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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님의 서재입니다.

천사가 사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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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작품등록일 :
2021.07.26 19:45
최근연재일 :
2023.11.0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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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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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1,857

작성
22.08.19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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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 - 5. 천사의 기술력

DUMMY

'사진으로 보았던 것보다 훨씬 크네...'



시설은 겉보기엔 여러 네모난 건물들을 합쳐놓은, 대학 병원처럼 위장하고 있었지만,


실상은 각종 인체 실험을 일삼는, ‘새장의 그림자’ 못지않게 끔찍한 곳.


그래서 우리는 그곳을 ‘연구소’라 부르지 않고, 그저 시설이라 부르며,


최대한 사회의 뒤편으로 묻어 두려고 하는 곳이기도 했다.



"후... 제가 황제님께 전해 듣기론 안드레이 황자님은 벌써 전문학을 전공하시는 천재로, ‘천사의 기술력’에 대해 관심 있으시다 들었습니다."

"그 말이 맞아. 그래서 지금 꽤 들떠 있어."

"오호! 그러면 저와 안드레이 황자님은 말이 잘 통할 것 같군요! 천사의 기술력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거니까요."



역시... 미쳐있군.


안드레이는 천사의 기술력에 관심은 많았지만, 이자와는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자신은 순수한 학문으로써 천사의 기술력을 좋아했을 뿐, 인체 실험은 매우 좋게 않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아시다시피 저희 시설은 지하 3층에 숨겨져 있을뿐더러,"



안드레이는 태웅과 함께 대학 병원으로 들어와, 직원 전용 엘리베이터를 탔다.



"철통 보안을 자랑하고 있죠."



엘리베이터의 숫자 버튼으로, 목에 걸려 있던 카드를 대는 태웅.


그러자 철컥- 엘리베이터에서 빨간 불이 들어오더니.



'스캔 중'



잠시 후, 기계 음성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울려 퍼졌다.



'태웅 총책임자와 안드레이 황자. 신원 확인 완료.'



엘리베이터에 밝혀져 있던 빨간 불이, 다시 밝은 조명으로 바뀌며,


윙---


지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하. 그래도... 이런 철통 보안 때문에 많은 직원이 지각하죠."



지하... 새장 속의 지하. 이 얼마나 답답한 공간인가?


안드레이는 이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왠지 전이되기 전 자신이 떠올랐다.


빚더미라는 새장에 갇혀, 죽어버린 자신,


그 얼마나 절망적이었던가.


아마 이곳에는 그런 사람들뿐이겠지...


띠링-


엘리베이터가 멈추어서며, 문이 열렸다.


동시에, 하얀 복도가 자신을 반겨주었다.



"자, 환영합니다. 안드레이 황자님. 이곳이 ‘천사의 기술력’을 연구하는 시설..."



태웅의 목소리 뒤로,



"악!!!"

"으... 하지마!"



하얀 복도에서 몰아치는 비명.


비명은 하얀 복도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무아지경으로 만들었다.



"이런... 이번에 예산이 들어오면, 방음장치를 더 증축해야겠어요."



태웅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복도를 두리번거렸다.



"그래. 꼭... 그래야겠어."



뒤이어, 안드레이도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무아지경을 두리번거렸다.


그곳은 좌우 간격이 꽤 넓은 하얀 복도로.


창문 하나 없이, 중간중간 회색 문만이 줄지어 있었다.



"그럼 저를 따라오세요. 안드레이 황자님. 우선, 제가 안내해드릴 곳은 ‘천사의 기술력’이 있는 중앙 시설이에요."



너무나 단순한 곳.


그래서 너무나 갑갑한 곳.



"아! 이 복도가 유달리 하얀 이유는, 혹시나 탈출하려는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서 이렇게 꾸며 둔 거랍니다."



그렇기에, 너무나 잔혹한 곳이었다.


안드레이는 태웅에게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복도를 걸었다.



----------



잔잔히 떠 있는 구름, 그 위를 활공하는 박사의 부유선.



"굉장하네..."



서진수는 부유선 갑판으로 나와 안전 난간 아래를 내려다보며 작게, 탄성을 질렀다.


배와 비슷하게 생긴 게, 양쪽에 달린 커다란 빨란 돌로 이렇게 하늘을 떠다닐 수 있다니.


게다가... 지금 하늘 위의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라, 탄성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 이렇게 고도가 높은 곳에서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이유는 저 투명한 막 덕분이겠지?'



서진수는 부유선을 둥글게 감싸고 있던 투명한 장막을 바라봤다.


언뜻 보면 거품 방울처럼 생긴 투명한 장막.


그 장막은 형태를 흩트림 없이 차디찬 유리처럼 부유선을 포옹하고 있었다.



"..."



아르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핫초코를 쟁반에 받친 채, 부유선 갑판으로 나왔다.



"이거 드세요."



아르의 핫초코에서 나오는 달콤한 김 서림이, 대기를 타고 구름처럼 하늘로 뻗어 나갔다.



"어... 어 고마워"



서진수는 아직 어린... 성별 모를 아르가 건네는 핫초코를 받으면서, 옆에 있던 한 ‘소년’을 흘끔 바라봤다.


자신과 같은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이 소년은,


여윈 볼.


다크서클 진 눈.


불어터진 입술.


학교에서 그 끔찍한 일을 겪은 ‘자신’보다도 훨씬, 상태가 안 좋아 보았다.



"이 분은 박슬혁이세요. 서진수님처럼 몇 달 전에 ‘저쪽 세상’에서 넘어오셨죠."



아르가 옆에 있던 소년을 소개하니, 그는 조금 우물쭈물하는가 싶더니.



"반, 반가워요..."



박슬혁은 서진수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인사했다.



"우리처럼... 원래 세상에서 넘어왔다고?"



아르의 말을 들은 서진수 놀란 눈을 하고선, 들고 있던 컵에 입도 대지 못한 채 슬혁을 멀뚱히 바라봤다.



"네..."



슬혁은 어딘가 불편하듯, 손톱을 손톱끼리 부딪쳐 쥐어뜯으면서 시선을 획획 돌렸다.



"... 괜찮으세요? 정 힘드시면..."

"아니... 괜찮아. 고마워. 아르."



슬혁은 불안한 몸짓을, 주먹 쥐어 견뎌냈다.



"여긴 내게 맡겨줘..."



슬혁의 다짐에 아르는 생긋 미소를 지어 보이고, 부유선 갑판 밑으로 내려갔다.



"죄송해요. 제 상태가 조금... 이상하죠?"



슬혁의 물음에, 서진수는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 저는 처음 이 세상에 전이 되었을 때, ‘추방자의 새장’이란 곳에 전이되었어요. 그... 그곳은... 말로 표현 못 할 정도의 지옥... 이었죠."



꿀꺽, 슬혁의 침 삼키는 소리가, 서신수의 귓가에 맴돌았다.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람도 죽이고, 인육도... 먹는 바람에 지금 제 꼴이 이 지경이 돼버렸네요. 하하하..."



슬혁의 허탈한 웃음이 광기의 경계선에서 휘몰아쳐, 서진수의 날개 깃털을 곤두세웠다.



"... 죄송해요... 이렇게라도 설명 안 하면 저를 이상하게만 볼 것 같아서..."



박슬혁의 주먹 진 덜덜 떨리는 손이, 조금 가라앉았다.


서진수는 그런 그의 불안정한 상태를 눈여겨보다가,



"그래도... 이렇게 나온 걸 보니...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다는 거지?"



서진수는 박슬혁이 얼마나 끔찍한 일을 경험했는지 말로만 들어선 체감 되지 않았지만,


자신이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해보면, 그가 이런 상태인 것도, 어느 정도 이해되었다.


지금 자신도, 어제의 그 일을 생각하며, 입에서 신물이 올라오고 있으니.


서진수는 핫초코가 담긴 컵에 입을 대어, 한 모금 머금다가, 삼켰다.



"어... 어. 지금은... 나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반말로 해.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데..."

"... 그... 그런가?"

"나는 서진수. 희망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인데, 너는?"

"나는 전하 고등학교 3학년..."

"뭐야? 나이 똑같았네. 그럼 이야기하기 편하지~"



부유선 간판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숨어있던 아르는,


서진수와 박슬혁의 인사하는 모습에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



유리 벽 너머로, 우뚝 세워져 있는 사람 크기의 투명한 원통.


원통에는 수은과 비슷한 액체가 담겨 묘한 빛을 발하면서,


가끔 형형색색의 색깔을 내뱉고 있었다.



"저게 바로 ‘천사의 기술력’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라 할 수 있죠."



형태는 변하더라도, 부피는 변하지 않는다.


또한, 형태가 변하면서 소모되는 에너지는 없다.


덕분에 ‘천사의 기술력’을 ‘새장’의 금속으로 이루어진 용기에 넣을 수만 있다면, 반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었다.



"뭐, ‘기본적인 형태’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가장 근원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요?"



천사의 기술력.


모든 고통과 슬픔, 기쁨과 희망을 끌어안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기원과도 같은 힘.


안드레이는 이런 ‘어딘가 익숙한 힘’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다행입니다. 안드레이 황자님도 마음에 드시는군요. 다른 황자나 황녀분들은 그다지 관심이 없었습니다만... 정말 천재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태웅에게 저런 칭찬을 듣는 안드레이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건 이 세상의 이치를 벗어난 물질.


이거만 제대로 다룰 수 있다면, 새장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안드레이는 그렇게 믿었다.



"그럼 다음으로는, ‘천사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것들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안드레이는 태웅을 따라 이번엔, 수술실과 비슷한 방에 들어갔다.


수술실 비슷한 방에는 이름 그대로 천장에 매달린 무영등과 각종 의료용품이 선반에 가득 싸여 있는 ‘전형적인 수술실’의 모습이었지만,


정작 그곳엔 수술용 침대나 의료 장비는 없었고, 대신 투명한 액체가 동그랗게 뭉쳐져 수술실 정중앙에 둥둥 떠 있었다.



"8명의 ‘맹세한 자들’ 중에서 ‘변하는 자, 긴’이 쓰는 무기와 똑같은 것으로, 이 무기는 아직 주인을 선택하지 않아 이곳에 보관 중이죠."

"오...! 긴, 주위에 떠다니는 걸 본 적 있어. 역시... 그것도 천사의 기술력으로 만든 거였군."



천사의 기술력으로 만든 무기는 굉장히 특이하다.


그것들은 마치 내가 전이되기 전에 판타지 영화나 소설책에서 볼법한 것들로.


날씨를 조정하는 지팡이나,


주인을 스스로 선택하는 검,


혹은... 이런 동그란 액체나.


상황에 맞추어 모양이 변하는 무기.


등등.


아주 굉장한 것들이 많았다.



"황자님. 이 무기를 한 번 만져보시겠어요? 이 천사의 기술력은 애초 ‘선택받은 자’만이 사용할 수 있기에, 만진다고 해서 부작용이 생기거나 그러진 않습니다."



태웅은 이 동그란 액체를 두 손으로 정중히 가리켰다.



"‘선택받은 자’ 만이 사용할 수 있다라..."



안드레이는 침을 한 번 꿀꺽 삼키며, 동그란 액체를 멀뚱히 바라봤다.


위험하지 않을까? 자신을 적대하지 않을까?


안드레이는 이러한 고민보다도,


지금의 이 육체라면 왠지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으로,


천천히 공중에 떠 있는 동그란 액체에 손을...



'그르르르.'



액체가 목소리를 내며, 안드레이의 손을 피했다.



"흠... 역시, 나같이 평범한 사람은 안되는 것 같네."



안드레이는 액체의 반응에 실망했지만,


태웅은 턱에 손을 얹고 유심히 액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 이런 반응은 처음 봅니다. 원래대로라면 이렇게..."



태웅이 동그란 액체를 툭툭 건드렸지만,


그것은 그냥 돌덩어리처럼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주인이 아닌 자가 만지면 아무 반응도 없는데..."



태웅은 수술실 천장 한쪽 구석에 달린 카메라로 시선을 옮겼다.



"반응 찍어뒀지?"



라고 태웅이 카메라에게 말하자.



"네. 반응. 확실히 포착해두었습니다."



수술실의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일단, 황자님. 이곳은 좀... 위험한 것 같으니 어서 다른 방으로 가시죠."



태웅은 수술실 문을 열며, 안드레이를 안내했다.



----------



"현재 ‘세난 왕국’의 천사 침략 사건으로, 보안이 엄격해졌다. 그러니 제대로 협조할 생각 없다면 지금 당장 떠나라."



‘하울링 새장’ 출입구에 정박한 박사의 부유선으로, 쐐기총이 아닌 소총을 든 2명의 경비원이 가까이 다가와 무전기로 통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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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4 - 12. 지켜보는 자 22.09.17 5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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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4 - 10. 두려워하지 말라 22.09.07 54 0 12쪽
54 4 - 9. 선택받은 인간 22.09.06 47 0 13쪽
53 4 - 8. 선택받은 인간 22.09.05 44 0 12쪽
52 4 - 7. 승천자 22.09.04 44 0 12쪽
51 4 - 6. 승천자 22.09.03 42 0 12쪽
50 4 - 5. 전설 22.09.02 41 0 13쪽
49 4 - 4. 전설 22.09.01 40 0 12쪽
48 4 - 3. 선지자 22.08.31 40 0 14쪽
47 4 - 2. 고아들의 새장 22.08.30 42 0 13쪽
46 제 4장. 고아들의 새장 22.08.29 44 0 12쪽
45 3 - 14. 맹세한 자 22.08.28 36 0 13쪽
44 3 - 13. 맹세한 자 22.08.27 40 0 12쪽
43 3 - 12. 맹세한 자 22.08.26 36 0 12쪽
42 3 - 11. 세력 22.08.25 34 0 12쪽
41 3 - 10. 세력 22.08.24 34 0 12쪽
40 3 - 9. 날개 잃은 제국 22.08.23 23 0 12쪽
39 3 - 8. 날개 잃은 제국 22.08.22 2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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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 - 6. 작은 날개 22.08.20 28 0 11쪽
» 3 - 5. 천사의 기술력 22.08.19 30 0 12쪽
35 3 - 4. 천사의 기술력 22.08.18 24 0 12쪽
34 3 - 3. 제국의 새장 22.08.17 2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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