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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님의 서재입니다.

난 당하고는 못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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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작품등록일 :
2021.05.17 12:01
최근연재일 :
2021.10.0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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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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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19. 증오의 무한동력 [1]

DUMMY

이제는 크로스로드의 유명 식당이 된 ‘데인저러스시’의 바 테이블에 앉은 제록은 ‘연금술사 우’를 바라보며 자신의 생각이 옳았다는 것을 밝혔다.


“거래처에서도 소문이 무성했지만, 전 그 사실을 부정했습니다. 그리고 역시 제 생각은 틀리지 않았군요.”

“어······ 나한테 너무 큰 기대를 하는 거 아냐? 난 착한 일 한 적 없어. 그냥 내 마음에 안 드는 녀석들을 불태웠을 뿐이야.”

“그게 정의 아니겠습니까.”


그 말을 듣는 ‘연금술사 우’는 영 만족스럽지 않다는 표정이었지만, 주방장인 닌자는 정말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소레와 정답데스. 악당을 킬링, 정의로운 마음 데스.”

“······어이 요리사, 손님 대화 엿들어도 돼?”

“디스 서비스 요리를 위한 조미료데스. 도---조.”


그 말을 하며 닌자가 뭔가를 ‘연금술사 우’에게 내어주자, 음식을 확인한 그의 표정이 풀렸다.


“오. 이건 마음에 드네.”

“······이게 뭡니까?”

“잘게 자른 날생선을 뭔가 매운 양념 탄 물에 첨벙첨범 담근 거.”

“물---회데스. 도조.”


정말 뜬금없게도, 초밥 파는 식당에서 물회가 나왔다.

이 식당을 방문하는 이들은 일식과 한식을 구분하지는 못하지만, 뭔가 희한한 요리라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크어어어어!”

“생선을 물에 넣었으면 끊여야 하는 거 아냐?”

“되게 희한한 음식이네.”

“그게 마음에 들었어! 난 멀쩡한 음식은 사실 별로 안 좋아해.”


웰즈와 밀리아렌이 뭐라고 하는 건 상관없다는 듯 ‘연금술사 우’는 물회를 싹 비웠다.

하지만 이 음식을 왜 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근데 이건 갑자기 왜 준 거야?”

[사쿠라 블레이드 내 시스템으로 확인됨. 성과 보수의 일환으로 일시적 능력 향상 기능이 첨가된 요리 제공.]

“······이 식당 주인 행동 목표가 나쁜 놈 잡는 거니, 그 보수로 내어줬다 그거구만.”


일우의 현재 능력으론 딱히 능력 향상이 필요가 없었지만, 그는 오랜만에 아는 맛을 만났다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릇을 돌려준 일우는 곧바로 제록을 돌아보았다.


“근데 중요한 건, 내 음식 취향에 딱 맞는 신기한 레스토랑이 아냐. 여기까지 뭐 하러 온 거야?”

“어, 그 상인 고발 때문에 온 거 아니었어?”

“넌 정보수집엔 재주 없으니까 앞으로 남한테 맡겨.”


옆에서 한 마디 끼어들었던 웰즈를 무안하게 만든 ‘연금술사 우’는 손가락을 까딱이며 제록이 길드에 나타났던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오브? 물론 많이 쓰는 재료야. 여기저기 쓰기 좋거든. 예전엔 내가 이걸 꿰어서 근력 마력전환기같은 걸 만들어보기도 했지.”

“······그건 또 뭐래.”

“너희들이 타고 다니는 동력전환기 기준 9배 가량 효율 좋은 역학증폭기로 써먹을 수 있는 거.”

“!”

“물론 안 가르쳐 줄 거야. 알려달라고 한 적이 없었으니까.”


올베린 사람 세 명을 깜작 놀라게 만들자마자 실망스럽게 만든 ‘연금술사 우’는 곧바로 제록을 가리켰다.


“그리고 이 친구는 말 그대로 마력소재를 이것저것 다 다루는 데다, 이런저런 연금술 소재도 다루고······ 뭐, 나랑 궁합이 잘 맞아. 중요한 건!”

“중요한 건?”

“얘가 알고 있고 다루고 있는 최소 150종 이상의 매물 중 꼴랑 한개가 밀수품 관련으로 얽혔다고 망할 것처럼 호다닥 달려올 형편이 아니라는 거지. 내가 맡긴 거기만 해도 약 80종 정도 있다고 기억하니까.”


웰즈를 통해 이 상인에 대해 들은 두 사람을 포함해서, 셋 모두 ‘연금술사 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자기 거래처가 당했다고 연방국까지 뛰어올 필요는 없지. 남 일이니까.”

“그리고 길드 유통망을 통해 마약류가 운반되었다면 모험가 길드 측에서 외부인을 더더욱 끌어들이려 하지 않을 터. 길드 내부에도 전문가는 있지 않은가.”

“저 아저씨가 길드랑 친하면 말 되지 않아요? 부탁 받고 왔다! 뭐 그런 느낌.”

“오면서 들었는데, 그쪽 길드랑 이 양반이랑 사이가 엄---청 안 좋다고 하더라고. 물론 저쪽도 알고 있고, 당연히 지부 일 해결해주다가 불똥 튈 거라는 것도 알겠지. 진짜 왜 왔지?”


그 말을 듣던 제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롭니다. 제가 여기에 온 이유는 어디까지나 다른 이유 때문입니다. 마침 그 문제도 있었기에, 가는 길에 지참한 겁니다.”

“아 맞다. 너 혹시 그 쪽 길드 놈들 부탁 듣고 왔냐?”

“길드 쪽의 요청이 있었습니다만, 거절했습니다. 다만 제 고객 중에 한 분이 연류되었기에, 일단 들고 온 겁니다.”

“좋아, 본론이 뭐냐에 따라서 너한테 맡겼던 창고 열쇠를 회수할까 말까 고민 좀 해야겠어.”

“고민하시지 않으리라고 확신합니다. 그만큼 중요한 문제니 말입니다.”


그 말을 한 제록은 금속제 가방을 열었고, 내부에 있는 보안 상자를 꺼내들어 잠금을 해제했다.

그리고 거기에 있는 마력소재 밀봉용 천을 풀어 내용물을 들어 보였다.

거기엔 영롱하게 빛을 내는 황금색 결정체가 있었다.


-화악----!

“으음, 코노 모노와 매우 브라이트데스네.”


묵묵하게 요리를 하던 닌자마저 동요하는 밝은 빛에 식당의 사람들마저 이목이 확 끌렸다.

그리고 그 시선 중 이 빛나는 결정체의 정체를 알아차린 이가 있었다.


“사이프릭······!”

“홀리 크리스탈? 워······ 저 크기면 대체 얼마짜리야?”

“아니, 저게 신성왕국 밖에서 돌아다닌다고? 저만한게?”


웅성이는 목소리들을 봐선 심상찮은 물건임이 분명했고, 스카웃의 데이터베이스가 곧바로 이 물건의 정체를 확인했다.


[사이프릭 결정체. 별칭, ‘홀리 크리스탈’.]


이어서 죽 나타난 텍스트의 내용으론 스탈리스 대륙 동부, 신성왕국과 종교의 입김이 강한 지역과 성직자들이 다수 몰려있는 지역에서 채취할 수 있는 결정체라고 한다.

신성력을 쓴 잔류흔적이라고도 하고, 신의 힘이 지나간 흔적이라고도 하지만, 확실하게 밝혀진 건 주 산출지에서도 거의 알려진 게 없다.

다만 이게 강력한 신성력 덩어리이고, 마력 또한 막대하게 품고 있다는 건 확실히 파악된 물건이다.

그 내용들을 죽 읽어 내려간 일우의 표정은 당연히 안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 망할 여신과 관련되었을 물건이 눈앞에튀어 나왔으니 말이다.

그 심정을 드러내듯, ‘연금술사 우’는 주변을 둘러보며 히죽 웃었다.


“자, 친구들. 과한 조명이 등장해서 놀랍겠지만 너희들의 관심은 사절이다. 관심 주는 놈은 항문에다가 저거랑 비슷하게 생겼지만 사악한 마력이 잔뜩 들어간 폐기물 크리스탈을 쑤셔박아주마.”

“소레와 다메데스.”

“우리한테 관심 주는 놈이 없으면 아무도 불행해지지 않아.”

“소레와 예스데스. 민나상, 디스 매드맨에게서 관심 컷 쿠다사이.”

“자, 주인장도 인증한 미친놈 관심 끌었다 나와야 할 구멍에서 역으로 들어가지는 꼴 되고 싶은 놈?”


‘연금술사 우’는 뭔가 불길하고 몸에 들어가면 안 좋아보이는 힘이 풀풀 넘쳐나는 괴기스러운 크리스탈을 꺼내들며 주변을 향해 으름장을 놓았다.

곧 모두의 시선이 돌아갔고, 전부 저곳에서 일어나는 대화를 안 들으려 애쓰기 시작했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했던 일우는 곧바로 주변에 방음 장벽을 친 뒤 제록을 돌아보았다.


“너 노비우스랑 거래처 뚫었니? 축하한다? 향후 사업방향 상담하러 왔니? 난 그새끼들이랑 상종 안 해.”

“이건 동쪽에서 온 게 아닙니다.”

“사이프릭은 그놈의 신성력 어쩌고가 굳어졌니 잔류물이니 뭐니 하는 물건이야. 신성 어쩌고 하는 애들은 주로 동쪽에서 놀고, 찌꺼기도 동쪽에서 많이 생기지.”

“세론산입니다. 엔코프 쪽에서 온 물건입니다.”


그 말을 들은 ‘연금술사 우’는 볼썽사나운 표정이 되었고, 그가 원하는 정보는 곧바로 스카웃을 통해 전달되었다.

일우가 처음 스탈리스 대륙에 떨어졌던 카이옌 남쪽, 올베린의 동남쪽에 위치한 지방이었다.

신성왕국의 영역과는 한참 동떨어진 장소였다.

그 위치를 확인한 ‘연금술사 우’는 미간을 좁히며 사이프릭을 째려보았다.


“그건, 좀, 매우······ 아니, 되게 짜증날 정도로 흥미로운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긴 합니다만, 사이프릭 결정이 등장하기 위한 조건이 몇 가지 있습니다. 성직자들이 집단으로 주둔하여 벌이는 기적, 혹은······.”

“······신인지 뭔지 하는 초자연적 초월적 에너지 응집체가 쨘하고 거기에 손짓 한번 까딱였다는 소리겠지. 아니면 벌써 까딱을 했거나.”


사이프릭 생성 추정 조건을 언급한 ‘연금술사 우’는 턱을 괴고 생각에 빠졌다.


“이거 내가 생각하는 그 엿같은 상황일 가능성이 되게 높겠지?”

[여신 누아즈의 직접 개입의 결과물일 가능성, 무시할 수 없음.]

“혹은 스탈리스 토박 졸개나 영입해온 겜돌이 폐인 중 한 명일지도 모르지. 아르테온 테일즈나 S.O.D나 신성 컨셉 캐릭이 있거든.”


누가 되었던 간에 거기서 뭔가를 벌였고, 일우가 가서 확인을 해봐야 하는 게 확실했다.

하지만 당장 이동할 순 없었다.


“당장 가고싶지만, 여기 일 마무리도 지어야 하고 그 자연마력 조사도 아직 안 끝났지.”

[우선순위를 고려할 시 신규 정보에 집중할 것을 추천함.]

“하던 일 내버려두고 갔다 무슨 일이 될지 몰라. 여기도 일단은 그 망할 것이 끼었으니까. 일단 여기 마무리하고 이동한다.”


향후 방침을 결정한 일우는 곧바로 올베린 왕국 쪽 세 사람을 돌아보고 손가락을 가로로 까딱였다.


“야, 세 사람. 탈락.”

“그게······.”

“이 잘난 천재 연금술사님의 흥미를 끌라는 과제를 줬지만, 여기 뜬금없이 나타난 상인이 승자가 되었다. 이 패배자들아.”

“자, 잠깐······ 일단 사이프릭이 밀수되어서 유통될수도 있잖아?”

“그건 아닐걸. 노비우스에서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는 소재고, 풀리는 물량은 거의 교범용 견본으로나 쓸 정도잖아. ‘이게 사이프릭이고, 발견하는 즉시 노비우스에 연락해주지 않으면 너희들을 쓸어버리고 가져가겠습니다. 언제나 신께 감사하십시오, 작은 불신자들아.’.”

“끄응······.”


제록이 무어라 항변했지만 밀리아렌이 그 의견을 곧바로 부정했다. 자신들을 내쫓아버리겠다는 선고를 받았지만, 아로엔은 진중한 표정을 한 채 제록 쪽을 향해 말을 걸었다.


“세론 왕국에서 그 물건이 발견되었다고 했나?”

“그렇습니다.”

“······좋다. 그대를 설득하겠다는 계획은 포기하도록 하지.”

“공주님?”

“노비우스가 세론에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면, 이웃한 올베린으로서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다. 엔코프라면 국경이 맞닿아 있기까지 하지. 즉시 돌아가서 폐하께 이 사실을 보고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어, 그러시다면 저희야 좋습니다만······.”


아로엔이 고집을 부려 ‘연금술사 우’를 설득하겠다며 머무르고 있었기에, 그녀가 직접 돌아가기로 결정한 것에 웰즈가 반대할 리는 없었다.

그리고 그 와중, 밀리아렌은 ‘연금술사 우’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저씨? 아까 구슬 꿴 거 우리 알려줘요.”


갑자기 자신을 향해 시선을 고정한 밀리아렌의 당당한 요구에 ‘연금술사 우’는 콧방귀를 뀌었다.


“왜?”

“알려줘요.”

“그러니까 내가 왜?”

“알려줘야 해요.”

“그러니까 내가 왜 알려줘야 하냐고.”

“알려줘요.”

“싫어.”


끈질기게 요구하는 밀리아렌과 일일이 요청을 내치는 ‘연금술사 우’를 바라보던 제록이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말을 걸었다.


“어, 우 님. 제 눈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 분이 마치······.”

“그 망한 공국 왕녀.”

“······오라클?!”

“어, 너도 아네?”

“당연하잖습······ 크흠.”


웰즈와 아로엔의 표정이 탐탁지 않게 변하는 걸 본 제록은 이내 헛기침을 한 뒤, ‘연금술사 우’에게 말했다.


“······예지능력을 지닌 이가 저렇게 자신의 의사를 강행하려고 하는 건, 예지에 뿌리를 둔 행동입니다.”

“아, 그래?”

“이 결정을 따르지 않을 경우, 향후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윽!”

“이봐, 창고지기. 좀 아는데, 넌 좀 제대로 알아야겠어.”


제록은 자신이 아는 것을 기반으로 ‘연금술사 우’를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그건 별로 좋은 행동은 아니었다.

제록의 어깨를 쥐어짜듯 잡은 ‘연금술사 우’는 히죽 웃었다.


“나 같은 사람은 운명이나 예지나 예언을 안 좋아해. 그건 정해진 결말이고, 주도권을 나 아닌 다른 놈한테 준다는 거잖아. 그게 사람인지 신인지 꿈꿈틀대는 초차원지렁이같은 놈인지 누가 알아?”

“······꿈꿈틀?”

“초차원지렁이는 또 무슨 비유인지 모르겠군.”

“그런 거 있어. 초차원적 존재. 너희들이 보면 뇌를 머리에서 끄집어내서 비명을 지르고 싶은 그런 존재. 아무튼 보면 위험해.”


이상한 단어에 반응하는 제록과 아로엔과 달리 밀리아렌은 조금 전 그 모습 그대로 ‘연금술사 우’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연금술사 우’는 자기 할 말만 늘여놓았다.


“중요한 건, 난 남의 말은 안 듣고, 얜 지금 자기가 감당 안 되는 벅찬 무언가의 하수인으로서 쫑알대는 거야. 자기 주도가 아니라고.”

“아무튼 줘요. 우리한테 필요해요.”

“자, 잘 봐. 거기 얘 중계기로 삼는 녀석아.”


밀리아렌을 향해 시선을 고정한 ‘연금술사 우’는 벌떡 일어난 뒤, 그녀를 향해 뭔가를 꺼내들어 겨누었다.


“싫! 어! 안 가르쳐 줘! 나한테 징징대지 말고 꺼져!!”


그가 꺼내든 물건은 CIS의 EMP 인젝터로, 적대적 대상의 시스템을 일순간 꺼버리는 데 쓰인다.

CIS에선 PVP 때 상대방의 인터페이스를 일순간 먹통으로 만드는 기능을 하지만, 애석하게도 고인물의 싸움에선 전혀 쓸모가 없다.

디스플레이만 순간 사라지게 만들지 상대방이 쥐고 있는 무기를 무력화시키진 못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빈틈을 찌를 기회만을 줘버리기 때문이다.

다만 사용 중인 액티브스킬도 동시에 날려버리고, 군중 제어기술에 걸린 아군의 상태를 정상으로 되돌리는데도 쓰이기에, 여러모로 사용 빈도는 높은 장비다.

그리고 지금 같은 상황에선, 밀리아렌을 조종하는 의문의 대상의 통제를 벗겨내버리는데 쓰일 수도 있다.


“······윽!”

“좋아, 꿈꿈틀 지렁이에게서 승리했다. 장하다, 나 자신. 와오!”

“지금······ 어, 예지를 날려버린 겁니까?”

“응. 결국 내가 물리친 건 누군가를 조작해서 지 입맛에 맞게 조종하는 알 수 없는 사악한 뭔가지. 오예!”


제록은 눈앞에서 벌어진 일에 기겁했지만, 아로엔과 웰즈는 화를 냈다.


“이봐!!”

“지금 뭐 하는 게냐! 그대가 지금 무슨 짓을······.”

“아, 아, 아. 시끄럽네요. 남의 말에 의존하는게 정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면 얘가 이 꼴이겠니?”

“······!”


하지만 ‘연금술사 우’는 화를 내는 두 사람에게 밀리아렌의 과거사를 언급하며 입을 틀어막았다.


“공국이 이런 애가 하는 짓이 도움이 되었으면 지금 얜 여기 있을 리가 없잖아. 어디 왕성에서 호호깔깔 차나 호로록대겠지. 아니면 너랑 비싼 옷 입고 수다나 떨거나.”

“그, 그건······ 아니, 그보다 나는 그런 취미는 없다만.”

“아무튼! 그 꿈틀틀이가 아는 게 많아서 얘 귓가에 속삭인다고 해도 결국 지렁이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지 손으론 아무것도 못한다는 거!”


궤변같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어차피 예언이라는 건 말이 전부고, 행동하는 이가 없다면 그냥 헛소리나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연금술사 우’가 이 예언의 목소리를 대놓고 쓸모없는 것으로 취급하는데엔 다른 이유도 있었다.


“올베린에게 연방국에서만 채취 가능한 소재 기반의 도면을 제공해서 얘들이 뭘 어쩌겠다는 거야? 연방국이 너희들한테 당구하라고 오브를 무한정으로 제공해줄 것 같디?”

“어······.”


실질적으로 도움 안되는 조언을 해대는 예언이라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그 점을 지적한 ‘연금술사 우’는 스카웃이 수집한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며 손가락을 휘적댔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더 기똥찬 뭔가를 주지. 너희들한테 써먹을만한 게 뭐가 있을까, 뭐가 있긴 있나? 있을지도 모르지.”

[올베린 왕국 기술 대조 결과, 적합 기능개선 항목 확인됨.]

“아, 그래! 그게 있었지!”


그 말을 하며 ‘연금술사 우’는 뭔가를 내밀었다.


“자, 너희가 원하던 그런 거! 들고 가! 썩 꺼져! 훠이!”

“이, 이게 무엇인가······.”

“기술. 끝. 돌아가서 다룰 줄 아는 애들한테 전달해. 그리고 너희 왕한테 자랑해. 와! 사람 데려오는게 기술 빼먹으려고 한 건데 사람은 안 데려오고 기술만 갖고왔어요! 잘했죠?”


일우가 아로엔에게 건네준 건 여태까지 만들어둔 프로세스센터가 일한 결과물이다.

별다른 지시가 떨어지지 않은 프로세스센터는 매직 스트림 네트워크를 검색해 각종 정보들을 확인하거나 수집했고, 그 정보들 중에서 계획에 도움 될 것들은 따로 항목을 작성해두었다.

일우가 건네준 건 바로 그 매직 스트림 네트워크에 남아있던 다른 NDC 게임의 흔적이었다.


“난 줬으니 못 써먹으면 너희 책임! 내 책임 아니다?”

“이, 일단······ 준 건 고맙게 받겠다. 그런데 내용물은······.”

“싫어? 가지지 말래? 주지 말까?”

“아, 아니다. 돌아가서 확인을 하겠다.”


아로엔은 화들짝 놀라며 정보가 담긴 수정을 꼭 쥐었다.

그녀로선 죽어도 모르겠지만, 스탈리스 대륙에 온 이들 중에는 CIS와 같이 판타지 장르가 아닌 게임 플레이어가 몇명 있었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은, 스팀펑크 판타지 게임 플레이어였다.

딱 올베린의 기술과 어울릴만한 지식의 일부가 그 속에 들어가 있었다.

그렇게 세 사람을 올베린으로 돌려보낸 일우는 곧바로 제록을 돌아보았다.


“일단 여기 일 마무리 할 동안, 네가 가서 알아볼 거 알아봐. 자, 출발!”

“알겠습니다.”


그렇게 제록에게 선행 조사를 지시한 일우는 혼자 남아 턱을 괴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되었으니 ‘무한동력 계획’을 서둘러 진행시켜야겠어. 작전 변수는 다 고려되었지?”

[해당 작전 변수, 통제 가능 범위로 확인됨.]

“좋아, 그러면 시작해보자고.”


여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남긴 말을 봐선 한 번에 끝날 뭔가는 아닌 게 분명했다.

그는 항상 당하는 이들이 오랫동안 괴롭길 바랬으니 말이다.


작가의말

1부 최종 에피소드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에피소드가 끝나면 어떻게 되냐구요? 1부가 끝납니다.

1부가 끝나면 어떻게 되냐구요? 그건 끝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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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19. 증오의 무한동력 [3] +2 21.09.13 756 34 12쪽
124 19. 증오의 무한동력 [2] +7 21.09.11 701 37 16쪽
» 19. 증오의 무한동력 [1] +2 21.09.10 754 29 19쪽
122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10] +3 21.09.08 810 35 18쪽
121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9] +2 21.09.07 764 34 17쪽
120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8] +4 21.09.06 793 30 17쪽
119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7] +1 21.09.04 868 28 15쪽
118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6] +2 21.09.03 865 29 14쪽
117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5] +5 21.09.02 874 34 16쪽
116 18. 뜬금없이 나타나는 자 [4] +7 21.09.01 863 3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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