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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님의 서재입니다.

천사가 사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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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작품등록일 :
2021.07.26 19:45
최근연재일 :
2023.11.09 16:15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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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수 :
501,857

작성
22.08.16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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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 - 2. 제국의 새장

DUMMY

"암-바야드는 대체 어떤 천사의 기술력을 이용했기에, 이런 신수들을 만들 수 있었던 걸까요?"



박사 옆에서 수건으로 실험관을 닦던 아르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천사의 기술력을 구체적으로 생각하면, 괜히 머리만 아파질 거야. 그것들은, 추상적이면서도 예측을 불허하는 기술이니까. 예를 들어, 생체 인식 기능은 없지만, 특정 사람만 들 수 있는 검이라든지,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바다를 가르는 지팡이라든지, 마치 ‘새장’처럼 아직 현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다."



박사는 실험관에 하얀 가면을 지그시 비추었다.



"다만, 그런 천사의 기술력을 부작용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건 전대미문의 사건이야... 그저 놀라울 따름이지."



실험관에 속에서 보글보글 기포가 올라와, 비추어진 박사의 하얀 가면을 훑고 지나갔다.



"만약, 암-바야드가 천사의 기술력을 부작용 없이 사용하는 법을 깨우친다면 정말 큰 일이겠어요."



아르의 손수건을 꽉, 움켜쥐었다.



"그렇겠지... 그거만 밝혀내면, 세상의 이치에 어긋난 기술들을 자기 입맛대로 다룰 수 있을 테니까."



박사는 실험관에 연결된 커다란 파이프 핸들 돌렸다.


그러자 물속에 일렁이는 수많은 거품이,


박사가 돌리는 파이프 핸들에 맞추어 춤추다가.


이윽고 배수구 구멍으로 물과 함께 빠져나갔다.



“서진수, 몸은 조금 괜찮아졌나?”



윙-


물이 전부 빠져나가자,


실험관의 유리가 바닥으로 내려가며,


서진수는 입에 물고 있던 산소호흡기를 벗었다.



"... 감기 걸릴 것 같으니 이걸..."



아르가 팬티 바람인 서진수 등에, 큼직한 수건을 걸쳤다.



"아니... 아직 삭신이 쑤시는 데..."



서진수는 잠시, 아르를 신기한 듯 바라봤다.



"기운은 되찾았겠지만, 네 몸은 이미 많이 망가져 있다. 무리하지 말고, 푹 쉬도록."



박사가 허리를 숙이며, 서진수에게 하얀 가면을 들이밀었다.


서진수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소름 끼치는 하얀 가면을 잠시 바라보다,


바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 아니. 난 학생들..."

"이미 너를 태운 이 부유선은 약품을 구하기 위해 새장에서 출발했다. 그러니 무리하지 말고 쉬도록."

"그... 그런..."



서진수는 무릎에 손을 짚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 그런데, 이렇게 몸이 변한 학생은 나... 저 말고도 두 사람 더 있었을 텐데... 찾지 못했나요?"

"한가람과 류수현을 말하는 거라면, 찾지 못했다. 아마 그 둘은 천사에게 당했거나, 검은 가면이 데려갔을 테지."



자리에서 일어선 서진수의 인상이 굳어지며,


실험관에 손을 짚고 비틀대는 몸을 바로 세었다.



"젠장... 검은 가면... 그 새끼는 결국, 우리를 이용한 거였어."



자신을 믿으면 진정한 자유를 선물해줄 거라던 검은 가면.


마치 마음이라도 읽은 듯 정말로 자신에게 날개를 달아준 검은 가면은, 천사만큼이나 자비로운, 무자비한 악마였다.


서진수는 손을 짚고 있던 실험관 유리에 따라, 미끄러질 듯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 늦었지만, 감사합니다."



춥고 배고프다. 몸 여기저기가 몸살이 걸린 듯이 아프다.


서진수는, 다시 한번 힘을 내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여기, 코코아 드세요."



아르가 내민 달콤한 향기에 그만 그곳으로 시선을 뺏겼다.



----------



제국의 새장, 황궁 직속 영재훈련소.


그곳은 여러 분야의 영재들이 모여 각자의 분야에 대해 집중 교육받을 수 있는,


다른 새장에도 꽤 알려진 명문 학교였다.



"오늘 우리와 함께 훈련할 안토니오다. 다들 인사 나누도록!"



구슬비는 학생들 앞에 서서,


황자 ‘안드레이’를 ‘안토니오’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소개했다.



"반가워. 내 이름은 안토니오. 다들 친하게..."



안드레이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자신과 비슷한 나이 또래인 학생들에게,


나름 ‘귀족의 격식’에 맞추어 인사하고 있을 때.



"칫. 보아하니, 또 어디서 낙하산쟁이가 들어왔네."



한 남학생이 투덜거렸다.


그러자 안드레이 옆에 서 있던, 구슬비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지만,



"친하게 진해보자. 하하하"



안드레이는 별 대수롭지 않게, 그 남학생의 말을 받아쳤다.



"야야... 저 안토니오. 진짜 잘생겼다."

"완전 꽃미남인데... 연예인으로 데뷔할 생각인가?"



강당에 모여 있던 몇몇 여학생들이 중얼거렸다.



"칫...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게 뭐가 잘생겼다는 거야?"

"뭐, 어차피 하루도 못가서 엄마 보고 싶다며 징징 짤걸?"



남학생들은 그런 안드레이를 보며 열심히 기선제압 하기 바빴다.



'배운 애들이라 그런지 더 살벌하네. 진짜 내 또래 애들 맞는 거야?'



조숙한 걸 넘어, 이미 저건 사회에 불만 가득한 어른들.


설마 저 영재들도, 정신이 나처럼 ‘어른’인 건 아니겠지?


안드레이는 자신이 전이되기 전, 초등학생 때나 중학생 때를 떠올려봤지만...


역시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 그럼 오늘은 안토니오가 왔으니, 목검 경기나 해볼까!?"



구슬비는 손뼉을 한 번 짝! 쳐, 학생들의 소란스러움을 잠재우며 외쳤다.



"오늘 안토니오는 목검을 처음 쥐는 거니까..."



구슬비가 안드레이에게 목검 연습 상대가 될 만한 학생을 고르고 있을 때.



"모방은 학습에 기초라고, 구슬비 선생님이 여기서 제일 실력 있는 아이와 대련하는 걸 보고 싶군요."



안드레이가 말했다.



"그래! 그것도 좋은 생각이야. 그럼... 하늘아. 오랜만에 선생님과 붙어 볼까?"

"좋죠. 1년 전의 제가 아니니, 각오하세요. 선생님."



한 여학생이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춤에 차고 있던 목검을 빼 들었다.



'목검... 그래. 우리에겐 근접 무기를 사용하던 ‘맹세한 자들’이란 정예부대가 있었지.'



보통의 새장에선 쐐기총이 기본 무기로, 총기류를 위급사항에 사용한다.


그 부분은 우리 제국의 새장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우리에겐 ‘맹세한 자들’이라 해서 총이나 쐐기총 대신, 검이나 창 혹은 자신만의 독특한 무기로 근접해서 싸우는 기사들이 존재했다.


이들은 엘리트 중 엘리트를 뽑아 ‘천사의 기술력’을 이용해 신체를 ‘강화한’ 선택받은 인간들이었고.


그 수가 8명밖에 안 되는 그야말로 소수 최정예 부대였다.



"참고로 이 여학생의 이름은 김하늘. 이번에 ‘맹세한 자들’의 최연소 후보생으로 올라가 있어. 그러니 그녀의 움직임을 잘 봐두는 게 좋을 거야. 안토니오."



구슬비는 안드레이에게 말하며,


김하늘과 함께 강당 바닥에 동그랗게 줄이 그어져 있는, ‘목검 대련장’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강당에 모여 있던 학생들이 우르르, 목검 대련장 주위로 몰려들었다.


안드레이도 학생들을 뒤따라, 그 둘을 지켜봤다.



"보호구를 입지 않아, 머리 타격은 안 되지만 그 외의 곳은 타격 가능한 거로 하고, 손이나 보조 무기 빼고는 전부 사용 가능으로 치자."



구슬비가 기다란 목검을 두 손으로 잡은 뒤, 김하늘에게 뻗었다.


김하늘도, 거짓말 보태서 자신의 키만 한 목검을 두 손으로 잡아 구슬비에게 뻗었다.


체격이나 쌓아온 경험을 보았을 땐, 솔직히 김하늘이라는 소녀는 구슬비에게 작은 아기새처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반평생 신체를 단련한 구슬비는 그야말로 굴강한 육체와 예리한 표정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그와 비교해서 김하늘은 아직 어리고 뭘 모르는, 자존심 강한 소녀처럼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뭐... 그래도, 저 ‘나이’ 때와 비교해서 강하다는 거겠지?'



제아무리 ‘맹세한 자들’의 후보생에 올라가 있어도 아직 나이 어린 소녀.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딱 그 정도로 눈으로 바라보는 게 좋겠다고, 안드레이는 생각했다.



"자. 그럼... 시작!"



한 학생의 외침과 함께,


그 둘은 서로를 바라본 채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며 거리를 벌리는 도중.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믿을 수 없는 연타가 이어졌다.



'음...?'



전이되기 전 동영상으로만 시청한, 상상한 것보다 뭔가 심심했던 검술 동작들, 일줄 알았다.


그리고 나이에 걸맞은... 아니. 그것보다 조금 더 나은 검술일 줄 알았다.


하지만, 이건 그런 게 아니었다.


검술 동작 하나하나가 큼직하게 이루어지면서,


빈틈이 보이지는 않을 정도로 빠르게 이어지는 연속 동작.


그러면서도, 간간이 발을 이용한 태클이라든지,


믿을 수 없는 몸놀림 보여주며, 서로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진짜 만화책이나 영화 속에서나 보았던 거야...'



신기했다.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대각선으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검술 동작.


춤을 추는 것보다 절도 있게,


노래하는 것보다 현란하게,


검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날렵한 시위를 당기다가,



"엇!"



김하늘의 목검이, 구슬비의 손등을 쳤다.


구슬비는 쥐고 있던 목검을 떨어뜨리며, 깜짝 놀라 했다.



"오... 또 엄청나게 성장했는데?"



구슬비는 양팔을 든 채, 항복 의사를 밝혔고,



"선생님도 점점 발전하시는데요? 물론 이번엔 제가 앞선 것 같지만..."



김하늘은 구슬비 눈앞에 겨누고 있던 목검을 거뒀다.



"와!!! 진짜 멋져!"

"사람의 몸놀림이 아니야..."

"난 저거 죽어도 못해."



여기저기에서 학생들의 감탄이 터져 나왔다.



“그럼... 안토니오. 어때? 하늘이와 한번 대련해볼래?”



구슬비가 안드레이에게 목검을 내밀었다.


안드레이는 자신의 두 손을 펼쳐, 바라봤다.



"에이~ 선생님도. 이 녀석은 목검도 줘본 적 없다 하셨잖아요?"



김하늘이 웃으며, 농담하지 말라는 듯이 말했다.



"한번 해보죠. 대충... 익힌 것 같으니까."



내 몸이. 방금 보았던 그 치열한 공방을, 떠올리고 있었다.


정말... 말도 안 됐다.


안드레이는 구슬비가 내민 목검을 쥐었다.



"... 나는 초보자 상대로도 봐주지 않아. 이건 내 자존심의 문제니까. 그런데도 해 볼 거야?"



라고 김하늘이 말했지만,



"... 이거... 재밌겠는데?"



안드레이는 목검을 두 손으로 쥔 재 위아래로 휘두르며 대련장으로 들어갔다.



"훗. 그래... 가끔가다 지가 천재인 줄 아는 놈이 있으니까."



김하늘도 코웃음 치며, 안드레이를 따라 대련장으로 들어갔다.



"뭐야? 왜 저 녀석이 뜬금없이 하늘이와 대련하는 거야?"

"에이. 설마... 그냥 하늘이가 목검에 대해서 친히 알려주려는 거겠지.”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규칙은 아까와 같이 손과 보조 무기 빼고 전부 사용 가능. 머리는 타격 불가. 알겠지?"



김하늘는 굳은 표정 앞으로 목검이 드리웠다.



"알겠어."



안드레이도 김하늘과 마찬가지로 목검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침묵은 길고도 짧게, 안드레이와 김하늘의 시선을 교차시키다가.


김하늘이 먼저 목검을 쭉- 뻗어왔고,


안드레이가 받아치려고 목검을 휘두르니,


김하늘은 자세를 곧장 바꿔 안드레이의 빈 옆구리로...



'역시 이 몸... 굉장해.'



안드레이 눈에 김하늘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더불어 자신의 몸놀림은 그런 느릿한 움직임 속에서, 빠르게 움직여졌다.


안드레이는 옆구리로 들어오는 목검을 뒤로 물러나 피하며,


그대로, 김하늘이 구슬비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녀의 손등을 목검으로 가격하려고 했지만.


김하늘은 순간적으로 가격당하는 손을 희생해 다른 한쪽 손으로 목검을 옮긴 뒤, 안드레이의 얼굴로 쭉- 뻗었다.



"멈춰!"



구슬비가 외쳤다.


다행히 안드레이는 얼굴 쪽으로 들어오는 목검도 몸을 옆으로 돌려, 가뿐히 피한 상태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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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4 - 13. 지켜보는 자 22.09.24 49 0 13쪽
57 4 - 12. 지켜보는 자 22.09.17 54 0 12쪽
56 4 - 11. 두려워하지 말라. 22.09.10 50 0 13쪽
55 4 - 10. 두려워하지 말라 22.09.07 55 0 12쪽
54 4 - 9. 선택받은 인간 22.09.06 48 0 13쪽
53 4 - 8. 선택받은 인간 22.09.05 45 0 12쪽
52 4 - 7. 승천자 22.09.04 44 0 12쪽
51 4 - 6. 승천자 22.09.03 43 0 12쪽
50 4 - 5. 전설 22.09.02 42 0 13쪽
49 4 - 4. 전설 22.09.01 40 0 12쪽
48 4 - 3. 선지자 22.08.31 41 0 14쪽
47 4 - 2. 고아들의 새장 22.08.30 42 0 13쪽
46 제 4장. 고아들의 새장 22.08.29 44 0 12쪽
45 3 - 14. 맹세한 자 22.08.28 37 0 13쪽
44 3 - 13. 맹세한 자 22.08.27 40 0 12쪽
43 3 - 12. 맹세한 자 22.08.26 36 0 12쪽
42 3 - 11. 세력 22.08.25 35 0 12쪽
41 3 - 10. 세력 22.08.24 34 0 12쪽
40 3 - 9. 날개 잃은 제국 22.08.23 24 0 12쪽
39 3 - 8. 날개 잃은 제국 22.08.22 29 0 13쪽
38 3 - 7. 작은 날개 22.08.21 24 0 11쪽
37 3 - 6. 작은 날개 22.08.20 29 0 11쪽
36 3 - 5. 천사의 기술력 22.08.19 30 0 12쪽
35 3 - 4. 천사의 기술력 22.08.18 25 0 12쪽
34 3 - 3. 제국의 새장 22.08.17 2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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