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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님의 서재입니다.

천사가 사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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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작품등록일 :
2021.07.26 19:45
최근연재일 :
2023.11.09 16:15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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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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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01,857

작성
22.08.26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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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 - 12. 맹세한 자

DUMMY

"이야! ‘왕가의 손가락’들은 듣던 대로 실력 있는 놈들인데? 물론! 이 몸에 비하면 별거 아니지만."



하늘에 떠오른 두 개의 빨간 동공.


그것이 밤하늘에 화르륵- 지펴지면서, 두둥실 공중을 부양하던 그녀의 발목을 잡고 땅으로 추락했다.



"크헉!"



여인은 절제된 신음을 짤막이 토해내는 동시에,


발목을 부여잡고 있던 빨간 두 동공을 향해 발길질하려 했지만,



"어딜!"



빨간 두 동공은, 잡고 있던 여인의 발목을 밑으로 냅다 집어 던졌다.


쿵!



"나는 적어도 동료를 미끼 삼지 않거든! 죽어도 함께 죽고, 살아도 함께 산다. 그리고 나는 영원토록 함께 살기 위해, 끊임없이 단련한다. 내가 ‘나’ 자신에게 한 ‘맹세’다. 하하하."



땅으로 내리꽂힌 여인보다 한발 늦게 착지한 밤하늘 속 빨간 두 동공이, 유쾌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



지면이 움푹 파일 정도로 땅에 내려 꽃인 여인은,


여전히 손에서 놓치지 않은 커다란 대물 저격총을,


빨간 두 동공을 향해 겨누었다.



"정말 찰나의 틈도 주지 않는 손가락이로군."



탕!


밤하늘의 달빛만큼이나, 환하게 빛나는 여인이 든 대물 저격총의 총열.


그것이 하나의 탄알로 바뀌어 공기 중을 뒤섞으면서, 빨간 두 동공에게 날아갔다.



'피하지 못한다.'



여인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 대물 저격총에 장전된 탄알은 ‘부유석’과 ‘새장’의 잔해로 만들어진 특제 탄알.


덕분에 일반적인 탄알과 다르게 대기의 간섭을 받지 않을뿐더러,


천사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무기로는 이 탄알을 막을 수 없었다.


우직!


하는 소리가 빨간 두 동공 사이를 관통하다시피, 나무 사이로 날랬다.


작은 새처럼, 한 줌의 미련도 없이,


빨간 액체만을 뒤로 뿜으면서,


쓰러져야 할 ‘그’였는데...



"으럇!"



우렁찬 기합과 함께 뒤로 넘어가려던 빨간 두 동공이, 균형을 잡고 바로 섰다.


여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멀뚱히 바라보았다.



"나는 죽을 때까지 싸운다! 왜냐면, 나는 죽지 않으니까!"



그저, 소리만 꽥꽥 지르는 돼지 새끼인 줄 알았는데,


여인은 다시 한번 그의 얼굴을 향해 총을...



"그만 자고 있으면 좋겠군!"



여인은, 얼굴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감촉과 함께, 의식을 잃었다.



----------



박사의 부유선 갑판 밑,


문에 매달려 있던 ‘객실’이라 적힌 팻말이, ‘변하는 자, 긴’에 의해 좌우로 흔들리다가, 잠잠해졌다.



"세난 왕국의 ‘왕의 천리안’이 이런 곳에 숨어 있었군."



객실 안, 화장대 앞에서 황금빛 머리칼을 빗질하던 여인은,


갑자기 들어온 긴을 보자 의자에서 벌떡 일어서며,


그 큼직한 이목구비에 두려움을 머금고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누... 누구야? 당신..."

"‘맹세한 자, 긴’이다."



긴은 아르가 주었던 찻잔을 화장대 옆, 서랍장 위에 올려두었다.



"맹세한 자라면, ‘제국의 새장’의 최정예 기사잖아? 왜... 왜 그런 분이..."



서지은의 불안한 황금빛이, 방안을 밝히던 은은한 랜턴의 주황빛과 어우러져,


바닥에 차분히 가라앉은, 그윽한 노을이 되었다.



"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해라. 그렇지 않으면 너를 이 자리에서 죽이겠다."



긴 앞에 붕-떠 있던 둥근 구체가 뾰족한 꼬챙이로 변해, 서지은의 머리 위로 떠올랐다.



"질... 질문에 대답한다면, 날.... 살려줄 거야?"



‘왕의 천리안’ 답지 않은, 그녀의 태도.


세난 왕국의 귀족들은, 굉장히 프라이드가 높은 거로 유명한 족속들인데,


그런 귀족들 사이에서도 으뜸가는 존재인, 왕의 천리안이 이렇게 쉽게 구걸하다니.



"당신이 진짜 ‘왕의 천리안’이라면, 우선 왕에게서 하사받은 통신기를 내보여라."



긴은 그저 의심스럽게, 박사가 ‘왕의 천리안’이라고 소개한 서지은을 바라봤다.



"... 여기..."



서지은은 긴에게, 각종 보석으로 치장된 휴대폰을 내밀었다.



"통신기는 ‘세난 왕국’ 것이 틀림없군. 그렇다면..."



긴은 서진은이 내밀고 있던 휴대폰의 액정 위로, 검지손가락을 뻗었다.


그러자 그의 검지손가락 끝에서 수은과도 비슷한 액체 한 방울이 뚝, 휴대폰 액정 위로 떨어졌다.



"... 이 ‘수신기’에 내장된 DNA도 네 것과 일치하는군."



휴대폰에 떨어진 수은과도 비슷한 액체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처럼 떠오르더니, 다시금 긴의 검지손가락을 타고 올라갔다.



"휴대폰에 뭔가 이상한 짓은 하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말고... 이제부터 질문하도록 하지. 만약 그 질문에 거짓으로 대답할 시에도, 너를 죽이겠다."



서지은 주위에 떠 있던 꼬챙이 같은 것이 하나, 둘 분열하기 시작해 세기 힘들 정도로 떠올랐다.


서지은은 자신을 에워싼 뾰족한 흉기를 보고, 가냘픈 목에 침을 한 번 꿀꺽 삼켰다.



"우리 ‘제국의 새장’은 암-바야드의 경위를 묻기 위해 ‘세난 왕국’을 방문했지만, 이미 귀족들은 전부 자취를 감췄거나, 천사에게 먹힌 뒤더군. 덕분에 우리는 ‘세난 왕국’의 각종 시설을 손쉽게 수색할 수 있었지."



긴은 쓰고 있던 후드를 뒤로 넘겼다.



"물론 대다수 시설은 자폭장치가 가동되어 망가져 있었지만, 남아 있는 정보만으로도 세난 왕국이 암-바야드를 통해 ‘천사’를 ‘무기화’하려 했다는 증거들은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변하는 자, 긴’의 얼굴에 나 있는 커다란 흉터.


흉터는 그의 오른쪽 눈과 뺨을 뒤덮고, 하얗게 변질되어 있었다.



"다만,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점 또한 찾을 수 있었지."



하얗게 변질된 긴의 흉터 속, 빛을 잃은 눈동자가 서지은을 똑바로 바라봤다.



"‘암-바야드’는 천사를 무기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특이점’이라는 것을 구축 중이더군. 그것에 대해 아는 걸 털어놔라. 왕의 천리안."



긴의 빛을 잃은 눈이, 감정을 품고 왕의 천리안을 위협했다.



"그... 그, 거대한 살덩어리 같은 건... 우리도 처음엔 몰랐어... 단순히, ‘천사’를 불러 모으기 위한 떡밥 같은 건 줄 알았다고..."



서지은은 부들대는 입술에 힘을 주며, 간신히 말했다.



"그런데,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살덩어리는 세상을 하나로 묶어주는 ‘기원’이라 하더라고... 물론, 우리는 그러한 사실을 트집 잡아 왕의 권력을 증진 시키려 했는데, 암-바야드의 주장은 잘못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 그 살덩어리가 천사를 끌어모으는 역할을 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거든."



서지은은 다리에 힘을 풀렸는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지금 와서 핑계로 들릴 수 있겠지만, 우리 ‘왕의 천리안’은 암-바야드를 기술 총장직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고... 그는... 우리 ‘그레오 전하’의 자리를 탐할 수 있는 내부의 적이었으니까."



서지은은 두 손으로 얼굴을 포갰다.



"... 물론, 우리 ‘세난 왕국’은 ‘백은 새장’을 실험대 삼긴 했지만... 이런 비인도적인 실험은 ‘제국의 새장’에서도 마찬가지로 행하잖아...? 그러니, 네가 날 죽이는 건, 참아줬으면 해... 나는 적어도, 박사나... 백은 새장의 사람들 손에 죽고 싶으니까."



지는 노을 같던 서지은의 황금이, 다시금 빛을 발했다.



----------



"으하! 그래도 왕가의 손가락이라고, 역시 소문 값은 하는군. 내 미간에 구멍을 뚫을 줄이야."



‘맹세한 자, 자리후’는 기절한 여인을 나무 옆에 눕혀 놓곤, 즈빌이 쓰러진 폐허가 된 도시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은 ‘천사의 기술력’이 없는 개조 영혼일 뿐일 텐데, 육체적인 것도 평범함과는 거리가 머네요?"



커다란 키와 덩치의 자리후는 둘째치고,


여성의 평균 신장과 비교해도 월등히 키가 작은 한 여자가,


쓰고 있던 안경을 바로 고치면서 자리후에게 말했다.



"영혼의 가짐은 결국, 육체도 변화시킨다! 물론! 그들은 그런 변화를 더욱 증폭시킨 불안정한 존재들이니, 평범한 것과는 매우 다르겠지!"

"그렇군요..."

"그래! 그런거다!"

"그럼 제 키도..."

"아니! 그건 어쩔 수 없지.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더욱 근본적인 무언가의 변화다! 그리고, 나는 지금의 네 모습도 충분하게 귀엽다!"



자리후의 말에, 여자의 귀가 벌겋게 달아올랐다.



"아... 아! 그리고. 맹세한 자, ‘정민’과 ‘벨레니아 스미스 주니어’가 ‘왕가의 손가락’들을 처리했다 하네요."



그녀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오! 그러면, 이로써 모든 왕가의 손가락들을 제압했군! 좋아 좋아."



자리후는 유쾌하게 웃으면서도,


어둑한 숲, 그 사이로 시선을 고정한 시킨 채, 무언가를 경계했다.



"좋아하시는 거 치곤, 어딘가 긴장하시는 것 같은데... 왜 그러시죠?"

"상대를 전부 제압했다고는 하나, 긴장을 푸는 건 우매함의 극치! 허나... 지금은 그런 것보다다고 다른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는군. 아까는 그저 우연일 거로 생각했는데, 즈빌이 쓰러진 도시에 가까워질수록 이 기운은 커지고 있다."



성큼성큼 걷던 자리후의 걸음이 멈췄다.


그러니, 자리후와 함께 걷던 여인도, 걸음을 멈춰 섰다.



"이상하군..."



잘못됐다.


어딘가가, 아주... 잘못됐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땅거미가 숲에 스며들어, 이 세상을 젖히고 있었어?


개조된 영혼이, 자신의 미간을 총알로 뚫어서?


아니. 아니다.


이건... 그런 것보다도, 마음속을 달래는 듯한 잘못됨.


하얗고 밝게,


희망차고 보람차게.


자신을 위로하는 듯한 잘못됨.


자리후는 옆에 서 있던, 키 작은 여인을 바라봤다.



"... 나도 어지간히 미련을 남기고 있었군.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나는 이런 것 따위에 당하지 않으니."



자리후는 그대로, 키가 작은 여인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여인은 자리후의 주먹에 당황하면서도, 뒤로 슬쩍 물러나며 주먹을 피했다.



"나도 사람이기에 가슴 속에 미련을 품었지만, 나는 자신에게 ‘맹세한 자’. 그녀를 위해서라도, 이런 시련 따위는 아무렇지 않다!"



자리후의 빨간 두 동공이, 밤 걸음에 지펴졌다.


누구보다도 이성적이면서,


누구보다도 열정적이게,


‘감히’ 그 누구라도 막을 수 없도록,



"칫!"



키가 작은 여인은 그런 자리후를 바라보며,


짧게 혀를 찬 뒤, 어둠 속에 녹아들었다.



"한시가 급하군. 어서 즈빌을 회수한 뒤, 이 새장을 벗어나야겠어!"



자리후는, 목에 찬 로켓목걸이를 한 손으로 꽉 거머쥐며,


즈빌이 쓰러져 있던 폐허가 된 도시에 들어섰다.



----------



"아는 건 그게 전부인가?"



서지은 주위에 떠 있던 기다란 꼬챙이들이, 작은 구체로 뭉쳐지기 시작했다.



"암-바야드는 우리 세난 왕국에서도 미스터리한 인물이었어.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해, 신분이 수직상승한, 유일한 사람이었지. 덕분에, 전통을 중요시하던 ‘세난 왕국’의 귀족들은 그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아주 많은 것들을 트집 잡았지만, 그는 ‘무엇’ 하나 걸리지 않았어. 정말, 철두철미한 ‘미친’ 과학자였지."



서지은은 허공을 향해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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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4 - 8. 선택받은 인간 22.09.05 45 0 12쪽
52 4 - 7. 승천자 22.09.04 45 0 12쪽
51 4 - 6. 승천자 22.09.03 43 0 12쪽
50 4 - 5. 전설 22.09.02 42 0 13쪽
49 4 - 4. 전설 22.09.01 40 0 12쪽
48 4 - 3. 선지자 22.08.31 41 0 14쪽
47 4 - 2. 고아들의 새장 22.08.30 43 0 13쪽
46 제 4장. 고아들의 새장 22.08.29 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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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3 - 13. 맹세한 자 22.08.27 40 0 12쪽
» 3 - 12. 맹세한 자 22.08.26 37 0 12쪽
42 3 - 11. 세력 22.08.25 35 0 12쪽
41 3 - 10. 세력 22.08.24 3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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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 - 8. 날개 잃은 제국 22.08.22 3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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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 - 6. 작은 날개 22.08.20 2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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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 - 4. 천사의 기술력 22.08.18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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