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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손신희님의 서재입니다.

흔한 양판소 세계에 전생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장손신희
작품등록일 :
2020.04.07 05:55
최근연재일 :
2020.11.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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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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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펙시스 공략전 (1)

DUMMY

20일 동안 테알론에 머무르던 펠릭스에게 텔로드에서 통신을 받았다. 알카탄 공국이 수비를 굳히는 전략을 선택했으니, 별동대가 북상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트렐라드 방면에서 진격하는 군대는 3천 명이었다. 기간트 골렘과 매그넘 골렘이 지세트 공략에 동원되었으므로 사실상 알보병이나 다름없는 병력이었다. 다른 점은 고급 기사와 마법사 대부분이 이곳에 동원되었다는 점. 일종의 주력군이었다.


"알카탄 녀석들, 땀 좀 흘리겠어."


전쟁의 주력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기간트 골렘. 전장에서 탱크 역할이다. 막강한 공격력과 방어력 때문에 기간트 골렘으로 막아야만 한다. 거대한 크기 때문에 마법사의 걸어 다니는 표적지로 전락할 수도 있지만, 마법 하나로 기간트 골렘을 돈좌하려면 6서클은 되어야 하고, 그조차도 맞췄을 때나 가능하다. 더군다나 불시에 날아오는 마법이 위험한 건 골렘 나이트도 알아서 마법사 먼저 죽인다. 10톤이 넘어가는 기간트 골렘이 걷어차기만 해도 마법사의 목숨은 꿀벌 목숨이나 마찬가지.

매그넘 골렘. 전장에서 망치와 모루 역할이다. 익스퍼트 중급이라는 최솟값이 필요하지만, 재능도 필수적. 스타크래프트의 마린이나 폴아웃의 파워아머처럼 큰 키와 중량감, 괴력으로 전선의 핵심 역할이다. 기간트 골렘만 아니면 전장에서 무적과도 같다. 오러 블레이드나 마법에 취약한 건 사실이지만, 탑승자의 능력에 따라선 맞수를 두는 게 가능하다. 매그넘 골렘은 복잡한 조종이 필요 없으므로 마법사도 장기간 탑승할 수 있었다. 오러 블레이드나 마법을 쓰는 매그넘 골렘의 존재는 그 자체로 전선의 현황을 의미했다.

세 번째가 고급 기사와 마법사, 이 세계에서는 사작이라고 부르는 존재들. 골렘에 탑승하지 않고 맨몸으로 활동하는 자들이다. 일반적인 양판소였으면 이들이 전장의 주력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곧장 북진하면 되지?"

"예, 란소스 각하. 알카탄이 뭉칠 수 없도록 헤집는 역할입니다."


기간트 골렘과 매그넘 골렘이 기병 속도로 움직이면 엄청난 병력을 쥐어짜야 한다. 예상할 수 있는 이동 경로에 방어선을 구축해야 하고, 몰이 사냥하듯 준비된 전력에 부딪히도록 유도해야만 한다. 그러나 트렐라드 별동대에는 소드마스터 상급인 펠릭스가 있었다.

별동대를 저지하려면 방어선을 구축할 많은 병력이 필요하고, 소드마스터 상급을 잡으려면 고급 전력도 동원해야 한다. 그런데 그러면 텔로드에서 오는 병력을 막을 수 없다.


"차라리 공세로 나섰으면 나았을 텐데요."

"그러면 빈집털이를 당했겠지요."


막사에서 골렘 나이트 둘이 감상을 주고받았다. 대전략과 군략은 아무나 구상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것 또한 알고 모르고 차이가 엄청난 부분이다.

펠릭스는 주위에서 트렐라드 변경백과 자신이 논의하며 만든 전략이었다. 자신의 카드는 늘리고, 상대의 카드는 줄이는 것이 기본이다.


'가르치는 곳이 없으니까 그런 거겠지만.'


이 세계의 교육기관은 없었다. 대학원이나 연구소 같은 고학력자들의 토론장은 있었지만, 학생을 대규모로 가르치는 기관은 전혀 없었다. 그나마 비슷한 교육체계가 있는 곳은 마탑인데, 마법을 중점으로 가르치지 인문학이나 교양은 없거나 비중이 작다.

밖에서 들어온 전령이 펠릭스의 상념을 깼다.


"각하. 준비가 끝났습니다."

"수고했다. 통신관! 텔로드에 출정을 알려라. 나머지는 나가서 출정을 준비하도록!"

"예!"


전의를 잃은 지세트가 아닌 진짜 전쟁이 시작했다.


* * * *


알카탄 공국, 왕궁.

홀에는 거대한 탁자 위에 놓인 지도가 있었고, 좌우에 갑옷을 갖춘 귀족들이 분주하게 막대기를 움직여 지도 위 체스 말을 이리저리 옮겼다.

왕좌에 앉은 알카탄 국왕은 체스 말의 움직임을 노려보듯 지켜보았다.


"···무슨 수를 써도 소드마스터 상급을 이길 수가 없군."

"송구합니다."


며칠 내내 전략을 그렸으나, 뾰족한 수가 안 나왔다. 남쪽에서 올라오는 1군과 남동쪽에서 올라오는 2군을 모두 온전하게 막을 수 없었다.

알카탄의 선택지는 크게 5가지. 그리고 모든 수단이 소드마스터 상급 하나 때문에 일그러진다.


"2군을 자연지형으로 지연시키면서 1군을 빠르게 격파하면 1군은 이길 수 있어도 2군을 이길 전력이 안 나옵니다."

"골렘으로 2군을 먼저 공격해 전멸시키면 1군을 잡을 골렘 나이트의 피로가 너무 심합니다."

"1군과 2군의 합류 지점에서 포위섬멸을 시도하는 건 알카탄의 병력이 적어 포위망이 얇아집니다. 소드마스터가 작정하고 돌파를 시도하면 다른 방면의 뒤가 위험해져 역포위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골렘끼리, 사작끼리 싸우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2군 전선은 확실한 아군 우위입니다. 포로를 인질 삼아 협상을 요구하면 무난하게 끝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용병을 긁어모아 3번째 전선을 여는 것도 승산이 없습니다. 모든 병력을 공세에 밀어 넣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수세를 굳혀 민병을 동원하면 5천 명은 나올 겁니다. 훈련도가 낮지만, 성벽을 끼고 싸운다면 이길 수 없습니다. 그럴 바에는 2군이나 1군을 강화하는 편이 낫습니다."


최악이었다.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1군 격파 후 2군을 노리면, 소드마스터를 격퇴하느라 지나치게 피폐해진 주력군으로 2군을 상대할 수 없다.

빠르게 2군을 격파하고 1군을 노린다면, 유격을 노리는 상대방의 요망에 부응하는 상황이 나온다. 알카탄 내부를 휘젓기 전에 1군을 상대해야지, 시간을 내어주면 막대한 피해가 터진다.

땅을 내어주면서 회전을 걸어 일망타진을 시도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기간트 골렘이 돌파를 시도하면 막을 방법이 없었다. 3배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2배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정직하게 골렘과 사작끼리 부딪혀 한쪽에서 확실한 우위를 따내는 것도 어려웠다. 2군을 이기는 건 상수지만, 포로를 최대한 많이 잡아야 하므로 피해가 작지 않을 것이다. 1군이 포로와 협상을 무시하고 전투를 걸면 그대로 와해다.

최후의 수단으로서 국내의 모든 자금을 끌어모아 용병을 고용해 제 3의 전선을 여는 것도 효과가 없었다. 용병의 전투력이 뛰어나더라도 성을 함락시킬 순 없다. 공성전은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공국의 재정을 털어 고용한 용병을 공성에 묶일 순 없었다.


"지세트가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줄이야···."


알카탄 공국이 저지른 최대의 실책은 시간을 끌었다는 점이다. 지세트 백국이 버티는 사이 트렐라드 변경백을 공격했어야 하는데, 추수하느라 병력을 동원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트렐라드는 10년 넘게 농경과 토벌을 병행하느라 농지 자체가 줄어들어 병력 동원이 가능했다. 동원할 수 있는 병력 2천 명을 뽑아 먼저 보내놓고, 추수가 대충 끝난 시점인 지금 3천을 마저 동원했다.

공국의 모든 국력을 쥐어짜서 1만 명을 동원할 수 있는 알카탄과는 신속성이 달랐다. 변경백 하나에서 공격에 동원한 병력이 5천?


"외람되오나 항복을 준비하는 것이···."

"거절됐다. 수도를 불태우겠다고 하더군."

"······."


트렐라드 변경백은 강경하게 나섰다. 지세트 백국을 1달 만에 무너뜨렸고, 이젠 알카탄 공국 차례였을 뿐이다.

누적된 원망이 너무 깊고 컸다. 트렐라드 변경백은 피해를 공유하는 인근 영주로부터 지원을 받아냈다. 중앙 귀족 말고도 지방 귀족까지 합세해서 두 국가를 도모했다. 그 결과가 이것.

알카탄 국왕은 사방에서 들어오는 정보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오슬레아 정계는 알카탄을 버렸다.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구조를 요청했지만, 방관을 선택했다.


'키펠을 끌어들여도 반응이 없었어. 대안을 만든 게 확실해.'


이젠 오슬레아의 대전략에 변화가 생겼다는 예감을 무시할 수 없었다.


"폐하."

"대책 수립은 그만하면 됐다. 용병을 고용하고, 2군을 먼저 공격하도록. 포로를 최대한 많이 잡을 수 있도록 전술을 수립하라."

"명을 받듭니다."


* * * *


"졌다고?"


알카탄의 도시 하나를 함락시키고 다음 진격로를 고민하던 차에 패전 소식이 들렸다. 텔로드에서 출발한 군대가 알카탄 병력과 전투했다가 철저하게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고급 기사와 마법사 다수 배치한 조공이 너무 빠르게 침묵 당했다.


'이런, 가장 걱정하던 대응이 나왔나.'


펠릭스는 식은땀을 흘리자 옆에서 네리카가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주었다.

알카탄 공국은 지세트 백국처럼 만만한 국가는 아니었다. 나름 국토가 넓고, 평지와 산지가 적절하게 섞여 있어 곡물과 광물이 적당히 나오는 곳이었다. 자체적인 산업역량이 형성되어 있고, 키펠 왕국을 뒤를 지원하는 국가 중 하나였다. 오슬레아 대왕국이 키펠 왕국에 지원금을 주면 사소한 물건은 알카탄 공국에서 구매했다. 알카탄 공국도 오슬레아 대왕국의 마게트 왕국 전선의 조력자 정도는 되었다.

막대한 부는 아니더라도 꽤 부유한 편이고, 오슬레아와 키펠의 속사정을 꽤 알고, 거대한 대전략에서 역할이 있던 국가였다. 그래서 군말 없는 선에서 끝내야만 했다.


'그런데 포로라···.'


후발대에 종군한 사작들은 그냥 사작이 아니었다. 알카탄과 지세트를 증오하는 지배자 계급이 대부분이었다. 도적에게 성을 빼앗겨봤거나, 난민에게 마을이 점령당해 손쓸 수 없는 무법지대가 되어 수습에 애를 먹었거나. 무슨 방법으로도 골탕먹은 인근 영주들이 연합군을 구성한 게 조공의 정체.

후발부대가 패배했다면 펠릭스가 보일 수 있는 전략은 크게 두 가지.


'최대한 생존자를 많이 구하거나, 협상할 틈도 안 주고 수도를 밀어버리거나.'


그러나 기간트 골렘 10기와 매그넘 골렘 50기가량, 기병 200기로 알카탄의 수도를 공략하는 건 불가능했다. 성벽이 2중이고, 기간트 골렘은 공성전에 쥐약이었다. 지금 점거하는 도시도 성벽이 없으니까 쉽게 점령한 거지, 성벽이 존재했다면 마을에 눌러앉았을 것이다.

허리 위로 무릎을 올릴 수 없는 기간트 골렘이 성벽을 뛰어넘으려면 계단이나 발판이 필요하다. 성벽 뒤에서 마법이 날아올 텐데, 그걸 각오하고 골렘이 바위나 통나무를 던지는 것도 에러다. 무거운 걸 들면 당연히 속도가 느려지고, 가뜩이나 느린 골렘은 표적지로 전락한다.

따라서 수도 공략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펠릭스 혼자 성벽 넘고 마나 블레이드를 얼쑤절쑤 휘둘러봐야 혼자 도시를 장악할 수는 없다. 수도는 겨우 200명으로 휘어잡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하지만, 협상 테이블에 맨손으로 앉을 순 없지.'


포로가 몇이나 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들 대부분이 트렐라드 외 지역 사람이다. 그들을 잃어버리면 오슬레아 북서쪽 통제력이 떨어진다.

펠릭스는 이쪽에서도 협상으로 내밀 카드를 마련하기로 했다. 전쟁에서 협상이라는 건 상대방에게 시간이 없을 때 절박해지는 법. 트렐라드 변경백이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이쪽이 전황을 바꿔야 한다.


"전군, 도하 준비. 한 달 안으로 펙시스를 함락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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