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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님의 서재입니다.

천사가 사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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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작품등록일 :
2021.07.26 19:45
최근연재일 :
2023.11.09 16:1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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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01,857

작성
22.08.24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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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 - 10. 세력

DUMMY

"괜찮아...?"



중년의 남자도, 여인의 굳은 안색에 맞추어, 목소리 톤이 낮아졌다.



"... 아니요... 솔직히, 그냥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생존자가 고작 500명뿐이라고 하던데요... 후..."



여인은 테이블에 내려둔 맥주잔을 덥석, 들어 올려 급하게 마셨다.



"... 힘내라. 그래도 또 혹시..."

"네가 ‘긴’이라는 놈이냐!?"



중년의 남자는 말을 하다 말고, 고함이 들린 테이블 한쪽 구석으로 시선을 옮겼다.



"..."

"네가 ‘긴’이라는 놈이라면, 나와 한 판 붙자!"



다짜고짜 가게로 들어와 ‘긴’에게 시비를 거는 소년.


남자와 여인은, 옆구리에 ‘시대와 걸맞지 않은 도검’을 차고 있는 이 소년을,


‘뭐 하는 놈이지’란 눈빛으로 바라봤다.



"저기... 여기서 이러시면, 손님들께 민폐니까..."

"어쩌라고?"



소년은, 말리는 ‘위천마루’ 직원을 가뿐히 무시하면서, 차고 있던 도검을 뽑아 ‘긴’에게 겨눴다.



"붙자니까?"



위천마루의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손님들은, 일제히 그 광경을 수군거리며 지켜봤다.


그들은 지금 이 상황을 말리고자 하는 것보다도,


앞으로 저 ‘긴’이라는 자가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지 기대하는 눈빛으로,


위천마루의 그 특유한 컴컴한 분위기 속에 녹아들었다.



"저 소년. 어디서 봤다 했더니만, 엊그제 ‘흉터의 용병’으로 지원했다가 떨어졌다고 지랄발광하던 녀석이네...?"



중년의 남자는 고기가 꽂힌 포크로, ‘긴’에게 고함치는 소년을 가리켰다.



"네...? 흉터의 용병으로 지원했다뇨...?"

"어? 너 몰랐냐...? 흉터가 이 하울링 새장에서 용병을 모집했어. 물론, 단 한 명도 합격 되지 않았지만."

"흐음~"



흉터, 그는 턱으로 시작해 명치까지 길게 일자 흉터가 새겨져 있어, 통칭 ‘흉터’라고 불리며,


그가 이끄는 ‘흉터의 용병들’ 들은, 초거대 새장조차 슬슬 피해갈 정도의 실력이 출중한 용병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흉터의 용병’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실력’을 인정받아야 했지만,


그 최소한의 실력조차 틀이 높아 많은 사람을 좌절시키는 곳이기도 했다.



"그렇단 말은, 저 소년도 한 가닥 한다는 거네요...?"



여인도,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손님들처럼, 기대 어린 눈으로 긴에게 시비를 거는 저 이름 모를 소년을 바라봤다.



"... 그냥... 조용히 술 마시면 안 될까?"



나긋한 목소리로 소년에게 말하는 긴.



"오! 당연히~"



소년은 긴에게 치켜세우고 있던 날카로운 도검을,



"안되지!"



그대로 휘둘렀다.



“...?!”



‘위천마루’ 속으로, 예리하게 단조 된 침묵이 테이블 사이를 살갑게 휘몰아쳤다.


설마 소년이 진짜 ‘긴’ 바로 앞에서, 검을 휘두를 줄이야.


모험가들 사이에선 이런 ‘다툼’을 나름의 규칙을 정하고 치르는데,


뭐, 다툼에 규칙이 어디 있겠냐만,


겨누고 있던 검을 바로 앞에서 죽일 기세로 휘두르는 건,


규칙이고 나발이고 선을 넘는 행위였다고...


그렇게, 위천마루의 테이블에 앉아 있던 모험가들이 생각하려고 할 때,



"... 생각보다 실력은 있네."



‘긴’이 도검의 날을 손바닥 맞대어 붙잡으면서,


모두의 걱정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검도 날카롭고."



긴의 머리 위에 붕-떠 있던 구체가 여러 개의 구슬로 분열하며, 소년의 주위를 둘러쌌다.



"그래! 진작 이렇게 나왔어야지!"



소년은 도검을 포기하고 뒤로 두어 걸음 물러나,


허리를 조금 낮추며 두 손을 앞으로 뻗어, 자세 잡았다.



"검은 그저 훼이크였나? 너, 이름이 뭐지?"

"알아서 뭐하게?"

"... 아까운 녀석이군."



작은 구슬들이 하나, 둘 소년에게 날아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소년은 기다렸다는 듯이, 날아드는 구슬을 가볍게 받아치려고 했지만,



"..."



구슬들이 일제히, 제자리에 멈추었다.



"네... 알겠습니다. 즉시 복귀하죠."



소년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작은 구슬들이 한 곳으로 뭉쳐져, 다시 긴 머리 위로 떠올랐다.



"뭐야? 왜 멈춰?"



긴은 소년의 물음을 안중에도 없다시피 하며, 부랴부랴 짐을 챙겼다.



"야! 이 새끼야!"



소년은 그런 긴의 태도에 열 받은 듯 주먹을 날렸지만,


긴은, 소년의 목덜미로, 기다란 도검을 드리웠다.



"엇...!"

"너 정도면, 제국의 새장에서 괜찮은 스승을 찾을 수 있을 거다. 그럼..."



긴은 도검을 테이블에 올려 둔 채,


카운터에 돈을 지급하고 급하게 위천마루를 나갔다.



"... 방금, 긴이 소년에게 도검을 겨누는 거... 보였나요?"



여인은, 위천마루에서 급히 나가는 긴을 잠시 바라보다가, 중년의 남자에게 물었다.



"아니. 전혀... 역시, 소문대로 굉장하네."

"저게 바로 ‘맹세한 자’들... 이로군요."

"그러게... 그런데, 긴은 싸움하다 말고, 어디를 급히 가는 걸까?"



중년의 남자는 아쉬운 듯이, 반쯤 비어있는 맥주잔을 바라봤다.



----------



마치 베레모를 연상케 하는 지붕이 덮어진 거대 건축물.


그곳은 ‘하울링 새장’과 ‘밖’을 이어주는 새장의 출입구로서,


높다랗게 솟아 있는 전광판에서는


‘하울링 새장’의 ‘게이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는 문구가 크고도 화려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박사님."



전광판의 화려한 빛 밑으로, 소총을 든 3명의 사람이 걸어 나와 박사 앞을 가로막았다.



"잠시 따라와 주시겠습니까?"



그들 중, 금발의 한 남자가 박사 앞으로 다가가며 정중히 말했다.



"제국의 새장에서 박사님에게 급히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갑자기 실례란 걸 알지만, 부디, 저희와 동행해 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

"흠..."



박사는 하얀 가면을 치켜들어 새장 밖을 바라봤다.


어느덧 해는 불그스름한 빛을 뿜으면서, 전광판을 더욱이 화려하게 꾸미고 있었다.



"검은 가면과 관련된 건가?"



하늘을 향해 말하는 박사.



"네. 자세한 사항은, 안에 들어가서..."

"그러면, 내 ‘부유선’에서 말하지."

"... 알겠습니다. 그럼, 그분에게 그리 전하고 올 테니 잠시만 이곳에서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금발의 남자는 혼자서 뒤로 빠지며 누군가와 짤막하게 연락을 취한 뒤, 다시 박사에게로 돌아왔다.



"곧 ‘변하는 자, 긴’이 박사님의 부유선에 방문하여 상황을 설명한다 합니다. 그럼,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사님."



금발의 남자는 나머지 두 사람과 함께, 유유히 박사에게서 물러났다.



"... 검은 가면이라면..."



커다란 배낭을 멘 채, 박사 옆에 서 있던 서진수의 깃털들이 곤두섰다.



"네 학교에 천사를 보낸 녀석이지."

"... 그 녀석이, 제국의 새장이란 곳에서 뭔가 저질렀나 보네요?"

"그건, 앞으로 알아볼 일이다."



전광판에서 내려오는 불길이, 서진수의 두 눈을 불태웠다.


우리를 이 세계에 끌어들인 장본인.


내 친구들을 죽인 살인마.


서진수는 이런 두 가지의 증오를 가슴 속에 품은 채로.


박사를 따라 새장의 출입구를 지나쳐, 아직 낯설기만 한 하늘에 붕-떠 있는 부유선 위로 올라갔다.



"다녀오셨어요~?"

"다... 다녀오셨어? 라프..."



아르와 라프가, 갑판 위로 올라오는 박사와 서진수를 반겼다.


박사는 그 두 명에게 하얀 가면을 끄덕였고,


서진수는, 성별 모를 아르를 지나쳐,


은은한 빛을 머금고 있던 ‘어딘가에서 본 듯한’ 신비로운 생명체를 뚫어지라 쳐다봤다.



"너... 너는... 그래! 네가 우리를 구해줬지..."



학교에서 천사에게 다 죽어가는 자신을 구해주었던, 아름다운 생명체.


사람 같은 몸과 얼굴에, 짐승의 하얀 털과 발톱,


그리고 좀 낯설게 느껴지는 4개의 팔을 지닌 이 생명체는,


학교에서 천사로부터 자신을 구해준, 구원자였다.



"아! 서진수씨는 박사님께 치료받는다고, 라프를 만나지 못했군요!"



아르는 손바닥을 짝, 작게 마주쳤다.


그러자 라프도 아르의 행동을 따라서, 손바닥을 서로 맞부딪혔다.



"이 분의 이름은 라프, 신수들의 공주님이세요. 몸은 어린아이이지만, 태어난 지 한 달 채 되지 않아 여러 가지로 배우고 있죠."

"... 태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다고...?"

"네~ 그러니, 서진수씨도 라프에게 좋은 오빠가 되시길 바라요."



가슴 속 응어리진 증오가 가라앉을 정도로, 푹신하고도 순백의 털을 지닌 라프.


서진수는 이끌리는 그녀의 빛에 그만 넋을 잃으려던 찰나.



"어서 들어가지. 곧, ‘긴’이 이곳으로 온다고 하니까,"



박사의 목소리가, 서진수를 잠에서 깨어나듯 정신 차리게 했다.



----------



은은한 라즈베리 향기가 감도는, 널찍하고도 검은 공간 속에 피어있는 하나의 큼직한 원탁.


각자 먼 거리에 떨어져 있던 네 명의 사람은, 그런 원탁 앞으로 다가가 서로를 잠시 바라보다가,



"‘세난 왕국’에 이어, ‘제국의 새장’까지. ‘거대 새장’이 두 곳이나 암-바야드에게 놀아났군요."



거대 새장은 아니지만, 중형급 새장들이 모여 하나의 연합국이 된,


‘개벽의 날개들’의 대표인 그녀가 중얼거리며, 원탁에 제일 먼저 앉았다.



"우리 ‘제국의 새장’을 ‘세난 왕국’과는 비교하지 말아줬으면 하네. 아직 이쪽은, 새장이 건재하니까."



뒤이어, ‘제국의 새장’의 황제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대답하며, 원탁에 앉았다.



"왕족 중, 차기 황제로 유력하던 세기의 천제 ‘안드레이 황자’가 암-바야드에게 당했으니, 그걸 농락당했다고 하는 게 올바른 표현 같은데요?"

"..."



여인의 도발에, 황제는 그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안드레이는 아까운 인재지만, 그를 대신할 황자는 충분하다. 그나저나, ‘개벽의 날개’가 이런 수준 낮은 도발을 하다니, 그쪽도 영 의견 통합이 안 되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닌가 보군."



황제가 매섭게 눈을 뜨며, ‘개벽의 날개들’의 도발을 맞받아쳤다.



"그, 그런..."



여인은 황제의 도발에 원탁에서 벌떡 일어서며, 다시 입을 열려고 할 때,



"자자, 그만 하세요. 이렇게 높으신 분들이 서로 헐뜯으려고 모인 건 아니잖아요?"



인공새장을 건설할 정도의 과학 기술력을 지닌 ‘우르드니아 공화국’의 대표인 그가,


‘개벽의 날개들’의 대표를 흘끔 곁눈질하며, 원탁에 앉았다.



"암-바야드는 그만큼 위험한 존재. 여기에 있는 그 누구라도, 암-바야드에게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자각했으면 하는군."



그러자 마지막으로, 딱히 새장을 대표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세력만큼은 그 어떤 새장보다도 거대한, ‘모험가들의 대표’ 장길수가 원탁에 앉았다.



"칫..."



여인은 짜증 난다는 듯, 짧게 혀를 찼다.



"뭐, 이것으로, ‘세난 왕국’과 ‘숲의 여명국’을 제외한 ‘C6’의 인원들이 다 모인 것 같네요."



‘우르드니아 공화국’의 대표가, 원탁에 놓여 있던 마이크를 켰다.



"우선,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각 새장이나 세력의 대표분들이 회의에 참석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아시다시피 오늘 일정에 없던 ‘비공식 회의’가 잡힌 건, ‘암-바야드’ 때문이죠. 그러니, 앞으로 그 녀석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우리 한 번 논의해..."

"잠시, 그 전에 난 이 ‘논의’를 반대하겠네."



‘우르드니아 공화국’의 대표가 C6 비공식 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려 할 때,


‘제국의 새장’의 황제가 그 앞을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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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4 - 12. 지켜보는 자 22.09.17 5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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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4 - 10. 두려워하지 말라 22.09.07 5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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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4 - 8. 선택받은 인간 22.09.05 45 0 12쪽
52 4 - 7. 승천자 22.09.04 45 0 12쪽
51 4 - 6. 승천자 22.09.03 43 0 12쪽
50 4 - 5. 전설 22.09.02 42 0 13쪽
49 4 - 4. 전설 22.09.01 40 0 12쪽
48 4 - 3. 선지자 22.08.31 41 0 14쪽
47 4 - 2. 고아들의 새장 22.08.30 43 0 13쪽
46 제 4장. 고아들의 새장 22.08.29 44 0 12쪽
45 3 - 14. 맹세한 자 22.08.28 37 0 13쪽
44 3 - 13. 맹세한 자 22.08.27 40 0 12쪽
43 3 - 12. 맹세한 자 22.08.26 37 0 12쪽
42 3 - 11. 세력 22.08.25 35 0 12쪽
» 3 - 10. 세력 22.08.24 35 0 12쪽
40 3 - 9. 날개 잃은 제국 22.08.23 24 0 12쪽
39 3 - 8. 날개 잃은 제국 22.08.22 3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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