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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님의 서재입니다.

천사가 사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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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작품등록일 :
2021.07.26 19:45
최근연재일 :
2023.11.09 16:15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3,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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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수 :
501,857

작성
22.10.01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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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 - 14. 사도

DUMMY

"아아... 그 패기... 정말 아까워요. 수, 제 교단에 들어오세요. 그러면 이런 불상사를 막을 수 있는 ‘모험가’가 되게 해드리죠."



정태연은 만개하는 악의 사이에서 빨간 잎사귀를 찰랑거리며,


수와 줄기가 꺾여 죽어버린 ‘제국의 새장’ 포로들을 향해, 기분 좋게 미소지었다.



"이거... ‘제국의 새장’ 분들에게 미안하게 됐군. 저런 괴물 하나 막지 못해서..."



정태연... 이 싸이코 같은 놈은, 일부로 포로들이 휘말려 들게 자신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 정확히는 정태연을 지키던 ‘천사처럼 생긴 괴물’이 자신을 가지고 놀고 있는 거였지만...


천사가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건 분명 ‘정태연의 의지’.


대화가 어떻게 통하는지, 수는 ‘천사처럼 생긴 괴물’과 정태연 사이를 확인했지만, 역시나 그 둘이 무전으로 통신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것도 ‘천사의 기술력’이라 봐야 하는 건가...? 아니, 그 ‘느낌’은 들지 않았어. 그럼 대체...'



보통 ‘천사의 기술력’끼리 맞닿으면 본능적으로 서로는 ‘천사의 기술력을 지니고 있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 이런 본능이 느껴지는가 하면, 어떤 연구가가 말하기를 ‘천사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무언가’는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데,


그 대화가 입으로 전달하는 일반적인 대화가 아니라, 어떤 전파 같은 것이라 그런 거라고 했다.


그리고 그 전파는 우리의 상식을 아늑히 벗어나는, 팔이나 다리를 움직일 때 혹은 생각할 때 생기는 미세한 전류 같은 것으로,


아직 우리한테는 미지의 영역이라 ‘그런 것’으로만 파악하고 있었고, 좀 더 깊은 원인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아직도 제 교단에 들어올 생각이 없으시나요...? 그럼..."



쏴아아-


수는 뿜어지는 핏줄기에,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칫..."



방금까지 옆에서 멀쩡히 서 있던 ‘제국의 새장’ 포로의 머리가 무언가에 의해서 뜯겨나가, 피를 뿜었다.


이건... 아까와 같은 ‘천사의 힘’이 아닌 정태연의 ‘천사의 기술력’이라고 수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자... 그럼 또 한 분..."



정태연은 기분 좋아 보이는 미소로, 또 다른 ‘제국의 새장’의 포로를 바라..,



"잠시!!!"



수가 ‘부유 기구’의 옥상이 울릴 정도로, 우렁차게 외쳤다.



"부끄럽지 않나?! 종교인이라는 사람이 생명을 이렇게 함부로 대하다니! 이런 상황을 네 교단 사람들이 보면 무슨 생각을 하겠나?"



수는 바닥에 너부러진 포로들의 잔해들을 바라보면서 거친 숨을 토해냈다.



"... 뭐, 깊은 뜻이 있어 그런 거로 생각하겠죠. 전 실재로도 아주~ 깊은 뜻이 있어 이러는 거고요."

"깊은 뜻이 있다고? 이런 학살에 어떤 뜻이 있다는 거지? 나를 그렇게 교단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건가?"



수는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야 했다.


정태연, 이놈은 지금 장길수에게 최대의 걸림돌이었다.


지금 여기서 막지 못하면, 적어도... 적어도 장길수가 새장 속 인원들을 도울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수는 라델리우를 불끈 쥐었다.



"당신을 섭외한다는 행위 자체가, 그 이상의 ‘깊은 뜻’이라는 겁니다. 수, 당신은 지금 우리들의 우상, ‘천사의 기술력’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지 않아서 말이죠~ 그저 뭘 모르는 어린애가 ‘타고난 힘’으로 둔기를 휘두르는 것뿐이라, 저는 가슴이 너무 아파요."



정태연 양옆으로 두 마리의 ‘천사처럼 생긴 괴물’이 사뿐히 내려왔다.


‘천사처럼 생긴 괴물’의 잘린 목 위로는 동그란 할로가 돌아가면서, 수를 향해 조금 기울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내가 라델리우를 잘못 사용하고 있는 거라고?"

"네~ 천사의 기술력... 그건 우리 교단에선 ‘천력’이라 불리고 있답니다. 천력은 인간이 품은 생명 에너지가 밖으로 표출되는 형태를 뜻하는 것으로, 당신이 끼고 있는 라델리우는 그런 천력을 표출시킬 매개체이죠."



정태연은 두 팔을 활짝- 펼쳤다.



"제가 말했던 ‘축복받은 자’, 이 말을 다르게 해석하면, ‘다른 이’들과 비교해서 보다 많은 ‘천사의 유전자’를 부여받은 자라는 것으로.... 박사님이... 으... 말씀하시길..."



정태연이 말을 하다말고 괴로운 듯이 두 팔로 머리를 감쌌다.



"아아... 박사님, 왜... 우리는 지켜보기만 할 뿐이죠...? 이 힘으로, 우리는 새장을 구원할 수 있는데...... 으... 헉... 헉..."



한줄기의 빨간 꽃이 머리를 숙이더니, 이내 바닥에 무릎까지 꿇고는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수는 갑자기 상태가 이상해진 정태연을 바라보면서 ‘지금 달려들까?’ 라고도 생각했지만,


정태연이 고통스러워하든 말든 두 마리의 ‘천사처럼 생긴 괴물’은 끝까지 자신을 향해 서 있어, 그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만 할 뿐이었다.



"... 전 이만 ‘부유 기구’ 안으로 들어가야겠어요. 그러니..."



정태연은 머리를 감싸고 있던 팔을 수에게 뻗으며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러자 정태연 양옆에 있던 두 마리의 ‘천사처럼 생긴 괴물’은 지금까지는 장난이었다는 듯,


수가 반응도 하기도 전에 그의 양팔로 날아들었다.



"...!"



아... 나로선, 시간 끌기도 안 된다는 것인가?


수는 피가 만개하는 두 팔을 들어 올려, 눈앞에 가져다 댔다.



"으... 생포해야 한다니까... 하하하..."



수는 만개하는 피 뒤로, 몸을 뒤틀 거리면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정태연을 바라봤다.



"... 정... 정말... 아쉽게 됐어요..."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정태연의 기억을 끝으로,


수의 시야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밑으로 떨어졌다.



----------



승천자의 부유 기구.


대략 1만 명 넘는 인원을 상주시킬 수 있는 이 크루저급 ‘승천자의 부유 기구’ 안은 ‘시끌벅적한 밖’과 다르게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의 ‘적막함’ 그 자체로,


미카엘은 이런 적막함 속에서 스르르- 볼륨 있는 몸을 미끄러트리며, 천장에 뚫린 환풍구를 통해 붉은 로브를 뒤집어쓴 사람 뒤로 사뿐히 착지했다.



"쉿... 다른 승천자들은 어디에 있지?"



날카롭게 연마된 마카엘의 목소리가, 클러버 형태의 나이프와 함께, ‘붉은 로브’ 속으로 그림자를 드리웠다.



"... 침..."



붉은 로브는 미카엘의 예리한 협박에도 한 치의 주저 없이 소리치려고 목에 힘을 주었지만,


곧 그의 머리에 쓰여 있던 붉은 로브는 옆으로 단숨에 비틀어져, 바닥에 곤두박질쳐졌다.



'... 소문대로 ‘승천자’에 속한 사람들은 전부 광신도인 건가?'



일부로 칼을 꺼내 협박했는데도 주저함이 전혀 없다니.


이들의 광기는 대체 어디에서 시작되어,


왜 이런 광기가 나오는 건지,


미카엘은 귀에 꽂혀 있던 통신기로 손가락을 올리며, 정신을 가다듬으려고...



"수가 죽었어..."



통신기에서 나지막하게 울리는 장길수의 목소리가,


미카엘의 고운 미간을 조금 흩트리게 했다.



"츳... 무리하지 말라니까..."



미카엘은 잠시 그 자리에 서서, 앞에서 죽어있는 승천자의 시체 위로 서늘한 그림자를 지폈다.



"너도... 무리하지 말고... 정보를 빼냈으면 곧장 효연이 있는 ‘부유선’으로 돌아가. 이곳은 나와 바질만으로 충분하니까."

"함께 목숨을 걸자고 해놓고 나보고 도망치라는 건가? 말이 다르네. 대장."



지펴진 미카엘의 그림자는 여전히 표정이 굳어진 채로, 승천자 신도의 붉은 로브를 벗기기 시작했다.



"... 수가 남긴 정보에선 정태연은 천사뿐만 아니라, ‘천사와 닮은 괴물’까지도 사육하고 있는 모양이야. 이것으로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수단은 이제 ‘정보’ 밖에 없다는 거지..."

"..."



수는 우리 ‘필성 모험가’ 중에서 가장 전투력이 높았다.


오죽하면 여러 거대 새장에서 모셔가려고 일부러 접점을 만들 정도였다.


그런데 설마 그런 녀석이 ‘벌써’ 당할 줄이야...


장길수의 말처럼 수가 이기지 못하는 천사가 있다면, 이제 남은 건 ‘정보전’ 뿐으로,


미카엘은 벗겨낸 승천자의 붉은 로브를 몸에 걸친 뒤, 후드를 뒤집어썼다.



"또... ‘정태연 교주’는 어딘가 몸이 안 좋은 모양이더군. 녀석은 수와의 싸움과는 별개로, 갑자기 머리를 싸맨 뒤 고통스러워했다고 해... 미카엘, 너는 이것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좋으니..."

"아... 안다고~ 누굴 바보로 아나?"

"미안하군. 무리하지 말라고 해놓고..."

"됐어... 난 상관 말고, 네 일이나 잘하라고... 네 어깨에 수의 무게는 좀 무거운 거 알고 있지?"

"... 그래. 알고 있어..."

"그럼... 볼 수 있다면, 살아서 보자."



정말... 모순투성이인 집단이다.


서로를 믿으면서도, 목숨을 걸자고 해놓고서도,


막상 일이 닥치면, 녀석이 살았으면 좋겠다. 라고 자꾸만 생각하게 되고...


미카엘은 죽인 승천자 신도의 육체를 천장과 연결해두었던 와이어에 묶은 뒤,


자신이 숨어 있었던 환풍구 속에 집어넣었다.



'... 그나저나 교주 놈이 머리를 싸맸다라... 아마 신도급 애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는 있을 테지만 ‘왜’ 그런지는 모를 것 같고... 교주의 최측근인 애들한테 접근해야 한다는 건가?'



승천자에 대한 정보 수집은, 지금 이 전쟁통을 이용해 최대한 단기간에 끝내야 했다.


‘종교’라는 특징상, 그들은 서로 얼굴을 알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았을뿐더러.


이런 스파이 행동에 대비해 ‘모종의 약속’을 해두었을지도 몰랐다.


그렇다는 건, 장기적으로 가면 들통날 확률이 매우 높았고,


중요인물로 보이는 자를 납치한 뒤, 협박과 약물을 이용해 직접 정보를 털어서 얻는 게,


그나마 덜 위험하고 확실한 방법이라는 뜻이었다.



'... 남은 시간은 길어야 이틀, 짧으면 하루... 이거 곧바로 주교들이 모인 곳으로 갈 수밖에 없겠어.'



현재 자신이 잠입한 이 승천자의 ‘부유 기구’는 정태연의 숙실 인 ‘성계’가 있다는 ‘부유 기구’로,


정태연의 최측근 주교들이 이곳을 관리하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은 곳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현재 자신이 위치한 ‘부유 기구’ 7층에서 더욱 깊숙이,


광기가 형연하고 있는 ‘부유 기구’의 중심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 그러면... 일단, 한 명 더 잡아서 가는 길을 물어봐야겠어.'



레드 카펫이 깔린 이 ‘부유 기구’의 복도,


답답하게 느껴지는 진갈색 나무 벽에,


단조로울 정도로 일정 간격 줄지어진 액자와 조각상 사이를,


미카엘은 조심스럽게 훑으면서 발걸음을 떼었다.



----------



"박사님... 지금 당장 모험가만이라도 구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들은 ‘암-바야드’ 때문에 일어난 ‘계획에 없던 희생’이잖아요."



구름과 함께 흘러가는 아르의 보랏빛 눈동자가,


부유선 갑판에 있던 박사의 하얀 가면으로 다시금 뻗어왔다.



"‘백은 새장’에서처럼 말이에요. 그때도 사람들을 바로 도와주셨다고 하셨으니..."

"그때는 암-바야드와 직접 이어져 있어 그런 거다. 지금은 암-바야드가 아닌, ‘지켜보는 자’가 그러는 거니 ‘당장’은 힘들겠어."



박사는 승천자의 ‘부유 기구’를 향해, 감정 없는 하얀색 무기질처럼 말했다.



"그러면... 제가 사도로서 다녀올게요. 부디 허락해주시면 안 될까요?"



아르가 작은 입술에 힘을 더하며 두 손을 포개어 가슴에 가져다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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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4 - 12. 지켜보는 자 22.09.17 5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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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4 - 10. 두려워하지 말라 22.09.07 55 0 12쪽
54 4 - 9. 선택받은 인간 22.09.06 48 0 13쪽
53 4 - 8. 선택받은 인간 22.09.05 45 0 12쪽
52 4 - 7. 승천자 22.09.04 45 0 12쪽
51 4 - 6. 승천자 22.09.03 43 0 12쪽
50 4 - 5. 전설 22.09.02 42 0 13쪽
49 4 - 4. 전설 22.09.01 40 0 12쪽
48 4 - 3. 선지자 22.08.31 41 0 14쪽
47 4 - 2. 고아들의 새장 22.08.30 42 0 13쪽
46 제 4장. 고아들의 새장 22.08.29 44 0 12쪽
45 3 - 14. 맹세한 자 22.08.28 37 0 13쪽
44 3 - 13. 맹세한 자 22.08.27 40 0 12쪽
43 3 - 12. 맹세한 자 22.08.26 36 0 12쪽
42 3 - 11. 세력 22.08.25 35 0 12쪽
41 3 - 10. 세력 22.08.24 34 0 12쪽
40 3 - 9. 날개 잃은 제국 22.08.23 24 0 12쪽
39 3 - 8. 날개 잃은 제국 22.08.22 30 0 13쪽
38 3 - 7. 작은 날개 22.08.21 2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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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 - 4. 천사의 기술력 22.08.18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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