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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이여 회개하라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마지막조각
작품등록일 :
2013.03.03 21:28
최근연재일 :
2013.06.12 23:32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7,337
추천수 :
156
글자수 :
214,101

작성
13.04.13 19:08
조회
324
추천
3
글자
11쪽

2-13.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이자리에 섰다.

머릿말이 뭐죠?




DUMMY

"생각해보면 말이지, 한 명을 잊고 있었던 거 같은데?"


"뭐가 말입니까?"


****


거의 하루가 다되어서 다시 돌아간 오크의 술집, 그 곳은 거의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술을 잔뜩 먹은 한 취객과 10여명의 건장한 거한, 그리고 어제 아침에 보았던 한스라는 사내도 있었다. 이 시간이면 으레 여관에서 자고 가던 손님들이 일어나 아침식사를 할 시간인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다른 손님들은 그새 도망이라도 간 건지 아무도 보이지 않았고 취객만이 식당에서 열심히 술을 퍼먹고 있었다.

그는 어제 이맘때부터 자신의 옆자리에 한 뭉치의 금화를 올려놓더니 하루 종일 밤새도록 술만 퍼마시고 있었다.


"이제.. 그만드시라요. 이게 마지막입니다."

"돈은 더 있소. 그러니 술이나 더 주시오."


그는 주인이 들고 나온 술잔을 집어 들며 말했다. 그러자 주인은 난처해졌다. 이렇게 아침부터 술만 마시는 남자가 있다면 가게 매상은 곤두박질칠게 뻔 하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이곳은 단지 여관업만 겸할 뿐, 그냥 식당에 불과한데……. 처음으로 돈 많이 벌어서 가게를 확장한 게 후회가 되는 주인이었다.


"이.. 이젠 없습니다요. 이 근방에 술집이 있는데 그쪽으로 가시는 게……."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안 되오. 올 사람이 있어서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 돈으로 술이나 좀 사다주시구려."


취객은 자신이 올려놓은 금화 뭉치를 주인에게 건네주고는 다시금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처음에야 술 꽤나 마시는 사람인 줄 알고 좋아라했던 주인이었지만, 애초에 주점도 아니었고 벌써 비축해 놓았던 오크통에 반쯤 남아있던 술통을 완전히 작살내버리는 통에 남는 술이 없었다.


"한..한스 어떻게 좀 해보게. 이럴 때를 대비해서 자네들에게 보호비를 준 게 아닌가?"

"그..그게 단순하게 행패부리는 취객이 아니지 않소. 게다가 돈도 많고, 저 주량으로 보아하니 우리 같은 일반 사람이 아니라 무슨 기사나으리같은데..."


분명히 돈도 있고 딱히 크게 행패부리지도 않고 그저 다만 한 가지 안 좋은 점이 있다면 아침부터 술 냄새를 풍기며 열심히 술만 마셔대고 있다는 것일 뿐이지만, 그런 걸로 병사들에게 신고하기는 또 뭐하고 만약 신고했다고 하더라도 저 자를 감당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처음엔 그저 위협만 몇 번하면 알아서 돈 들고 다른 주점으로 갈 줄 알았는데, 순식간에 빡빡이 두 명이 공중에서 휘둘려지더니 어제 아침과 마찬가지로 여관 벽에 구멍을 내고는 그대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그들로서는 두 번째로 이 여관을 문도 이용하지 않은 채 말 그대로 문전박대 당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머릿수만 채워놓고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던데... 그냥 오늘은 장사 접고 술이나 한통사오쇼."


그러나 주인아주머니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아니야. 내 장사 20년 경력으로 볼 때, 저런 사람들의 유형은 무슨 사연이 매우 기구하단 말이야. 내 장담하는 데 필시 그 사람은 죽었을 게 분명해, 아마 그 사람이라 하면 아침에 그 예쁜 처자를 말하는 거겠지."


그러자 한스는 멍청한 얼굴로 저 멀리서 다가오는 한 무리의 사람들 중에서 백옥색의 머리카락을 휘날리면서 천천히 걸어오는 한 여자를 가리켰다.


"아아. 저기 저 아가씨말인가요?"

"그래, 저 아가씨... 아가씨?"


****


"히이이잉~. 사라야~ 어디 다친 덴 없니이~."


한스와 주인아주머니의 고민은 의외로 쉽게 풀렸다. 혼자 여관 구석에서 모든 것을 잊어버리겠다는 듯, 묵묵하게 술잔을 들이키고 술 냄새 진득하게 풍기면서 탁자위에 빈 술병만 만들어가던 슬픈 기색의 이름 모를 한 남자는 여관으로 들어오던 그 아가씨를 보고는 아까의 진중하고 슬픈 기색은 어디 갔는지 한순간에 딸 걱정에 한숨도 못 이루던 팔불출 아버지가 되었다.


방금 산 새 옷에 술 냄새가 배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라는 그저 따스하게 카르만을 안아주기만 했다. 이래서야 누가 아버지고 누가 딸인지 도저히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하인... 아니 아빠, 그만 울어요."

"흐에에엥~."


사라보다 20cm는 크지만 아까 술 취한 상태에서 낼 수 있었던 가장 빠른 스피드, 그러니까 그대로 기어오다시피해서 사라의 허리에 안겨 엉엉 울고 있었던 카르만과 그런 울보아빠를 다독이고 있는 사라의 모습을 보면서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구석에 테이블 하나를 끌어와서 거의 인생극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들의 재회장면을 구경하던 마론과 칼린, 그리고 이제는 거의 잊혀져가는 한스와 그 패거리들이었다.


"그런가, 아버지였구먼."


한스는 중얼거렸다.


"그렇군. 아버지였어. 이제야 이해가 되는 군."

"전 그럴 줄 알았습니다."

"어떻게 알았냐?"

"그런 기분이 들더군요."

"장난 하냐?"


결국 그 상황을 보다 못한 주인아주머니부터 시작해서 외강내유(?)라고 할 수 있었던 빡빡이 패거리들이 감동받아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흐흑..."

"슬프다..."

"아버지... 흐허헝..."


거의 난장판이 되어가는 식당 내의 분위기에서 마론은 그런 그들의 분위기에 심취해 자기도 모르게 감정 동조를 열려다가 쓴 웃음을 짓고는 그만두었다. 요즘 들어서 너무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단 말이지. 많이 사용해서 좋을 거 없는데 말이지.


거의 해가 중천에 떠오를 쯤 되서야 그 신파극은 끝났고, 무슨 잠든 아기를 재우는 마냥 카르만을 위층에 재우고 돌아온 사라는 마론과는 다른 의미로 인간의 가치관(엘프들은 저렇게 자식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냥 엘프나 다크엘프나)을 이해하지 못한 채 아침 내내 조용히 마론 옆에 서있었던 플로라를 끌고 목욕을 하러 가버렸다. 한스패거리는 언제 사라졌는지 보이지도 않았고 주인아주머니만 훌쩍거리며 카운터를 지키고 있다가 방금 들어온 4인가족부부의 음식주문을 받고는 음식을 만들...아니 연성하러 식당에 들어갔고 이제 1층에는 방금 온 손님들, 그리고 마론과 칼린만이 남아있었다.


그렇게 그들도 아직 먹지 않은 아침이 생각나, 아침 정식 두개를 주문하고는 창가자리에 앉아 음침한 곳을 좋아한다, 라는 마족들의 통념과는 다르게 창으로 들어오는, 바깥과는 다르게 따스한 겨울의 햇볕에 광합성(?)을 하며 시시껄렁한 잡담을 하던 찰나,


"혈육의 정, 인가?"

"그렇죠. 저 경우에는 좀 역할이 뒤바뀐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만?"


하이고, 또 마왕모든가. 그러나 칼린은 말과는 다르게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가벼운 결계를 쳤다. 괜히 이 대화가 새어나갔다가는 좋을 일 없을 것이다,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버지라..."


어제와는 다르게, 겉으로는 어떠한 기운도 달라진 것은 없지만. 분명히 마왕모드다. 마왕모드란, 마론이 마왕모드에 들어가게 되면 그는 모든 감정연기를 중단하고 자신의 본래 모습을 꺼내든다. 그러니까 이때야말로 그의 진정한 모습이기도 하지만, 마론 그 자신조차 싫어하는 마왕모드를 정말로 그의 본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을 떨쳐버리고는, 칼린은 말했다.


"쿠쿡, 마론님의 아버지라 하시면 유명하지 않습니까? 비록 피가 이어진 사이는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 타메론 영감탱이 말인가?"


칼린은 자신이 어렸을 적에 들었던 믿지 못할 전설을 알고 있었다.


"쿠쿠쿠, 마론님께서는 거의 태어나자마자 동시에 마왕이 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랬던가... 너희들은 그렇게 알고 있었군. 망할 영감탱이."


마왕모드가 풀어짐과 동시에, 칼린은 호기심에 눈을 빛내며 지금까지 궁금했었던 질문을 했다.


"근데 저번에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자기는 버림받은 종족출신이네 뭐네...하면서 말이죠."


버림받은 종족이라... 그 뜻의 기원은 크게 자랑할 거리가 되지 못했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을 의지하고, 믿고, 따르는 종족 중에서 유일하게 신탁이라는 말도 안 되는 언어를 내리는 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 믿음의 대가로 신성력이라는 다른 차원의 힘을 내려주기도 하고 말이다.

동시에 그러한 신 때문에 인간은 창조신이라 불리는 존재에게서 유일하게 버려진 존재이기도 하다.


"글쎄다...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잘 안 나는 군……."

"하긴 8000년 전이니까 말이죠. 혹시 마족, 그러니까 타메론님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라던가..."

"... 혼혈이라던가?"


한순간 미약하지만 살기를 느낀 칼린은 결계를 깨고 의자를 박차며 잽싸게 도망쳤고 뒤를 돌아보자 마론이 오른손에 언제 꺼내들었는지 모를 흰 막대기를 들고 있었다.


"진짜... 죽이려고 한 겁니까?"

"응."

"... 제 목숨이 여러 갠 줄 아십니까?"

"아니 너무 황당한 소리를 하기에 무슨 도플갱어라도 되는 줄 알았지."

"..."


****


"흐음... 이제 진정한 의미로 여신기사단이 창설되었습니다! 아자!"


여관에서 거의 뻗어버린 중년 아저씨를 끌고 나온 사라는 여러 가지 일이 있었던 분수광장의 한가운데에서 호기롭게 소리쳤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으나 햇볕은 따뜻하나 추운 바람 때문에 광장에는 사람들이 여느 때와 같이 붐비지 않아서 덜 쪽팔렸다.


"언니? 여신... 기사단이요?"


여자는 같이 목욕을 다녀오면 친해진다는 속설이 진짜였는지, 어느새 언니라 부르는 플로라였다.


"응, 플로라. 여기 하인인 카르만씨하고, 집사인 칼린씨."

"그냥 아저씨라 부르셔도.. 아니 내가 갑자기 왜 집사인 겁니까?"


미리 입을 맞추지 않은 듯 불만이 터져 나왔지만, 마이페이스인 소녀를 상대로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 마론 오빠."

"오빠라... 어디 8000에서 19를 빼면 얼마가 나오려나?"


분명히 자신이 태초에 얼굴을 만들 때 마론은 오빠, 그리고 자신은 아저씨라고 설정을 해둔 것은 분명하지만, 어째서 기분이 더러워지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칼린이었다. 그 부분은 아무래도 칼린이 앞으로 더 많은 감정을 느끼게 되었을 때에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너, 플로라까지."


보통 때의 겨울아침과는 다르게, 햇살만큼은 따스한 겨울날. 앞으로 첫 번째 여신기사단보다도 더 오래 역사에 다른 의미로 길이 기록될 두 번째 여신기사단(ver.사라)의 창설이 조용히 이루어졌다.





꼬릿말은 또 뭐죠?


작가의말

오늘... 모의고사를 봤더니 망했습니다.

젠장, 소설도 안쓰고 열심히 공부..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학생이라 슬픈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3일이나 지나서 올린 건 죄송하다고 해야되나.

어쨋건 올려봅니다.

안유현님, 정주행하시고 가신다면야 적극추천하는 바입니다!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티말님, 저 로브는 칼린의 회심작이죠. 절대 그냥 로브가 아니에요. 그저 먼지가 많이 묻고 때가 좀 많이타보이고 누더기처럼 보일 뿐이지요.. 칼린이 좀 그런데 병적인 면이 없잖아 있다...랄까요?

흑천청월님은 아끼는 독자분들 중 한분이니까, 굳이 말 안해도 알거라 믿습니다.

여튼 오늘은 2013년 4월 13일 7시 8분에 마지막조각이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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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3-12. 교차하는 4개의 신념 +3 13.06.12 201 4 10쪽
42 3-11. 교차하는 4개의 신념 +3 13.06.07 266 3 9쪽
41 3-10. 교차하는 4개의 신념 +3 13.06.01 235 4 8쪽
40 3-9. 교차하는 4개의 신념 +2 13.05.26 212 3 11쪽
39 3-8. 교차하는 4개의 신념 +1 13.05.14 235 3 7쪽
38 3-7. 교차하는 4개의 신념 +3 13.05.13 229 2 11쪽
37 3-6. 교차하는 4개의 신념 +2 13.05.11 289 2 10쪽
36 3-5. 교차하는 4개의 신념 +1 13.05.10 810 8 8쪽
35 3-4. 교차하는 4개의 신념 +1 13.05.09 289 1 10쪽
34 3-3. 교차하는 4개의 신념 +3 13.05.06 295 7 14쪽
33 3-2. 교차하는 4개의 신념 +3 13.04.24 316 5 14쪽
32 3-1 교차하는 4개의 신념 +3 13.04.19 377 2 12쪽
31 2부를 마무리 짓고. +1 13.04.19 262 2 5쪽
» 2-13.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이자리에 섰다. +3 13.04.13 325 3 11쪽
29 2-12.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이자리에 섰다. +4 13.04.10 331 4 11쪽
28 2-11.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이자리에 섰다. +1 13.04.08 353 2 12쪽
27 2-10.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이자리에 섰다. +2 13.04.04 294 2 14쪽
26 2-9.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이자리에 섰다. +1 13.04.03 295 2 13쪽
25 2-8.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이자리에 섰다. +3 13.04.02 406 3 12쪽
24 2-7.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이자리에 섰다. +3 13.03.30 336 6 10쪽
23 2-6.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이자리에 섰다. +1 13.03.29 337 2 14쪽
22 2-5.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이자리에 섰다. +5 13.03.28 297 2 12쪽
21 2-4.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이자리에 섰다. +1 13.03.27 326 2 14쪽
20 2-3.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이자리에 섰다. +3 13.03.26 357 5 9쪽
19 2-2.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이자리에 섰다. +1 13.03.25 380 2 11쪽
18 2-1.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이자리에 섰다. +2 13.03.23 424 10 12쪽
17 Extra story-1 네번째 장례식 +2 13.03.22 491 3 30쪽
16 1-15.성녀 전쟁의 시작 +3 13.03.21 826 4 14쪽
15 1-14.성녀 전쟁의 시작 +2 13.03.20 354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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