적으로 파고들 때까지 이런 식이면 곤란해. 입지조건이 꽝이야.”

“비행경로를 당신 한 명 때문에 바꿔야 한다는 소린가?”


‘은행왕’이 내키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자, ‘연금술사 우’는 손가락을 까딱였다.


“자아, 여기에선 이제 정기적으로 초 특급 우량 고객님을 모시는 전용 대회가 열릴 거야! 자유를 쟁취하는 노예 서바이벌!”

“······.”

“1등은 명목상의 자유. 하지만 나머지는? 그대로 노예. 하지만 2등 3등 4등 5등 전---부 1등만은 못해도 우수한 노예라는 게 증명되지.”

“흠.”

“자! 이 패배자이지만 그래도 2등짜리 초 우---량 노예 매물 나왔습니다. 사실분?”

“······호오.”


‘연금술사 우’의 말에 ‘은행왕’의 눈이 번뜩였고, 다른 이들도 무슨 의미인지 깨달았다.


“꽤······ 흥미로운 사업이 되겠군.”

“단순히 노예를 사는 것이 아니군요. 우수한 상품을 골라볼 수고도 줄일 뿐더러, 그 과정도 유흥거리가 되겠죠.”

“상당히, 상당히······ 고전적인 개념들이로군. 노예 검투와 경매, 하지만 그걸 복합적으로 엮는건······ 창의적이야.”

“······저것들을 무슨 수로 만들었는지 몰라도, 네가 제안한 방식 자체는 매력적이긴 해.”

“당연히 매력적이지! 그리고 이건 초 우수 고객들만을 위한 게 되어야 해! 당연히 비공정 같은게 나돌아다니면 안 되고! 왜냐? 이런 건 대중을 위한 게 아니라 선택받은 이들만이 볼 수 있으니까!”


상당히 잔혹한 유흥거리이자 경매가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우수한 고객들에게 차원이 다른 장소가 될 것이다.

다섯 왕들은 서로를 바라보다, 이내 대표격으로 ‘은행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 의견 받아들이지.”

“좋아! 그럼 부탁 좀 더 하자.”

“듣도록 하지.”

“쟤들은 이제 닳을대로 닳았으니 새 녀석들 좀 공급해줘봐. 남은 애들은 개막식 할 때 여흥거리로 삼게 두고, 시범 시즌이 끝났으니 새로운 시즌을 열어야하지 않겠니?”

“좋다. 그러도록 하지.”

“가급적이면 좀 튼튼하고 어디서 악명 좀 높은 애들로 원한다구? 그래야 피 튀기는 개싸움 대결도 흥미롭게 할 거 아냐. 비실이들끼리 싸우면 좀 그렇잖니.”


아무래도 ‘연금술사 우’는 최초에 받은 노예들을 살려둘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고, 대표격으로 ‘문화왕’이 답했다.


“필요한 게 있다면 공급해드리도록 하죠.”

“자! 그럼 이걸로 합의 끝! 자자, 다들 개막식까지 볼일들 보라고.”

“다만, 제가 기대했던 상품들에 대해 말을 들었으면 싶은데요.”

“기다려봐. 다른 나라에서 재료 공급하는 것보단 국내산 재료 쓰는 게 너한테도 이득이잖아. 찾아보고, 안되면 재배라도 하던가 캐내던가 할 테니까 기다리라고. 인내심. 알겠어?”

“······좋아요. 일단 그러도록 하죠.”


‘문화왕’은 불만을 부채깃을 흔드는 것으로 표시했지만, 연방국에 새로운 유흥거리가 생기는 것은 자신에게 매우 이득인 일이었기에 넘어가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감시자들 전부가 갈려나갔지만, 눈앞에 있는 이 미치광이는 그보다 더한 이득을 제시했다. 검증과 결백을 밝히는 과정에서 아낌없이 투자했다고 생각한 그녀는 이내 몸을 돌렸다.


“하지만 절 기다리게 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 거에요.”

“아, 그래. 개막식 날 보자고. 시제품이랑 같이.”

“······저 회색 약품, 지금 공급 가능한가?”

“촉촉촉진제라니까. 그리고 아직 대량생산하기엔 재료가 좀 부족해. 당분간은 재료 수급에 집중할 거야. 물론 국내산으로.”

“좋다. 생산이 안정화되면 즉시 내게 공급해주도록. 생산성을 늘릴 수 있다면 뭐든 상관없어.”


‘산업왕’ 역시 그 말에 만족하며 돌아섰고, 은행왕은 물끄러미 ‘연금술사 우’를 바라보았다.


“이 계획을 통해 얻을 이득에 대해선 추후 계산해봐야 하겠군.”

“난 성공할 게 확실한 일의 이득은 미리 계산 안 해. 하지만 이게 돈방석이라는 것 정도는 알지. 노예 평균 단가의 수십 배는 넘게 벌어들일 거고, 관광수익도 꽤 짭짤할 테니까.”

“좋다. 배분은 추후 논의하도록 하지.”


‘은행왕’ 역시 멀어져갔고, 남은 ‘학식왕’과 ‘마도왕’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소문보다 더한 자였군.”

“내 소문은 항상 과소평가되었지.”

“저 탑, 당신이 말한 그 의도 외에 다른 뭔가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아? 그래? 당연하지!”


자신을 향한 의구심에 ‘연금술사 우’는 손가락을 까딱였고, 탑에선 오색찬란한 빛이 번뜩였다.


“······.”

“괜히 경기장 옆에다 세운 게 아냐. 1등이 나오면 화려한 조명이나 번뜩이는 장식도 있어야 할 거 아냐.”


그 말과 함께 그는 확성기를 조작해 탑 전체에서 목소리가 송신되게 만들었다.


[지그으으음----노예에서---자유르으으을---쟁취한---승좌가아아아아---나타놨---씁---니드아아아아아!!]

“······.”

“그리고 이 기능도 포함되지. 원래 경기장엔 이런 것도 필요하다구.”


탑의 또 다른 기능을 확인한 ‘마도왕’은 이내 고개를 내저으며 물러났고, ‘학식왕’ 역시 자리를 떴다.

그리고 ‘연금술사 우’는 다시 확성기를 들고 말했다.


[아, 니들한테 한 말 아니야. 니들은 계속 해야지?]

“으, 으으······.”


그 말을 남겨 버둥거리는 감시자들에게 한 번 더 좌절감을 안겨준 일우는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밑밥 깔렸고. 무대 깔렸고. 이제 그 용사랍시고 골렘 깔짝이는 놈이 미끼만 물면 돼.”

[수집된 정보를 토대로 목표 대상의 예상 위치 후보지 선정 완료.]

“자아, 그러면 어디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 대회장 초대장 좀 보내줘 보실까?”


‘연방국’의 왕들이 자신들의 우수 고객들에게만 비밀스럽게 알리기로 할 테니, 일우 역시 자신의 잠재적 고객님에게 초대장을 전달할 것이다.

물론 초대장으로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말이다.


작가의말

솔직히 어제 노예 해방했다는 사람이 오늘 노예상이랑 같이 놀아났다는 소식을 들으면 뭐라고 생각하시겠습니까? 당연히 헛소문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주인공은 진짜로 합니다. 애초에 위장신분이 훼까닥이잖습니까?


아무튼 이제 두번째 용사가 낚일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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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그는 용사가 아닙니다 [8] +6 21.08.24 1,008 40 18쪽
109 17. 그는 용사가 아닙니다 [7] +2 21.08.23 1,058 4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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