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papercraft 님의 서재입니다.

난 당하고는 못 살아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papercraft
작품등록일 :
2021.05.17 12:01
최근연재일 :
2021.10.06 12:49
연재수 :
136 회
조회수 :
358,604
추천수 :
9,781
글자수 :
946,637

작성
21.09.06 11:00
조회
792
추천
30
글자
17쪽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8]

DUMMY

알 수 없는 힘에 무릎을 꿇은 이들의 눈에 닌자가 보인다.

자신들은 온 몸을 지배한 알 수 없는 힘에 굴복하였으나, 저 자는 그것에게 저항하고 있다.


“크, 크으으읏······!”


그 모습을 바라보던 ‘문화왕’은 부채를 가볍게 흔들며 저항하려 애쓰는 닌자를 향해 말했다.


“그래요, 이렇게 간단히 해결되리라 생각하진 않았어요. 하지만 결과는 뻔하답니다.”

“크, 큿쏘!”

“다시 한번 명령하죠. 내 앞에 무릎을 꿇으시지.”


다시 한 번 내려진 명령에 닌자의 오른쪽 무릎이 땅에 닿았다.


“으으으읏--!”

“질기기도 하네요. 슬슬 현실을 받아들이시죠? 당신은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없답니다.”


부채를 가볍게 흔들며 그 말을 하는 ‘문화왕’의 눈에는 금방이라도 자신에게 굴복할 것 같은 닌자가 보였다.

하지만 닌자는 주먹을 꽉 쥐고 외쳤다.


“이, 인술······ 스파이시······ 와싸---비!”

-퍼엉---!

“읏--!”


갑자기 터져 나온 녹색 연무에 닌자의 몸이 가려졌고, 정체 불명의 연기에 문화왕은 주춤대며 물러섰다.

그리고 잠시 후, 불어온 한 줄기 바람에 녹색 연무가 흩어지자 굳건하게 서 있는 닌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맙소사······ 대체 어떻게······!”



물론 거짓말이고, 당연하게 닌자에겐 그 화학물질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

애초에 닌자는 사람이 아니고, ‘연금술사 우’가 제공한 화학약품은 인간에게 쓰는 용도다.

단지 닌자는 그 약품에 노출되어 저항하는 척 연기한 뒤, 와사비 향이 첨가된 연막탄을 터뜨리고 멀쩡한 채로 일어난 것이다.


“코레가 인술, 정신을 깨우는 스파이시---한 와싸비의 치카라다.”


먹히지도 않을 수단에 당한 것처럼 행동한 이유는 별 거 없었다.

닌자를 만들어낸 일우가 원하는 건 지극히 단순하다.

가급적 오랫동안 상대방을 훼방하며 짜증과 분노와 각종 악감정을 유발시키는 것.

비장의 수단이 먹힐 것처럼 행동하다 극복해버리는 상황 만큼 상대를 짜증나게 만드는 것도 없다.

그렇기에 닌자는 마치 최면이 먹힐 것처럼 행동한 것이다.


“와싸---비의 스파이시 테이스트가 나의 정신을 일깨운다. 으음, 코레가 닌자---의 스파이시.”

“말도 안 돼······!”

“닌자의 스피릿에 불가능은 없다.”

“이익······!”


멀쩡해진 모습의 닌자를 보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문화왕’이 격분하며 군중 중 한 명을 가리켰다.


“거기! 너! 지금 당장 자살해!”

“그, 그게 무스······으, 으으······ 으아아······!”


명령을 들은 자는 검을 뽑아들고 자신의 목을 천천히 찔렀고, 저항하면 할수록 더욱 세게 자신의 목을 찌르고 들어갔다.


“어걱, 컥, 꺽······!”

“분명히 작동하고 있어, 먹히고 있단 말이야. 대체 네겐 왜 통하지 않는 거야?!”

“코레가 닌자. 그것이 와타시다. 나는 이블 모노다치에게 굴복하지 않는다.”


비장의 수단이 소용 없다는 듯, 닌자는 카타나를 허공에 휘저은 뒤 ‘문화왕’을 가리켰다.


“······닌자의 길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네버 스탑.”

“자! 모두에게 명령한다! 자신의 모든 힘을 끌어 모아 저 자를 죽여라!”


계획이 틀어졌지만 ‘문화왕’에겐 수많은 수족이 생겼고, 그녀는 곧바로 군중들을 향해 닌자를 공격하라고 명령했다.


“그와아아아아아아!”

“죽어어어어어!”


곧 수많은 이들이 광폭화된 상태로 닌자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고, 그들을 향해 닌자는 카타나를 겨누었다.


“바라던 바다. 민나 코로스!”


하지만 닌자의 카타나가 이성을 잃은 자들의 목을 쳐내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좋아. 예상대로네.”


그 말과 함께 등장한 민정은 두 손을 들어 올렸고, 사방에서 촉수가 가시처럼 튀어나와 미쳐 날뛰는 사람들을 붙잡았다.


-콰가가가각!

“으어억!”

“으어어어!”

“이정도 녀석들이면 어느 정도 보탬이 되겠지. 내 경험치나 되시지.”


민정은 이곳이 함정이라는 걸 진작 간파하고 있었다. 물론 이런 일을 내버려 둘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약간 천천히 등장한 것이다. 여기에 준비해둔 함정이 뭐든 일단 닌자에게 모두 쏟아지고 나면, 그 뒤에 남은 것들을 싹 정리하는 것이다.


“끄아아악!”

“어억!”

“컥!”


사방에서 촉수에게 찢겨져 나가고 목이 졸리고 몸이 비틀어지는 와중, 민정은 자신에게 들어올 경험치를 확인했다.

FTW는 PvP를 통해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지만, 고레벨 플레이어가 뉴비를 학살하며 경험치벌이를 하는 꼼수를 막기 위해 레벨 차이가 날수록 경험치 획득량이 적어지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 때문에 최근 민정의 성장이 더뎌진 것이다.

여기에 모인 이들은 나름 거물들이라 할 수 있고, 이런 자들을 잡으면 상당한 경험치가 들어올 것이다.

하지만 확인된 경험치 습득량은 0이었다.


“뭐야? 왜 경험치가 안 들어와?”


당연하게도 FTW의 시스템을 대강이나마 알고 있는 일우는 이런 점을 넘겨버리지 않았다.

연방국에게 넘겨준 화학제품은 CIS의 ‘일시적 장악’효과를 지닌 스킬의 변조품이다. 간단히 말하면, 효과에 노출된 대상을 제어자의 ‘소환수’로 인식되게 만드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스탈리스 게임 엔진에서 소환수 판정을 받은 대상에게선 아무런 경험치를 얻을 수 없다.


“이, 이게······ 이익! 제길!”

“언데—드 퀸의 새드 데스티니에 사로잡힌 불쌍한 자로군.”

“······뭐?”


닌자는 민영이 등장하자 원래 목적을 충실히 수행했다. 원래 닌자의 목적은 민영의 성질을 긁고 그녀를 훼방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민영은 그 닌자의 도발에 그대로 넘어갔다.


“그래, 다른 잡놈들은 아무래도 상관없어. 경험치도 못 얻는데. 근데 넌 가만 안 내버려둬.”

“소레와 이쪽의 결정. 너의 새—드 데스티니를 컷 시마스.”


어느새 민영과 닌자의 대결 구도가 되는 한편, 이 함정이 완전히 실패로 돌아간 상황에서 ‘문화왕’은 이를 악물었다.


“이익······! 누구 좋을 대로······!”


분을 이기지 못한 그녀는 숨겨진 자폭장치를 가동했다.


-콰광---!

“이런······!”

“큿소!”


투기장이 바닥부터 무너지기 시작하자 민영은 당황하며 촉수를 이용해 현장을 빠져나갔고, 닌자 역시 재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폐하, 두 녀석 모두 빠져나간 것 같습니다.”

“······칫! 바닥부터 모조리 폭약을 깔았어야 하는 거였어요. 너무 안일했습니다.”


준비해둔 함정은 소용이 없어졌고, 두 목표는 잽싸게 도망쳐버렸다. 거기다 노예 거래와 투기강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건물이 완전히 무너져내렸다.

그렇지만 ‘문화왕’은 자신의 손해를 외면한 채 부채로 입가를 가린 채 중얼거렸다.


“좋아요. 이번 일은 이 나라에서 저울질하는 모든 이에게 하는 경고라는 것에 의의를 두겠어요. 이 나라에서 우리에게 거역하는 건, 죽음 뿐이라고.”


작전 실패를 덮기 위해 하는 변명이지만, 실제로 말을 듣지 않던 이들을 모조리 없애버렸으니 아예 말도 안 되는 소린 아니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전혀 말도 안 되는 변명일 뿐이었다.


“그래? 그게 너희들 계획의 진짜 목표였다?”

“뭐······ 원래 목적은 우리들의 지배를 받는다는 걸 망각한 이들에 대한 체벌이에요. 그 방해꾼들을 잡는 건 부가 수익이죠.”

“뻔뻔하구만. 자기를 속이는데 아주 도가 텄어. 근데 나한텐 안 먹혀.”


접견장에 있던 ‘연금술사 우’는 ‘문화왕’의 설명을 듣고 곧바로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접견장의 주인은 항상 상석에 위치한다. 찾아오는 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자이며, 이곳의 주인이 더 높은 사람이라는 의미를 공간적으로 강조하기 위해서다.

반대로 말하면, 접견장에서 가장 높은 위치의 좌석에 앉은 자는 그 곳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댁들한테 실망하는 건 이번이 두번째인 것 같아.”


접견실의 호위병들을 켜켜이 쌓아올린 ‘연금술사 우’는 인간으로 만들어진 탑의 맨 꼭대기에서 사람으로 만든 의자에 걸터앉은 채 비딱한 시선으로 다섯 왕을 내려다보았다.

‘연금술사 우’에게 받은 것을 이용한 계획이 두 번이나 실패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는 별로 화가 난 것처럼 행동하진 않았다.


“처음이야 뭐 이해를 해. 돌발변수니까. 하지만 이번 건 아니잖아? 그치?”

“그, 그건······.”

“뭐 괜찮아. 니들이 망한 거지 내가 망한 건 아니잖아. 그치?”


그 말을 한 ‘연금술사 우’는 방긋 웃었지만, 이내 웃음기를 얼굴에서 싹 지웠다.


“하지만, 문제는 말이야······.”

“으음······.”

“······내가 준 선물을 최악의, 가장 쓸데없이, 정말 엉망진창으로 낭비를 했다는 거야!!”


갑작스레 화를 내기 시작한 ‘연금술사 우’는 벌떡 일어나 다섯 왕들을 향해 삿대질을 퍼부었다.


“니들 바보야? 그게 깡통 하나에 들어있어서 별 거 아니었던 것 같지? 잘 계산해서 썼으면 스탈리스의 모든 왕이고 귀족이고 나발이고 전부다 카펫으로 깔아서 써도 될 양이었어!”

“그, 그렇게 많아 보이지는······.”

“당연히 원액을 쓰라고 줬겠니? 어떻게 쓸 지 다 가르쳐줬으면 이해를 못 해? 그렇게 준 뒤에 성분 분석을 안 해봤어? 적정용량 파악도 안 하고 그걸 다 쏟아 부어?!”


이전에 물건을 설명할 때 향수에 비유했다는 것을 떠올린 ‘학식왕’이 뒤늦게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연금술사 우’는 곧바로 ‘은행왕’을 가리켰다.


“야! 너! 일어나!”

“······.”

“화학성분이라는 게 발동 최소요구량과 포화량이라는 개념이 있는 건 알지? 너 연금술사잖아? 그거 기초지?”

“그, 그렇소.”

“근데 왜 저 머저리 부채쟁이한테 왜 안 알려줘? 깡통이면 농축액이라는 건 상식이잖아! 연금술 기초라고! 원액을 누가 통으로 쓰냐? 다 희석해서 쓰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섯 왕들은 이 정체불명의 연금술사를 내려다보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완벽히 역전되었고, ‘연금술사 우’는 다섯 왕을 내려다보며 막말을 퍼붓는 자가 되었다.


“그리고 너!”

“무, 물론 제가 실수를 한 점은 충분히 이해를 해요. 하지만 그게 이렇게 힐난 받을······”

“그걸 고작 그런 잡놈들 휘어잡는데 써? 말 했지? 스탈리스 대륙의 모든 귀족과 왕을 노예로 만들 수 있다고! 그냥 네 부하들 시켜서 각 왕궁에다 뿌리면 그대로 끝이었어! 원액으로 딱 앰플 한 개 분량만 뿌렸어도 진작에 장악했겠다!”

“그런 시도를 함부로 했다가 들통나면 우린 끝장이오.”

“안 들킨다는 걸 전제로 해야지. 당연히. 그거 못해? 왜 못해? 간단한 거잖아?”


물론 그가 언급한 예시는 결코 시도해서는 안 될 일이다. 만일 어느 한 나라에서라도 계획이 들통나면 그대로 연방국이 지도에서 지워졌을 것이니까.

하지만 ‘연금술사 우’는 자신의 기준에서 예시를 들었고, 그럴 능력이 되는 자다.

그렇기에 마음껏 다섯 왕의 무능력함을 비웃어주었다.


“너희들이 왜 다섯이서 손잡고 왕놀이 하는지 이제 알겠어. 혼자선 무능해 빠진 것들이니까 나라 하나를 제대로 어떻게 못 하겠으니 나눠가진 거겠지. 하!”

“······.”

“자, 그래도 내 의도를 그나마 파악을 했으니 다시 기회를 준다.”


한껏 그들의 무능함을 지적하던 ‘연금술사 우’는 다시 의자에 앉아 손가락을 까딱였다.


“나는 잠재적 위협이라는 걸 정말 싫어해. 변수는 더더욱 싫고. 실험은 안정되고 균일한 환경에서 평균치를 뽑아내야 하거든.”

“그럴 거면 자기가 직접 하지······.”

“아,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나는 내 일이 아니면 절대 손을 안 대. 그리고 만일 이걸 내 일로 삼는다?”


‘마도왕’의 투덜거림을 들은 ‘연금술사 우’는 히죽 웃으며 자신이 앉아 있는 자리와 다섯 왕의 자리를 번갈아 가리켰다.


“보이지? 이게 내가 끼어들면 벌어질 너희들의 미래야. 너희는 밑. 내가 위. 내가 대장, 너희는 졸개.”

“······.”

“자! 하지만 너희들의 소박한 왕놀이 망가뜨리긴 싫어. 난 왕 같은 거 하기 싫거든. 귀찮기도 하고.”

“그렇게 불만 있으면 직접 하지 그래?”

“그래? 그럴까?”


아무래도 ‘마도왕’은 왕들 중 가장 젊은 만큼, 젊은이만의 혈기를 억누를 수 없는 모양이다. 거기다 그녀에게 중요한 인물을 뺏어가기도 했으니, 순순히 말을 따르고 싶지 않기도 할 것이다.

허나 그 말 덕에 ‘연금술사 우’의 심기를 건드렸고, 그가 직접 움직일 경우 어떻게 되는지의 예시가 되어버렸다.


[페이크 매직, 염동력 투사 액티베이트]

“커흑!”


보이지 않는 힘에 목줄이 쥐여진 ‘마도왕’은 그 상태로 ‘연금술사 우’의 근처까지 끌려왔다. 허공에 그녀의 목줄을 쥔 자세를 취한 ‘연금술사 우’는 그녀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가며 이죽댔다.


“아, 그래. 좋아. 말 잘했네. 내가 직접 하면 모든 게 간단하게 흘러가겠네. 근데 중요한 걸 이야기해줄까?”

“끄으으······!”

“내가 하면 너희들이 왜 필요해? 이 나라가 무슨 소용이야? 다 밀어버리고 평탄화 시키면 아무런 변수가 없어지잖니?”

“커,끄,케······케엑······!”

“좋아! 그렇게 원하면 내가 방해물이라고 판단한 모---든걸 지워주지. 나라도 밀어버리고, 사람도 다 지워버리고! 좋아! 정했다! 일단 시작은 날 도발한 맹랑한 꼬맹이부터!”

“그쯤 해두시오. 당신 말대로 하겠으니까.”

“좋아. 똘똘왕 씨. 관두자고.”



광기로 번들대는 ‘연금술사 우’의 눈빛 속에서 ‘마도왕’의 숨통이 조금씩 쥐여짜였고, 보다 못한 ‘학식왕’이 일어나 그를 말렸다.

그걸 기다렸다는 듯 ‘연금술사 우’는 ‘마도왕’을 그녀의 자리로 내던졌다.


“커헉!”

“운 좋은 줄 알아. 난 똑똑해보이는 사람 말은 듣거든.”

“콜록, 콜록······.”


밭은기침을 해대며 ‘마도왕’은 자신 앞에 나타난 이 연금술사가 정말 미쳤다는 생각을 했다. 호된 꼴을 당한 직후였기에 그 생각을 입 밖에 내뱉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연금술사 우’는 다시 자리에 앉아 손가락을 까딱였다.


“이제부터 너희들에게 소박한 아이디어를 제공해줄 거야. 이걸로 너희들 재량껏, 내가 호의를 보이는 동안, 그 방해꾼을 치워. 너희들에게도 문제지만 나에게도 문제야. 나한테 흙탕물 튀기기 전에, 치워.”

“그 말은······ 당신의 부하가 되라는 뜻이오?”

“말했지? 그 관계 아니라고. 아직까진 수평이야. 그런데, 밖에서 내가 너희의 주인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면 난 너희들 관계를 전격 부정할 거고, 이 나라의 존재 자체도 부정할 거야.”

“······.”

“그리고, 내가 부정하는 방식은 아예 없는 거로 만들어버리는 거야. 그게 제일 간단하고 확실하니까.”


부하가 되자마자 없애버리겠다는 표현을 들은 왕들은 소름이 돋는 기분을 느꼈다. 눈앞에서 자신들의 대외적 전투력을 행사하는 ‘마도왕’이 아무것도 못 한 채 목 졸려 살해당할 뻔한 걸 봤으니, 저항할 의지가 싹 사라진 것이다.


“나는 무식한 새끼들이랑 상종은 하지 않으니, 주는 게 뭔지는 짧게 설명하고 말 거다. 세세한 사용법은 너희들이 알아서 파악해. 일종의 시험이라고 생각하고. 두 번 다시 어설프게 사용하지 마.”

“······이해하겠소.”


다섯 왕들은 그런 ‘연금술사 우’의 말을 통해 확실히 깨달았다.

그는 자신들을 지배하지만, 표면상으론 결코 드러내고 싶지 않아한다는 것.

명목상의 수평관계지만 사실상 그들은 이제 ‘연금술사 우’의 부하나 다름없다는 것.

그리고 그런 관계가 노출되는 때가 그들의 최후라는 것.

자리에서 일어난 연금술사 우가 접견장을 빠져나가며 손가락을 허공에 까딱였다.


“날 실망시키지들 마. 더 이상 무식한 짓 벌이지 말라고. ”

“어······ 근데 그 노예 강화제는······.”

“너희들의 지적 수준을 봐선 그건 사치야. 원하는 걸 갖고싶으면 지적 수준을 증명해.”

“아, 알겠수다······.”


눈치 없이 ‘산업왕’이 그 말을 하자, 다른 네 왕이 그를 째려보았다.


“이런 자세 좋아. 수평관계니 요구는 뭐 할 수 있는 거잖아? 물론 들어주고 말고는 내 마음이지만 말이지.”


하지만 연금술사 우는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듯 그 말을 했다.


작가의말

원래 닌자나 뭐 그런 류의 인물이 싸우는 적대 세력에는 최종 보스가 존재합니다.

근데 최종보스급 인물들이 많다 싶으면, 그들의 머리 꼭대기에 있는 흑막 같은 게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우리의 주인공은 악의 왕국의 다섯 왕을 지배하는 흑막이 되었습니다.

대충 전대물에서 악당에게 하청 맡기는 악의 원청업체 같은 그런 느낌으로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난 당하고는 못 살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여러분들에게 약속드렸던 1부가 마무리되었습니다. +14 21.10.06 629 0 -
136 !. 진실을 알아도 변하는 건 없다 +7 21.10.06 602 23 14쪽
135 ?. 촉수 마법소녀가 되고 내 인생이 달라졌다 +2 21.10.05 415 21 15쪽
134 19. 증오의 무한동력 [12] +2 21.10.04 440 18 17쪽
133 19. 증오의 무한동력 [11] +6 21.10.01 411 19 12쪽
132 19. 증오의 무한동력 [10] +3 21.09.30 414 19 18쪽
131 19. 증오의 무한동력 [9] +2 21.09.29 450 23 12쪽
130 19. 증오의 무한동력 [8] +1 21.09.28 470 21 17쪽
129 19. 증오의 무한동력 [7] +1 21.09.27 510 22 15쪽
128 19. 증오의 무한동력 [6] +2 21.09.24 576 21 12쪽
127 19. 증오의 무한동력 [5] +5 21.09.23 622 26 17쪽
126 19. 증오의 무한동력 [4] +5 21.09.17 671 22 12쪽
125 19. 증오의 무한동력 [3] +2 21.09.13 755 34 12쪽
124 19. 증오의 무한동력 [2] +7 21.09.11 700 37 16쪽
123 19. 증오의 무한동력 [1] +2 21.09.10 753 29 19쪽
122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10] +3 21.09.08 809 35 18쪽
121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9] +2 21.09.07 764 34 17쪽
»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8] +4 21.09.06 793 30 17쪽
119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7] +1 21.09.04 868 28 15쪽
118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6] +2 21.09.03 865 29 14쪽
117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5] +5 21.09.02 873 34 16쪽
116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4] +7 21.09.01 862 38 11쪽
115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3] +5 21.08.31 926 37 20쪽
114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2] +9 21.08.28 992 44 15쪽
113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1] +13 21.08.27 1,008 42 14쪽
112 17. 그는 용사가 아닙니다 [10] +1 21.08.26 1,033 37 18쪽
111 17. 그는 용사가 아닙니다 [9] +3 21.08.25 1,030 39 22쪽
110 17. 그는 용사가 아닙니다 [8] +6 21.08.24 1,007 40 18쪽
109 17. 그는 용사가 아닙니다 [7] +2 21.08.23 1,057 41 14쪽
108 17. 그는 용사가 아닙니다 [6] +3 21.08.21 1,052 40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